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불쌍한 외모’로 ‘설국열차’와 한판
하정우, ‘불쌍한 외모’로 ‘설국열차’와 한판
  • 이희승
  • 승인 2013.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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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돼 보여 보고나면 장난 아닌데? 할 자신 있다“

【인터뷰365 이희승】도대체 왜 이렇게 ‘작품 운’이 좋은지를 먼저 물었다. 대답할 틈을 주지 않고 ‘주변에 적이 없는 이유’도 따져 봤다. 하다못해 까다로운 언론(특히 기자들)조차 하정우에게는 관대하다. 그의 넉살과 친근함, 상대방을 무장해제 시키는 진심에 매료된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하정우는 남자들이 더 좋아하는 ‘마성의 매력’을 지닌 몇 안되는 배우다. 게다가 ‘하대세’라는 별명이 당연할 만큼 그의 필모그라피는 대부분 성공에 가깝다. 스스로도 “중간중간 살짝 아쉬운 작품도 있다”고 말하지만 그는 흥행력과 연기력을 동시에 갖춘 배우로 자리잡았다.
곧 개봉을 앞둔 ‘더 테러 라이브’의 예를 들어보자. 이 영화의 엔딩은 벌써부터 SNS의 화제가 되고 있다. 개봉 전 유료 시사로만 12만 명 이상을 끌어 모았다.
강동원의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은 ‘군도’는 하정우의 합류로 인해 관심작으로 등극했고, 중국이 낳은 세계적 작가 위화의 대표소설 ‘허삼관 매혈기’의 주연과 감독까지 맡았다. 최근에는 감독 데뷔작 ‘롤러코스터’를 끝내고, 자신의 목표인 ‘출연작 100편‘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
“잘되는 이유요? 전 아직 시작도 안했는걸요. 모두가 좋아하는 이유는 불쌍해 보이는 외모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하하.”


개봉 전부터 반응이 남다르다.
정말 깜짝 놀랐다. 편집본 말고 언론시사회 때 영화관에서 처음 보는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웃음이 터지더라. 기분이 좋아 3일 연속으로 김병우 감독과 술을 마셨다. 지금은 개봉 전이라 밝히기 그렇지만 이 영화의 엔딩이 좀 당돌하지 않나. 그럼에도 이런 인기를 얻으니 어안이 벙벙하다. 이러다 제작사 대표님(이춘연)이 10층짜리 빌딩 사는 거 아닌가 싶다.(웃음)


이렇게 잘 풀리는 이유가 뭔가.
감사하지만 그만큼 불안하다. 기대치가 높아지는 거니까. 연달아 잘 되는 것 같아 보여도 한 작품만 어긋나도 바로 추락하는 게 이쪽 생리니까. 항상 긴장한다. 꿈꾸고 있던 목표점은 아직 멀어서 지금의 모습이 성공적이라고 보지 않는다. 내 꿈은 우주정복이고, 그 다음이 글로벌적인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거다.


‘두번째 사랑’이나 ‘보트’ 등 해외 작품도 몇 편 하지 않았나.
그건 기반을 잡기 위한 준비운동에 가깝다. 내가 좋아하는 하비에르 바르뎀도 40대가 넘어서야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사실 동양배우처럼 감정연기를 섬세하게 하는 부류는 없다고 본다. 전세계에서 한국 배우들이 연기력 하나만큼은 최고라고 본다. 바르뎀도 흡사 동양배우처럼 연기한다. 가끔은 배우 같지 않은 외모부터 여러 가지로 그와 나는 같은 종족 같은 친밀함을 느낀다.(웃음)


