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송강호, 양우석이 만나 탄생된 변호인 ‘송우석’
[인터뷰] 송강호, 양우석이 만나 탄생된 변호인 ‘송우석’
  • 유이청
  • 승인 2013.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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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영화로 만들려 노력했고 결과도 그렇게 나왔다”

양우석 감독과 배우 송강호

【인터뷰365 유이청】송강호 주연, 양우석 감독 ‘변호인’의 돌풍이 거세다. 개봉 5일 만에 200만 관객을 넘어서고 있으니 앞으로 연말 특수에 얼마나 많은 관객들이 더 이 영화를 보러 올지가 영화계 관심사다.


이 영화는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되어왔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산 변호사 시절에서 소재를 따왔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영화 속 송우석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며, 돈이 우선인 송우석 변호사를 변화시킨 사건은 1981년 부산에서 실제 있었던 부림사건이다. 부림사건은 제5공화국 초기인 1981년 9월 부산에서 사회과학독서모임을 하던 학생·교사·회사원 등 22명을 체포, 기소한 사건이다. 같은해 7월 서울 운동권 학생들이 무더기로 구속된 ′학림사건′을 따서 ‘부산에서 일어난 학림사건’이라는 의미로 ‘부림사건’이라 불렸다.


실제 일어났던 사건과 실제 있었던 인물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팩션’(fact+fiction)이라 불릴 만하다. 그래서 개봉 전후로 일부 민감한 반응들이 일어나는 등 영화 외적으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인터뷰365에서는 영화 개봉 이후 양의석 감독과의 인터뷰를 시도했으나 여의치 못했다. 그는 어떤 매체와도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는 규칙을 지키고 있었다. 그래도 궁금했다. 개봉 후 지금의 이 반응들을 예상하고 있었을지. 그래서 영화제작보고회, 시사 후 기자간담회 등의 녹취록을 이용해 양우석 감독과 송광호의 인터뷰를 엮는다. 극중 송우석 변호사의 이름이 송강호의 송에 양우석의 우석이 합해진 것이라 하니 이름하여 ‘송우석 인터뷰’다.

송우석이라는 캐릭터의 이름은 양 감독의 ‘우석’과 송강호의 성이 합쳐진 이름 아닌가.
양우석 감독: 송강호씨의 ‘송’과 내 이름의 ‘우석’을 붙인 것이 맞다. 그렇게 짓게 된 배경은 영화 ‘변호인’이 진우라는 캐릭터를 변호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긴 하나, 나는 변하지 않는 상식을 변호했다고 생각한다. 만약 우리가 그 시대, 그 사건에 임했다면 어땠을까. 그때 우리도 과연 이런 용기를 가지고 이 사건에 부딪혀서 전력으로 온몸을 던질 수 있을까. 그런 각오 차원에서 지어진 이름이다.

그렇다면 송강호를 염두에 두고 캐릭터를 만든 건가.
양우석: 너무 감사하게도 송강호 선배님이 출연을 결정한 후 바뀐 이름이다.

연출뿐 아니라 각본도 직접 썼다. ‘변호인’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했나.
양우석: 대한민국의 80년대는 전세계에서 유래가 없을 정도로 산업화, 민주화, 심지어 정보화 혁명까지 동시에 일어났던 시기였다. 굉장히 치열하고 밀도 높았던 시대였고 보통의 각오로 살기엔 힘들었던 시기다. 그 시대 흐름 속에서 상식을 지키려고 열심히 지키고자 노력했던 이야기를 지금 치열하게 살고 계신 분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의미에서 만들게 됐다.

'변호인'의 장면들

(영화 개봉 전에 있었던) 일부 네티즌들들의 평점놀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런 분들이 오해하고 있는 지점이 있는 건가.
양우석: 영화를 보지 못하는 단계에서 다양한 비판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많이 성숙하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해프닝 정도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나 역시 다양한 반응이 있을 수 있겠구나, 하고 이해하고 넘어가고 있다.

이 영화를 선택하면서 영화 외적으로 피해가 오지 않을까 두렵지는 않았나.
양우석: 우리 사회가 이제 이런 팩션을 만들 시기가 왔다고 생각했다. 만드는 데 있어서 주저함이나 두려움 같은 게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송강호: 영화 외적인 부담이나 정치적으로 해석될 부분에 대한 다른 생각들을 가질 수 없을 만큼, 이 영화는 특정한 사람에 대한 일대기나 정치적인 이슈 혹은 이념을 얘기하는 영화가 아니다. 우리가 충분히 겪었고 누구나 알고 있는 8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그 힘겨웠던 시간들을 치열하게 열정으로 사셨던 모든 분들을 통해 우리가 한번쯤 느낄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는 좋은 영화라고 생각했기에 부담이 없었다.

