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의 고수처럼 꿈을 좇는 최연소 대목수 김승직
무림의 고수처럼 꿈을 좇는 최연소 대목수 김승직
  • 김두호
  • 승인 2011.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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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살에 선택한 목수의 꿈, 24살에 문화재보수기능 획득 / 김두호

 

 

 

【인터뷰365 김두호】24살에 최연소 문화재보수기능자(대목 4888호) 자격을 획득하고, 전통 건축물 설계 시공 기업 ‘하심(下心)한옥’을 운영하는 28살 대목수 김승직. 10대에 뜻을 세우고 20대에 당당하게 자신의 꿈을 실현한 집념과 의지의 젊은 장인이다.

현재 (주)하심의 CEO인 김승직은 목공기술이 자신의 취미와 적성에 맞는 직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고등학생 시절 직업반 수업을 통해 확신하고 목수를 지망했다. 일찍이 전통건축기술학교를 수료하고 전통 목공분야의 장인(匠人)들에게 기술을 터득하기 위해 일종의 ‘무림의 고수’를 찾아 전국을 유랑하는 호된 수련기도 가졌다. 전국건설기능대회 목공부문 3위를 비롯해 건축목공기능사, 목재창호기능사, 거푸집기능사 등 현장 기능사 자격증을 고루 습득하고 대학(천안연암대)에서는 건축의 필수 항목인 조경학을 전공했다.

군복무 때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되어 활주로 토목공사 주무기술자로 일하며 현장작업을 시작한 그의 건축활동은 지난해 경주 남산의 한옥과 한남대학교의 대단위 본관 기와지붕 공사를 수주하고 신한옥 3D설계디자인을 통한 한옥 건축의 신기술 관련 특허기술까지 개발해 둔 상태다.

그의 과제는 재래식 전통 한옥의 불편한 주거생활 구조를 현대식의 편리한 개량 건축방식으로 바꾸는 작업이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해야 할 일, 가야 할 길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젊은이가 많은 시대에 자신의 소질을 조기에 발견하고 계발하면서 목표를 세워 개척과 성취의 길을 가고 있는 최연소 대목수 김승직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문화재보수(수리)기능자 대목 부문 최연소 자격자로 알려져 있다. 기능자가 되려면 어떤 과정이 필요한가?

시행기관이 문화재청에서 한국산업인력공단으로 바뀌었다. 자격시험은 18개 분야 22개 종목이고 제1항목이 대목수이다. 목조 건물의 해체 조립 및 목재를 다루는 70% 이상의 업무가 대목에 속한다. 그밖에 창호를 다루는 소목수, 석공, 화공(단청), 와공 등 전통 건축에 관련된 분야가 모두 포함된다. 자격시험은 실기와 면접으로 나누어져 평균 과목당 60점을 받아야 한다. 시험은 전쟁하듯이 치러진다. 톱질 대패질 등 전통 공구로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자동공구로 일하던 사람이나 기술과 시간 싸움, 체력 싸움에 밀려 중도 포기하는 응시자도 속출한다.

 

24살에 그 치열한 기능자격 시험을 통과했다면 도대체 몇 살 때부터 준비를 한 것인가?

평택에서 고등학교에 다닐 때 직업반을 선택해 1년간 목공 기능을 배웠다. 그 후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며 말로 못다 할 고생도 많이 했다. 목공은 아버지가 건축업을 하셔서 어릴 때부터 관심이 있었다.

 

아버지도 전통 가옥 부문의 건축업을 하신건가?

아니다. 현대식 건축물이다. 원래 연세대에서 축산학을 전공하셨지만 졸업 후 30여년 넘도록 건축업을 해오셨다. 나의 분야는 한옥 쪽이기 때문에 스스로의 노력과 집념이 필요했다. 아버님이 전국의 소문난 대목수 장인들을 소개해주셨지만 그 분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사사하는 과정은 매우 힘들었다.

 

그래서 말로 못다 할 고생이 많았다는 표현에 이해가 간다. 그때의 일화를 듣고 싶다.

어머님은 아들의 행적이 무림의 고수가 되기 위해 고수를 찾아 나선 행각이라고 말씀하셨다. 처음 찾아간 곳은 경상남도 작은 도시에서 전통 대장간을 운영하며 쇠를 녹여 재래식 연장을 만드시는 어른이었다. 나는 그분 곁에서 내손에 딱 맞는 대패를 비롯한 도구를 직접 만들 때까지 일을 도와드렸다.

