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찬바람만 불어다오’ 작곡가 김 덕, 베를린 가는 사연
[인터뷰] ‘찬바람만 불어다오’ 작곡가 김 덕, 베를린 가는 사연
  • 김재원
  • 승인 201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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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북 한국남자 그리던 독일여자에게 영감얻어 작곡

'찬바람만 불어다오' 작곡가 김덕.

【인터뷰365 김재원】우리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6.25 나기 2년 전인가 독일에서 선교사로 한국에 나온 그녀는 한국남자와 사귄다. 그런데 그 남자는 납북된다. 납북되면서 그가 그녀에게 남긴 것은 ‘찬바람 불면 돌아오마’ 단 한 마디. 그 한 마디를 믿고 60여년을 독신으로 기다린 여자.
그러던 그녀가 지난 2006년 한국적십자사가 벌인 이산가족 찾기 방송에 나와 그 남자를 찾아달라고 읍소한다. “찬바람 불기만 기다리며 60여년을 살았습니다. 찾아주십시오. 그 남자 찾아주세요. 내 조국 독일은 통일이 되었는데 한국은 왜 아직 통일도 못하고...”
방송을 보고 있던 작곡가 김덕은 영감을 얻어 즉석에서 작곡을 한다. 그리고 나중에 가사를 붙인 노래가 ‘찬바람만 불어다오’이다.
6.25는 우리 한국인만의 비극이 아니고 전세계의 비극으로 보아야 한다는 김 덕의 말은 옳다. 남의 나라인 한국 전쟁이 죄 없는 독일 여성 하나를, 그 인생을 잡초처럼 시들게 했다.
김 덕과 그녀의 인연은, 노래는 있지만 주인공은 보이지 않아 안타까움이 컸는데, 그 노래의 인연으로 김 덕은 독일로부터 초청을 받는다. 독일 한인교포들이 2014 베를린과 프랑크푸르트 송년음악회에 초정을 한다. 국내 어느 잡지에 실린 김 덕의 ‘찬바람만 불어다오’ 기사를 읽고 김 덕과 그 노래를 부른 가수 정윤승을 초청한 것이다. 김 덕과 정윤승은 오는 16일에 한국을 떠나 18일 베를린, 20일엔 프랑크프루트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찬바람만 불어다오’에 그런 애절한 사연이 있을 줄은 몰랐다. 그 노래는 국내에서 그렇게 히트한 것 같지는 않은데.
그렇다. 그 노래의 배경이나 주인공이 잘 알려지지 않은 상태라서, 그 노래가 지닌 사연이 잘 전해지지 않아서 그런 것으로 보인다.

독일 공연에서 ‘찬바람만 불어다오’가 어느 정도 공감을 불러올 것이라 보는가.
독일도 우리처럼 분단을 겪었던 나라다. 베를린은 바로 저 유명한 베를린 장벽이 있던 곳 아닌가? 그 곳 독일인들이 분단의 사연과 개인적 비극이 얽힌 이 슬픈 러브스토리를 이해해 주리라 믿는다.

공감대가 형성되면 그 노래가 베를린에서, 그리고 독일에서 히트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들린다.
(웃음)그랬으면 좋겠다.

방송을 보며 즉석에서 작곡했다는데, 어떤 영감을 받아 곡을 쓴 것인가.
역사와 개인의 관계에서 오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역사적 사실이 한 개인의 운명을 그렇게도 밟아놓을 수 있다는. 한국여자도 아닌 독일여자가 한국남자의 ‘찬바람 불면 돌아오마’라는 말 한 마디에 자기 인생을 다 걸었다,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순결, 정조관념, 기다림 이런 단어는 우리나라 여성들만이 아는 단어라고 생각했는데. 죄 없는 독일여성 하나가 한국전쟁 피해자로서 일생을 다 바쳐 한 남자를 기다리며 살았다는 사실이 가슴을 메이게 했다.

독일여자의 방송이 나가는 동안 바로 악상(樂想)이 떠올라 작곡을 했다는데, 그렇다면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작곡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내 마음이 손끝에 실려, 내가 작곡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내 손에게 뭐라고 지시를 한 것 같기도 하고... 좌우간 내게도 신비한 순간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찬바람만 불어다오’의 모티브가 된 방송 얘기를 구체적으로 해달라.
계절적으로 초여름(6월)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집에서 쉬고 있는데 대한적십자사의 이산가족찾기 방송에 갑자기 독일여성 하나가 화면에 보였다. 항의조로 얘기를 하는데 통역이 전해주는 내용을 듣다가 갑자기 긴장해서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그녀가 울면서, 그리고 항의조로 하는 얘기를 들으니, 특히 남북한이 통일도 못하고, 전세계 하나밖에 없는 분단국으로 남은 덕분에 내 인생은 이제...하는 부분에 이르러 나도 모르게 손이 종이와 펜을 집어와 바로 악보를 그리기 시작했다.

가사는 나중에 붙인 것인가, 작곡가는 대개 가사를 보고 나서 작곡을 한다는데.
맞다. 나도 작곡부터 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런데 ‘찬바람만 불어다오’는 작곡이 끝나고 나서야 가사를 붙였다. 그리고 오랫동안 ‘찬바람 불 때 돌아오겠다’는 한 마디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아서...

그럴 땐 어떻게 했나, 술이라도 마시면서?
술은 못한다. 그 독일여성의 눈물과 항의조의 얘기가 나를 놓아 주지 않는 날은 색소폰을 불든가 기타를 치며 시간을 보냈다.

그 독일여자로 해서 마음 울적하고 괴로울 때 작곡한 다른 노래는 없나.
‘찬바람만 불어다오’를 작곡한 후 한동안 작곡에 손을 댈 수 없었다. 일종의 공황상태가 와서 그런 건지 모르지만.

