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희애 “우아한 건 내 인생에서 5분뿐, 그건 온전한 내가 아니다”
[인터뷰] 김희애 “우아한 건 내 인생에서 5분뿐, 그건 온전한 내가 아니다”
  • 김보희
  • 승인 2014.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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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영화 ‘우아한 거짓말’ 출연
김희애가 20년만에 영화 '우아한 거짓말'에 출연했다. 사진=무비꼴라쥬

【인터뷰365 김보희】 요즘 ‘김희애’가 뜨고 있다. 여행 예능 프로그램에서 시작한 김희애는 토크쇼 예능 프로그램에 나타나더니 곧 영화에서 이름을 보이고 머지않아 새 드라마에도 그 이름이 발견될 것 같다.
갑자기 우리 곁에 친숙하게 다가온 배우 김희애(46)가 약간은 낯선 것은 그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우아한’ 여배우 이미지로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김희애는 1983년 영화 ‘스무해 첫째날’로 데뷔해 ‘내 사랑 짱구’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여심’ 등에 출연해 까칠하면서 도도한 역할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1993년 문성근과 출연한 영화 ‘101번째 프로포즈’ 이후로 영화에서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김희애는 1992년 드라마 ‘아들과 딸’에서 후남 역을 맡아 연기대상을 수상한 이후 ‘아내의 자격’ ‘부모님 전상서’ ‘내남자의 여자’ 등의 드라마에 출연했다. 드라마 출연 외에는 CF에서 보는 것이 전부였다.
그랬던 김희애가 최근에는 한여름 소나기처럼 자주 등장하는 이름이 됐고, 20년 만에 출연한 영화 ‘우아한 거짓말’로 주목을 받고 있다. 김려령 작가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 ‘우아한 거짓말’(이한 감독)에서 김희애는 자살한 딸이 남겨놓은 비밀을 찾아가는 엄마 역을 맡았다.

20년 만에 출연하는 영화를 가운데 놓고 김희애를 만났다.

오랜만에 영화 복귀인데 소감은 어떤가.
별 실감을 못했는데 많은 분들을 만나니 실감이 난다. 예전에는 영화 시스템이 체계적이지 않았는데 요즘은 제작에서 홍보까지 체계적인 시스템이 밑받침되어 한국영화가 사랑받는 것 같다. 배우로서는 편하고 좋다. 흥행 부분은 신경 쓰이지만 부담감은 없다. 지금 당장은 관객 수가 중요하지만 나중에 봤을 때 부끄럽지 않은 작품이 더 중요하다.

왜 그동안 영화는 하지 않았나.
조심스러웠다. 아무래도 영화에서는 신인 같은 입장이었던 것 같다. 또 좋은 작품 인연이 있으면 했겠지만 나와 인연이 닿는 작품이 없었다. 나에게는 이번 작품이 인연이었던 것 같다. 보통은 작품을 쭉 하고 안하는 경우가 있는데 나는 반대로 이제부터 쭉 하겠다. 앞으로도 좋은 영화가 인연이 된다면 하고 싶다.

‘우아한 거짓말’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작품을 볼 때 대본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우아한 거짓말’은 흠이 없었다. 자식을 키우는 엄마로서 학교 폭력 왕따 문제 등을 다룬 이야기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고, 더 나아가 ‘우아한 거짓말’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세계를 말하는 것 같아 마음에 와 닿았다. 더불어 이한 감독님의 전작 ‘완득이’를 정말 감명 깊게 봐서 같이 작업해보고 싶었다.

‘우아한 거짓말’에서 딸 죽음에도 의연한 엄마로 나온다.
아이의 죽음이라는 게 생각하기도 싫은 것이고 ‘죽어야지 어떻게 사냐’라고 말하지만 그건 상상 속에 있는 일이지 않나. 현실에는 한 아이가 남아 있고, 살아나가야 하니까 죽은 아이는 가슴에 묻고 사는 게 더 현실과 맞는 것 같다.

영화에서 욕도 하고 집안일 하는 모습이 일상 연기처럼 보인다.
연기에는 정답이 없는 것 같다. 슬픔도 여러 가지 표현이 있겠지만 배우들 입장에서는 좀 더 무엇을 더 해야 할 것 같고 쏟아 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감독님이 절제된 흐름을 원했고, 나 역시 오버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 부분이 생활 연기처럼 보인 것 같다. 물론 욕은 사람인지라 나도 한다.

본인의 실제 일상은 어떤가, 우아한가.
우아하지는 않다. 행사장에서 사진 찍고 샴페인 잔을 들고 파티를 하지만, 내 인생에서 5분 찍히는 것일 뿐, 더 많은 시간을 엄마로 산다. 사람들이 노출된 부분을 보고 전부 그럴 거라 생각하는데 그건 내가 아니다. 오히려 시댁에서 며느리로 설거지를 하는 게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사람들이 내 이런 실체를 알면 실망할까 싶을 정도로 더 리얼한 부분이 많다.