 

그 다음은?

전통 건축은 주로 나무를 다루는 작업이라고 해서 치목(治木)으로 일컫는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자르고 깎고 맞추고 다듬는 연장만 있으면 된다. 연장통을 메고 유명한 사찰의 목공 스님을 만나기도 하고 저 멀리 전라도의 숨은 고수를 찾아가 전래된 고유의 기초 목공기술 공부를 하기도 했다.

 

눈물 나는 고생담은 없었는가?

예고 없이 나타난 정체불명, 무명의 아이를 누가 선뜻 믿고 받아들이겠는가? 또 뜨내기 젊은이에게 자신의 비술을 함부로 가르쳐 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진정성이 통해 기꺼이 받아주시기까지의 과정이 힘들었다. 왜 내가 고생을 사서 하는지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많았지만 만나는 사람이 늘어나고 그 과정이 길어질수록 인내심이 강해졌다. 그런데 일단 배우고 싶어 하는 아이를 뿌리치는 분은 없었고 짧은 기간에 많은 것을 전수해 주셨다. 문화재보수 대목장 시험을 앞두고는 잠에서 깨어나 보면 작업장에서 그대로 드러누운 자세로 가슴에 나무를 끌어안고 있을 때가 많았다.

그 기간에 손바닥이 소나무껍질처럼 변하고 손톱이 8개가 부서지고 빠지고 했다.

 

 

 

 

이력을 보면 아프가니스탄에서 토목현장 공사를 한 기록이 있다.

군 입대 후 각종 기능사 자격증을 인정받아 아프가니스탄으로 파견되어 비행장 활주로 공사 등에서 현장 주력기술자로 참여했다. 직접 설계에서 현장 작업까지 참여했던 나의 일과는 지금도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 목재를 직접 맞추고 기왓장을 내손으로 만지며 집을 짓고 있다.

 

회사는 전역 후 바로 창업한 것인가?

전통 건축이든 현대식 건축이든 건축사업에는 조경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친환경 녹색 주거환경이 강조되는 이 시대는 건축설계만큼 조경설계가 중요하다. 특히 한옥은 20% 이상을 조경에 중점을 두고 있는 친환경 건축물이다. 우선 전통건축기술학교에서 실기와 이론 교육을 수료하고 지방대학이지만 조경학 분야에서 소문이 난 연암대에 진학했다.

 

회사 명칭 ‘하심’(下心)에는 무슨 사연이 들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대학시절 만나게 된 멘토께서 제가 너무 일찍 인정을 받고 사업을 시작해 교만해질 것을 염려하시고, 성공한 자로 오래도록 머물려면 낮은 자세로 항상 겸손해야 한다면서 지어주신 이름이다. ‘하심’을 나의 호처럼 생각하다가 회사 이름으로 만들었다. 나는 집을 지을 때마다 내 마음 속에 세 개의 집을 지어야 한다는 다짐을 한다. 첫째는 집주인의 마음에 드는 집을 지어주고 그 다음은 그 동네에서 윤기 나고 보기 좋은 집을 지어야 하고 끝으로 내 자존심을 살려주는 집까지 세 개의 집을 짓는 다는 생각이다.

 

그동안 ‘하심’이 시공한 대표적인 사업들은?

가장 보람을 느낀 공사는 한남대학교 본관동의 전통 한옥 구조 기와지붕이다. 콘크리트 구조 설계를 한식 목조구조로 개편하고 동 기와로 지붕을 올려 완공 후 많은 사람들로부터 건물의 우아함과 품격을 배가시킨 결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금 나의 사업 과제는 전통 한옥의 건축방식의 장점을 훼손하지 않고 현대적 조형미를 첨가하거나 융합시키는 데 두고 있다.

나의 첫 작품이었던 한옥도 주춧돌부터 마지막 창틀까지 집주인과 함께 기거하며 현대인이 편리하게 살 수 있는 ‘신한옥’의 개념을 실현하는데 중점을 둔 것이다.

현재 전통 한옥의 디자인과 건축구조 부문에서 3종의 특허를 받아두고 있다.

 

 

 

 

‘신한옥’이라는 말이 낯설지만 관심을 갖게 한다. 정통공법을 중요시하는 쪽에서는 다소 변질된 관점으로 볼 수 있겠다.

