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복 세계화의 꿈을 좇는 김예진 디자이너
[인터뷰] 한복 세계화의 꿈을 좇는 김예진 디자이너
  • 김두호
  • 승인 2015.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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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한복이 한류의 선봉에 서야한다"
한복 세계화의 꿈을 가진 디자이너 김예진의 모습.

【인터뷰365 김두호】한복의 품위와 가치를 높여가는 한국의 미의 1번지’를 좌우명으로 삼고 한복 만들기에 인생의 전부를 바쳐온 김예진 한복 디자이너는 한복의 현대화와 한류화(韓流化)에 꿈을 실현해 가고 있다. 전통 의식주 가운데 의상은 우리 민족 고유의 혼과 멋을 되살리거나 발전시키지 못하고 점점 사라져가는 민속 기념물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한복을 만드는 커리어우먼의 마음은 항상 초조하고 갈 길이 바쁘다.

TV 드라마 <대장금>이 음식 한류의 길을 열었다면 이제부터 우리의 옷인 ‘한국 의상’도 한류문화로 옮겨가 해외에서 평가를 받아야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숙원을 직접 풀어가겠다는 집념에서 이윽고 우리의 복식연구 발전을 위한 ‘김예진 복식연구소’의 창립을 준비하고 있다.

‘김예진 복식연구소’가 창립기념 과제로 발표를 앞두고 있는 이벤트는 베틀로 삼베옷감을 만들었던 전통 대마섬유를 이용해 남녀 한복과 침구류에서 각종 장신구를 만들어 선보이는 전통복식 작품 시범 프로그램이다. 껍질에서 질긴 삼실을 뽑아내는 대마는 목화와 함께 우리 민족이 가장 많이 활용했던 대표적인 천연 옷감소재였다. 화학섬유시대로 접어들면서 국내산 대마 섬유는 희귀 품목이 되어 고급 장례용품 정도로 사용되고 있으나 최근 천연섬유 생산을 위한 대마 재배단지가 조성되어 방직기계로 생산한 국내산 대마섬유로 만든 한복도 선을 보이게 됐다.

런던의 중심가에 있는 해롯백화점에서 일본의 기모노를 고급스럽게 전시해 둔 것을 보고 그보다 훨씬 아름답고 고운 한복을 보여주겠다는 감정이 북받쳐 한복 디자이너를 지망했다는 김예진 ‘한복 운동가’를 서울 청담동 그녀의 의상실에서 만났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 인물 정보를 검색해 보니 김대중 전 대통령부부의 노벨평화상 시상식 의상, 미국의 클린턴 전 대통령부인 힐러리 여사 한복, 반기문 UN사무총장 부부를 비롯해 영화배우 안소니 퀸과 니콜라스 케이지, 이승엽 이봉주 추성훈 펄 신 등 운동선수들에게 한복을 만들어 준 실적이 소개되어 있다. 그들 국내외 명사들 중 타계한 <노틀담의 꼽추> <25시>의 배우 안소니 퀸에게는 언제 어떻게 한복을 만들어 주게 되었는가.
1998년 예술의 전당에서 개최한 자신의 조각전 오픈식에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복을 주문받았다. 지금은 고인이지만 그때 아마도 82세였던 것 같다. 그는 한복의 우아하고 품위 있는 자태와 색감에 반해 내가 만들어 준 옷을 입고 원더풀을 외쳤다.

한복의상 디자이너들도 간혹 작품 발표회를 개최해 시선을 모은다. 그러나 한복 패션은 전래 제작법도나 정통 디자인의 틀을 벗어나면 개량한복 쪽으로 분류되는 것 같다. 뿌리가 서양이지만 양복 양장류 현대의상 패션쇼의 화려하고 창의성이 번쩍이며 변화무쌍한 유행 감각에 비교하면 한계가 있어서 발전이 어려운 분야 같다.
우리 옷도 정통 디자인 감각을 살리면서 현대적인 곡선과 색감, 재료와 소재의 다양한 활용으로 실용적인 현대 복식문화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한복은 물론 우리 고유의 장신구도 본래의 제작기법을 토대로 멋을 살리고 변형시켜 가며 다채로운 형태로 선을 보일 수 있다.
한말부터 외래 복식문화가 들어오면서 점점 한복이 생활의상이 안되고 결혼식 같은 때 입는 기념의상이 되었다. 전통 복식예법대로 만들어 정장을 하면 활동이 불편하다는 점에서 개량한복이 등장했고 평상시에도 한복을 입는 사람이 있지만 많지가 않다.

