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 잠자며 법정과 병원 오가는 변호사 겸 의사 오채근
4시간 잠자며 법정과 병원 오가는 변호사 겸 의사 오채근
  • 김두호
  • 승인 2011.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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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성패는 기억력보다 집중력이 좌우 한다” / 김두호

 

 

 

 

 

 

 

 

 

【인터뷰365 김두호】 변호사와 의사. 이 시대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선망의 전문직이다. 1971년 9월 28일생 남자 오채근 씨는 국내에서 몇 안 되는 변호사이면서 의사가 된 동경의 투잡(two job) 인물이다. 변호사 겸 의사 중에서도 정신과 전문의로 환자를 치료하면서 로펌 소속의 변호사로 동시 겸직겸업 활동을 하는 사람은 그가 유일하다.

 

하루 평균 4시간의 수면을 유지하면서 병원과 법정을 오가는 그의 놀라운 일과만 생각하면 건장한 체력과 신체를 가진 사람 같지만 170cm, 55kg의 마른 체격, 인상이나 말씨도 수줍음 타는 대학생 같이 세상의 때가 묻어 있지 않다. 의사가 된 후 다시 사시에 도전한 것은 틀에 박힌 하나의 직업 생활에서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보다 관심이 있는 다른 전문직을 선택해 시야를 넓게 가지면서 일의 융합을 추구하겠다는 큰 틀의 신념에서 비롯됐다.

 

오채근 변호사 겸 의사가 선택한 장래는 국내에서 아직 연구 또는 학문으로 분류되지 않고 있는 '법정신의학'을 지향하고 있다. 법무법인 세승의 변호사이면서 인천시계양구에 있는 삼정병원 정신과 닥터가 되기까지 '공부의 신(神)'처럼 생각되는 오채근 씨를 만나 그의 특별한 직업세계와 꿈을 성취하는 비결을 물었다.

 

 

당신은 많은 젊은이들이 부러워하는 두 개의 직업을 가지고 있다. 어느 쪽을 1순위 직업으로 생각하는가?

의사가 된 후 변호사가 됐다. 그러나 두 직업 중 어느 것을 앞세우느냐고 묻는다면 관련되는 일에 따라 선후가 바뀐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변호사 일을 하면 그게 내 직업이고 환자를 만나면 의사가 본업이다.

 

분명히 당신은 뛰어난 사람이다. 언제 의사가 되고 변호사까지 된 건가?

1997년 고려대의대를 졸업하고 삼성서울병원에 근무하다가 군의관으로 복무한 뒤 사법고시를 준비했다. 2년6개월 정도 공부해 2003년 45회 사시를 거쳐 변호사가 됐다.

 

어떤 생각에서 고시를 선택했는가?

한마디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표면적 이유만 생각하면 단순하지만 의식적, 무의식적 동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런 결심에 이른 과정이 단순하지 않다. 스스로의 내적 고민과 동기가 있었다. 막연하지만 내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라는 자신감이 있었고 미리 예정된 길을 따라가는 것이 답답하게 느껴진 면도 있다. 좀 더 넓은 분야로 시야를 넓혀보겠다는 열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의사로 만족할 수 없었다는 얘기인가?

아니다. 의사는 적성에 맞는다는 생각에서 선택한 첫 직업이다. 다만 의사라는 하나의 틀에 갇혀 5년, 10년, 평생을 보낸다는 것은 다른 세상을 모르고 살아야 한다는 점에서 고민을 했고 새로운 변화를 갖게 했다. 남들이 안가는 길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고 특히 정신과 의사라는 직업과 연관될 수 있는 분야로 들어가 서로 다른 일의 소통과 융합의 통로를 찾고 싶었다.

 

의사와 변호사라는 두 직업이 연관된 일은 어떤 것들인가? 의료분쟁 등에서 전문성 판단이 요구되는 문제라면 오히려 변호사보다 검사나 판사의 직업이 더 이상적이지 않은가?

