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왕가네’ 오만석 “올해 내 점수는 85점”
[인터뷰] ‘왕가네’ 오만석 “올해 내 점수는 85점”
  • 김보희
  • 승인 2013.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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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네 배우들과는 언제든 다시 작업하고 싶다”
'왕가네 식구들'에서 뺀질이 남편에서 살림꾼 남편으로 변신 중인 배우 오만석.
사진=드림이앤엠

【인터뷰365 김보희】최근 ‘국민 뺀질이’로 불리는 배우가 있다. KBS2 주말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에서 허세달을 연기하는 배우 오만석이다. 그는 극중 무능력해도 당당하고, 바람을 펴도 오히려 윽박을 지르는 모습으로 아줌마 팬들에게 미움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불륜녀 은미란(김윤경)에게 차이고, 조강지처 왕호박(이태란)에게도 쫓겨나면서 온갖 수모를 겪어야 했다. 다행히 집에 다시 들어갔지만 아내 대신 살림을 해야 하는 상태다.
지금은 찌질한 허세달이지만 오만석은 연극부터 시작한 탄탄한 연기자다. 그는 1999년 연극 ‘파우스트’로 데뷔해 뮤지컬 ‘헤드윅’ ‘내 마음의 풍금’ ‘드림걸즈’ ‘톡식 히어로’ 등 18편의 무대에 올랐다. 그에게는 ‘1대 헤드윅’, ‘1대 김종욱’, ‘원조 공길’이라는 별칭이 붙어있다. 올해만 해도 뮤지컬 ‘레베카’ ‘그날들’ 등에 출연했다. 또 영화 ‘우리 동네’의 악역, KBS 드라마 ‘포도밭 그 사나이’의 순수한 농촌 총각으로 주목을 받았다.
자신의 경력과는 관계없이, 요즘 대놓고 사람들에게 욕을 먹어 기분이 좀 언짢을 법도 한데 오만석의 표정은 밝다. 지난 주말 한파가 기승을 부릴 때 여의도에서 만난 오만석은 “내가 연기했지만 나 역시 TV를 보며 욕할 때가 있다”고 웃는다. 그는 “연기할 때는 배우지만, 방송을 볼 때는 시청자가 입장이 되는 것 같다”며 “호박이가 납치 됐을 때 막말하는 장면은 제가 봐도 ‘저런 나쁜~’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더라”고 시청 소감을 내놓는다.

최근 ‘왕가네 식구들’ 시청률이 39%를 넘었다. 스스로 본인의 기여도는 어느 정도라고 보는가.
출연작 반응이 좋으면 더 힘이 나는 것 같다. 며칠 전에는 ‘(허세달이) 집에 들어간 것 축하한다’고 지인들에게 축하문자를 받았다. 음. 39% 시청률 중에 나는 묻어가는 것 같다. 대답을 해야 한다면.., 2% 정도.

시청률은 높지만 막장 논란도 있다. 납치에 이은 허세달의 갑작스런 개과천선 등은 공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허세달은 그동안 돈에 눈이 멀어서 앞만 보고 살았다. 이야기상 허세달의 행동보다 더 센 것이 필요했기에 납치라는 설정이 나온 것 같다. 극한 상황이 되니까 허세달 역시 숨겨진 본능이 솟아오르며 처음으로 자기 인생을 돌아보고. 막장보다는 충격요법이 통했다고 생각해주시길 바란다.

이태란한테 무시당하고 맞는 장면은 아무리 극중이라지만 속상할 것 같다.
실제 촬영장에서 이태란과 호흡은 좋다. 하지만 딱 한 장면, 왕호박이 복수를 하기 위해 은미란 집 앞에 찾아와 내 얼굴에 아이스크림을 쏟아 붓는 장면이 있다. 그날 좀 추웠는데 얼굴에 아이스크림이 닿으니 너무 차가워서 상쾌한 기분(?)이 들더라. 본능적으로는 기분이 살짝 상했지만, 배우로서는 즐거운 경험이었다.

드라마 때문에 일상에서 곤란한 일을 당한 경험이 있다면.
야외 촬영을 가거나 밥을 먹을 때 알아보는 분들이 ‘미춰버리겠네’를 즉석에서 해달라고 하신다. 특히 초등학생들이 많이 요구한다. 해줄 때도 있고, 안 해줄 때도 있다. 또 최근 SNS에 들어갔더니 욕설이 담긴 악플이 있더라. 허세달의 악행을 보고 참을 수 없다고 글을 남기셨는데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일부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현실로 받아들이시는 부분이 있으니 이해가 된다.

