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로맨틱 야구마니아 ‘열한시’ 김현석 감독
[인터뷰] 로맨틱 야구마니아 ‘열한시’ 김현석 감독
  • 김다인
  • 승인 2013.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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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형은 수지, 영화로는 수지에게 차였다”

촬영중 모니터를 확인하고 있는 김현석 감독

【인터뷰365 이희승】배우가 됐으면 어땠을까 생각하게 되는 감독이 있다. 여자의 마음을 무장해제 시키는 선한 눈매에 어눌한 듯하면서도 냉철한 위트가 대화 곳곳에서 넘친다. 영화 ‘열한시’를 만든 김현석 감독이다.
지난 11월 28일 개봉한 영화 ‘열한시’는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다. 다음날 오전 11시로 시간 이동에 성공한 연구원들이 그 현장에서 가져온 CCTV 속에서 발견한 자신들의 죽음을 막기 위해 시간을 추적하는 과정을 그린다.
감독으로서 김현석은 야구심판과 톱 여배우의 사랑을 그린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의 시나리오를 쓴 주인공이고, ‘슈퍼스타 감사용’에서는 김성한 선수 역할로 우정출연한 것도 모자라, 고교투수 선동렬의 고교시절을 다룬 ‘스카우트’까지 찍었다.
그의 감독 데뷔작이 대한민국 최초의 야구단을 다룬 ‘YMCA 야구단’이었으니 말 다 했다. 로맨틱 ‘코미디의 대가’이자 ‘야구마니아’로 알려졌지만 일체 그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했다.
인터뷰 시작 전 감독은 “(야구에 관한 질문은) 너무 단골 질문이라 이런 배려가 너무 고맙다”고 했지만 자기 스스로 뗄래야 뗄 수 없는 야구 본능을 이곳 저곳 내비쳤다.

언제나 자신이 쓴 작품으로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 ‘열한시’ 그런 의미에서 첫 배다른 자식이다.
내가 너무 게을러서 그동안 써 놓은 게 없었다.(웃음) 남의 시나리오라도 이 작품은 너무 재미있었다. 아무래도 자기 작품이면 현장에서 뭔가 부딪히거나 막히는 게 있을 때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열한시’는 그걸 깨게 만들어 준 경험을 해줬다. 즐기면서 찍을 수 있는 뭔가를.

너무 하고 싶은 대로 찍어서 배우들의 원성이 자자하지 않았나.
하고 싶은 대로 찍은 건 맞다. 연기보다 비주얼적인 욕심이 더 컸던 것도 사실이고. 최다니엘의 경우 이미 전작에서 경험을 해봐서 나의 방목 스타일을 이해해줬는데 김옥빈과 정재영 선배의 경우엔 적응을 못하더라. 부산에서 촬영할 땐가? 단체로 들고 일어난 적이 있었다. 너무 더운 날씨에 편의점에서 다 같이 캔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갑자기 개기는 거다.

이 표현대로 나가도 되는 건가.(웃음)
나로선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었다. 재영선배는 무술감독과의 합을 무전기로 디렉션하는 게 불만이고, 옥빈이는 와이어 할 때 안 와본다고 뭐라고 하더라. 감독으로서 지난 10년간 원래 여배우 옆에 잘 안 가는 편이고 언제나 무전기로 현장 지시를 해왔는데, 그걸 뭐라고 하니까 미치겠는 거지. 게다가 술을 마신 상황 아닌가.

분위기가 살벌했겠다.
아니다. 그게 굉장히 재미있는 게 아무도 당시 상황을 기억 못하는 거였다. 다음날 재영선배한테는 장문의 사과문자가 왔다. ‘나는 기억이 안 나지만 그랬다면 너무 미안하고...’로 시작되는. 나는 지금의 배우들에게 고마움이 컸던지라 그런 행동도 모두 예뻐 보였다. 이 시나리오를 재영선배는 5년 전에 이미 받았다더라. 인연이 있었던 거지. 하지만 다시 맡아서 하기란 배우 입장에서는 쉽지 않았을 거다. 원래는 다니엘과도 친구로 나오는 사이였다. 그러다 나이 대를 좀 넓혀서 둘 사이가 사실은 과외학생과 선생님 사이로 수정이 된 거다.

그렇다면 여배우는?
이런 말해도 되나. 수지한테 보냈는데, 까였다.(웃음)

수지를 공공연히 이상형으로 밝히고 있다. 아직 미혼인데 정말 이상형은 어떤 타입인가.
당연히 수지다. 농담이고 난 중성적인 여자가 좋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에 나오는 캐릭터 같은.

집이 영종도라서 연애가 힘든 것 아닌가.
일을 할 때는 대부분 홍대 오피스텔에서 지낸다. 영종도는 도시적이면서도 텃밭에서 옥수수를 수확하는 재미를 누릴 수 있는 곳이다. 구읍 뱃터를 통해 배를 타고 차이나타운에서 직접 짜장면을 먹고 오는 재미도 쏠쏠하다. 오토바이를 끌고 다니는데, 달릴 맛 난다.

