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몬스터’를 탄생시킨 괴물 감독 황인호
[인터뷰]‘몬스터’를 탄생시킨 괴물 감독 황인호
  • 김보희
  • 승인 2014.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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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주는 배신감을 어느 순간부터 즐겼으면 한다”
황인호 감독의 두번째 연출을 맡은 영화 '몬스터'는 동생을 잃은 미친 여자 복순이 살인마 태수에게 복수하기 위한 추격극을 그린 작품으로, 오는 13일 전국 개봉한다.

【인터뷰365 김보희】 ‘뭐지? 이 괴물 같은 영화는...’ 동생의 죽음을 두고 살인마와 미친 여자의 추격을 그린 영화 ‘몬스터’(황인호 감독)는 언론시사회에서 기자들을 그야말로 ‘멘탈 붕괴’에 빠트렸다. 살인자의 광기를 연기한 이민기와 미친 여자 역을 소화해낸 김고은의 연기도 놀랍지만, 제일 놀라웠던 것은 스릴러 영화라 알고 객석에 앉은 모든 기자들을 배신한 황인호(42) 감독이었다.

이 영화는 스릴러 60%, 휴먼 20%, 코믹10%, 미스터리 5%, 액션3%... 다양한 장르가 복합되어 있어 긴장하다가도 피씩 웃게 만든다. 또한 살인마 태수(이민기)는 한없이 어둡게, 미친 여자 복순(김고은)은 동화같이 밝게 연출해 마치 다른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언론시사가 끝난 후 질문 공세는 두 주연배우가 아닌 황 감독에게 쏟아졌다.

괴물 같은 영화를 만들어낸 진짜 괴물, 황인호 감독은 영화 ‘시실리 2㎞’(2004) ‘도마뱀’(2006) ‘두 얼굴의 여친’(2007)의 각본을 쓰며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했다. 이후 ‘오싹한 연애’(2011)를 통해 감독 데뷔를 했으며, ‘몬스터’가 두 번째 연출작이다.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로 매서운 바람이 부는 3월 초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황인호 감독을 만났다. 황 감독은 “영화에 이렇게 이질감을 느낄 줄 몰랐다”며 “시사회 때 질문이 쏟아져서 깜짝 놀랐다. 아마도 스릴러라고 장르라고 단정 짓고 와서 많이 놀란 것 같다”며 ‘몬스터 스토리’를 털어 놓았다.

이날 인터뷰에서 황 감독은 ‘몬스터’에 숨겨진 반전을 공개했다.(이 인터뷰에는 ‘몬스터’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다.)

시사회를 통해 영화가 처음 공개됐는데 만족스럽나.
만족스러웠다. 투박하지만 전달하는 메시지는 내 의도대로 나왔다. 이 영화의 톤은 관객의 대한 배신이다. 예를 들면 인물들은 한 장소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 이동하며 이야기를 꾸려간다, 기존에 보던 전개가 아닌 뒤통수를 치는 전개. ‘뭐지’라는 느낌이 많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가 주는 배신감을 어느 순간부터 즐겼으면 한다.

이 영화는 어떤 영화인가.
‘몬스터’는 두 인물이 만나는 마지막 장면을 위해 달려가는 작품이다. 족발집에서 태수가 문을 열며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시작된다. 이 영화는 둘만의 대결이 아니라. 사회 부조리들의 대결을 담고 있다. 네 개의 먹이사슬이 먹고 먹히는 이야기다.

네 개의 먹이사슬이라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가.
제일 약자인 나리와 복순, 그 위에 살인마 태수, 또 그 위에 태수의 가족들과 깡패들, 그리고 제일 상단에 있는 전 사장이다. 족발집 장면은 상단의 나쁜 행위가 하단에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비극을 초래하는지 보여준다. 결국에 이 사건은 상단의 말 한마디에 의해 일어난 거지만, 최하위에 있는 사람은 ‘왜 그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모른 채 상황에 놓여진다. 전 사장은 시체들이 누워있음에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목적을 달성하고 유유히 떠난다. 이는 목적달성이 최우선인 상위층과 그들 때문에 오는 비극, 그런 이유조차도 모르고 사는 약자의 모습을 담았다.

미친 여자의 첫 장면 중 ‘꼬꼬마 텔레토비’ 햇빛 등장과 개잡년 노래가 인상적이다.
햇님은 살짝 무리수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복순의 정신세계를 소개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7살 지능에 할머니는 돌아가시고... 구구절절하게 설명하기보단 미친 정신세계에 맞게 표현해냈다. 반대로 태수에 대한 소개는 일상을 통해서 설명했다.
‘개잡년’ 송은 내가 작사한 곡이다. <우리말 상소리 사전>을 찾아가며 가사를 지었다. 깊은 의미보다 미친 것에 대한 한국적인 재미를 표현해냈다.

