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악역 벗고 멜로영화 곁눈질하는 배우 곽도원
[인터뷰] 악역 벗고 멜로영화 곁눈질하는 배우 곽도원
  • 김보희
  • 승인 2014.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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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혜선과 로맨스영화 하고 싶다”

'남자가 사랑할때'에서 집안의 맏형 영일을 연기한 곽도원.

【인터뷰365 김보희】 2013년을 주름잡은 악역 배우를 꼽으라고 하면 단언컨대 곽도원(40)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베를린’ ‘변호인’ ‘굿닥터’까지 종횡무진 활약하며 ‘못된’ 연기를 보여줬다. 거기에 얼굴까지 한몫(?) 해서 여간해서는 다가가기 힘들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곽도원은 극단에서 연기를 시작, 2007년 단역과 조연을 오가며 본격적으로 카메라 앞에서의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2011년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에서 악랄한 검사로 관객들의 눈도장을 찍더니, ‘회사원’ ‘분노의 윤리학’ ‘점쟁이들’ ‘베를린’까지 전문직 악역 연기를 펼치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드라마 ‘유령과 ‘굿닥터’로 인지도까지 상승, 2013년 천만 관객을 동원한 ‘변호인’에서 악역 정점을 찍으며 '나쁜 놈'으로 사랑받고 있다.

하지만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곽도원은 그런 고정관념을 확 깨버렸다. 연인에 대한 질문에 수줍게 미소를 지었으며,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에는 눈시울이 붉어지고, 작품 이야기를 할 땐 차분하고 조심스러웠다. 곽도원이 새로 출연한 영화는 ‘남자가 사랑할 때’이다. 건달 태일(황정민)과 은행원 호정(한혜진)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이 멜로영화에서 곽도원은 황정민의 형 영일 역을 맡았다. 이전의 ‘무서운 아저씨’에서 사랑 표현이 서툰 장남, 길을 가다 마주칠 것 푸근한 아저씨의 매력으로 다가온 그와 마주앉았다.

언론시사회 때 울컥한 모습을 보였다.
그 때 영화를 처음 봤다. 투명한 남녀의 사랑과 가족들의 이야기가 정말 공감되어서 많이 울었다. 그 여운이 남은 상태에서 바로 기자간담회를 하니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겠더라. 그래서 고백도 하고.(웃음)

어떤 장면이 인상 깊었나.
극 중 태일이가 호정을 은근슬쩍 미는데 바로 옆에 모텔이 있는 장면과 태일이 수협 앞에서 점프하는 장면이다. 가장 많이 울었던 장면은 태일과 호정이 서로를 지켜보면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서럽게 우는 장면. 말로 표현 못하지만 마음으로는 아는 느낌. 내가 지금 사랑을 해서 그런지 몰라도, 그 감정이 뭔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태일이가 라면 먹으며 아버지에게 했던 이야기들-내 아버지도 지병을 앓다 돌아가셔서 그런지 공감이 됐다.

뜻밖의 공개 사랑 표현을 했다. 연인의 반응은 어떤가.
고맙다고 하더라. 올해 안에 정식으로 프러포즈를 해서 결혼하고 싶다. 정말 행복하다.

평상시 데이트는 어떻게 하나.
영화도 자주 보러 다니고 걸으면서 이야기도 많이 하고. 둘 다 여행을 좋아해 여행을 많이 다닌다. 같이 길을 가다보면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한국대중들은 참 멋지신 게 감사하게도 모르는 척 해준다. 연인이 화장실 가느라 옆을 비웠을 때 비로소 다가와 사인을 부탁하는 분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공개하고 반응을 보니 총각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랐단다. 그럼 그동안 몇몇 분들은 불륜으로 아셔서 모른 척한 건가.(웃음)

이번 영화에서 아버지 역할을 했는데, 실제 아버지가 모델이었나.
사실 이 영화에서 태일은 나 같고, 영일이는 내 아버지 같다. 극중 집안 분위기도 그렇고 아버지가 치매라는 것도 비슷하다. 아버지도 7년 동안 치매를 앓다가 돌아가셨고, 나는 막내지만 장남 역할을 했기에 역할이 더 마음에 와 닿았다. 영일이라는 캐릭터는 내가 처음으로 아버지를 담은 캐릭터다.

아버지는 어떤 분이셨나.
욱하고 성질 잘 내시고, 저하고 성격이 똑같으셨다. 대사 가운데 “힘들어서 못 살겠다”라는 부분이 있는데 아버지가 종종 하시던 말씀이 떠올라 내가 감독님께 제안한 대사다. “이제 절까지 하라고 하네” 등 몇몇 대사도 아버지의 모습을 담았다.

