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군도’ 하정우 “도치 캐릭터 속에 윤종빈 감독 있다”
[인터뷰] ‘군도’ 하정우 “도치 캐릭터 속에 윤종빈 감독 있다”
  • 김보희
  • 승인 2014.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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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는 '군도'에서 백정 돌무치(도치) 역을 맡아 강동원과 맞대결을 펼친다.

【인터뷰365 김보희】하정우는 역시 하정우(36)였다.
어떤 역할이든 제 옷을 입은 듯 소화해내 ‘믿고 보는 배우’라는 타이틀을 얻은 하정우는 이번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이하 군도)에서도 역시 그다웠다.
이 영화에서 하정우는 무식하면서도 순수하고, 웃기면서도 무서운 양면의 캐릭터를 표현해냈다. 양손에 무식한 칼을 들고 화상분장까지 하며 꽃미남 강동원의 칼에 맞섰다. 특히 몇몇 장면에서 하정우의 ‘포스’도 느끼게 했다.
‘군도’ 이전 하정우의 필모그라피는 쟁쟁하다. 영화 ‘추격자’에서 싸이코패스 살인마, 일명 4885로 불리던 그는 정말 정신이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얻을 정도로 배역에 밀착됐다. 이후 ‘멋진 하루’에서 찌질한 과거남, ‘국가대표’의 고집 있는 스키점프 리더, ‘황해’에서 김을 좋아하는 연변 남자, ‘의뢰인’에서는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는 검사, ‘범죄와의 전쟁’에서 조직의 보스, ‘베를린’의 북한 공작원, 실시간 테러 중계를 하는 ‘더 테러 라이브’까지. 숨가쁠 만큼 다채롭게 달려온 그다.
연출에도 도전해 지난해 첫 상업영화 연출작 ‘롤러코스터’를 선보인 후, 현재는 ‘허삼관매혈기’의 감독과 주연을 맡아 바쁜 촬영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영화 ‘군도’로 삭발했던 머리가 덥수룩하게 자란 하정우를 삼청동에서 만났다.

연기 잘하는 병에 걸린 것 같다. ‘군도’도 존재감이 대단했다.
과찬이다. 그래도 7개월간 고생하며 촬영했는데 좋게 봐주셔서 기분이 좋다.

예고편 등을 통해 접한 ‘군도’는 대하드라마로 기대했는데, 시트콤 느낌이 강했다.
대서사를 기대했을 수도 있다. ‘민란의 시대 봉기’라는 표현 때문에 그런 부분이 있지만, 오락적인 상업영화로서 있는 그대로 봐줬으면 좋겠다. 할리우드 흥행작을 보면 비극이 있기 전에 희극으로 풀어주는 것이 정석이며, 작가님도 그런 부분을 표현했다고 본다. 진지하게가 아닌, 가볍게 이야기했다.

이 영화의 시놉시스를 들었을 때 색달랐다. 그동안 윤종빈 감독은 시대 속의 현실을 남성적으로 그리며 무언가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애썼다. (윤종빈 감독의) 전작들이 마음 속 메시지 외침 전달이라면, 이번에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라고 했다. 그래서 기뻤다. 내가 윤 감독의 새로운 뭔가에 동참한다는 것이 기뻤다.

윤 감독의 개그를 잘 모르지만, ‘군도’를 보면 하정우의 개그가 보인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몇 년간을 친하게 지내고 작품도 같이 하다 보니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자연스럽게 녹아나오는 것 같다. 그런 부분이 제일 많이 삽입된 작품이 ‘비스트 보이즈’다. 각자 파이팅하는 액션이 평소에 있는데 그게 캐릭터에 들어갔다. 이번 ‘군도’에서도 ‘살 좀 빼’라는 말은 애드리브가 아니라 정말 서로에게 할 말 없을 때 하는 평상시 농담이다. 신인배우 시절에 매니지먼트사가 배우 조언에서 할 게 없으면 “살 빼”라는 말을 많이 한다. 남자에게는 ‘운동 좀 해’ 여자는 ‘고칠 때 없니.’ 친하고 서로 신인 시절 같이 고생한 배우들은 아니까. 그런 종류를 윤 감독이 순간순간 캐치하거나 상의해서 넣었다.

