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세계가 먼저 알아본 문제작 ‘한공주’ 이수진감독
[인터뷰]세계가 먼저 알아본 문제작 ‘한공주’ 이수진감독
  • 김보희
  • 승인 2014.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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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인 사건들에 분노했다, 그리고 되물었다, 난 무얼 할 수 있나"
세계 각종 영화제에서 상을 수상한 영화 '한공주'의 이수진 감독이 26일 열린 언론배급시사회에 참석했다.

【인터뷰365 김보희】제13회 마라케시 국제영화제 금별상과 제43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타이거상, 제16회 도빌 아시아 영화제 3관왕을 차지한 화제의 영화 ‘한공주’가 개봉(4월 17일)을 앞두고 언론시사회를 가졌다.

‘한공주’는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친구를 잃고 전학을 가게 된 공주(천우희)가 새로운 곳에서 다시 세상 밖으로 나가기 위해 애를 쓰지만 과거의 사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이수진 감독은 직접 쓴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퍼즐을 풀어나가는 듯한 섬세한 연출로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를 최대한 끌어올리고 있다.

26일 왕십리 CGV에서 가진 시사 후 이어진 기자간담회에는 이수진 감독을 비롯해 배우 천우희, 정인선, 김소영 등이 참석했다. 영화 속 한공주를 맡은 천소희의 연기도 주목할 만했으나 이 영화는 '감독의 영화'라 여겨져, 인터뷰365에서는 이날 이수진 감독과의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주인공 이름이 한공주이다. 하지만 극중에서는 공주라는 이름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대접을 받는다. 공주라 이름지은 이유가 무엇인가.
이전부터 오롯이 극중 이름이 제목인 영화를 하고 싶었다. 내가 어릴 때는 공주라는 이름이 흔했다. 누나도 사촌누나도 이름은 공주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엄마들끼리 서로 ‘공주 엄마’라고 불렀다. 그래서 실제 이름이 공주인 줄 알았다. 그런 것들이 인상 깊었다.
또한 공주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에게 외면당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때문에 더 공주라고 하고 싶었다. 그런데 영화 ‘오아시스’의 문소리씨가 한 역할이 한공주였다. 미리 알지 못했던 사실이다. 그래서 바꾸려고 노력했는데 쉽지 않았다. ‘양공주, 김공주’ 등을 생각했지만 고민 끝에 처음 생각한 대로 한공주로 결정했다.

한공주 역을 맡은 천우희는 정말 한공주 같았다. 미리 염두에 둔 캐스팅인가.
시나리오를 쓸 때 배우를 연상하지 않았다. 천우희는 알고는 있었고, 우연히 오디션 자료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만나게 되었는데 인상적이었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캐스팅하게 됐다.

성폭행 사건을 영화로 다루는 것은 새롭지 않다. 하지만 기존 작품과 달리 좀 더 섬세하고 색다르게 접근하고 있다. 어떠한 지점에 많이 신경을 썼나.
성폭행이라는 단어가 지금도 부담스럽다. 이 이야기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는 소재적인 것보다는 소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상황에 놓여있지만, (삶을) 포기하지 않는 소녀를 둘러싼 우리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게 이 영화의 가장 큰 주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영화는 상처받은 사춘기 소녀에 초점을 두고 있다. 남자 감독이 하기엔 조심스러운 감정인데 어떻게 접근했나.
우선 남자 여자 나누지 않고 사람에 대한 생각을 한 것 같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남자나 여자나 상처받는 것은 같다. 또 이럴 때 여자의 감정이 이렇게 그려지는 게 맞나 하는 부분은 시나리오를 쓰고 나서 아내에게 모니터를 부탁했다.
배우들을 캐스팅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이 고등학교 때 느낀 감정 감성 습관 그런 것들에 대해서도 많이 이야기를 나눴다. 감성적인 부분부터 립밤을 어떻게 바르는지에 이르기까지 이야기를 나누고 시낭리오에 반영했다.

소녀가 아닌 ‘사람’에 초점을 두고 이야기를 시작했다고 했는데.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인가.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오래전부터 생각한 것은 아니다. 최근 매체들을 통해 충격적인 사건들이 연속해서 접하게 됐다. 중고등생들의 자살, 왕따 등. 그 사건들이 내게는 쉽게 잊혀지지 않았고 순간순간 분노했다. 하지만 되물어봤다. 내가 분노하는 게 제대로 된 분노인가, 잊혀지는 분노가 아닌가. ‘사건의 중심에 있는 사람이 내 주변에 있으면 난 무얼 할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을 시작했다. 하지만 답은 안 나왔다. 영화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사건이 아닌 소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지켜나가려는 모습들을 중점적로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소녀를 괴롭히는 것은 어른들이다. 일부러 그렇게 연출한 의도가 있었나.
이 영화는 내 생각과 반성에서 시작됐다. 쉽게 분노했고 그것이 전부인양, 하지만 나는 어쩔 수 없는 제3자일 뿐이었다. 매체를 통해 알고 있는 것이 과연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영화가 시작됐다.

영화를 보면 현실 사회에 대한 부정적인 메시지가 담겼다. 감독이 생각하기에 대한민국 시스템이 피해자들을 제대로 못 지켜준다고 생각하는가.
딱 꼬집어서 어떤 게 문제다가 아니다. 이 영화에 특성상 비판적인 관점이 있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비난이 아닌 비판적인 부분에서 누군가는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청소년 문제를 다뤘음에도 영등위에서 19금 판정을 받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후반작업을 할 때 스태프들에게 물어봤는데 ‘당연히 19금’이라는 답이 나왔다. 그래서 기대를 안했는데 막상 19금이 나오니 아쉬웠다. 고등학생들도, 학부모들도 같이 보면서 고민할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김보희 기자 interview36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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