시사회에 참석한 (사진 위쪽부터) 걸그룹 미쓰A의 수지, 하정우의 부친인 탤런트 김용건, 그리고 하정우가 이번 영화에서 롤 모델로 삼았다는 손석희 전 앵커, 현 jtbc 사장
이 영화의 원제도 같았나. 엔딩도 바뀌지 않고?
작년 6월에 시작했고, 그때도 동일한 제목이었다. 많이 알려졌다시피 시나리오를 읽지도 않은 채 안한다고 두 번이나 고사했던 작품이다. 휴식이 필요했다. 이미 계획된 스케줄이 있는데 도저히 또 덤벼들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 읽고 나니 구조가 타이트하면서 내 색을 입혀서 연기하고 싶은 욕심이 들었다. 이런 의문은 물론 있었다. 협박을 전화 목소리만으로 하는데 과연 먹힐까? 하는 걱정. ‘더 테러 라이브’는 감독이 5년이나 준비한 작품이다. 그러면서 프로듀서나 제작사가 아무도 개입하지 않았다. 엔딩조차도 초반에 나온 대로 그대로 간 몇 안되는 작품이다.


데뷔 감독의 작품에서는 드문 일이다.
엔딩의 감정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있었다. 스포일러라 밝히면 안되지만, 좀 신파 같은 구석도 있었다. 처음에는 범인에게 더 애원했다. 하지만 감독과 상의를 거쳐 좀 차갑게 감정선을 가져갔다. ‘너 이러려고 나 엿 먹였냐?’고. 개인적으로 은근히 로맨틱 코미디 좋아하는데 이건 무슨 엔딩이야 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관객들이 이 엔딩을 너무 좋아한다. 정말 놀랐다. 그만큼 관객의 입맛이 변한 거니까. 전혀 예상 못한 반응이다.


원 톱 주연을 맡아서 디테일한 연기에 대한 걱정이 많았겠다.
장치적인 도움을 많이 받았다. 라디오 부스 안에서만 연기하니까 인이어 마이크부터, 무전기, 휴대전화를 극대화해서 연기해야 했다. 감독님과 스태프들에게 감사한 건 그 장치들이 실제로 모두 다 세팅되어 있었다는 거다. 모두 실제로 리액션을 다 해준 거지. 이미지는 모놀로그지만 사운드는 다이알로그(Dialogue)인 영화다. 흡사 연극하듯이 찍었다.


남다른 집중력을 보여줬다고 들었다.
극중 전혜진 누나의 대사 중에 “긴장하지 마세요”가 있다. 그러면 난 긴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서 긴장하면 생기는 인간의 버릇을 생각해보니 눈가가 마그네슘 부족일 때처럼 떨리는 게 필요하더라. (바로 시범을 보이며) 나는 이런 걸 어렸을 때부터 장난치면서 연습해 뒀기 때문에 금방 할 수 있었다. 귀를 움직이는 거나 순간적으로 얼굴이 붉어지는 것도 아주 어린 시절부터 해왔던 장난이다. 그런 집중력 덕에 다른 영화와 달리 12시간 걸릴 분량을 5시간 안에 찍은 적도 있었다.


실제로 보니 대단하다. 어떻게 그런 장난을 어린 시절부터 할 수가 있나. 타고난 배우인 건가.
대학교 때는 더 심했다. 중대 연영과가 안성에 있으니까, 가면 논이나 밭에 농약병이 많다. 그걸 두 손에 쥐고 설탕물로 거품을 만들어 피처럼 흘리고 자취방에 누워 있으면 애들이 난리가 났다. 생각해봐라. 장난이지만 실제처럼 해야 했으니 얼마나 연습을 했겠나.(웃음)
사실 우는 연기만큼 배우가 스트레스 받는 게 없다. 다른 배우들은 아침부터 우울한 음악 듣고 말도 못 걸게 하고 정말 심각하다. 갑자기 막 우는 건 너무 쉬운데 말이지. 비결이 뭐냐고? 그건 가르쳐 줄 수 없다. 내가 울면 그것 때문에 운다고 관객들이 알까봐 안된다. 친한 배우들에게만 노하우를 가르쳐준다. 가장 고난이도는 콧물을 흘리면서 우는 거다.