18살 설정도 그런 맥락인가.
윤 감독에게 어느 날 돌무치 나이를 물었는데 18살이라고 하더라. 그렇게 웃고 넘어간 찰나에 마동석 씨와 붙는 장면이 있었다. 멱살을 내며 서로 성질을 내는 장면이었는데 쉬는 시간 현장에서 농담 따먹기, 실없는 이야기를 하던 중 “형 도치 나이가 몇 살인 줄 알아요”라며 18살 이야기를 꺼냈다. 그랬더니 동석이형이 “그럼 난 22살인가”라고 하며 웃었다. 이를 본 윤 감독이 이걸 넣어보자 즉흥적으로 제안했다. 대사도 없이 상황만 정해지고 그 촬영을 했다. 사실 그렇지 않은 테이크가 있었다. 무리수일까 괜찮을까 윤 감독도 고민을 한 것 같다. 결국 후반에서 고민을 하다가 재밌는 느낌으로 넣은 것 같다. 그 장면은 도치가 조윤과 맞닥뜨리기 전 장면이다. 관객들을 릴렉스 시키고 가자는 의도였다.
또 변명을 하자면.(웃음) 조선시대 그 당시 평균 수명이 40세 넘기기 힘들었다. 18살이면 그 정도 비주얼이지 않았을까.

현장 분위기가 이야기만 들어도 굉장히 재밌어 보인다.

마동석, 조진웅 등 이 팀에 애드립 욕심이 강한 분들이 많았다. 그래서 도적 이야기가 더 많았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또 윤 감독과도 몇 년 간 보다보니 현장에서 감독님 등 제작진을 선생님 사장님 실장님이라고 부르며 즐겁게 촬영했다.

액션 촬영 도중 부상을 당했다고 하던데.
쌍칼이 짧다보니 손에 익히고 돌리고 하는데 힘들었다. 그러던 중 강동원의 장칼과 대나무 숲에서 대결을 벌이는 장면이 있었는데 팔이 그 칼에 스쳤다. 나중에 보니 파였더라. 소품용 칼이라서 위험하지는 않았지만 외과에서 치료를 받고 지금은 괜찮다.

극 초반, 집이 불에 타면서 화상을 당하는 장면이 있다. 위험천만해보이더라. 또 복수의 감정이 생기는 지점이라는 점에서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화상 당하며 대머리가 되는 장면이다. 초중반에 찍은 장면으로 부담이 컸다. (엄마와 여동생이 죽는 상황) 신파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다. 또한 복수에 대한 명분과 감정이 생기는 지점이었기 때문에 끝까지 싸울 수 있는 경계선을 지키기가 어려웠다. 그런 점에서 ‘황해’나 ‘베를린’에서 감정오열을 많이 보여줬기에 어떻게 돌무치스럽게 울까... 고심 끝에 눈물보다는 침이나 콧물을 보이면 감정도 전달하고 적당하게 그릴 것이라 생각했다. 최대한 고개를 숙이고 눈물이 아닌 분비물로 감정을 표현했다. 다행히도 감정이 잘 살아서 분비물이 잘 나왔다. 사실 청양고추를 먹어야 하나 고민했다.(웃음)

그 씬뿐만이 아니라 특수분장도 고생했다. 화상뿐만 아니라 전신 분장을 했다. 특히 숯검뎅이가 되기 위해 발바닥까지 칠했다. 집요하게 칠했다. 분장은 세 시간 정도, 촬영 후 닦는 데만 한 시간이 걸렸다.
머리 화상 분장은 그린 것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설계된 라텍스를 썼다. 분장만 11명이 달라붙었다. 여름 촬영이었는데 그 사이로 물이 차더라. 정말 예상치 못했다.

강동원과 호흡은 어땠나.
대체적으로 잘 맞추는 편인데 강동원은 조금 걱정했다. 그런데 예상 외였고 3살 동생인데 좋았다. 강동원과는 사적인 자리를 많이 했다. 둘이 만나는 장면도 많았고 시골에서 촬영하는데 딱히 쉬는 시간에는 할 일이 없었다. 그래서 거의 매번 촬영이 끝나면 강동원이 맛집을 알아봐서 다 같이 갔다. 기억나는 것이 광주 떡갈비. 소고기보다는 돼지고기가 더 맛있더라. 육전도 기억에 남고. 하동 산채정식... (웃음) 그래서 촬영 끝나기 한 시간 전에 동원이와 뭘 먹으러 갈지 상의했다. 그게 없으면 제방에서 윤 감독과 셋이서 막걸리 한 잔하고 자던지.