실제는 두 아들의 엄마인데, 영화에서는 두 딸의 엄마다.
촬영하면서 김향기는 툭 건드리면 눈물이 떨어질 정도로 감정에 몰입된 상태라 말 걸기가 조심스러웠다. 반면 고아성과 붙는 장면 많아서 맥주도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어릴 때부터 일하면 상처를 많이 받는데 되게 밝고 건강하게 자랐더라. 아역배우들 보면 잘 키웠다 싶은 게 부럽다. 실제 우리 아들이 향기와 동갑인데 더 어린애같이 느껴졌다.

두 아들은 엄마 김희애를 자랑스러워 하나.
그런 것 같다. 솔직히 전에는 걱정도 했다. 셋만 모여도 욕하고 흉보는데 엄마가 길바닥에 내놓은 사람인데, 좋은 말이건 나쁜 말이건 상처 받을까... 그래도 아직까지는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는 것 같아 다행이다.

‘꽃누나’에서의 잡식소녀 이미지는 의외였다.
난 예능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출연했다. 70세 이상 되시는 선생님들이 청년 같은 열정으로 여행을 다니는 모습을 보고 감사하고 부러웠는데, 내게도 제의가 왔다. 근데 방송을 보니 잡식소녀가 되어 있었다. 사실 내가 호기심이 많아 조금씩 맛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도 처음에는 방송을 보고 컴플레인 했다. 나쁘고 좋고의 문제가 아니고 내가 아닌 나를 보게 되니까 겁도 나고. 나를 보면서도 내가 아닌 것 같은 느낌. 그런데 자꾸 보니 스스로도 괜찮네 싶더라.

‘힐링캠프’에서 아직도 남편의 직업을 모른다고 했는데.
부부간에 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모르는 거다. 나 역시 남편이 직업을 모른다. 트위터도 들어가 보고 했는데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남편이 ‘IT 1세대’라는 말을 많이 듣지만 나는 IT와 전혀 상관없다. 사실 알 수도 있었는데 너무 잘하니까 보기도 싫고. 예전에 남편이 뭐하는지 트위터 봤는데 남편이 그걸 우연히 알고 ‘안했으면 좋겠다. 집에 사람이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위축이 된다’고 말하더라. 나도 드라마 현장에 가족이 있으면 위축되기에 공감이 됐다. 이상하게 보실 수 있지만 그게 더 길게 간다. 그래서 일적인 부분은 서로 모르는 척 해준다. 남편도 내 작품 안 본다. 나 역시 그게 더 편하다.

이 영화에 출연한 유아인과는 ‘밀회’에도 함께 출연한다. 유아인을 꽂아준 거 아니냐는 의혹도 있던데.
캐스팅과는 전혀 무관하다. 그런 건 있었다. 캐스팅 중에 유아인씨가 거론됐는데 그때 유아인 씨가 미국 여행 중이어서 연락이 잘 안된다고 제작진이 연락해보라고 했다. 영화 이후 전혀 연락을 안했던 사이라서 소심하게 ‘연락주세요’라고 문자를 보냈다. 이후 한국에 잇다는 연락이 왔다. 인연이 되려고 한 것이 유아인씨가 이 드라마에 관심이 있어 대본을 구해 보고 있었다더라. 감독님도 만족해 하셨다. ‘우아한 거짓말’에서는 장발에 우스꽝스런 옆집남자로 나오지만 ‘밀회’에서는 피아노 치는 멋진 남자로 대비가 될 것이다.

신비스런 이미지가 강했던 김희애가 요즘 대중에게 다가가려는 모습이 보인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계기라기보다 인생에서 어느 순간 터닝포인트가 된 것 같다. 젊은 시절에는 ‘저 좀 보여드릴게요’라고 말하고 싶어도 계기도 없었고. 힘든 순간도 많았다. 그런데 ‘꽃누나’를 통해 그렇게 됐다. 하지만 그 프로그램 하나를 보고 내 전부라고 생각할까봐 두렵다. 물론 그것도 나지만 그게 내 전부는 아니다. 어떤 부분도 희화된 부분도 있다. 신비주의와 친숙한 이미지가 다 장단점이 있다. 일상은 엄마, 며느리로 살면서 배우로서 균형감각을 맞추며 살고 싶다. 가정주부로만 살면 숨통이 막혔을 것 같다.

본인이 우아하다고 생각하나.
글쎄 ‘우아한 거짓말’에 출연해서 그런가.(웃음) 화장품 광고 영향이 큰 것 같다. 우아한 이미지가 좋지만은 않다. 그걸로 인해 거리감도 생기고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다. 반대로 제 나이에 감사한 부분도 있고.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김희애의 우아한 모습을 볼 수 있을까.

다들 타고난 피부라고 하는데 솔직히 말하면 나 역시도 안티에이징에 관심이 많다. 배우라는 직업은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면 벌 받는다. (CF를 할 때) 매번 ‘이번이 마지막이다’ ‘이번에 하면 잘릴 거다’라는 생각하면서 한다. 나이가 드니 주름이나 컨디션은 못 숨긴다. 늘 위기감은 있다. 그래도 오래 버텨 보려고 한다. 왜냐면 현장에 연령대가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전에 안판석 PD께서 “나 많이 할 거예요. 내가 오래 해야 스탭들도 오래 할 수 있으니까요”라고 말했던 것이 생각난다. 감독이 어려지면 스탭들도 어려진다. 나 역시 그런 이유로 오래 버텨보고 싶다.

김보희 기자 interview36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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