정신과 의사나 변호사 모두 인간을 다루는 직업이다. 다만 보는 관점과 영역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의사는 생물학적, 심리학적 시각에서 인간 내면의 문제를 다루고 변호사는 법적, 사회적 시각에서 사회적 문제를 다루지만 공통적으로 인간의 문제이다. 두 가지 일을 모두 하면서 느끼는 것은 어떤 문제이든 어느 하나의 관점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의학과 법학을 모두 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내가 변호사를 선택하게 된 것은 의학적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이 의료분쟁에 한정된 것이 아니고 변호사의 역할이 단순히 송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판 검사는 공직으로 수동적인 일상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적극적으로 일을 찾아 할 수 있고 의사 겸업을 하기 위해서는 일과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변호사가 되어야한다. 나는 지금 양쪽 일을 함께 하고 있다.

 

 

 

 

변호사 업무와 의료 활동을 함께 한다면 도대체 하루일과를 어떻게 보내는가?

집은 서울 상도동에 있고 변호사사무실은 강남, 병원은 인천에 있다. 법정에 갈 일이 없는 날은 아침부터 병원에서 환자를 만난다. 하루 전에 다음날 일정을 확인하고 세 곳을 오고 간다. 귀가 시간은 보통 밤 12시를 넘어선다.

 

그럼 하루 수면 시간은?

평균 4시간 정도 될 것 같다.

 

의사가 되기도 힘들고 사시에 합격하는 것도 수재가 되어야 한다. 실례지만 지능지수를 알고 싶다. 짐작이지만 150정도가 되는 것 아닌가?

아마도 그 정도였던 것으로 안다. 그런데 학창시절 모범생은 아니었고 성적도 굴곡이 많았다. 좋을 때도 있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었다. 수업에 집중을 잘 안하기도 하고 아웃사이더로 외로움을 타기도 했다. 친구도 소외된 아이들이 좋았다. 좀 엉뚱한 데가 있다.

 

그러나 전공을 달리한 사람이 사시에 합격하려면 ‘공부의 神’ 소리를 들어야 한다. 공부 잘하는 비결은 무엇인가? 흔한 얘기로 타고난 기억력이 좋아야한다고 생각하는가?

공부의 성과는 집중력으로 본다. 몰입을 해야 머리에 입력된다. 주의력, 각성도가 필요하지 기억력은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

 

첫 인상은 심성이 착하고 곱게 느껴진다. 엉뚱한 데가 있었고 소외된 친구가 많다는 말은 자신에게 그런 느낌과 다른 면이 있다는 것을 뜻하는가?

겉으로는 유순해 보이지만 나의 내면은 일상적인 틀에서 벗어나거나 변화하려는 심리, 합리적이지 않은 일에 부딪히면 좀 저항적인 내면이 강했다. 그런데 외적인 것, 외부 환경의 자극은 스스로의 내면이 투영된 것이고 이것을 극복하는 것은 곧 자신을 완성시켜나가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현실에 대한 모순, 불만, 갈등 같은 것을 꾸준히 해소하고 극복하려고 시도해 온 것이 내 인생이었는데 결과적으로 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었다.

 

생활 속의 환경적인 자극들이 꿈을 성취한 요소가 됐다는 얘기가 흥미 있다.

환경적 자극이 성취의 요소라기보다 자신의 내부문제가 성취의 원동력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리비도(libido 성본능의 에너지)라는 인간의 근본적 욕망이 자신을 향하는 상태가 자기애인데 극단적인 경우 치료가 필요한 자폐적 상태에 빠지게 되지만 사회적 보상을 추구하는 원동력으로도 작용한다. 에너지가 넘친다는 것은 리비도가 한쪽 극단으로 왜곡된 현상이며 개인적으로 안정적 삶을 살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 내적결핍은 보상을 추구하고 내적 갈등은 투쟁의 원동력이 되지만 외적 추구의 이면에 존재하는 내면의 문제를 다루지 않는 경우 평생을 투쟁적으로 살게 된다. 나도 아직 그러하지 못하지만 정신과의사로서 평가할 때 가장 바람직한 것은 사회적 성취에서 인간적 성숙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 등이 보여준 놀라운 도전 에너지들이 알고 보면 자신의 결함이나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부족한 면을 채우려는 의지에서 분출되었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성공을 이룬 점에서 대단한 분들이지만 내적 문제까지 돌아보았다면 개인적으로 매우 행복할 것이다.