격투장면을 굳이 족발집에서 찍은 이유는 무엇일까.
족발집이 가장 한국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세계 어느 곳에도 돼지머리를 식탁에 올려놓고 파는 곳은 없다. 비주얼적으로나 개인적으로 그런 공간을 좋아한다. 또 엄마의 생활공간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표현하기에 딱 이었다.

'몬스터' 현장에서 배우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영화를 만드는 황 감독의 모습.

이 영화는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나.
시작은 재밌다. 술자리에서 어떤 감독님이 자신의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옆에서 듣고 있는데 재미가 없겠더라. 나 같으면 스릴러로 만들 것 같은데. 그래서 할머니가 주인공이고 극단의 캐릭터와 맞대결하면 어떨까 생각하던 중 살인마 캐릭터가 등장했다. 하지만 할머니와 살인마 대결은 아무래도 무리가 있어 사회적 약자인 ‘바보 삼촌, 아이’라는 인물들이 추가됐다. 투자과정에서 할머니는 짧게 나오는 옆집 할머니로 수정됐고, 바보 삼촌은 바보 언니가 되어 복순이로 변신, 아이는 나리로 캐릭터가 수정 됐다.

극과 극 캐릭터에 대해 어떻게 썼나.
이건 내 글쓰기 방법인데, 캐릭터를 규정하고 쓰기보다는 얼개를 짜서 캐릭터를 그 안에 자유롭게 둔다. 그러면서 쓰다보면 한 포인트 안에 올 때가 있다. ‘몬스터’의 경우는 무를 깰 때 복순이가 ‘얘는 이런 애다’라는 것이 오더라. 태수는 바에서 ‘시끄럽다’라는 소리에 진짜 죽이는 상황에서 포인트를 잡았다.

살인마와 미친 여자, 극과 극 캐릭터를 잡기에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너무 힘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오싹한 연애’보다도 힘들었다. 자칫하면 비호감이 될 수도 있기에 걱정이 컸다. 특히 태수는 무결점에 블랙을 그리고 싶었다. 완전히 블랙인 남자로 어떠한 지점에서 실수가 없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둘이 만나는 장면이 별로 없는 이유가, 둘이 만나면 내가 개입을 하게 되고, 개입을 안 하게 되면 이야기가 안 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에서만 맞닥뜨리게 만들었다. 마지막 절정에서 붙어서 동물의 본능처럼 피를 보고 흥분하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두 사람의 광기를 나타내고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개입한 부분이 있다....아이는 정말 못 죽이겠더라.

살인마와 미친 여자를 엮어주는 것이 음악처럼 보인다. 음악에 꽤 신경을 쓴듯하다.
음악이 두 사람을 붙여주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두 사람이 나오기 전에부터 미리 음악을 깔아 놓거나 혹은 두 사람의 색을 알려주는 장치다. 음악 외에도 깡패를 두 사람 중간에 배치시켰다. 어리바리한 깡패들은 살인마와 미친 여자의 중간 지점에 있는 인물이다. 극과 극의 인물을 바로 보여주면 이질감이 들기에 깡패들을 통해서 두 사람의 톤 조절을 했다. 영화를 보면 살인마를 보여주다가 깡패를 보여주고 미친 여자의 시선으로 넘어가는 것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살인마 캐릭터에 참고한 것이 있다면.
전혀 없다. 뭔가 향이 묻어나는 게 싫었다. 처음 구상에서는 ‘숲에 혼자 사는’ ‘엄마가 그리운’ ‘외로움에 치를 떠는’ ‘혼자 알몸으로 숲에서 있는’... 캐릭터였다. 내 머릿속에는 숲에서 알몸으로 눈을 감고 서 있는 감성이 풍부한 살인마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편집됐다.

반대로 복순은 정상생활이 가능하다. 왜 하필 덜 미친 여자였나.
극단과 극단의 캐릭터의 대결을 그리고 싶었다. 하지만 경찰에게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인물이 나와야 하기에 ‘미친’이라는 설정이 나왔다. 하지만 살인마와 대결을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지능은 필요했다. 그래서 덜 미친 여자라는 설정이 필요했다.

