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송혜교 “비로소 힘빼고 하는 연기의 맛을 알게 됐다”
[인터뷰] 송혜교 “비로소 힘빼고 하는 연기의 맛을 알게 됐다”
  • 김보희
  • 승인 2014.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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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교는 영화 '두근두근 내인생'에서 선천성 조로증을 앓고 있는 아이의 엄마 미라 역을 맡았다.

【인터뷰365 김보희】 인터뷰를 일정 잡고 만나러 가는 길, 기대보다는 걱정이 컸다. 인터뷰이 송혜교(32)는 지금 영화보다는 세금 사건으로 세간의 이슈를 모으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었다.
사건이 터지기 전 영화 ‘두근두근 내인생’ 제작보고회에서 그녀는 당당하고 화려하게 무대에 등장해 영화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하지만 사건이 터진 후 언론시사회에서 검은색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오른 그는 이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도 굳은 얼굴을 펴지 못했다.
인터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송혜교는 ‘인터뷰를 하고 있는 것이 맞는 건지 모르겠다’며 죄송하다는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말 한마디 조심스럽게 시작하는 모습에서 그간의 마음고생이 느껴졌다. 이날 송혜교는 세금사건으로 시작해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에 대한 이야기, 배우로서 연기에 대한 생각을 꺼내놓으며 서서히 미소를 찾았다.
‘두근두근 내 인생’은 17세에 자식을 낳은 어린 부모와 16세지만 80세의 신체를 가진 아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송혜교는 극중 선천성 조로증을 가진 아름이의 엄마 미라 역을 맡아, 생애 첫 엄마 역할에 도전했다.

그간 ‘두근두근’한 날들을 보내고 있었겠다.
지금은 내가 어떤 말씀을 드릴 수 있겠나, 지난 잘못된 과거에 대해 너무나 많은 분들이 피해를 입고 있고. 나의 불찰로 일어난 일이기에 죄송하다는 말씀 다시 한 번 드리고 싶다. 또 실망하신 분들에게도 정말 죄송하고 만해할 수 있게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지금은 오로지 하나다. 많은 분들이 보시기에 ‘영화 홍보하려고 저렇게 나와서 하네’라는 생각이 있을 것이다. 솔직히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일 때문에 영화를 사랑하고 만들어준 분들이 피해를 입는 모습이 너무 죄송스럽다. 그런데 내가 숨어버리면 그것 역시 무책임한 행동이고, 못할 행동이기에 쓴소리 충고를 다 받아들이고 내가 한 약속은 지켜야겠다는 생각에서 인터뷰도 하고 있다. 인터뷰를 하고 있는 중에도 내 스스로는 ‘하는 게 옳은가’라는 갈등도 있다. 하지만 영화를 위해 애써주신 분들에게 최대한 피해를 줄여주는 게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영화 얘기로 가보자. ‘두근두근 내 인생’을 출연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이재용 감독님이 컸다. 존경하는 감독님이고, 오래전부터 친분이 있는 감독님이기에 같이 작업하고 싶었는데 몇 년 전에 하려고 했던 것은 인연이 안됐고, 이번에 시나리오 제안이 들어와서 한번 책을 읽고 하겠다고 했다. 시나리오를 읽고 선택한 이유는 기존에 어두운 캐릭터를 많이 해서 그런지 소재는 무겁지만 발랄하고 씩씩한 캐릭터가 좋고 끌렸다.

이 감독은 어떤 사람인가.
사석에서 뵈었을 때는 부드럽고 말도 재밌게 해주는 따뜻한 분이셨다. 일을 함께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현장에서는 카리스마 있고 말씀도 별로 없었다. 냉정하셨다고 해야 하나, 다른 모습을 봤다.
감독님이 워낙에 꼼꼼하고 완벽주의자 면이 있다. 촬영이 들어가기 전에 모든 것을 정리하고 들어가고 싶어 하셨다. 그래서 촬영 들어가기 전에 감독님과 영화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동안 송혜교는 두드러지거나 극을 이끄는 역할을 많이 했다. 하지만 ‘두근두근’에서는 서브 역할이라서 좀 놀랐다. 의외의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는 아들 아름이 위주이며 아들과 아빠가 중심이다. 하지만 거기서 미라가 서포트해주면서도 챙겨갈 부분이 있었기에 매력이 있었다. 그리고 그간 내 위주의 영화를 하다보니 따뜻하고 관객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가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그리고 두 배우를 빛내주는 연기도 도전해보고 싶었다. 매번 내가 빛나거나 부각되는 연기를 하다보니 서포트 역할도 해보고 싶었다.

서포트 연기에 중점을 둔 게 있다면.
너무 힘을 주지 말자라는 생각으로 임했다. 힘을 준다는 자체가 본인이 잘 보이기 위한 욕심이 있는 것이기에 힘 빼고 마음 가볍게 현장을 가자-기본 베이스를 이렇게 깔고 갔다. 극중에서 미라가 힘을 줘야 하는 부분은 딱 3장면 정도였다. 그 장면을 찍을 때는 감정에 힘을 줘서 찍었다. 또 현장에서 강동원과 아름이가 더 잘 보이는 것에 대해 연기적으로 이야기를 많이 했다.

