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현빈 “정조의 영화로 보면 ‘역린’은 관객들을 배반한 영화”
[인터뷰]현빈 “정조의 영화로 보면 ‘역린’은 관객들을 배반한 영화”
  • 김보희
  • 승인 2014.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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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빈은 영화 '역린'에서 정조 역을 맡아 인간적인 왕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인터뷰365 김보희】 “이게 최선입니까”로 대한민국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배우 현빈(31)이 돌아왔다. 그는 드라마 ‘시크릿 가든’ 종영 이후 2011년 해병대에 입대, 지난 2012년 12월 전역해 영화 ‘역린’을 복귀작으로 선택했다. 현빈은 ‘역린’을 통해 첫 사극에 도전하는 것으로 로맨티스트 이미지를 살려 드라마나 멜로로 복귀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는 선택이었다.
‘역린’은 정유역변을 모티브로, 즉위 1년 암살음모에서 살아나야 하는 숨막히는 24시간을 그린 작품이다. 드라마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 ‘더킹 투하츠’를 연출한 이재규 감독의 영화 데뷔작이기도 하다.
하지만 ‘역린’은 높은 기대치에 비해 언론시사회 이후 영화기자와 평론가들에게 호평를 얻어내지는 못했다. 현빈 역시 3년 만의 복귀작이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에 상처를 입은 듯했다. 하지만 그는 해병대에서 겪었던 연기에 대한 갈망과 첫 촬영장에서 느낀 설렘을 잊지 않고 묵묵히 관객들과의 만남을 기다리며 마음을 다스렸다고 한다.
군대를 제대함으로써 ‘사람’으로 한뼘 더 크고 사극에 첫 도전함으로써 연기자로 한뼘 더 컸을 현빈을 만났다. 30대에 접어든 배우로서 사랑과 일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얼굴 살이 많이 빠진 것 같다.
영화 촬영 때문에 평소보다 3~4kg이 빠졌다. 촬영이 끝나고 다시 찌우려고 하는데 무대인사 등 홍보일정을 소화해내다보니, 많이 먹는 편인데도 살이 안찌고 있다.

요즘 ‘역린’ 무대 행사 때문에 많이 바쁠 시기 아닌가. 3년 만에 공식석상에서 팬을 만나니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무대인사 일정이 빠듯하다. 3만명 넘게 100번 이상 무대인사를 한 것 같다. 사람이라서 어느 순간은 힘들 때도 있지만 무대에 오르는 그 순간만큼은 힘이 생긴다. 영화가 좋다 나쁘다가 떠나서 많은 분들이 봐주셔서 무대 인사를 할 때마다 마음이 벅차다.

무대인사를 하면서 인상 깊었던 팬들이 있나.
영화 홍보에 다른 배우들과 함께 이렇게 많이 다닌 것은 처음이다. 그래서 그런지 무대인사보단 공연장 느낌이 크다. 관객 분들의 환호도 크고, 이런 경험 처음이다. 오랜만에 보는 광경에 기쁘고 놀랍기도 하다.
인상적인 팬들은, 서울이든 지방이든 거의 모든 무대인사에 오시는 분들이 있다. 따지고 보면 그 분들은 영화를 10번 이상 보신 것이다. 어느 누군가를 좋아해서 그런다는 게 쉽지 않은 건데 정말 고맙다. 그분들의 얼굴을 알고 있고, 아는 척도 한다. 재밌는 것은 사람은 똑같은데 플래카드가 거의 매번 바뀌어있다. (웃음)

첫 사극 도전인데 어떤가. 목소리 톤을 잡거나 하는 등 기존 연기와 달랐을 것 같은데.
감독님께서는 기존의 사극 톤과 다르게 갔으면 좋겠다고 주문하셨다. 무겁고 걸걸하고 중후한 목소리가 아닌 편하게 대사를 했으면 좋겠다고. 그러나 이질감이 생기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촬영할 때마다 미묘하게 톤을 바꿨다. 대소 신료들과 있을 때는 강하게, 갑수(정재영)와 있을 때는 최대한 부드럽게 목소리를 냈다. 촬영 때마다 음향을 들어보기도 하고 감독님을 비롯해 음향 감독님과 상의를 하며 조율했다.

