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침묵의 시선’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 “그 누구도 과거로부터 도망칠 수 없다”
[인터뷰] ‘침묵의 시선’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 “그 누구도 과거로부터 도망칠 수 없다”
  • 유이청
  • 승인 2015.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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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시선' 개봉에 즈음해 한국에 온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


【인터뷰365 유이청】다큐멘터리의 새 지평을 연 ‘액트 오브 킬링’을 본 사람이라면 당연히 궁금해 할 또 한 편의 다큐멘터리 ‘침묵의 시선’이 오는 9월3일 국내 개봉한다.
‘액트 오브 킬링’은 1965년 9월 인도네시아 군부에 의해 자행된 1백만 명 살해사건을 가해자 입장에서 ‘재연’한 영화다. 당시 민간인들을 공산주의자로 몰아 잔혹하게 살해했던 가해자들은 살해 현장에 직접 가서 당시를 재연하고 또다른 가해자들을 인터뷰하기도 했다.
‘액트 오브 킬링’이 가해자의 시선이라면 ‘침묵의 시선’은 피해자의 시선으로 제작된 다큐멘터리다. 대학살의 피해자 람리의 8번째 동생 아디가 50년 후 자신의 형을 죽인 사람들을 찾아가 왜 그런 일을 저질렀는가를 묻는다.
‘액트 오브 킬링’에서 확인했듯이, 대학살의 가해자들은 여전히 인도네시아에서 권력을 잡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희생자 가족이 대학살에 대해 언급하거나 가해자를 만난다는 것은 목숨을 걸 일이다. 실제 촬영 당시 아디가 정부 고위직에 있는 가해자를 만나러 갈 때는 신분증을 가지고 가지 않았으며 경찰이나 군에 쫓길 때를 대비해 중간에 차를 바꿔 타기도 했다.
이같은 위험 혹에서도 대학살 생존자들은 조금씩 자신의 목소리를 냈고 그 작은 목소리들이 모여 50년 동안의 침묵이 깨지기 시작하고 있다. 그리고 세계 영화계는 2014년 베니스영화제에서 ‘침묵의 시선’에 대해 심사위원 대상 등 5개 상을 주며 그들의 목소리에 박수를 보냈다.
‘액트 오브 킬링’에 이어 ‘침묵의 시선’을 감독한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은 지난 25일 영화의 국내 개봉에 즈음해 내한했다. 26일 언론 시사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기 앞서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은 “영화를 통해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그 누구도 과거로부터 도망칠 수 없고, 과거가 지금의 우리를 만들기 때문에 우리가 곧 우리의 과거이고 언젠가 과거는 우리를 따라잡을 것이라는 점이다”라며 “미국 작가 윌리엄 포크너는 ‘과거는 죽지 않았고, 아직 지나가지도 않았다’라는 말을 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어진 인터뷰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침묵의 시선’은 ‘액트 오브 킬링’에 이은 작품이다. ‘액트 오브 킬링’은 가해자 안와르 콩고를 통해 그 당시 상황을 재연했다면 이 작품은 아디라는 피해자의 가족을 통해서 피해자의 목소리와 시선을 담고 있다. 왜 이런 구성을 택했나.
두 작품은 근본적으로 다른 이야기, 다른 이슈를 다루고 있다. 공통점이 있다면 잘못을 한 사람들이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액트 오브 킬링’은 가해자들이 자신에게 하는 거짓말과 환상, 합리화시키기 위한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영화 속에서 가해자들이 과장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살아남기 위해서’였다는 점을 보여주고, 그들의 행위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 말도 안 될 정도로 과장된 행위, 즉 가해자들의 판타지를 보여주는 영화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판타지는 그들이 죄책감이나 책임으로부터 도피하고 싶어하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 ‘액트 오브 킬링’은 논픽션이기는 하지만, 다큐멘터리라고 말할 수 있을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침묵의 시선’은 이와는 다르게, 이러한 일들이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그리고 50년 동안 공포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보여주는 영화다. 그렇기 때문에 아디가 가해자들을 만나 사과를 받으려 하지만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고, 그 실패하는 과정을 통해서 사회에 퍼져있는 공포와 죄책감의 심연이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다. 아디는 사과를 받아내는 데 성공하지 못했지만 인도네시아의 진실과 화해, 정의를 찾는 운동에 큰 동기 부여가 됐다.

‘침묵의 시선’은 ‘시선’ 즉 ‘본다’는 행위가 무척 중요한 영화다. 이 영화에 역사를 바라보는 감독의 관점이 어떻게 투영되었는가.
아디가 안경을 만드는 사람이라 가해자들의 시력을 확인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가해자들의 행동이 도덕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깨닫게 만들려고 했다. 계속 거짓말을 하며 도덕적 의미를 왜곡하고 있는 가해자들, 스스로 맹인이 된 사람들을 잘 볼 수 있게 해주려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 과거는 과거다, 묻어둬라는 말을 많이 들을 수 있는데, 피해자 입장에서 보면 두려움 때문에 하는 말이고, 가해자 입장에서 보면 이 말은 협박이다. 과거에 있던 일들은 아직까지도 아물지 않은 상처이기 때문에 누군가가 그것을 들여다보고 처치를 해줘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이 영화를 촬영하며 배웠던 것은 사실 보편적인 것이었다. 단순히 미국인인 내가 인도네시아에 가서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려고 했던 것이 아니다. 인도네시아의 인권위원회와 아디가 부탁을 해서 내가 하게 된 것이다. 왜냐하면 본인들은 인도네시아 사람들이라 안전 때문에 이 영화를 만들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아디의 딸을 보여준 것은 ‘액트 오브 킬링’이나 ‘침묵의 시선’을 감성적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감독으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이 문제만 해결되면 모두 사이좋게 웃으면서 살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순진하고 정직하지 못한 사람은 아니다. 그것은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아디의 딸을 보여준 것은 이 문제가 얼마나 아디에게 중요한 것인지 말하기 위해서였다. 아디나 아디의 부모의 인생은 공포와 침묵 때문에 파괴됐지만, 아이들은 그러한 공포와 침묵에 의해서 파괴될 수 없다고 얘기하고 싶었다.

'침묵의 시선'에서 아디는 자기 형을 죽인 사람들을 찾아가 그때 일을 묻는다. 아디가 가해자에게 안경을 맞춰주는 것은 과거를 직시하라는 은유를 내포한다.

현재를 살고 있는 한국 관객들에게 이 영화가 어떻게 다가올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끔찍한 일들이 왜 일어났는지 이해하려면 주어진 설명을 그대로 믿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의심하고 질문을 던져야 한다. 한국에서도 세월호 문제의 해답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는 침묵에 익숙해져 있고 그렇게 살고 있기 때문에, 그러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가.
이 영화를 통해서는 권력,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그 주변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그리고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을 죽인 사람들과 같이 살아야 하는 것이 생존자들의 기분이 어떤지를 보여주고자 했다. 그래서 아디가 대학살의 가해자들을 대면했을 때 느껴지는 긴장감을 여러분도 느낄 수 있기를 바랐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를 볼 한국의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액트 오브 킬링’을 보신 분들은 그때 너무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이 영화를 보는 것에 두려움을 가질 수 있는데,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침묵의 시선’은 굉장히 젠틀하고 친밀감을 느끼게 하는 영화이고, 치유의 경험을 느낄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액트 오브 킬링’이 감정적으로 무섭고 공포를 느끼게 하는 영화였다면 ‘침묵의 시선’은 감정적으로 힐링을 느낄 수 있고 따뜻하게 여러분을 감싸 안아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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