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추적을 시작한다, ‘몽타주’ 형사 김상경
그가 추적을 시작한다, ‘몽타주’ 형사 김상경
  • 이승우
  • 승인 2013.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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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누나가 이 영화로 여우주연상 못받으면 경찰에 신고할 것”

【인터뷰365 이승우】배우 김상경에 대한 첫 느낌은 ‘훤칠하다’, ‘잘생겼다’보다도 ‘반듯하다’이다. 뭘 해도 다 용서 되는 ‘엄친아’ 이미지인 그가 영화 ‘몽타주’에서 미결 사건 15년 후, 공소시효가 끝난 유괴범을 끝까지 추적하는 형사 역할로 관객들 앞에 섰다.
오는 16일 개봉을 앞둔 영화 ‘몽타주’는 그가 ‘살인의 추억’ 이후 10년 만에 맡은 형사 역할이다. 물론 차이점은 있다. 전작이 '서류는 절대 거짓말하지 않는다'고 믿는 자료근본형 형사라면, 이번 영화는 본능과 끈기로 사건을 파헤치는 동물적 감각의 형사다. 되도록 겹치는 역할을 피하는 게 배우의 기본적인 심리라고 볼 때, 김상경의 이번 선택은 어쩌면 철저한 믿음에서 나온 자신감에 가깝다. 그것은 흡사 전교 1등의 모범생이 시험 전날 나이트클럽에 나타난 것 같은 의외성이면서도 ‘이렇게 놀아도 나는 잘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행동이랄까.
그만큼 김상경은 ‘몽타주’ 속 형사 청호는 15년 전 공소시효된 유괴사건을 끝까지 파헤치면서 관객들에게 농익은 연기력을 펼쳐 보인다. 특히 ‘반듯한’ 김상경이 보여주는 사각팬티 바람 형사 패션과 그토록 잡고 싶던 진범 앞에서 보여주는 남다른 폭발력이야말로 이 영화를 보는 색다른 재미다.

-언론시사회 후 반응이 남다르다.
요즘 못 본 분들에게 자신있게 꼭 보라고 하고 다니고 있다. 영화가 조금 완성도가 떨어지면 그렇게 말 못하는 성격이다. 그만큼 ‘몽타주’가 만족스럽다. 솔직히 500% 만족한다. 시나리오도 마음에 들었지만 찍으면서 정근섭 감독님이 신인감독 같지 않게 유연하게 대처해서인지 정말 분위기가 좋았다.
영화 중반 넘어서면서는 감독님 칭찬을 하고 다녔다. 내가 볼 때, 정 감독님은 이 영화를 찍고 나서는 정말 유명해질 것 같다. 두 번째 작품이 기대된다. 영화가 잘 나온 데는 편집 후반작업이 잘 된 것도 있지만 감독님의 공이 크다.

-상대배우인 엄정화가 들으면 서운해 하겠다.
사실 (엄)정화누나랑 많이 나오지는 않는다. 만나면 에너지가 강하게 부딪혀야 되니까. 하지만 둘이서도 감독님 이야기를 많이 했다.

-여배우 운이 남다른 것 같다.
하하. 이번 영화에서 정화누나와 호흡도 좋았지만 시너지 효과가 ‘타워’의 손예진, ‘화려한 휴가’의 이요원보다는 훨씬 많이 나왔던 것 같다. 특히 정화누나의 오열장면은 정말 대단하다. 엄마가 아이를 잃었을 때 목메어 우는 장면. 소리를 없앤 그 장면은 연출과 연기가 잘 맞아떨어진 ‘몽타주’의 베스트 신이다. 거기에 딸이 정화누나의 머리를 쓰다듬는 장면은 치유가 되는 느낌이었다. 정화누나가 여우주연상 못 받으면 경찰에 신고한다고 했을 정도다. 그전에는 그렇게 잘하는 줄 몰랐는데.(웃음)

영화 ‘몽타주’에서 공연한 엄정화와 김상경. 극중 형사로 출연한 김상경은 엄정화의 연기를 칭찬하며 특히 오열 장면을 배스트로 꼽았다.

-전작 ‘살인의 추억’과 비교를 많이 하게 된다.
둘 다 형사 역할을 했었고. 스포일러 같지만, 마지막 취조실에서 범인과 만나는 장면을 찍으면서 그때의 아쉬운 점이 많이 해소됐다. ‘몽타주’ 끝나고 기자간담회 때 질문 정도가 ‘살인의 추억’의 반응과 비슷했으니, 그 정도 스코어는 나올라나.

-예전에 ‘화려한 휴가’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낚시할 때 물고기 잡은 느낌이었다”고 했는데 ‘몽타주’는 어쨌나.
잘 넘어가다가 다시 앞으로 가서 확인하고 거꾸로 읽고를 반복했다. 이야기의 복선이 너무 탄탄하니까 시간가는 줄 모르겠더라. 시간의 흐름과 구조를 교묘하게 해놓아서 혼란이 오면서도 도저히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놀랐다. 그런 식으로 구조를 짠 시나리오는 처음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살인의 추억’ 당시 송강호 선배의 역할과 내가 맡았던 서태훈을 섞어 놓은 듯한 느낌이었다. 내용이 거칠면서도 인간적인 느낌을 잘 살린 점이 가장 와닿았다. 평소 욕을 잘 못하는데 연기하면서 욕하는 것도 시원했고.(웃음)