타임머신을 타고 하루전으로 돌아간 영화 '열한시'

감독으로서 꽤 탄탄한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비결이 뭔가.
지난 25년간 감독만을 꿈꾼 것? 나는 영화과 출신도 아니고 그때는 아카데미도 없는 시절이었다. 내 작품들은 모두 20대 때 쓴 것들이다. 대학 때 쓴 ‘사랑하기 좋은 날’이 시작이었다. 군대 가기 전에 쓴 작품인데, 복무 중에 연락을 받았다. 2년 후 최민수씨가 주연으로 영화화 됐다. ‘시라노...’도 그 당시에 쓴 작품이었다. 29살 때 쓴 ‘스카우트’ 이십대 작품의 마지막이다. 연출은 물론 30대에 했으니 내 20대를 40대가 된 지금 시간 여행을 하고 있는 셈이다. 너무 개구지게 말했지만 가장 살이 되는 말을 하자면 현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이야기를 다룰 줄 아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거다.

의외로 현장 경험의 중요성을 크게 여기지 않는다고.
연출부를 많이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물론 현장도 중요하지만 그 경험은 딱 2편 정도가 적당한 것 같다. 요즘엔 막내로 시작해서 세컨드, 퍼스트, 이런 식으로 올라가는데 그런 시간에 차라리 인생을 즐기고 무조건 시나리오를 쓰라고 하고 싶다. 나는 행복하기 위해 영화를 하는 사람이다. 나의 종교이자 신앙이다. 예술이란 즐기면서 하는 거란 신념엔 변함없다. 나의 가장 큰 목표는 행복이고, 행복하기 위해서 영화를 찍는 거다.

‘열한시’는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가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도 있는 영화다.
CJ 측에서는 휴먼 코미디로 부각되길 원했다. 나는 느슨한 스릴러를 만들고 싶었고, 예를 들면 박철민 선배의 썰렁한 농담 같은 영화?(웃음) 샷 나누고 좀 더 세련되게 갈 수도 있었을 거다. 하지만 40억 중반의 예산으로는 키치적인 스릴러가 맞다고 봤다. 나는 관객들이 ‘저게 의도구나’ 라는 게 보였으면 했거든. 보는 사람이 뜨악하지 않는 연출이라면 ‘열한시’는 성공한 거다.

개인적으로는 순돌이 이건주의 재발견이었다.
내가 의도한 것도 바로 그거다. ‘순돌이가 사람 죽이네’라는 식. 귀엽고 통통했던 국민드라마 ‘한지붕 세가족’의 순돌이가 커서 저렇게 나오다니. 하지만 요즘 20대들이 순돌이를 모르는 거다. 너무 뜨악했다.

감독들도 연기를 하는 시대다. 잠깐이지만 연기도 했지 않나.
‘슈퍼스타 감사용’에서 내 상대역이 하정우였다. 나는 그나마 대사라도 있었지. 그때 하정우는 대사 하나도 없었다. 그때 친해둘 걸 후회하고 있다. 즐겨 보는 ‘응답하라 1994’에서 쓰레기(정우)가 91학번 정도 될 테니 나도 카메오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이제 내 인생에 연기란 없다. 훨씬 더 힘들더라.

'방임형 감독'을 자처하는 현장에서의 김현석 감독

‘열한시’는 감독으로서 꽤 부담 가는 소재이기도 했다. 만족감은 어느 정도인가.
카이스트 영화 동아리 다니는 후배를 휴학 시키고 ‘네가 책을 읽고 알려달라’고 했다. 아인슈타인 책 딱 한 권만 읽고 시작하자고. 솔직히 어느 정도 부분을 넘기면 읽혀지지가 않더라. 나름 새로운 시도였기 때문에 의욕이 남달랐는데, 과학적 지식이 배우들에게도 레슨할 정도가 안되니 고충이 따르기도 했다. 이제 내가 잘 할 수 있는 걸 더 잘 해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웃음) 점수로 따지자면? 99점이다. 이 영화의 러닝타임이기도 하다.

영화 속 타임머신은 딱 하루 전으로 돌아간다. 당신이 돌아가고 싶은 순간은 언제인가.
당연히 1998년도 여름으로 돌아갈 거다. 그때 이종범이 일본에서 데드볼을 맞은 시기였는데 그 경기의 관중석 맨앞에서 “뒤로 물러서세요!”라고 크게 소리칠 거다. 나는 그때 안 다쳤으면 이종범의 시기는 더 오래 갈 거라고 확신한다.

야구 이야기 안 하기로 하지 않았나.
아, 그럼 1년 전 투표 때로 돌아가서 지금의 상황을 말해야겠다. 아니다. 그러면 이 영화가 개봉 못 할지도 모르니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의 총탄을 막겠다고 해달라.(웃음)

차기작도 정해져 있다고 들었다.
내년 4월쯤 들어갈 계획이다. 남자 둘, 여자 둘이 나오는 영화다. 조만간 캐스팅이 확정될 것 같다.

김다인

영화평론가. 인쇄매체의 전성기이던 8,90년대에 영화전문지 스크린과 프리미어 편집장을 지냈으며, 굿데이신문 엔터테인먼트부장, 사회부장, LA특파원을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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