한옥을 두고 천년의 건축물이라고 한다. 첫째는 고려시대의 사찰 건축물이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는 것처럼 '천년을 가는 건축'이라는 의미다. 둘째는 '건축공법이 천년을 두고 변하지 않았다' 는 데서 유래된 말이기도 하다. 지금도 한번 집을 지어면 100년을 내다보고 사는 집을 지어야 한다. 그러나 시대에 따라 주거문화가 달라지고 내면구조나 활용공간도 그에 따라 창의적이고 발전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나는 지금 새로운 한옥의 표준화와 3D 한옥 설계문화를 실현하고 있다. 아파트형 한옥도 개발 중에 있다. 쉽게 말해서 아파트 인테리어 개념에 우리나라 사람이 살기 편하고 익숙한 한옥의 내장 방식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한옥하면 멋을 부리는 장식용 주택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짓기는 공기 좋은 시골에 하고, 살기는 콘크리트 아파트로 돌아가 사는 것이다. 이는 뭔가 불편하기 때문도 있다. 또 집은 비싸게 짓는 것에도 문제가 있다. 한옥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주거시설이 단순하면서 편리하고 집의 건축비용이 적게 들어야 한다.

 

전문성을 가진 문화재보수 부문에서 공사를 한 적은 없는가?

안성시에 있는 사찰의 암자를 해체해서 재건축하는 보수공사를 했다. 앞으로 규모가 큰 문화재나 사찰의 보수공사를 하고 싶다. 규모가 크지 않지만 이번 공사를 하면서 내 인생에 큰 변화가 일어나 묘한 생각을 하게 됐다. 운명이랄까, 행운의 인연이랄까.

 

무슨 얘기인가?

내가 직접 기왓장을 부수고 새로 올리는 작업을 단편영화로 제작하겠다는 영화감독을 만났다. 그 작업이 끝날 무렵 그녀와 사랑하는 연인 사이가 됐다. 오는 10월 3일 개천절에 결혼까지 하게 됐다.

 

재밌는 드라마 같다.

우린 결혼식도 재미있게 하려고 한다. 결혼 축의금을 안 받고 평소 친분이 있는 분의 한옥 집 마당에서 닭 잡아 놓고 촛불 켜고 한복 입고 전통혼례를 올리기로 했다. 전라도 김치 장인이신 장모님께서 직접 담그신 김치와 함께 맛있는 국수를 손님께 대접하는 등, 옛날 잔치방식대로 흥겨운 시간을 보낼 생각이다.

 

 

 

 

당신은 아직도 20대를 넘어서지 않았다. 당신의 긴 인생을 생각하면 출발점에 있다. 그럼에도 이미 일과 사랑에서 다 같이 만족하며 성취감을 느끼며 사는 것 같다. 미래는 어떻게 설계하고 있는가?

우선 결혼하면 아내가 아이를 넷 이상 많이 낳았으면 좋겠다. 그중 아들이 있다면 가장 똑똑한 아이를 목수로 키우고 싶다. 그리고 사업이 번창하면 가장 먼저 큼직한 제재소를 내손으로 운영하고 싶다. 목수에게 나무가 재산이고 나무를 마음대로 공급하고 다룰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그 다음은 적은 돈으로 전통 한옥을 지어줄 수 있는 한옥 주거문화의 대중화 운동에 앞장서겠다.

 

[인터뷰이 나우] 24살에 최연소 문화재보수기능자(대목 4888호) 자격을 획득하고 전통 건축기업 ‘하심’을 운영하는 김승직 대목수가 국내 최초의 해상 누각을 포항 앞바다에 건립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승직 대목수가 바다 복판에 세운 ‘영일대’라는 누각은 포항시 북부 해수욕장 앞바다의 전망 좋은 곳인데 포항시는 이 누각이 세계 최초의 바다 위에 세운 전통 한국 건축양식의 떠있는 정자라며 새로운 포항의 명물로 소개하고 있다.


포항시는 지난 7월 영일대 누각의 낙성식과 함께 해수욕장의 명칭도 북부해수욕장에서 영일대 해수욕장으로 개칭했다. 4개월 공사로 떠 있는 바다 정자를 세운 김승직 대목수는 요즘 건축 작업보다 각종 단체의 한옥 건축 관련 초청 특강을 다니느라 더 바빠졌다며 인터뷰365에 최근 근황을 알려왔다.

 

 

 

 

 

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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