허세달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마치 본인의 옷을 입은 것처럼 자연스러워 보인다. 실제 성격과 비슷한가.
내가 연기하는 캐릭터이니 아무래도 내 성격이 담긴 부분이 있다. 그런데 역할을 하다보면 그 인물에 맞게 내가 바뀌는 것 같다. 허세달이 나서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인데 요즘 내가 현장의 분위기 메이커가 됐다. 실제로는 그렇게 크게 나서는 편은 아닌데. 회식자리에서 MC를 맡고, 드라마 하면서 결혼식 사회도 몇 번 했다.

돈에 눈이 멀어 바람을 피다 두 여자에게 버림 받은 '왕가네' 허세달의 모습.
사진=드림이앤엠

드라마로 인기를 얻고 있지만 실제로는 무대 이미지가 더 강하다. 드라마가 불편하진 않은가.
장르라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하면서 느끼는 부분이 다르니까 상호보완적인 면도 있다. 드라마를 하다보면 무대에 대한 갈구가, 공연을 하다보면 드라마에서 놓쳤던 부분들이 생각난다. 연기를 하는데 있어 새로움과 뜨거움을 주는 것 같다.

현재 대학로 연극이 힘든 것으로 알고 있다. 그 타개책으로 자극적인 소재의 연극이 많아진 추세다. 이에 대한 생각을 묻고 싶다.
예전에는 극단 시스템으로 진행돼 선 후배간에 끈적끈적한 우애가 있었다. 젊은 배우들은 연극을 분석하거나 연기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을 나누는 등 체계적으로 훈련을 받았다. 하지만 요즘은 프로젝트 시스템이 대부분이다 보니 그런 부분이 부족한 것 같다. 또 뮤지컬 시장이 커지고 다양한 콘텐츠가 많아지면서 자극적인 이야기가 더 주목 받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는 연극들이 있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이야기에 힘이 있는 순수연극들이 역으로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대중성을 놓칠 수는 없지만 난 대중성과 순수예술성이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본인은 예술성과 대중성을 잘 공존하고 있나.
어느 순간 대중성에 가까워 진 것 같다. 마음은 늘 공존하고 싶은데 쉽지 않다.

본인이 생각하는 본인의 색깔은 무슨 색인가.
잘 모르겠지만 굳이 나누면 비극, 희극으로 생각해봤을 때 사람들은 내가 비극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코미디 전문배우로 활동했을 만큼 희극에 자신 있다.

연말을 맞이해 추천해 주고 싶은 공연이 있다면.
대학로에서 진행하는 연극 ‘올모스트 메인’이다. 가슴 따뜻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내일이면 2013년이 저문다. 올 한해, 배우로서 어땠나.
지난해 여름부터 ‘헤드윅’을 시작으로 올해 ‘레베카’ ‘그날들’까지 뮤지컬을 1년 정도 하고. 다음 작품으로 호흡이 긴 드라마를 하게 되어 알차게 보낸 것 같다. 게다가 참여한 작품 모두 결과가 좋아서 보람을 느끼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사람이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듯, 자만하지 말고 초심을 찾으려고 한다.

2013년을 점수로 준다면.
후하게 85점.

내년에는 마흔 살이 된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나이에 의미를 안 둔다. 나이가 들면서 역할에 제한이 생기지만 그만큼 또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생기는 것 아닌가. 수순대로 내 얼굴에 맡는 역할들을 하고, 순리대로 사는 게 좋은 것 같다. 나이보다는, 같이 작업했던 배우들이 또 다시 같이 작업하고 싶은 배우가 되고 싶다.

그렇다면 본인이 같이 작업하고 싶은 배우가 있나.
‘왕가네 식구들’ 팀이다. ‘왕가네’는 정말로 화목한 팀워크를 가지고 있다. 일단 현장에 가면 다들 준비를 잘 해오고 최선을 다 한다. 시간 역시 알차게 쓰고 분위기가 밝다. 즐거운 현장을 만난다는 게 쉽지 않은데 정말 행복하다.

내년 활동 계획은.
2월쯤 드라마 촬영이 마무리되면 조금 휴식을 취하고, 거의 1년 가까이 공연을 쉬었으니 공연으로 찾아뵙고 싶다. 영화나 드라마 시나리오도 열심히 볼 예정이다. 개인적으로는 본격적인 글쓰기, 습작도 해 볼 생각이다.

오만석이 쓴 작품이라... 어떤 작품을 기대하면 되겠나.
연극 ‘트루웨스트’ 각색도 했었고, 뮤지컬 ‘즐거운 인생’ 대본부터 노래 작사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그런데 뼈대부터 내가 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천천히 써보려고 한다. 아직 뮤지컬이냐 연극이냐 확실한 장르는 못 정했지만 희비극이 되지 않을까. 싶다 예를 들어 연극의 한 장면을 두고 관객 모두가 다 웃어야 하는 것은 소통의 부재 같다. 어떤 사람은 웃고 어떤 사람은 울 수 있는 장면을 담고 싶다. 그렇다면 부조리극이 될지도 모르겠다.

김보희 기자 interview36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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