힘을 빼는 연기가 이번 작품이 계기가 된 것인가.
내가 연기의 신이 아니라서 한 번에 된 것은 아니다. 아무래도 노희경 선생님 작품을 비롯해 왕가위 감독님 오우삼 감독님 등의 작품을 20대 중반부터 30대 초반까지 함께 해오고,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서 경험을 통해 이뤄진 것 같다. 나 혼자라면 전혀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많은 분들을 통해서 (힘을 빼고 연기하는 걸) 알게 되고 배웠다.

그래도 극중 역할이 엄마다. 싱글 송혜교에게 연기는 어땠나.
엄마가 되어 본 적이 없어서... 그러나 다행히도 미라 캐릭터는 나랑 나이도 같고 발랄하고, 남편도 철이 없는 캐릭터이고. 부족한 부모가 아들을 통해 성장하는 극이었기에 그 부분에 있어 덜 부담스러웠다. 또 친구 같은 엄마 역할이라서 더 수월했다.
나는 살가운 성격이 아니라서 현장에서 엄마처럼은 잘 못 챙겨줬지만 아름이와는 친구처럼 지냈다. 물론 단답형으로 말이 돌아오거나, 10개를 물어보면 겨우 대답해주는 시크한 모습이 있었지만 덕분에 실제로 친구처럼 지냈고, 그런 부분이 영화에서 녹았다.

이번 작품 말고 엄마 역할 제안이 들어온 적 있나.
있다.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최근에 몇 작품 정도 받았다. 하지만 다행히도 모성애가 가득한 엄마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엄마 이라는 설정일 뿐이고 다른 내용이었다.

왜 젊은 여배우들이 엄마 역할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을까.
나는 기피하지 않아 잘 모르겠다. 그래도 이 작품을 한다고 했을 때 ‘왜 벌써 엄마 역할을 하는가’라는 시선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이 시나리오를 받고 ‘아 내가 이제 엄마 역할을...’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만약 모성애가 강한 역할이라면 ‘왜 내가 벌써 이런 작품이 왔을까’라는 생각을 한 번쯤 했을 것 같은데. 미라 캐릭터는 모성애보다는 친구 같은 부분이 커서 그런 느낌은 전혀 안 받았다.

오히려 17세의 과거 장면에서 교복을 입어야 한다는 것이 더 부담됐고 민망했다. 미라 자체가 걸그룹이 되고 싶은 끼 많은 소녀였기에 교복도 타이트하게 입고 깻잎머리를 했다. 촬영 당시 다 분장을 하고 나가려니 못나가겠더라. 친한 스태프들임에도 불구하고 민망했다. 그래서 앞으로는 교복 입는 것을 자제해야겠다 싶었다.

18살에 데뷔해 수 많은 작품에 출연한 송혜교는 아직까지도 가장 어려운 것이 연기라고 답했다.

영화를 할 때 기피하는 역할이 혹시 있나.
나는 캐릭터에 대해 ‘안 해야겠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없다. 그동안 망가지는 모습 등 다양한 캐릭터를 못 보여드린 것에 대해 핑계를 대자면, 여자들이 매력적이게 나오는 시나리오가 없었다. 그렇다보니 괜찮은 여자 캐릭터가 나오면 여배우들이 경쟁을 해야 하고. 또 시나리오 속에 여성들이 캐릭터가 뻔한 작품들이 많았다. 남자영화라고 해도 그들 사이에서 힘이 있는 캐릭터라면 언제든지 하고 싶다. 요즘에는 강동원 배우가 나온 ‘군도’처럼 멀티캐스팅으로 선배들이 많이 나오는 영화에 출연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

극중 미라는 17세에 아기를 낳았고, 조로증이 있는 아이를 키워오며 청춘을 보냈다. 실제 송혜교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 것 같나.
못할 것 같다. 아이를 낳고 부모와 가족들을 버리면서까지 그 과정을 책임지고 살아온 것이지 않나. 미라는 17세 때 경험한 거지만, 만약 내가 33세에 경험한다고 해도 너무 무서울 것 같고. 앞으로 이 길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하나 걱정만 앞설 것 같다.
책임감 부분에서 미라가 멋지다고 생각했다. 나는 17세에 데뷔해서 매니저 등 사람들의 보호 속에 살아온 사람이다. 창피하게도 지금 내 나이에 알아야할 사회적인 부분에 있어 모르는 부분이 많다. 그런 것을 비교 해봐도 미라가 나보다 어른스럽고 대단한 인물인 것 같다.

앞으로 일과 가족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텐데. 지금은 어떤가.
지금은 솔직히 내 앞가림할 여유도 없어서. 아직까지 나이만 먹었지 모르는 것들이 많다. 한 가정을 책임지고 끌고 나가는 것에 대해 자신이 없다.

