[인터뷰] 개그맨 김준호 ’개그콘서트‘ 18년을 말하다 “'씁쓸한 인생' 가장 씁쓸하고 뭉클”
[인터뷰] 개그맨 김준호 ’개그콘서트‘ 18년을 말하다 “'씁쓸한 인생' 가장 씁쓸하고 뭉클”
  • 황주원
  • 승인 2016.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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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동안 '개그콘서트'를 지켜온 개그맨 김준호. 사진=KBS2


【인터뷰365 황주원】개그맨 김준호가 18년 동안 해온 KBS2 '개그콘서트‘를 다양하게 되짚었다.
그동안 자신이 해왔던 캐릭터, 코너, 유행어, 그리고 ‘개그콘서트’ 전반에 관한 이야기 등을 인터뷰를 통해 네이버 포스트에 공개했다.
김준호는 지난 1999년 첫선을 보인 ‘개그콘서트’ 1기 멤버로 18년 동안 40여개 코너에서 40여개의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중간에 개인적인 일로 잠시 모습을 보이지 않았지만, 복귀 역시 ‘개그콘서트’의 ‘씁쓸한 인생’에서 호되게 뺨을 맞는 것으로 통과의례를 치렀다.
김준호가 18년을 되돌아보는 것은 곧 ‘개그콘서트’의 시작과 현재를 돌아보는 것과 같다. 튿히 최근처럼 ‘개그콘서트’ 인기가 예전보다 못한 때는 그의 되새김이 더욱 필요한 일일 것이다. 다음은 김준호의 ‘개그콘서트’ 관련 인터뷰 내용이다.

본인이 ‘개그콘서트’에서 처음 얼굴을 알리게 된 캐릭터
‘봉숭아 학당’(2000-2011.07) 이장님이다. 김준호라는 개그맨을 세상에 처음 알린 코너라고 생각한다. 1996년 SBS 공채로 데뷔한 이후 KBS 14기 특채로 입사했는데 ‘봉숭아학당’은 나를 세상에 처음 알린 코너다. 당시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KBS2 ‘TV는 사랑을 싣고’에 출연했는데 개인 분장실을 처음 써 봤다.

가장 오래 한 캐릭터
‘집으로’(2004.07-2006.09)의 반전 할머니다. ‘개그콘서트’에서 ‘달인’ 다음으로 장수한 코너로, 2년 2개월 동안 계속됐다. 당시에는 개그에도 휴머니즘이 있어야 시청자들이 좋아해주셨던 거 같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콩트 패러디 개그로 후배 홍인규의 연기가 특히 빛을 발했던 코너다. 이때부터 인규와의 오랜 인연이 시작됐다.

실생활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코너
‘같기道’(2007.01-2007.08)의 사부. 바로 홍인규의 이야기에서 시작된 코너다. 인규가 슈퍼에 담배를 사러 갔는데 주인이 “중학생이 무슨 담배냐”라며 혼만 났단다. 그래서 같이 슈퍼에 가 “얘는 중학생이 아니고 서른이 다 되어가는 어른”이라 말하자 주인이 “넌 애도 아니고 어른도 아니야”라고 말했다. 그것이 코너의 시작이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황들이 다양하게 패러디 했고, 당시 손석희씨가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도 전화가 올 정도였다.

아쉽게 일찍 끝나서 더욱 각별했던 캐릭터
‘준호삼촌’(2006.12)의 못된 삼촌이다. 조카들이 “삼촌, 동화 속 인어공주는 결국 어떻게 됐어?”라고 물으면 ‘흐흐, 회 떠먹었어”라고 대답하거나 “삼촌, 나무꾼은 어떻게 선녀가 목욕하는 걸 훔쳐봤어?”라고 물으면 “흐흐, 도촬이야”라고 대답하는 식의 개그다. ‘개그콘서트’가 15세 이상 관람가인데 내용이 너무 폭력적이라는 항의가 들어와 결국 내리게 됐다.