우는 연기가 쉽다면 가장 어려운 연기가 뭔가.
행복해 하는 연기. 정말 너무 힘들다. 특히 소품으로 쓰이는 사진 중 행복한 때를 찍어야 할 때나 카메라를 보며 목적 없이 웃는 건 나에게 쥐약이다. (사진을 찍지 않아) 사실 이 인터뷰가 지금 너무 편하다. 내가 지금 ‘군도’ 때문에 머리를 민 상태라 자르기 전 미리 사진 촬영을 했어야 했는데 25벌을 갈아입었다. 대부분 그것 때문에 힘들 거라고 봤지만 난 웃는 게 더 괴로웠다.


좌천된 DJ에서 테러범을 상대하는 앵커로 변신하는 ‘더 테러 라이브’의 하정우. 그리고 하정우가 “불쌍해 보여” 자신있다는 메인 포스터


배우가 아니면 뭘 했을 것 같나.
아마도 화가? 아니면 야구선수. 예체능 아닌 걸로?(한참 생각하다가) 아무래도 장사가 아닐까. 라면집 하면 잘했을 것 같다. 메뉴 짜고 신제품 개발하고 그런 것들.


소심 A형이지 않나. 장사가 맞는다고?
걱정이긴 하다. 그래서 난 계속 배우 해야 한다. 100편이 목표인데 이제 68편 남았다. 10년에 20편이나 찍을 수 있을까. 이 속도라면 70대 중반까지 찍어야 한다. 거기다 연출까지 하니 시간이 배로 든다.


직접 연출을 해보니 자신은 어떤 배우였나.
알아서 협조 잘하는 배우더라.(웃음) 동시에 낯 뜨겁기도 했다. 감독이 엄청나게 공들인 콘티를 동의하지 못하고 의견을 제출했으니까. 감독의 책임을 덜어주려는 생각을 하게 된 점도 변화라면 변화다. 해보니까 감독도 컨디션이 있더라. 찍기 싫은 날이 있다. 그 전에는 ‘설마 자기 영화인데 찍기 싫겠어?’라는 생각만 했는데 요즘엔 눈치만 봐도 ‘아 힘들구나. 프로듀서한테 얘기 해보자’하면서 신인감독이 말 못하는 부분에 내가 나서기도 한다.


“100편 출연이 목표다. 이제 68편 남았다.”
내년 개봉작에 대해 얘기 좀 해보자. ‘허삼관 매혈기’에 앞서 ‘앙드레 김’은 어떻게 된 건가.
전작은 제작사가 확정되고, 배우들 세팅만 남았다. 후자의 경우 한번 시나리오가 나왔는데 부족해서 다시 들어간 상태다. 앙드레 김은 하나의 아이콘이었는데 그 분에 대한 예의와 영화적 의미를 살리는 작품이 나와야 되는 거 아닌가. 철저히 준비하고 들어갈 예정이다. 개인적으로는 5년 정도 걸릴 것 같다.


‘군도’는 어떤가.
강동원은 동네 동생 같고 경상도 남자 특유의 마초적인 면이 있어 함께 연기하기 편하다. 평소에도 우리들끼리 영화 찍으러 간 게 아니라 예비군 훈련하러 간 것 같다는 말을 자주 한다.(웃음) 내 숙소인 하동 펜션에 몇 번 와서 자고 가고 바비큐도 해 먹고 그랬다. 난 호텔이나 모텔 같은 숙소보다 산 속에 있는 펜션을 선호한다. 이 영화 촬영도 헤이리에 있는 곳에서 한 달간 진행됐다. 공기도 좋고, 무엇보다 자유롭지 않나. 특수분장과 액션신이 많아 고생인 것 빼고는 잘 진행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더 테러 라이브’만의 매력이 뭐라고 보나.
동정심을 이끄는 포스터다. 같은 날 개봉하는 ‘설국열차’가 지닌 압도적인 비주얼과는 차원이 다르다. 내가 봐도 불쌍하게 나왔다. 관객들이 그게 안돼 보여서 “한번 보지 뭐” 하는 거지. 기대를 안 하고 보고 나서는 “장난 아닌데?”가 될 것 같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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