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성장한 소년 김시후를 만나다
소녀, 성장한 소년 김시후를 만나다
  • 이희승
  • 승인 2013.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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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힘들었다. 지금은 ‘소녀’ 덕에 행복하다”

【인터뷰365 이희승】소년은 이명(耳鳴)을 겪는다. 자신의 말 한마디가 친구를 자살로 내몰았고 그 이후부터 생긴 증상이다. 치료와 학업을 위해 전학 온 학교에서 자신과 묘하게 닮은 한 소녀(김윤혜)를 발견한다. 자신의 사소한 실수가 사람을 죽였듯,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소녀를 지켜주고 싶은 소년. 이들의 슬픈 사랑은 파국과 해피엔딩을 묘하게 넘나든다.
영화 ‘소녀’의 윤수는 ‘소년 전문 배우’라 이름 붙은 김시후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역할이다.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남들보다 빨리 왔던 데뷔 기회와 전 소속사와의 갈등은 한창 나이의 김시후를 몇 년이나 쉬게 만들었기 때문. 극중 도시 소년의 세련됨과 트라우마로 남은 이명의 고통을 견디는 단단한 눈빛 연기를 보노라면 김시후가 데뷔 초반에 겪었던 일련의 소동과 아픔이 어땠는지가 충분히 가늠된다. 그가 꽃미남 배우의 시초로 불리며 무난한 연기자의 길을 걸었더라면 결코 나오지 않을 아우라를 보여주는 건 바로 그 경험에서 시작됐으리라.
올해로 스물일곱. 10년은 어린 캐릭터를 그것도 교복을 입고 소화해 내야 하는 건 배우로서 또 하나의 굴레에 가까웠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김시후는 달랐다. 소년에서 남자로 변해가는 윤수에게 기꺼이 모든 걸 내맡겼다. 20대 남자배우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또 다른 영화 ‘소녀’는 그렇게 탄생했다.


기대 이상의 수작이었다. 아직 개봉(11월 7일) 전이라 엔딩을 밝힐 수 없지만 마무리도 세련됐다.
상징적인 이미지가 많은 영화라 끌렸다. 영화를 봐야 아시겠지만 소녀가 겪는 잔인한 일도 왠지 시골에 있을 법한 범죄이고. 현실적으로는 구제역도 나오고, 그와 연관된 사건들이 사실적으로 다가오더라. 엔딩이 좋다는 의견이 가장 기분 좋다. 일반 시사회에서는 전반적으로 무섭다는 의견이 많았다는데, 사실 시나리오는 훨씬 더 잔인했다. 사운드나 눈으로 보이는 피의 튀김 정도가 좀 세게 다가오는 것 같다. 그 장면을 직접 찍었다면 내가 더 싫었을 텐데 다행히 최진성 감독님이 너무 세련되게 잘 살려주신 것 같다.


가장 물어보고 싶었던 건 ‘소녀’의 오디션을 봤는지에 대한 여부다. 혹시 봤다면 어느 장면을?
오디션 없이 미리 시나리오를 받고 분석한 후에 미팅을 했다. 긴 대화 후에 같이 가기로 결정됐다. 작년 11월에 시작해서 올해 1월에 촬영이 마무리됐는데, 편집을 거의 7개월 가까이 하면서도 단 한 번도 보여주질 않더라. 그게 더 떨려서 정작 기술시사 때는 집중을 못했다. 정식으로 완성본을 보니 영화가 너무 아름답게 나왔다. 그 희열감이란.


소년이라고 부르긴 그런 나이지만 좋은 캐스팅의 한 예가 아닐까 싶다.
의외로 교복 입고 나온 적이 거의 없는데 성장 드라마로 데뷔를 해서인지 아직까지 어리게 보시는 분들이 많다.(웃음) 데뷔 초반에는 곱상한 외모가 참 불만이었고, 내가 할 수 있는 외적인 것이 죽어 보이는구나 속상했다. 하지만 언젠가는 나에게도 중년의 느낌이 나올 거라고 보기에 조급해 하지 않기로 했다. 김윤혜는 상대 여배우가 누가 될지 전혀 모른 상태서 우연히 마주쳤는데, 거짓말이 아니라 첫눈에 해원의 느낌이 나더라. 그래서 나중에 함께 한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놀랐다. 인연이 있었던 것 같다. 정말 굿 캐스팅이다.


