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굿 다이노’ 피터 손 감독 “공룡 얼굴은 존 웨인, 스팟의 헤어는 내 딸 스타일”
[인터뷰] ‘굿 다이노’ 피터 손 감독 “공룡 얼굴은 존 웨인, 스팟의 헤어는 내 딸 스타일”
  • 김다인
  • 승인 2016.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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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다이노'의 피터 손 감독. 지난 4일 내한해 작품에 대한 PT 및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인터뷰365 김다인】디즈니 픽사 20주년 기념 애니메이션 ‘굿 다이노’는 공룡 알로가 집을 찾아 가는 길에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등을 만나는 로드무비이자 성장영화다.


6500만년 전 공룡이 여전히 생존하고 있던 시대를 배경으로 밭 갈고 씨 부리는 농부(?) 공룡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알로는 세 형제 가운데 가장 소심하고 약하다. 뜻밖의 사건으로 아버지 공룡이 죽고 알로는 급류에 휩쓸려 알 수 없는 곳에서 깨어난다.

알로는 말을 못하고 행동은 강아지 같은 꼬마 스팟을 만나 서로 의지하며 계곡을 거슬러 집을 찾아간다. 그 길에 티렉스 가족(좋은 놈), 나쁜 놈(사나운 랩터들), 이상한 놈(엉뚱 수집가 우드부시) 등을 만나며 결국 엄마와 형제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간다,


마치 실제 풍경을 옮겨 놓은 듯 현실감있는 배경에 알로와 스팟의 우정이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이 애니메이션은 한국계 감독 피터 손이 총괄연출을 했고 김재형 애니메이터가 참여했다. 두 사람과 프로듀서 드니스 림은 지난 4일 내한 기자간담회를 가지고 영화에 대한 설명을 곁들였다.

인상깊었던 것은 기자간담회 전에 가진 피터 손 감독의 프레젠테이션이었다. 그는 이 애니메이션을 만들게 된 개인적인 이야기, 영화 배경이 된 미국 서부 풍광을 찍기 위해 고생한 이야기, 각각의 캐릭터 탄생 뒷이야기 등을 효율적으로 정리해 들려줬다. 그중 이 영화를 볼 관객들이라면 도움될 이야기를 간추린다.

극영화가 아닌 애니메이션을 한 이유
피터 손 부모님은 뉴욕에서 상점을 운영하신다. 나와 동생은 그곳에서 비디오나 TV를 보며 자랐다. ‘스타워즈’에 나오는 광선검을 가지고 서로 싸우기도 했다. 엄마는 영화를 좋아해 함께 보러 간 적이 있었다. 로맨틱코미디였는데, 남들이 다 웃는 장면에서 엄마는 웃지 못했다. 영어로 된 대사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은 달랐다. ‘덤보’를 보러 갔을 때 엄마는 통역을 해달라지도 않았고 모든 것을 이해했다. 이때 애니메이션의 힘을 알았다.

(이후 피터 손 감독은 캘리포니아 인스티튜트 오브 아트에 진학했고 졸업 후 워너브러더스에 첫 직장을 얻었다. 유일한 동양인이었다. 이어 2000년 픽사로 자리를 옮겨 ‘니모를 찾아서’ ‘인크레더블’에서 애니메이션에 참여했고 아카데미 수상작 ‘월E’에서 스토리 아티스트로 활동했다. 그리고 첫 장편 애니메이션 ‘굿 다이노’를 연출하기에 이르렀다. 피터 손 감독은 ‘굿 다이노’가 다른 애니메이션에 비해 대사가 별로 많지 않은 것도 엄마와의 추억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룡 캐릭터의 탄생
공룡 캐릭터를 만들어내기 위해 뉴욕자연사박물관에 가서 공룡을 관찰했다. 공룡의 뼈, 크기 등을 관찰했다. 주인공 알로는 처음에는 리얼하게 공룡의 모습으로 스케치했고 진흙으로 모형을 만들었으며 점점 애니메이션적으로 변화시켰다. 공룡의 움직임은 코끼리의 움직임을 연구했다. 코끼리가 걸을 때 뛸 때의 머리 움직임과 각도 등을 면밀하게 관찰해서 알로에 적용했다. 대사가 별로 없는 대신 눈빛, 움직임 등을 세밀하게 표현했다.
티렉스 가족 세 마리는 카우보이가 말을 타고 달리는 모습을 참고했다. 특히 아버지 티렉스의 얼굴은 서부영화에 많이 출연한 존 웨인 얼굴에 하체는 달리는 말의 움직임을 적용시켰다. 공룡 캐릭터 중에는 날아다니는 익룡 표현이 제일 어려웠다.

야생꼬마 알토
알토는 네 발로 기어 다니는 야생동물로 설정했다. 강아지(우리나라의 삽살개처럼 얼굴을 긴 털로 가린)에서부터 출발해서 결국은 내 딸의 헤어스타일과 비슷하게 완성됐다. 인간인 스팟을 애완동물처럼 표현한 것은 자연이 얼마나 존중받아야 하는 존재인지를 영화를 통해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알로가 스팟을 통해 자연을 배우는 것은 내가 이 영화를 통해 자연을 배우려 한 것과 같다.

실제 촬영한 것처럼 현실감 있는 배경
‘굿 다이노’는 90%가 야외를 배경으로 한다. 몬태나·와이오밍 등의 자연풍광을 촬영한 다음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했다. 기본적인 산간지형은 구글 지도를 참고했다. 특히 구름은 3D 컴퓨터로 완성해 움직임, 크기의 변화 등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된 장면은 알로가 혼자 산꼭대기에 올랐을 때 아름답고 위엄있는 산맥의 장관이 펼쳐진 것이었다.
알로를 휩쓸어가는 급류 역시 실제 보트를 타고 촬영했다. 촬영 중 스탭 한 명이 보트에서 떨어진 모습 그대로가 찍혀져 알로가 급류에 떠내려가는 장면 탄생의 텍스트가 됐다.
‘굿 다이노’를 만들면서 모든 제작진이 가족처럼 움직였으며 2년 동안 연구하고 연구하고 또 연구해서 긴 여행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알로와 스팟의 따뜻한 우정 이야기는 실제 촬영한 듯 생동감 있는 자연풍광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피터 손 감독은 "할리우드에서 애니메이션 감독이 되려면 스토리텔링을 전하고 만들 수 있어야 하며 다른 부서에서 많은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동석한 김재형 애니메이터는 의사 출신 애니메이터라는 경력으로 주목 받았다. 그는 “도전을 해보고 실패하는 것이 얻는 게 훨씬 많다. 시행착오가 쌓이면 나중에 도움이 된다”고 특히 국내 젊은이들에게 조언했다.


이날 기자간담회보다 이 영화에 대한 정보를 훨씬 많이 줬던 것은 피터 손 감독의 PT였다. 직접 그린 스케치, 캠코더로 촬영된 사전답사 현장, 캐릭터 탄생 단계 등을 보여주면서 영화에 대한 이야깃거리를 풍성하게 해줬다.


국내 제작보고회도 지금처럼 여러 명이 나와 수다떨듯 진행하는 대신, 감독이 주가 되어 PT형식으로 진행한다면 영화에 대한 이해가 더 높아지겠다는 생각이다.


김다인

영화평론가. 인쇄매체의 전성기이던 8,90년대에 영화전문지 스크린과 프리미어 편집장을 지냈으며, 굿데이신문 엔터테인먼트부장, 사회부장, LA특파원을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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