이야기를 바꿔서 중국 활동에 대해서 묻겠다. 중국에서 인기가 많고, 오우삼 감독 등 중국 유명 감독들과 작업했다. 중국 활동은 어떤가.
‘가을동화’라는 작품이 아시아에서 사랑받은 것을 계기로 중국 활동을 하게 됐다. 이후 ‘풀하우스’ 등이 방영이 됐고, 중화권 분들에게 얼굴을 알리게 됐다. 그러다 인연이 돼서 왕가위, 오우삼 감독님 작업도 하게 됐다. 이제는 중국 분들이랑 만나서 이야기해보면 ‘외국배우가 다른 나라에 돈 벌러 왔구나’라는 느낌이 아니라 14년간 꾸준히 활동해서 좋게 봐주신 것 같다. 그래서 한편으로 자국배우라고 생각해주시는 의견도 있다더라. 특히 왕가위 감독님의 힘든 스타일을 아시는 분들이 외국배우가 4년이라는 시간을 잡혀서 연기를 한 것에 대해 큰 점수를 주신 것 같다.

중국과 한국 현장 분위기는 다른가.
감독님 성향 때문에 현장이 달라지는 것이 다를 뿐이지, 나머지는 비슷하다. 큰 차이 없다.

중국에서는 시대극을 많이 했다. 어떤 포인트를 두고 작품을 고른 것인가.
한국과 똑같다. 하지만 그동안 같이 했던 왕가위 감독님과 오우삼 감독님은 워낙 거장이시기 때문에 시나리오가 어떻다 보다는 같이 작업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오우삼 감독님 작품은 시나리오가 정말 좋고 재밌게 읽었다. 최근에는 중국 현대물 영화 촬영을 마쳤다. 중국 여성들이 읽기 시작한 베스트셀러 작품을 영화로 옮긴 것인데 사랑 이야기다. 현대물로 굉장히 시나리오가 재밌고, 여배우 출신 데뷔 감독님이신데 재밌게 촬영했다.

디자이너 칼 라거펠드와 작업도 하고 미국에서 ‘페티쉬’ 촬영도 하는 등 해외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계획을 하고 활동을 한 건 아니다. 순간순간 인연이 되면서 하게 됐다. 칼 라거펠드와 작업도 좋은 기회가 생겨 성사된 경우다. 앞으로 해외 활동에 대해 어떻게 살지 어떤 연기를 할지는 그림이 안 그려진다.

같이 호흡을 맞추고 싶은 외국 배우나 감독이 있다면.
중국 여배우 공리와 해보고 싶다. 이번에 상하이 영화제 때 뵀는데 정말 멋지더라. 실제로 보니 카리스마도 있고 여신 같았다. 반면 대화할 때는 소녀같은 부끄러움을 가지고 있었다. 기회가 되면 함께 작업을 하고 싶다.

데뷔 당시와 지금, 연기적인 면에서 발전했다고 생각했나.
20대에는 멋모르고 연기를 했던 것 같고 연기에 대한 분석도 잘 몰랐다. 열심히만 했던 것 같다. 30대가 되고 경험이 쌓이니 비우는 것도 알게 되고 상대 배우를 빛나게 해줘야 하는 것도 알겠고, 같이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굉장히 즐거운 시간이라는 것도 뒤늦게 알게 됐다. 예전에는 내꺼만 챙겼는데 이제는 상대방 것도 챙겨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지금이 연기자로서는 더 좋다.

그동안 해온 작품 중에서 가장 힘든 작품이 있었다면.
‘황진이’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도 힘들었다. 사극도 처음이었고 타이틀롤이라는 부담감도 있었고, 당시 8개월 동안 편하게 잔 시간이 하루 2시간이 채 안됐던 것 같다. 불면증에 시달렸다. 오히려 현장에서 쉬는 시간 쪽잠 자는 게 편했을 정도다. 가채도 그렇고 심리적으로도 힘들었다.

지금 다시 ‘황진이’를 하자고 제안이 온다면.
너무 늙지 않았나.(웃음) 내가 그때 황진이를 선택한 이유가 이 때 놓치면 언제 황진이를 할 수 있을까 생각으로 한 것이었다. 당시는 어렸으니까. 지금은 나이가 많을 것 같다.

앞으로 어떤 배우관을 가지고 연기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그동안 송혜교가 연기하는 것이 극중에서도 송혜교로 보이는 문제가 있었다. 그런 것들이 몰입력이 떨어뜨리게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트라우마처럼 느껴지지만, 앞으로는 캐릭터로 보이게끔 연기를 완벽하게 하는 것이 매 작품마다 나에게는 숙제 같다.

트라우마가 생긴 이유가 무엇인가.
CF 등으로 스타이미지가 더 강해지다 보니, 시청자들이나 관객들이 나를 작품 속 인물로 보는데 어느정도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그만큼 연기를 못했다는 것이기 때문에 연기할 때 내가 더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송혜교처럼 안 보이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그 캐릭터에 맞게끔 연기를 하려고 한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처럼 연기하려고 하는 건 못하겠다. 내 안의 범주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한다. 연기 잘 하는 배우가 되고 싶은데, 연기는 해도 해도 어려운 것 같다.

김보희 기자 interview36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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