불고기나 김치 등 한국음식이 해외 여러 나라에서 일찍부터 한류로 합류해 많이 알려져 있지만 한복은 정말 국내에서부터 제례나 명절 때 입는 ‘민속 의상’과 ‘기념일 의상’정도로 의생활권 밖의 문화가 되어 있다. 한복 디자이너로 활동하다보면 소외감이나 한계를 느낄 경우도 많겠다.
지난번 할리우드의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한복 패션이 선을 보여 시선을 화려하게 이끈 것을 보고 한복도 이제 한류의 앞자리로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다. 참 우울했던 일은 언젠가 고급 호텔의 식당에서 한복을 입고 입장하는 고객을 사양한다는 얘기가 나왔을 때인데 한복차림의 손님을 접대하기 어렵다는데서 비롯된 사태지만 한복을 만드는 우리 같은 사람에게는 분노가 나오게 하는 일이었다. 한복을 입는 사람을 곱게 봐주는 사회인식도 한복문화를 발전시키는데 소중하다. 우리 옷, 우리 민족의 혼을 우리 스스로 귀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기념일 의상’마저 사라질 것이다.

대마단지를 조성해 국내산 마옷감을 생산한 제이헴프코리아 노중균 대표가 김예진 한복 디자이너가 만든 대마섬유 한복을 입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김예진 한복’의 특장은 무엇인가.
손으로 무엇을 만드는 우리 문화의 특징은 무엇을 만들든지 정성이 들어가야 온전한 물건이 나온다는 사실이다. 음식을 만드는 손이든 옷을 만드는 바느질이든 조상대대로 전해준 가르침은 손끝에 정갈한 마음을 모아야 좋은 결과가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평생 한복을 만들며 살지만 언제나 공부하고 연구하는 겸손한 마음으로 정성을 모은다. 한복은 곡선과 색감을 아름답게 살리는 게 멋을 좌우한다. 하얀 화선지 위에 채색화를 그리듯이 한복을 만드는 사람도 옷감에 무늬와 색감을 입히는 천연염색의 컬러작업 등 예술적인 감각과 다양한 표현의 창의성을 필요로 한다. 내가 만드는 옷의 주제는 주문한 사람의 필요성에 맞추어 어떻게 곡선과 색을 살리느냐에 주안을 두고 있다.

한복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언제부터인가.
대학에서 의상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한복이 아니고 양장 쪽이었다. 졸업 무렵 런던에 갔다가 왕실 전용백화점으로 유명한 해롯백화점에서 일본의 민속의상인 기모노가 아름다운 색깔로 선녀의 날개옷처럼 전시되어 고객들의 발길을 모으는 걸 보고 억울하다는 감정이 일어났다. 그 옷의 원조가 될 수 있는 우리 옷이 더 곱고 아름다운데 기모노 자리에 한복을 걸고 싶었다. 나는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언젠가 해롯백화점에 내가 한복을 소개하고 싶었다. 그 여행길이 한복으로 진로를 바꾼 계기가 됐다.

안그래도 사실 어머니의 바느질 솜씨를 동경하며 자랐다. 어릴 때 옷을 만드는 어머니의 손재봉틀 소리를 자장가 삼아 들으며 잠을 잤고 새벽이면 또 어머니의 바느질 소리에 일찍 깨어나기도 했다. 아버지가 맞선을 보러갔다가 어머니의 얼굴을 쳐다보기도 전에 곱게 바느질 된 버선의 뒤꿈치만 보고 반해서 청혼했다는 일화가 있다.

의상실을 열어 한복을 만들기 시작한 때는.
1980년대 말 한복 디자이너로 활동을 시작한 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서 인터뷰 기사로 나를 소개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1991년 신세계백화점이 서울 역삼동에 신혼생활관을 개관하면서 나를 한복담당 디자이너로 스카우트했다. 그곳에서 3년간 활동하고 서울 청담동에 개인 의상실을 열었다.