극중 갈등을 벌이는 인물인데 친하게 지내면 몰입도에 지장을 주지 않나.
연기와 생활은 연관이 없다. 카메라 앞과 뒤는 완전히 다르다. ‘범죄와의 전쟁’을 통해 최민식 선배님과 친해지고. ‘추격자’를 통해 김윤석 선배와 친해졌다. 그 사람에 대해서 알면, 어떤 표정인지 알기 때문에 액션에 대해 받아쳐 줘야겠다는 느낌을 아는 것 같다.

강동원 말 타는 모습에 반했다던데.
매력 있다. 근데 걱정이다. 찌라시에 내가 남자를 좋아하는 게이라는 소문이 많아서 조심스럽다. 윤 감독이랑 사귄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던데. 하지만 세상은 다 알고 있다. 촬영은 힘들었지만 한적한 하동에서. 7개월 좋은 시간을 보냈다. 덕분에 고단함을 이겨냈다.

그동안 윤 감독의 페르소나로 불렸는데 이번에 강동원이 그 자리를 꾀할 것 같던데.
섭섭하지 않다. 동원이라는 친구를 알았다는 게 든든하고. 동료가 생긴 게 반가운 일이다.

반대로 연출을 하고 있는데 함께 하고 싶은 배우, 페르소나였으면 하는 배우가 있나.
음...(고민) 이번에 촬영 중인 ‘허삼관매혈기’ 팀이 그렇다.

배우에 이어 감독으로 변신한 하정우는 '허삼관 매혈기' 촬영을 진행 중이다.

하정우를 볼수록 다양한 얼굴이 있는 것 같다. ‘러브픽션’ ‘범죄와의 전쟁’ ‘더 테러 라이브’ ‘군도’까지. 다양한 역할을 연기하고 잘 소화해낸다는 것은 좋은 것인데. 너무 자연스러워 쉽게 연기하는 듯 보일 때도 있다. 본인은 어떤가.
요즘에 메이저리그에서 활동하는 류현진 선수를 보면서 ‘저 사람은 어떻게 저렇게 쉽게 던질까’라는 생각을 하며 놀랍기도 하고 감탄도 했다. 그렇게 바라보다가 류현진 선수의 칼럼을 우연히 보게 됐다. 공 하나하나 던질 때 마음, 모든 경기를 퍼펙트게임으로 생각하며 임하고 있다는 투쟁심이 놀라웠다. 그동안 내가 보는 것과 다른 류현진이 느껴졌다. 짠한 느낌.
대사 한마디 뱉는 게 공포스러울 때가 있다. 관객들에게 첫 말이 어떻게 느껴져야 할지에 대한 배우로서 두려움. 그런 점에서 ‘군도’는 고단할 것을 예상했다. 먼저 분장, 칼, 말, 액션 등 생소한 부분이 있었다. 또한 ‘더 테러 라이브’를 끝내고 한 달 후에 촬영이 들어갔는데, 이 역할을 소화할 수 있을 만큼의 정신적인 체력이 필요했다. 그래서 매일 8시간씩 한달 동안 걸었다. 집 앞에서 미사리까지 걸었다. 체력도 늘리고. ‘어떤 캐릭터 일까’ 생각하며 그렇게 담을 수 있을 만한 자리를 해놓고. 캐릭터를 생각했다. 윤 감독과 예전부터 이야기하며 씨앗을 일찍 키워 놨던 것이 도움이 됐다.

8시간 동안 생각하며 나온 캐릭터가 돌무치(도치)인가.
돌무치의 틱과 리듬을 타는 듯 건들거리며 걷는 걸음거리 등이 그때 나왔다. 이 캐릭터를 만들며 처음 오델로를 생각했다. 무어인 흑인. 흑인의 리듬감을 가지고 걸으면 재밌겠다. 그래서 흑인의 대표 인물인 레이 찰스와 스티비 원더를 생각해 그들이 노래를 부를 때 제스처 리듬감 등을 캐릭터에 넣었다.

그리고 돌무치에서 도치로 변화는 과정에서 분장도 강렬한데 연기까지 세게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보통은 인물이 강인한 사자로 변신하는데 나는 귀염성 있는 동물을 찾았다. 머리가 까졌다는 점에서 물개 등에서 도움을 받았다. 눈밭에 얼굴을 파묻고 있다가 고개를 드는 장면에서 고개를 끄덕이는데 이것은 새끼물개가 물에서 나올 때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따라해 표현해봤다. 그런데 한 방이 없었다. 돌무치스러운 한방. 그러던 중 윤 감독을 관찰하게 됐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서 모든 인물이 감독 속에 있다. 그래서 돌무치나 도치도 윤 감독의 영혼에서 나온 거라고 생각해 평소 습관인 고갯짓을 따라 했다.