정조는 다양한 작품에서 많이 다뤄졌다. 현빈표 정조의 특징은 뭐가 있을까.
정조가 많은 매체에서 회자된 인물이지만, 전작들을 보지 못해 다른 표현법을 몰랐다. 그래서 정조에 대해 역사에 남아 있는 기록들을 찾아보며 내 스스로 정조를 찾았다. 특히 정조일대기 중에 하루에 일어난 일이기에 인간적인 모습을 표현하는데 중점을 뒀다. 상대편 화해 제스처를 취하거나, 사람 사이에서 인간의 모습. 정조가 자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지켜내는 상황, 위기를 헤쳐 나가는 상황을 표현하며 근엄함보다는 인간 내면을 더 그렸다.

‘역린’이 정조의 24시간이라고 생각하고 봤는데 정조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런 점에서 실망이 있었던 것 같고, 혹평도 있었다. 본인의 생각은 어떤가.
그럴 수 있었던 게 ‘역린’은 정조의 이야기가 아닌, 정유역변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런데 마케팅적으로 정조가 강조되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사실 정조의 영화로 보면 ‘역린’은 관객들을 배반하는 영화다. 그리고 시점에 따라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 부분은 인터뷰에서 꼭 이야기하고 싶었다. 개봉 전에 말씀 드리고 싶었는데 슬픈 사건으로 인해 인터뷰가 취소되면서...이 부분은 이야기하고 싶었다.

혹평을 접했을 때 어땠나.
배우들은 영화를 못 본 상태에서 기사를 접했다. 배우들은 나중에 인터뷰를 하기 하루 전에 모여 영화를 보기로 해서. 영화를 보지 못한 채로 기사를 접하니 당황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이후 영화를 보니 무슨 말인지 느낌이 오더라. 나 역시 느낀 점도 있고. 하지만 이 작품에 감독님이 큰 열정을 가지고 참여하는 것을 본 나로서는 만족스러웠다. 현장에서 감독님을 뵐 때마다 정말 미쳐 보이셨다. 저런 분과 작업한다는 것에 행복했다. 물론 속상한 건 당연히 있지만 관객 분들이 혹평에도 흔들리지 않고 봐주셔서 감사하다.

그동안 현빈이 출연한 작품이 호평은 많았지 이렇게 혹평이 많았던 적은 처음인 것 같다. 혹평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필요하다고 본다. 순간적으로는 싫을 수가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이번에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음. (혹평을) 잘 걸러 들으면 될 것 같고, 내것으로 잘 받아들이면 되는 것 같다.

군 제대 이후 연기에 대한 갈망이 컸던 현빈은 '역린' 첫 촬영을 가면서 어린아기가 놀이 동산을 가는 것처럼 설레었다고 말했다.

‘역린’의 등근육은 인상적이었다. 근데 짧아서 아쉬웠다.
조금 더 잘 나왔을 수도 있었을 수도 같은데. 저 몇 초가 나를 몇 개월간 고생하게 했나 싶기도 했다.(웃음) 하지만 그게 꼭 필요한 장면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우려를 했던 장면이기도 했다. ‘역린’ 속 정조가 아닌 그냥 개인 현빈의 몸으로 보실까봐. 또 눈요기용처럼 보여질까봐. 결과가 어떻든 그 신으로 인해서 혜택을 본 것은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액션도 좀 아쉬웠을 것 같은데.
몸을 쓰는 액션 특별히 힘들지는 않았다. 말 타는 것도 배우고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더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활 쏘는 것은 힘들었다. 양궁 같은 거라 생각했는데 자세가 다르고 오케이까지 버텨야 하고. 또 의상이 무거워 제약되는 부분도 많았다. 하지만 조정석씨 액션연기(겨울에 3주 동안 비 맞아가며 격투씬) 하는 걸 보면서 왕 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극중 ‘갑수야’ 하는 장면에서 왕과 신하의 우정이 그려진다. 그 장면은 남자들의 의리가 느껴졌다. 실제 현빈의 우정은 어떠한가.
내가 먼저 연락을 많이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친한지 안 친한지가 판단이 되는 게 오랫동안 못 봐도 어제 본 것 같은 편안함,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 서로 다른 일을 해도 불편하지 않소 신경 쓰지 않아도 아는 느낌.
연예인들 중에는 그런 선배님들이 많다. 서로의 소식을 기사로도 접할 수도 있고 좋은 소식이 있으면 안부도 드리고. 선배님들과 만나면 가끔 술도 마시지만 운동을 좋아해서 같이 운동을 하는 편이다.