김덕 작곡가는 색소폰 연주자로도 유명하며 평창올림픽 주제곡도 작곡했다. 이번 베를린행에는 가수 정윤승(사진 오른쪽 위)도 동행한다.

못 다루는 악기가 없다고 들었다.
뭐 그 정도는 아니지만.... 미국에서 음악을 전공했는데 기악 전공이었다. 색소폰, 클라리넷, 피아노, 기타, 전자오르간, 하모니카, 드럼 등 대부분의 악기를 소화하기는 한다.

누가 그러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색소폰을 잘 연주하는 음악가가 바로 김 덕 작곡가라고 하던데.
그냥 듣기 좋으라고 그러는 것 같다.(웃음)

우리나라 색소폰 연주가 겸 작곡가 1세대는 길옥윤, 뒤를 이은 이가 이봉조, 그 다음이 김 덕이란 얘기가 파다하다. 김 덕은 연세대학교 음악과(74학번)를 졸업했다. 졸업 후 79년에 미국으로 건너가 워싱턴유니버시티를 졸업하고, 콘서바토리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미국 생활 25년 만에 귀국하면서 김 덕은 음악치료라는 개념을 국내에 도입했다. 음악치료라는, 당시로서는 생소한 테마를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전개함으로써 마음이 병들거나 아픈 사람들을 위한 하나의 전기를 마련한다. 마침 IMF라고 하는 괴물이 우리나라를 통치하던 때였다. 김 덕은 음악치료라는 생소한 분야의 파이어니어로서 최병철 박사(숙대 대학원 음악치료학과장)와 함께 음악치료과정을 성공시킨다. 이후 음악치료는 이화여자대학교, 세종대학교 등 여러 대학에서 많은 후진을 양성했다.

음악치료, 또는 ‘찬바람만 불어다오’ 등 일련의 경력을 보면 역사의식 또는 주체의식, 사회성 짙은 작곡가로 여겨지는데,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는가.
거창하게 역사의식 그런 건 아니고... 난 그저 작곡가로서 음악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가요부문이 아닌 쪽의 작곡도 있나.
얼마전 존경하던 김흥수 화백이 돌아가셨을 때 ‘영혼의 용서’라는 곡을 그 영전에 바친 일이 있다.

인체공학을 전공한 이구연 박사가 하관식 때 불렀다는 그 노래?
그 노래다. 나는 대중음악이니 정통음악이니 해서 구별한다는 것 자체를 좀 별로라고 생각한다. 21세기는 그런 장르의 벽이 다 무너지고 서로 소통하고 새롭게 합쳐지는 추세다. 난 장르가 무너지고 합쳐지는 현상에 대해선 찬성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음악을 비롯해 소위 순수예술이란 것은 소수 사람들만이 독점하게 된다. 그건 21세기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음악이나 정통 예술을 소수의 사람들, 즉 왕권이나 교권(敎權)을 가진 사람들이 독점하던 시대의 예술과 현재의 예술을 비교한다면 어느 쪽에 점수를 주고 싶은가.
당연히 현대가 좋은 시대다. 왕권이나 교권이 예술을 좌지우지 했던 것은, 권력을 지닌 소수의 사람들이 예술가들에게 경제적 지원을 하면서 나온 결과라고 본다. 그러나 지금은 권력이나 경제력이 다 대중에게서 나온다. 대중이 시대의 영웅이다. 현재의 대중이 과거 시대의 왕권이나 교권보다 훨씬 강하다.

김 덕은 다작 작곡가는 아니다. 지난 여름 노래방을 휩쓸었다는 ‘장대비’를 비롯해서 ‘영심이’ ‘당신 사랑해’ ‘그대 곁에 머물고 싶어’ ‘내 사랑 당신’ 등 400여곡 정도 작곡을 했다. 또 ‘박정희대통령 추모곡’(이은상 작사), ‘육영수 여사 추모곡’(모윤숙 작사) 등도 기억할 만하다. 최근에는 2018 평창올림픽 주제곡(공한수 작사)을 작곡했다.

독일에서 2회 공연을 하는데 어떤 레퍼토리를 준비했나.
내가 연주할 수 있는 악기 전부를 연주할 생각이다. 한국음악, 독일, 프랑스, 멕시코, 라틴 음악까지 동원해서 총력을 기울일 생각이다.

일생일대의 무대가 될 것 같다.
그렇게 해서라도, 독일 어디에 생존해 있을지 모를 그 독일여자를 만났으면 좋겠다. 만약 그녀가 이미 이세상 사람이 아니라면, 그 형제자매라도 만나 내 뜻을 전하고 싶다. 자기의 남자는 못 만났지만, 내가 작곡한 노래라도 전하고 싶다.

혹시 독일 쪽 매스컴들이 그녀를 찾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고 듣기는 했다.

독일 쪽에서 다른 제의가 들어온 것은 없나.
다큐멘터리 만들자는 제의는 들어온 것으로 알고 있다.

생존해 있든 아니든 ‘독일 망부석’에게 꼭 김 덕 작가의 메시지가 전해지기를 바란다.
그렇다면 원이 없겠다.

*'찬바람만 불어다오' 가사

1. 찬바람 불면 돌아온다고 약속하고 떠난 님아
언제까지나 기다림 속에서 지워야만 할까요
가는 세월에 그 누구가 내 마음을 알아줄까
하루하루 기다린다오 찬바람만 불어다오
2. 찬바람 불면 돌아온다고 약속하고 떠난 님아
다시 온다는 기다림 속에서 기다려야만 할까요
흘러간 세월 그 누구가 되돌릴 수 있을까요
하루하루 기다린다오 찬바람만 불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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