스스로 연출도 했는데. 캐릭터가 감독 속에 있는 경험이 있었나.
재밌는 경험이 있었다. 갤럭시 옴니버스 단편 영화를 찍게 됐는데. 이재용 감독님이 쓴 시나리오를 보니 딱 그 인물이 이재용 감독님 같았다. 그래서 대놓고 안경도 쓰고 나긋나긋한 말투도 따라 해야겠다. 재밌어 하시며 만족스러워 하셨다.
이후 ‘롤러코스터’를 찍으면서 내 몸 속에서 내 디렉션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무의식중에 내 것을 이야기하는구나. 누군가 대신 표현 했을 때 재미가 느껴진다. 배우는 그런 점에서 연기하는 재미가 느껴지며, 연출은 표현한 것을 바라보는 재미가 있다.

지난해 ‘더 테러 라이브’가 ‘설국열차’와 맞대결을 했다. 올해도 ‘군도’가 ‘명량’ ‘해적’ ‘해무’와 대결한다. 매번 이런 순간이 오면 어떤가.
한국영화 다 잘됐으면 좋겠다. 오늘의 경쟁상대가 내일의 동료가 되기 때문이다. (흥행이 잘 되지 않아) 상처를 받는다면, ‘더 좋은 일이 있을 것이다’라고 생각하며 서로 위로를 할 것 같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다 한층 성장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잘 됐으면 좋겠다.

연출도 직접 하는데 ‘군도’에 대해서 아쉬운 점은 없나.
아쉬운 부분도 있다. 좋은 부분도 있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내 취향이니까. 윤 감독이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 ‘군도’이고 그가 노력 끝에 만든 결과물이다. 그의 선택을 존중한다.

‘군도’를 정치적인 의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러한 시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민란의 시대라는 점에서 지금의 현실을 투영해서 볼 수 있지만, 난 모르겠다. 어떤 의도로 그렇게 그 시대를 선택했는지. 영화적인 세팅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재미있고 즐겁게 영화를 보셨으면 좋겠다. 가까운 예로 ‘더 테러 라이브’도 결말에 대해 정치적인 것이다 아니다 말이 많았다. 하지만 난 그런 생각을 안 하고 촬영했다. 보는 사람들의 시각차일 뿐인 것 같다.

연출을 한 이후 ‘군도’ 촬영을 하게 되면서 보는 시각이 좀 달라졌을 것 같은데.
달랐다. ‘롤러코스터’를 촬영하고 ‘더 테러’를 하고 ‘군도’를 촬영했는데. 시선 자체가 달라졌다. 저기서 왜 조명 세팅을 저렇게 했는지. 사극이라 키 조명이 오래 걸리는구나. 감독의 눈으로 현장을 보고 관찰하게 됐다. 그레서 ‘허삼관매혈기’ 촬영을 하며 윤 감독에게 많이 물어보고 배웠다. 가장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또 ‘군도’의 미술표현이 좋아 이번 ‘허삼관매혈기’에서도 미술감독님과 작업을 같이하게 됐다.

연출 계속 할 생각인가.
‘롤러코스터’는 한 번 하고 빠질 생각으로 한 것이 아니라 계속 할 뜻을 가지고 도전한 것이다. 중간에 멈출 것이었다면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현재 ‘허삼관매혈기’가 촬영 19회차를 넘어가고 있다. 아마 9월 중순이나 그 이후 촬영이 끝나고 영화 ‘암살’ 촬영을 위해 상해로 잠시 나갔다가. 들어와서 ‘허삼관매혈기’ 후반작업에 임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개봉은 내년 초쯤 생각하는데 배급사와 논의를 해야 하니까.

‘군도’가 기대작으로 떠올랐다. 하정우가 생각하는 ‘군도’는 어떤 영화인가.
윤종빈 감독이 심장을 뛰게 하는 영화라고 했는데. 난 잠시 현실을 잊을 수 있는 두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더운 여름 극장에서 바캉스 느낌으로 즐기고 가시길 바란다.

김보희 기자 interview36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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