히트 영화 ‘써니’, 드라마 ‘사랑비’에 출연한 김시후


윤수도 편한 캐릭터는 아니잖나. 밝히지 못할 상처를 안고 살아가다 더 큰 사건을 겪는 인물이다. 개인적으로 촬영 전에 준비했던 게 있나.
돌이켜보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 게 큰 도움이 됐다. 원래 혼자 집중하고 분석하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소녀’만큼은 정말 갖가지 버전의 윤수를 생각해뒀다. 우는 장면을 한 예로 들더라도 미친 듯이 눈물을 흘리거나, 절제해서 머금은 것 등 여러 가지가 있었다. 나중에 보니 내가 강약을 조절하는 게 더 처연하고 잘 어울려서 그 버전을 끝까지 유지했다. 가장 우려한건 스케줄상 순차 촬영을 할 수 없었기에 감정을 끌고 가는 거였는데, 감독님이 그 부분에 대해선 믿고 맡겨주셨다. 감사했다.


‘소녀’는 설경이 남다른 영화다. 눈이라면 ‘마이웨이’때 겪을 만큼 겪지 않았나.
내가 그 영화에 나온걸 아는 사람이 없는데 너무 반갑다.(웃음) 게다가 오다기리 죠를 보좌하는 츠카모토라고 일본 군인이어서 나란 걸 알아채는 사람이 없더라. 많이 나오진 않았지만 그 촬영을 위해 6개월간 러시아 혹한을 경험해봐서 추위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나름 노하우도 있었고. 윤혜가 고생을 많이 했다.


두 사람의 베드신이 좀 더 강렬했어야 하지 않았나 아쉬움이 있다.
초고 말고 2번째인가 3번째 시나리오에서는 강도가 더 셌다. 그나마 낮춘 거다. 그 장면 찍는데 5시간이 넘게 걸렸다. 사실 내가 제대로 된 베드신 경험이 없다. ‘친절한 금자씨’에서는 바로 다음날 아침으로 신이 바뀌니까 할 일이 없었다.(웃음) 베드신이 약하다고 해도 끝나고 나서는 참 민망한 순간이 있는데, 초반 1시간 정도는 스태프들도 비켜주시더니 마지막엔 다 들어와서 엄청 시끌벅적하고 참 부끄러웠던 기억이 있다. ‘왜 이렇게 이 장면을 공들여 찍지?’ 할 정도로 여러 각도로 찍었다.


할 말은 하는 배우인 것 같다. 그 외에도 서운한 게 있나.
아니다. 서운한 게 전혀 없다고 할 만큼 남다른 현장이었다. 엔딩도 여러 버전이 있었다. 지금은 좀 따듯하게 마무리 된 거다. 많은 여운을 남기는 엔딩이라 좀 더 애틋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둘이 잡혀가는 걸로 끝나는 것도 있었고, 죽음을 암시하는 결말도 있었다. 죄를 죄로 갚는 건 용서받지 못한다는 기본 중심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런 확고함에 배우로서 믿음이 갔다. 나에게 윤수는 단순히 한 캐릭터가 아니었다. 요즘의 내 행복은 모두 ‘소녀’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복잡한 캐릭터를 진심을 다해 연기하는 게 보였다.
연기를 하고 싶어도 대중들에게 연기를 보여드릴 기회가 너무 없었다. 윤수는 서울에서 우연한 말실수로 평생 안고 가야 할 병을 얻는다. 친구의 아빠한테 맞아서 불안감을 느낄 때 이명의 고통에서 발버둥치잖나. 결코 평범한 학생은 아니다. 게다가 해원이의 상처를 더 지켜줘야 하는 남자로 변신한다. 그래서 더더욱 나를 시험해 보고 싶었다.