전해들은 바로는, 배우들뿐만 아니라 스탭들도 시나리오만 보고 이 영화 참여를 만장일치로 결정한 작품이라고 들었다.
양우석 : (그런 얘기를) 전해 듣기만 했다. 제 덩치를 보고 오해하고 있구나, 라고 생각했다.(양 감독의 덩치는 극중 고문수사관 역을 맡은 곽도원만큼이나 크다) 배우분들이 흔쾌히 작품에 참여해주셔서 완성할 수 있었다.. 관객분들 역시 영화를 영화로 봐주셨으면 싶다.
송강호 : 난 개인적으로 한 번 거절을 했었다. 이유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영화 속에서 내 자신이 아닌 타인을 표현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과연 한 사람의 인생 한 단면을 자신있게, 누를 끼치지 않고 표현할 수 있을까 겁이 좀 났다. 그런 부분들 때문에 한 번 거절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잊혀지지 않는 시나리오, 잊혀지지 않는 이야기가 나를 사로잡았다.

모티브를 실제 부림사건에서 가져오게 된 계기나 배경이 궁금하다.
양우석: 실제 부림사건이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영화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 구조와 팩트는 다를 수 있다. 시나리오 집필하면서 영화는 영화로 만들려고 노력했고, 그 결과도 그렇게 나왔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사실을 왜곡하거나 미화하는 일은 없다.

롱테이크 법정 장면(사진 왼쪽)과 80년대를 재현해낸 길거리 장면(사진 오른쪽)

제작보고회 때 가장 감동적인 장면으로 많은 배우분들이 법정 롱테이크 신을 들었다. 대사가 길고 전문용어로 이뤄진 법정 신을 한번에 소화해서 ‘송랩퍼’라는 별명이 붙었다는데.
송강호: 부산 사투리의 특징이 좀 말이 빠르다. 말이 빠르고 법정 용어인 데다가 대사 양이 많아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내가 연기한 이래 대사 연습을 처음 했다. 이전에는 연습하지 않고 했는데, 4, 5일 전에 먼저 세트장 가서 혼자서 연습을 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학창시절 때 이렇게 공부를 했다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 라고 말하곤 했다. 공부를 열심히 하니까 공부의 맛이랄까, 이제야 알겠다. 새로운 경험이었다.

연기할 때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었다면.
송강호: 헌법 조항이 아름다운 언어였다는 게 기억에 남는다. 헌법이라는 것은 초등학교 때부터 많이 배우고 익숙한 이야기지만 우리가 살아오면서 체감하거나 생활 속에서 피부에 와닿지는 않다. 연기하면서 헌법과 관련된 단어들이 나올 때 새삼 우리가 이런 아름다운 언어와 이상을 품고 살아가는데, 과연 실제로 그렇게 살고 있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됐다.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던 장면은 어떤 것인가.
송강호: 공판도 공판이지만 개인적으로 이성민씨가 분했던 윤택과 국밥집에서 말다툼을 벌이는 시퀀스가 상당히 재미있기도 하고 중요한 시퀀스가 아닌가 생각한다. 굉장히 흥미롭게 찍었다. 인간 송우석의 세속적인 면, 국밥집 어머니, 진우와의 관계, 진우와 같이 구속되었던 진우의 선배들과 마주치는 미장센까지 모든 것이 담긴 씬이다. 그리고 후에는 본질이 되는 사건의 밑그림이 되는 시퀀스라는 생각에 재밌고 흥미로웠다.

1980년대의 시대상을 반영하기 위해 특별히 노력한 부분이 있나.
송강호: 의상이나 헤어나 같은 것들은 기본적으로 나 역시 그 시대를 거쳐왔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 시대를 관통하며 살아온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시대적인 감정, 감성을 표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어 신경 썼다. 외형적인 부분은 강한 헤어스타일을 유지하며 연기하기가 좀 불편했다.

배경이 80년대인데 이 영화를 소비할 대상은 그때를 겪어보지 못한 젊은 세대이다. 영화를 통해서 그들에게 주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양우석: 정확하게 한 세대 앞의 일이다. 80년대, 그 밀도가 높은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 역시 버거움이 있었을 것이고, 그렇게 치열하게 살았던 선배들의 모습을 젊은 친구들이 보고 이겨내길 바랐다. 88만원 세대, 스펙, 취업난 등 젊은이들이 걱정하게 만드는, 지지부진한 현실적 한계가 있지 않나. 그런 것들을 깨치고 나아갈 만한 치열함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들의 부모 세대는 훨씬 더 어려운 시대를 살아남았고 버텨왔다. 그런 각오로 치열하게 살아보자는 의미로 영화를 만들게 됐다.


유이청 기자 interview36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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