실제 현빈은 정의로운 이미지가 강하다. 그런 점에서 정조의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잘 묻어난다는 평이다. 본인은 정조와 싱크로율이 어느 정도가 된다고 생각하는가.
싱크로율이라고 하기에는 비교할 수 없는 인물, 개인적으로는 닮고 싶은 사람이다. 물론 살인 위협을 받고 드라마틱한 인생을 사셨지만 사후에도 계속 회자되는 것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조가 긴 시간 생존하셨다면 조선이 바뀌었을 것이라는 말이 있는 만큼 정말 대단하신 분인 것 같다.

‘역린’ 속에서 24시간 동안 암살당할 것을 알고 대비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현빈이라면 어떻게 대처를 할 것인가.
음. 그런 부분은 ‘역린’ 속 정조와 비슷하다. 극중 정조는 24시간 동안 암살에 대해 혼자서 준비태세를 갖춘다. 나 역시도 군사들을 이끌 수 있는 상황이라면 준비태세를 할 것 같다. 또 나를 죽이려는 누군지도 궁금할 것 같고. 중요한 건 군사들이 꼭 있어야 한다. (웃음)

‘역린’ 선택은 의외였다. 드라마로 복귀하거나 현빈이 제일 잘 하는 멜로로 돌아왔을것 같은데. 특별히 사극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
군대 가기 전에 상업적으로 영화가 잘됐으면 이런 이야기가 안 나왔을 것 같다. 드라마가 인기를 많이 받아서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 같다. 선택할 때 드라마 혹은 영화를 해야겠다는 기준점은 두지 않는다. 이 작품을 하면서 내 안의 연기에 대한 갈증이 많이 풀렸던 것 같다. 많은 배우들과 연기하는 것도 처음이었고, 연기 갈증을 가지고 한 작품도 오랜만이었던 작품이었다. 개인적인 것으로도 그렇고 프로덕션 쪽으로도 남다르게 애착이 많이 있던 작품이었다.

‘시크릿 가든’ 이후 군대생활을 하고 제대할 때쯤 복귀작을 고민하면서 배우에 대한 생각이 많았을 것 같다.
제대할 때쯤에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서 고민을 덜 했던 것 같다. 오히려 들어갔을 초반에 컸다. 훈련소에 있을 때는 생각할 여력이 없었다. 이후 자대배치를 받고 백령도 들어가니 (배우의 삶에 대한 생각이) 커졌다. 한창 정신없이 달리던 시점에서 영화 ‘만추’ ‘시크릿’까지 신인 때보다 더 열심히 하다가 군대 환경에 적응하고 여유가 생기니까 배우로서 생각하니 확 왔다. 그래서 휴가 나왔을 때 연기하는 후배들 연습실 가서 대리 만족을 느꼈다. 그런 감정들을 가지고 있다가 작품을 하니 감회가 남달랐다.

20대였던 현빈이 30대가 됐다. 스스로도 감회가 새로울 것 같은데.
20대 초반에 이 일을 시작해서 빨리 서른이 되고 싶다 생각했다. 그 때가 되면 경험, 연기에 대한 생각이 달라져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덧 서른이 되었지만 별반 달라져 있지 않더라. 그 후 3년. 여유라는 것은 점점 생기는 것 같다. 일에 대한 여유, 개인적인 여유가 생기면서 연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7년 후 40살이 되었을 때 많은 경험을 해서 또 다른 것들이 생기길 바란다. 개인적인 소망은 가정도 꾸려져 있었으면 좋겠다.

연애도 해야 할 나이인 것 같은데.
스스로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해야 하고 하는 게 맞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인연을 만나려 한다. 언젠가는 만날 것이라 믿는다. 그 시간이 길어질 수 있지만 나이와 상황에 연연해하고 싶지 않다.

대한민국 여자들 대표로 묻겠다. 이상형이 어떻게 되나.
(웃음) 과거에는 이상형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상형이 무의미한 것 같다. 안 나타날뿐더러, 마음이 끌리는 사람이 이상형과 정반대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음이 가는 사람이 곧 이상형 같다.

김보희 기자 interview36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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