여태까지 한 캐릭터 중 자신과 가장 비슷한 캐릭터
‘씁쓸한 인생’(2009.03-2010.03)에서 보스 역이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씁쓸하면서도 뭉클하다. 내가 그만둔 후 내가 하던 보스 역할을 김대희 형이 해줬다. 사실 다른 사람이 하던 캐릭터를 그대로 이어받는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나 때문에 코너를 없애면 다른 후배들 밥줄도 끊어진다. 대희 형이 내가 올 때까지 해준다고 약속을 해줬다. 마지막회에 복귀했을 때 대희 형이 내 뺨을 세게 때렸다. 정말 너무 아팠는데 “다시 정신 차리고 무대에 올라”라고 말하는 느낌이라 잊을 수가 없다.

최고의 팀웍을 보여줬던 코너
‘미끼’(2010-2011)다. 아무래도 개그는 호흡이 중요하기 때문에 멤버 구성이 중요하다. 이 코너는 김지호, 정명훈 그리고 김대희까지 매일 회식 하면서 아이디어 회의를 했으니 무대 올라가는 게 재미없을 수가 없었다. 최고의 팀웍을 보여줬다. 내가 반전 이장 역을 했는데, 모티브를 따온 영화 ‘이끼’의 배우 정재영 씨와 분장이 비슷해서 카메라 감독님들이 뽑은 포토제닉상을 받기도 했다.

게스트가 가장 많이 등장한 코너
‘감수성’(2011.04-2012.09)으로 게스트가 엄청 많이 나왔던 코너다. 홍보 위주의 출연이라고 욕도 많이 먹긴 했지만 그래도 스타들이 직접 출연 요청을 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배우 김유정도 ‘해를 품을 달’에 출연하면서 ‘감수성’에 출연했는데 얼마 전에 ‘1박 2일’에서 다시 만나니 정말 반가웠다.

자신의 유행어를 실감한 코너
아무래도 ‘꺽기도’(2012.02-2012.12 )다. 유행이라는 것을 제대로 실감케 해준 코너다. 사실 처음 제작진에게 코너를 선보였을 때는 다들 ‘망할 것 같다’는 반응이었다. 주변의 만류가 컸던 코너인데 무대에서 제대로 터진 코너다.

여자 분장으로 기억에 남는 캐릭터
‘뿜 엔터테인먼트’(2013.07-2014.05)에서 쟈나 여배우를 했을 때. 뜻밖의 캐릭터로 사랑 받은 코너다. 김원효, 김지민이 당시에 코너를 짜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 내 캐릭터 중에는 여성 시청자들이 좋아할 만한 인물이 없었는데 ‘사기자’는 여성분들도 많이 좋아해주신 캐릭터였다.

몸이 고생한 캐릭터
‘닭치高’(2014.06-2015.07)가 제일 몸 상한 코너다. 방송 이후에 주변에서 “진짜 그렇게 세게 하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내가 아이디어 회의에 잘 안 나가니까 후배들이 더 악을 품고 나를 막 대한 것 같다.(웃음) ‘달인’ 김병만이 할 수 있는 걸 나한테 시켰으니. 지압판에서 발을 잘못 디뎌서 일주일 동안 발을 절면서 다닌 적도 있다.

김준호는 40여개 코너에서 40여개의 캐릭터를 연기했다.

‘개그콘서트’가 예전 같지 않다는 반응에 대해
18년 동안 ‘개그콘서트’는 흥망성쇠를 반복해왔다. 지금도 그 과정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개그의 소재 제한이 여전히 많다는 것이다. 개그맨 중에서는 연기가 뛰어난 친구가 있고, 아이디어가 뛰어난 친구가 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아이디어가 좋은 친구들이 돋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갈수록 설 곳이 좁아지는 게 아쉽다. 사실 코미디 무대는 헝그리 정신이 있어야 한다. 요즘 나 스스로도 헝그리 정신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나부터 정신을 차릴 필요가 있다.

후배들에게 한마디
‘개그콘서트’가 있어서 후배들이 있는 게 아니고, 후배들 같은 좋은 개그맨들이 있기 때문에 ‘개그콘서트’가 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올해 선발된 31기 공채 개그맨들이 하나씩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양질의 씨앗들이 화단에 심어졌으니까 선배들과 제작진들이 물을 잘 주고 잘 가꿔서 내년 봄에는 새싹을 피우고, 그 꽃도 만개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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