영화 속에서는 황정민 형 역이지만 실제는 나이가 적다. 하지만 외모상으로는...
3살 동생이다. 근데 황정민씨가 연기할 때 나를 형처럼 바라봤다. 내가 동생처럼 보이는 얼굴은 아니지 않나.(웃음) 고백하자면, 노안이라 것에 성질내고 짜증 부린 적도 있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팩을 하기 시작했다.

'굿닥터'와 '변호인'에서 악역 연기를 펼친 곽도원.

개봉 중인 출연작 ‘변호인’이 곧 1천만 관객을 넘어설 것 같다.
‘변호인’은 내게 특별한 작품이다. 천만배우 타이틀을 만들어 줄 작품 이전에,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많이 배운 작품이다. 이전에는 악역을 하면 ‘재밌었다’ ‘잘봤다’라는 말을 들었는데, ‘변호인’ 이후에는 ‘그 역할을 연기해줘 고맙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배우로서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짠했다.

예전에는 배우로서 존재 자체가 소모적인 느낌이 많았다. 단역과 조연을 오가면서 나 스스로 ‘악역으로 굳어지면 안 된다’ ‘잊혀지면 안 된다’라는 생각도 있었고. 내가 하고픈 배역보다는 누군가의 선택에 의해 되어짐이 많고 하고 싶은 이야기의 반대일 때도 있어서 그런지 회의감이 들 때도 있었다. 그런데 ‘변호인’은 배우라는 직업이 ‘소모적인 느낌이 배우가 아니구나. 세상을 바꿀 수도 있는 직업이구나’라는 것을 나에게 일깨워주었다. 배우가 진정한 소통이 무엇인지 알게 해준 작품이다.

‘변호인’ 악역, 실화를 다룬 만만치 않는 캐릭터인데.
내가 선한 이미지가 아니어서 그동안 많은 작품에서 악역을 했다. 그래서 ‘변호인’은 고정된 이미지와 식상함이 민폐를 끼칠까 두세 번 제안을 거절했다. 하지만 감독님께서 ‘다른 차별화를 두고 더 사명감을 가지고 나쁜 연기를 충분히 소화해 낼 수 있지 않냐’고 설득했다. 출연을 결정하고 고민이 많았다. 참고삼아 영화 ‘남영동 1985’을 보려 했더니 감독님께서 ‘보지마라. 우리는 고문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라고 하셨다. 근데 너무 궁금해서 집에 와서 영화를 봤다.(웃음)

필모그라피를 보면 검사 형사 등 ‘전문직’ 악역을 많이 했다.
영화 첫 단추를 ‘범죄와의 전쟁’ 검사로 꿰어서 그런지 이후 전문직과 악역 제안을 많이 받았다.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전에 영화 ‘파이란’에서 최민식 선배가 연기한 양아치 삼류 연기를 해보고 싶다. 태일이 같은 연기도 하고 싶고. 이젠 전문직 말고 소시민들의 이야기에 도전해보고 싶다. 거칠지만 진짜 우리 곁에 있을 것 같은 캐릭터.

지금 사랑을 하고 있는데 사랑 이야기, 로맨스는 어떤가.
사랑 이야기, 정말 좋다. 나처럼 사랑을 하고 있는 이들도 있고 사랑을 하고 싶은 이들도 있고 헤어져 가슴앓이 하고 있는 이들도 있다. 모든 사람들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 사랑 이야기다. 도전해 보고 싶다.

그런 로맨스 영화를 누구와 하고 싶나.
구혜선.

구혜선(?) 뜬금없는데? 이유는.
실제로 봤는데 정말 하얗고 예쁘더라. 이유는 특별히 없다. 본능(?)

영화로나 개인적으로나 지난해, 올해는 참 특별할 것 같다.
2013년은 ‘분노의 윤리학’, ‘굿닥터’, ‘베를린’을 비롯해 ‘변호인’까지 하게 된 고마운 한 해였다. 배우로서 믿어준 벅찬 한 해. 또 사랑도 만나고. 2014년에는 사랑의 결실을 맺고 좀 더 큰 역할에 도전해보고 싶다.

영화나 드라마에서와 달리 머리가 굉장히 짧다.
그동안 배우 생활 중 이번이 가장 머리가 짧다. 평소에는 어떤 역할이 올지 몰라 길러 놓는 편이다. 그리고 전문직을 하다보니 2:8, 3:7 머리를 많이 해 그런 모습에 익숙하실 거다. 머리를 바짝 자른 이유는 곧 ‘타짜2’ 촬영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타짜’에서 김윤석 선배가 했던 아귀 역할을 맡았다. 이번에도 악역이다.

김보희 기자 interview36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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