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인터뷰] 아일랜드의 ‘올드보이’ 닐 조단, 짐 쉐리단
[BIFF인터뷰] 아일랜드의 ‘올드보이’ 닐 조단, 짐 쉐리단
  • 이희승
  • 승인 201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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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영화가 아닌 한국영화로 기억될 수 있어야”

【인터뷰365 이희승】척박하고, 음울한 땅. 아일랜드에 대한 첫인상이다. 영국과 똑같이 하루에 오락가락 하는 비와 흑맥주와 거친 들판을 가지고 있지만, 영국과 아일랜드는 흡사 물과 기름처럼 다르다. 아일랜드는 영국과 태생부터 다르다는 ’문화 자긍심‘이 있다.
거장이라 불리는 아일랜드 대표 감독들을 부산에서 만났다. ‘크라잉 게임’ ‘플루토에서 아침을’ 등을 만들어 할리우드에서 가장 성공한 아일랜드 감독으로 불리는 닐 조단과 ‘나의 왼발’ ‘아버지의 이름으로’ 등 작품성으로 인정받는 짐 쉐리단이 그 주인공.
8일 열린 짐 쉐리단 감독의 마스터 클래스에는 궂은 날씨의 평일임에도 자리가 꽉 차 그 인기를 반영했다. 핸드 프린팅 행사도 남달랐다. 부산영화제가 만들어진 이례 처음으로 두 명이 동시에 진행됐던 이 행사에는 거장의 움직임을 향한 관객들의 스마트폰 플래쉬 세례가 쏟아졌다. 닐 조단 감독은 “조만간 꼭 부산을 다시 방문하겠다”는 말로, 짐 쉐리단 감독은 “해변에서 관객을 만나는 경험은 정말 특별했다”고 말하며 다음을 기약했다. 다음은 공식 기자회견 내용이다.


아일랜드 영화는 한국 관객들에게 낯설지만 ‘크라잉 게임’은 꽤 유명하다.
닐 조단 : 나는 내 고향 더블린에서 1960년대부터 1970년대 사이의 홍콩이나 일본영화를 많이 봤다. 한국영화를 보기 시작한 건 15년쯤 됐다. 굉장한 발전을 했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 오고 싶었던 것도 보통 외국 관객들이 일본이나 중국영화와 비슷하게 아시아 영화라고 보는 한국영화에 대해 더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기억하고 있는 한국영화가 있나.
닐 조단 :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 역시 일본과 한국영화의 차이점을 구분하지 못하는 관객이었다.(웃음) 하지만 ‘올드보이’는 확실히 알고 있다. 놀라운 점은 한국 관객층이 굉장히 넓고, 영화를 사랑하는 깊이가 남다르다는 거다. 그래서 내 최근작 ‘비잔티움’이 꼭 한국에서 개봉되었으면 한다.


많이 알려진 작품 말고도 ‘마이클 콜린스’를 좋아하는 관객들이 많다. 이번 영화제에서도 상영되는데.
닐 조단 : 아일랜드는 한국과 비슷한 점이 있다. 한국은 일본의 지배를 받았고, 아일랜드 역시 영국의 지배에서 독립전쟁을 경험했다. 나는 ‘마이클 콜린스’를 통해 아일랜드의 독립에 대해 많이 소개할 수 있었다는 점이 자랑스럽다.


아일랜드 영화의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짐 쉐리단 : 아일랜드는 작은 국가이고 중산층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스토리를 찾는 것이 쉽지 않고 아일랜드 사람들만 아는 이야기가 많기 때문에 대중적이지 못하다. 또 아일랜드는 과거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영화를 잘 만들기 위해서는 자기 복제를 견제해야 한다. 나는 ‘나의 왼발’로 세계시장에 진출했고, 닐 조단 감독도 ‘크라잉 게임’ 후 할리우드로 건너가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로 자리를 잡았다. 뭔가 답습하려는 습관을 버리고 자신의 목소리를 찾는 건 모든 감독이 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당신은 연기도 했다. 배우라고 불러야 하나.
짐 쉐리단 : 맞다.(웃음) 5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내가 가진 연약함과 부족함을 연기를 통해 깨달을 수 있었다. 연기는 자신에게서 벗어나는 여정인 것 같다.


영화제 행사 중 하나인 핸드 프린팅을 마친 후 집행위원들과 포즈를 취한 두 감독


감독으로서 한국영화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짐 쉐리단 : 비단 한국의 문제라기보다는 영화라는 플랫폼에 전환기가 필요하다고 본다. 과거에는 영화를 커다란 스크린으로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비디오테이프가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작은 화면으로 영화를 접하게 됐고 자막있는 영화는 잘 보려 하지 않는다. 이것이 한국영화가 아일랜드에서 잘 알려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아일랜드와 영국을 헷갈리듯, 한국영화라고 해서 일본이나 중국영화와 특별한 차이점을 느끼지 못한다. ‘복수는 나의 것’이 한국영화인 걸 감독인 나는 여러 영화제를 통해 기억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다운 받은 일반 관객들은 단순히 ‘아시아 영화’로만 이해하게 된다.
최근에는 극장이 아닌 곳에서 무료로 영화를 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기술의 발달이 점차 관객들을 단순하게 만들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할리우드는 러시아나 브라질, 인도 등 인구 밀도가 높은 특정 관객들을 위한 영화도 만들기 시작했지만 한국을 겨냥한 영화에는 관심조차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비단 한국뿐 아니라 영화가 시장성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점은 점차 큰 문제로 대두될 것이다.


할리우드 영화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보인다.
짐 쉐리단 : 과거 새벽 2시에 LA의 한 구석진 극장에서 ‘원스’라는 영화를 보고 아일랜드에서 또 보고 싶어 찾아 봤더니, 이미 극장에서 내린 후였다. 하지만 이 영화가 미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재개봉이 추진됐다. 이는 많은 걸 상징한다. 미국에서 개봉하지 못하면 만든 나라에서조차 성공하기 힘들어진다는 얘기다. 블록버스터급 영화들이 TV광고를 함으로써 제작비가 올라가고, 결국엔 돈 없는 작은 영화들이 설 자리를 잃어버린다. 부산국제영화제 같은 기회를 통해서만 작지만 알찬 영화를 만나게 된다는 게 말이 안 되지 않나.


과거 아일랜드 영화라 하면 초록색 들판과 풍경 좋은 들판들이 생각난다. 아일랜드 영화의 특별한 점은 뭐라고 생각하다.
닐 조단 : 내 첫 영화에서는 그 초록색을 덮어버리기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 모른다.(웃음) 아일랜드 특유의 짙은 초록색은 정말 표현하기 힘든 색이다. 아일랜드 영화는 자국에서도 개봉하기 힘든 시스템이 있다. 그리고 해외 배급도 쉽지 않다.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 싶다.
닐 조단 : 내년에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영화의 각본은 쓰고 있는 중이다. 유럽을 배경으로 한 유령 영화다.
짐 쉐리단 : 더블린 지역에서 성장하는 인물을 소재로 한 영화를 찍고 싶다. 아일랜드의 수도인 더블린은 내 아버지가 태어난 곳이라 더욱 남다르다. 아일랜드 특유의 종교문화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교회에 얽힌 소재를 구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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