사단법인체로 복식연구소 설립을 추진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홍익대 미대에서 2년 정도 현대미술사를 접하면서 의상과 미술의 미학적 통섭과 상호 보완이나 융합관계에 많은 궁금증과 관심을 가지게 됐다. 복식도 창작예술의 감각으로 접근해야 시대에 맞는 작품이 나올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올해 연말 중진화가인 김일해 화백과 한복과 미술이 한자리에서 만나는 공동작업(Collaboration)전을 개최하기로 했다.

대마섬유로 만든 한복도 공개한다는 데.
안동지역에서 많이 생산해온 수공직물인 안동포, 강원도 지역의 강포, 그리고 한산 모시 등의 역사는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오른다. 마로 짠 옷감은 땀이 나도 피부에 달라붙지 않고 여름에는 다른 옷감에 비해 5도 이상 몸의 온도를 낮출 만큼 시원한 천연섬유로 애용되어 왔다. 그러나 국내산 대마재배가 위축되면서 중국산 마가 주로 수의용품으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 상주지역에서 대마단지가 조성되고 방직기를 통한 옷감으로 생산이 되어 본격적으로 남녀 전통 한복과 침구류, 각종 장신구의 소재로 활용해 작품을 만들고 있다. 말 그대로 우리의 옛 소재로 우리 옷의 멋과 품격을 살리는 작업이다.

삼베나 모시는 주로 여름옷을 만드는 데만 사용되는가.
아니다. 보온성도 강하다. 미세한 구멍인 기공이 면보다 크기 때문에 여름옷으로 만들어 입지만 겨울옷의 소재로 사용할 때는 보온성이 있는 소재로 보완을 하게 된다.

상주의 대마재배단지는 언제 조성이 되었는가.
연세대경영학과 교수 출신인 노중균 박사가 2013년 2월에 설립한 농업회사법인 제이헴프코리아(경북 상주시 화서면 소재)가 직접 경작재배한 대마로부터 박피한 껍질을 정련과정을 거쳐 마침내 국산 대마섬유의 원사화를 실현해 내가 처음으로 한복을 만들었다. 그동안 중국산 대마로부터 원사를 뽑아낸 경우는 있었지만 국내산 대마로 옷감을 본격적으로 생산하지는 못했다.

한복은 생활의상으로는 불편하기 때문에 현대인들의 의생활에서는 민속의상 정도로 밀려나 시대에 따라 변하는 유행패션도 없는 것 같다. 그러나 개량한복을 생활 한복으로 즐겨 입는 사람은 중장년층에서 간혹 볼 수 있다. 개량한복을 어떻게 보는가.

정장 장식을 단순하게 개조하고 입고 벗기 편하게 만든 개량한복을 애용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시중의 캐쥬얼 의상보다 더 활동하기에 좋다고 말한다. 정통 복식을 고수하는 것도 소중하지만 누구나 즐겨 입는 변형 한복도 한복 만드는 사람들이 창의적인 작품을 내놓아 발전시켜가야 한다.


이제 해롯백화점에 한복을 전시하는 꿈을 실현할 생각은 없는가.
지금도 미련을 버리지 않고 유럽과 미국 쪽 진출을 꾸준히 시도하고 있다. 예전에 국내 방송사가 기획 프로에서 한복과 기모노의 미적 분석을 한 적이 있다. 한복이 단순한 맵시의 기모노보다 여러 면에서 한 단계 위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내용이었다. 한복은 소재부터 섹시한 매력을 가지고 있고 전 세계 어느 소재를 비교해 보아도 상당히 독특한 점이 많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꼭 해롯백화점에서 전통한복과 퓨젼한복을 전시 하고 싶다.

한복 디자이너로 살며 즐거웠던 일들을 떠올려 달라.
정말 나는 신나고 즐겁게 일하며 살고 있다. 젊은 신혼부부에서 대통령 가족들까지 내 손으로 만든 옷을 즐겨 입고 사극드라마의 주인공과 출연진이 수백 벌씩 옷을 주문해 올 때는 춤을 추며 옷을 만든다. 직업을 잘 선택한 덕분이다. 하고 싶은 일을 즐기면서 하고 행복을 느끼며 산다면 그보다 더 부러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결코 우리 조상대대로 입은 한복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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