-공소시효에 대한 의견은 거의 소셜테이너 수준이더라.
비록 연기지만 도덕적인 면에서 이걸 어떻게 사람들에게 판단기준을 줄 것이냐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공소시효가 폐기된다는 법이 과연 누굴 위한 걸까? 제작진이나 배우들은 죗값을 치르게 하자는 쪽으로 합의를 봤다. 항상 완벽하게 촬영을 준비하고 들어갔는데 유일하게 취조실 장면만 열려놓은 상태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예를 들면 어떤?
개봉하면 일단 봐야 이해가 되겠지만 좀 더 고민할 수 있게 만드는 게 ‘몽타주’의 강점 같다. 결론은 벌을 받을 사람은 받아야 한다는 거다. 용서받을 수 없는 자와의 대화 감정 표현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수시로 고민했다. 감독님과 서로 고민하면서 그 때 상황을 직접 재현해보기도 했다. 여러 번 수정을 하긴 했지만 결국은 처음에 시나리오에 썼던 내용으로 가게 됐다. 엔딩 부분의 취조 장면이 흡사 나에겐 부채(빚)와 같았는데, 그 장면을 찍고 나서 시원하게 술을 마셨다. 엔딩이 정말 마음에 든다.

-아무래도 유괴 사건을 다룬 거라, 개인적인 감정이 이입될 수도 있겠다.
나도 아이가 있으니까. 극중 짧게 등장하지만 초등학생 아들이 납치되려고 할 때 아버지의 마음으로 영화를 보게 되더라. ‘몽타주’는 관객의 입장에서 볼 때도 군더더기가 없는 영화인 것 같다. 무엇보다 영화가 편집되는 순서가 영화다워서 좋다. 영화다운 영화를 찍은 것 같다. 영화가 편집예술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감정 따라가다 울기도 하고. 영화를 처음 볼 때는 될 수 있으면 냉철하게 보자고 했는데, 두 번째 보니까 영화의 장치가 계속 보이더라. 후반부로 갈수록 눈물을 참으려고 노력했다.


‘아빠’ 김상경의 즐거움은 집에서 10분 거리의 에버랜드 1년치 이용권을 끊어 아들과 놀러 가는 것이다.


-데뷔는 드라마로 하지 않았나. 영화는 ‘생활의 발견’이고.
첫 영화가 ‘생활의 발견’이다. 드라마에 질리기 시작했을 때 시나리오를 보고 영화를 찍어야 겠다고 생각이 든 첫 영화였다. 그때 내 심리가 극단적인 권태기여서 홍상수 감독님이 나에게 뭔가 새로운 걸 줄 것 같은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 홍감독님은 여름에 크랭크인을 해야 한다는데, 난 그때 스케줄상 도저히 합류할 수 없었고, 3번째 만남 후 가을이 돼서야 합류가 결정된 게 그 영화다. 일종의 운명이다. 연기하는 방법도 그렇고, 단 한 가지도 새롭지 않은 게 없었다. 첫 장면만 40번 NG를 냈었다. 우산을 접는데 연기가 묻어있다는 거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머리가 띵 했다. 내가 ‘몸에 벤 상투적인 연기를 했구나’를 깨달은 거지. 감독님께 들은 그 지적이 너무 좋았다.

-예술영화도 그렇지만 흥행적으로도 성공했다.
얼마 전 한 영화 관계자가 나에게 “예술 쪽 상업 쪽 최고의 것을 너무 한꺼번에 했으니 앞으로 작품 할 때 좋은 작품 찍기는 앞으로 힘들 것 같다”고 말하더라. 편수에 연연하는 타입이 아닌데도 그동안 성공 확률이 높았던 것 같다. 이게 무슨 복인가 싶다. ‘몽타주’도 잘될 것 같거든.(웃음)

-차기작도 이미 정해진 걸로 안다.
휴면드라마에, 그동안 안 해본 캐릭터다. 될 수 있으면 요즘 관객들이 편하게 나를 볼 수 있도록 다가가려고 노력한다. 내가 맡은 역할이 참 재미있다. 서울대 출신이긴 한데 백수 9년째로 사는 남자가 주인공인 소설이 원작이다. 아직 투자자들과 얘기중이긴 하지만 이 정도는 인터뷰365에 공개해도 되겠지.(웃음) 영화다운 영화이고 가족 얘기여서 좋다.

-그 이야길 들으니 일상의 김상경도 궁금하다. 혹시 아들이 배우 한다면 어떻게 하겠나.
일단 말리고 싶다.(웃음) 자기가 원하는 것을 시키자는 주의이긴 하지만 배우 2세가 잘되는 경우 드물다.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고 아이가 그런 고생을 할 것도 싫고 평범하게 사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배우가 되면 일단 나보다 잘 해야 되지 않나.(웃음) 아내는 공부 쪽으로 밀고 있다. 내 한 가지 철칙은, 방송이든 영화든 가족을 현장에 안 데려간다는 거다. 내가 배우라는 이유로 아내, 아들한테는 불편함을 주고 싶지 않다. 지금 용인에 사는데 에버랜드에서 10분거리여서 일년치 회원권을 끊어서 자주 간다. 4살이라서 동네 공원처럼 데려가는 게 아빠로서 큰 기쁨이다.

이승우 기자 swlee@interview36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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