‘몬스터’를 통해 말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이 영화는 약자가 이긴 것은 아니다. 이 일의 시작은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은 전 사장이 내놓은 3억이라는 콩고물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는 해피엔딩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사건을 시작한 전 사장은 유유히 사라지는 새드엔딩이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관객들이 둘이 대결을 벌일 때. ‘왜 저기서 서로를 죽여야 하지?’ ‘왜 싸워야 하지’ ‘무엇이 이들을 여기 안에 가두었나’를 처연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몬스터’ 장면은.
복순이가 피 세수를 하는 장면. 어린아이가 떼를 쓰기 전 발악하는 느낌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몬스터’는 누구인가.
전 사장. 전화 한 통화로 비극을 만들어낸 인물이다. 모든 사건의 시작이었지만 죄책감을 느끼지도 않고, 휴대폰을 가져갈 때도 하층민을 상대하고 싶지 않다는 그 표정이 압권이다.

황인호 감독이 각본을 맡은 영화 '시실리 2km'와 연출작 '오싹한 연애 '몬스터' 스틸.

‘시실리 2km’를 비롯해 전작 ‘오싹한 연애’도 그렇고, 황 감독의 영화에는 늘 여러 장르가 섞여있다.
사실은 이렇게 이질감을 느낄지 몰랐다. 정말 ‘뜨아’ 했다. 일반인에게는 이질감이 느껴지고 도드라질 수도 있겠구나 싶더라. 그런 평가가 이 영화의 장점이기도 한 것 같다. 내가 쓰는 스타일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틀에 박힌 이야기는 싫어한다.

시나리오 작가를 하다가 연출로 전업한 계기는 무엇인가.
한국에서는 작가만으로 생활하기 힘들다. 이러저러한 생활을 하던 중 내 영화를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으로 연출을 하게 됐다. 하지만 세 작품이 엎어진 후에야 ‘오싹한 연애’를 내놓게 됐다. 현장 경험이 없는 연출자였지만, 작품에 대한 열정이 큰 좋은 스탭들을 만나 영화를 만들어냈다.

시나리오 작업과 연출은 다르다. 딜레마가 올 때도 있지 않나.
있다. 글에서는 빈틈이 안 보이는데 그림에서는 빈틈이 보일 때가 있다. 만약 감독이 그 빈틈을 찾아내면 다행이지만 못 찾아낸다면 그 영화는 잠정적인 아쉬움이 남는다. 예를 들면 ‘커피숍에서 남자가 앉아서 생각한다’라는 문장을 몇 수십만 가지로 표현할 수 있다. 연출을 하다보니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가’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하는 것이 감독의 능력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매 장면마다 감독의 고민들이 담겨야 하는 것 같다.

그동안 쓴 시나리오와 연출작을 보면 소외계층과 조크가 반드시 있다.
개인적으로 모든 영화는 사회를 반영해야 하고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개인적으로 조크를 좋아한다. 나는 진지한 것을 정말 못 참는다.

‘몬스터’의 배우들이 진짜 몬스터로 감독을 꼽았다. 정말 본인이 몬스터 같나.
그런 면이 분명 있다. 발현을 안 하도록, 튀어나오지 않도록 수양하고 있다.

어떤 부분인지 궁금하다.
(당황하며)개인적인 부분인데... 영화에 대해서 극단적인 이기심이 있다. 나는 영화를 생명체라고 생각하고 잘 키우기 위해 오직 그것만 생각한다. 그래서 배우, 스탭 등 주변사람들이 힘들다. 하지만 그렇게 안하면 작품이 잘 안 나온다. 감독으로서 3년에 1편, 5년에 1편을 내는데 비슷한 영화로 만들고 싶지 않다. 그래서 영화를 할 때는 고민이 많다. 그 순간 괴물이 된다.

다음 작품은 어떤 것을 구상 중인가.
또 이렇게 피 흘리는 작품은 아닐 것 같다. 코미디를 하고 싶다. 유머도 있고 정서도 있고 스토리가 자기만의 색깔이 드러낸 작품. 즐거운 영화지만 통쾌함도 있고 때론 슬픔도 있는.
모든 인간의 감정이 일관되게 ‘웃기다’ ‘슬프다’는 영화 속에서 나오는 것뿐, 일상에서는 그렇지도 않다. 아무리 가족이 죽었어도 밥을 먹고 짜장면도 먹지 않나. 나는 앞으로 복합적인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게 끌리는 캐릭터니까.

인터뷰를 하면서 느낀 것인데 배우 누군가를 닮은 것 같다.
그런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개인적으로 영화 ‘매트릭스’에서 배신하고 고기 먹는 그 인물... 사이퍼를 닮았다고 생각한다. (웃음)

김보희 기자 interview36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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