그 과정이 쉽진 않았을 텐데...
배우로서 가장 분했던 건 내 한계를 본인이 모른다는 거였다. 연기를 하면서 단 한 번도 한계에 다다라서 화를 내거나 뭔가를 펼쳐 보일 기회도 없었다. 내가 어렸을 때 엄마랑 TV를 굉장히 많이 봤다. 그때 본 드라마가 ‘보고 또 보고’였는데, 어린 나이에도 사람들이 웃고 울고 즐거워하는 걸 보며 나도 ‘저런 연기를 하고 싶다’는 걸 막연히 안고 있었다. 감동과 웃음을 주는 사람.


‘소녀’의 한 장면


타고난 운동천재랄까. 스포츠 꿈나무로 탄탄대로 였다고 들었다.
그 부분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정말 그 길로 가면 성공이 보장 될 정도로 타고난 실력이었다.(웃음) 그래서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어떻게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운동에 올인 했었는데 데뷔가 너무 빨리 온 거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반올림’이라는 드라마였는데, 그때는 PD분들에게 혼나면서 배웠다. “야, 얘 매니저 누구야? 당장 데려와. 어디서 이따위 연기를 해?”그러면서 대본으로 맞았는데도 그게 너무 좋았다.


회의를 느낀 건 소속사 문제로 2년간 활동을 못하게 된 때였던 건가.
뭘 모르고 그렇게 활동하다가 20살 때 일이 터졌는데, 감당을 못하겠더라. 이런 말 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1년간 알콜중독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술만 마셨다. 그 이후엔 6개월간 대인기피증으로 집 밖엘 안 나갔다. 그때 미친 듯이 영화를 봤는데, 세어보니 하루 평균 5편 이상씩을 봤다. 마지막에 본 영화가 제목이 기억 안 나는데 나와 너무 비슷한 캐릭터가 나오는 거다. 무기력하고, 아무것도 안하고 사는 루저가 주인공인. 그걸 보니 내가 너무 바보같이 느껴져 일을 해결하려고 발버둥쳤다. 활동을 할 수 있게끔 원상태로 돌아왔을 때 새로운 둥지를 찾았는데 1년 만에 또 회사가 문을 닫는다는 거다. 2년간의 공백이 너무 큰 걸 절감하며 겨우 기지개를 키려는 순간이었다.


그 이후로 쭉 혼자 지냈지만 의외로 결과는 좋았지 않나. 굵직한 작품들은 그때 다 했다.
열심히 뛰지 않을 수 없었다. ‘써니’와 ‘마이웨이’도 다시 오디션 보고 혼자 운전해서 현장 다니고, 정보 얻어서 오디션 본 결과다. 지금 소속사는 ‘마이웨이’ 때 장동건 선배님이 내가 그렇게 다니는 걸 보고는 자신의 소속사를 소개시켜 주신 거다. 하지만 ‘전 어디도 안 들어간다’고 서너 번을 거절했다. 그럴 때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불러 주신 덕에 마음을 열게 됐다.


지금의 소속사(SM C&C)에서 가장 먼저 한 작품이 드라마 ‘사랑비’다.
덕분에 일본에서 사랑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인지 군 입대도 좀더 자리를 잡고 가고 싶다. 제대 하고 나서도 바로 활동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인지도는 쌓은 후에 가야 할 것 같다. 더 이상의 공백은 없었으면 하는 굳은 결심이랄까.(웃음)


지금은 행복한가.
행복하다. ‘소녀’를 찍고서는 가족들과도 더 잘 지낸다. 아들만 둘이어서인지 평소에도 세 마디 이상 나누질 않는데 작년부터는 대화도 많이 하고, 회사 사람들과도 마음을 열고 흡사 가족처럼 지내며 인생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언젠가는 내 장기를 살려 감동적인 액션 영화를 찍을 거다. 영화 ‘짝패’ 때 류승완 감독님의 아역으로 18대 1로 싸우는 장면이 있었는데, 정말 짜릿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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