 

변호사와 의사로 일하면 어느 쪽에 더 즐거운 일, 보람 있는 일이 많은가?

법정에 가는 일은 언제나 심각한 사람사이에서 머리싸움을 하게 된다. 승자가 되면 한쪽은 패자가 되므로 늘 긴장감이 있다. 의사처럼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다는 점이 보람이고 내면의 공격성을 승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 좋은 점이다. 의사 가운을 입고 병든 환자를 치유할 때는 내가 도와주는 부분이상으로 환자를 통해 내가 얻는 것이 많다는 점이 큰 보람이 된다. 환자를 품에 안고 치유 발전 시켜나가는 과정도 아름답게 느껴진다.

 

요즘 정신과 진료 환자들은 대개 어떤 증세의 사람들인가?

환자 유형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기본적인 병리는 크게 변화가 없지만 증상은 많이 변화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생물학적 요인, 가정 및 사회환경적 요인, 심리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증상이 발현된다. 우울증 환자가 가장 많지만 최근에는 게임중독, 도박중독 등과 같은 문제로 병원을 찾는 사람도 부쩍 늘었다. 실제 겉으로 나타나는 증상은 다양하지만 사실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공통적으로 불안과 우울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근원에는 항상 부모와의 관계에 문제가 있다.

 

 

 

 

아이들에게 건강한 정신을 갖기 위한 이상적인 환경은 어떤 것으로 생각하는가?

타고난 유전학적 요인도 중요하지만 우선 태어나 성장과정을 거쳐 성인이 될 때까지 부모 등 가족의 건강한 양육 방법과 환경이 절대적으로 작용한다. 사실 이상적인 부모 역할에 대해서 한마디로 이야기 하기는 어렵지만 균형 잡힌 부모가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는 데 필요하다. 예전에는 지나친 방임이 문제였다면 요즘은 아이들에 대한 지나친 관심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좋은 부모가 되려고 노력하는 것 자체가 아이를 위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 자신이 위로받기 위한 것일 수 있다.

아이들은 기본적 욕구만 충족되면 스스로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깨닫게 하고 자력으로 해결해 나가도록 하는 양육방법이 더 이상적일 것이다. 현실은 원리원칙만 존재하는 낙원이 아니라 정글 같은 세상이다. 가정에서부터 적당한 상처와 고민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 더 큰 상처를 막는 예방주사와 같은 역할을 할 때가 있다.
 

당신에게는 결함을 극복하는 좋은 에너지를 갖도록 영향을 준 사람이나 동기가 있는가?

역시 아버지가 될 것 같다. 의도적인 동기는 없었지만 자식에게 엄격하셨고 스스로 채워야할 부문을 많이 주셨다. 물질적으로 어려운 가정형편은 아니었지만 없는 자의 입장에서 세상을 생각하는 버릇이 어떤 것인가를 가르쳐준 분이었다.

 

어떤 버릇인가?

절제하는 생활이다. 그리고 비어 있는 부분, 부족한 것을 스스로 채워나가도록 영향을 주셨다. 표현이 없으셔서 거리감을 느낄 때가 있었지만 사랑에 대한 표현까지도 아끼셨던 것 같다.

 

초중고는 어디서 다녔는가?

어릴 적 충남 아산과 예산 등지의 여러 학교를 옮겨 다니다 누나가 반포에서 학교를 다녀 중학교 때 서울로 가게 되었고 대원외고를 졸업했다. 아버님(오두영 전 공주대산업자원과 교수 75)도 지방에 계셨고, 어머님(이복규 75)도 초등학교에 근무하셨다. 전근하시는 어머님을 따라 전학을 많이 하게 됐다.

 

결혼은?

5년 전 결혼해 5살짜리 아들과 2살 된 딸이 있다.

 

혹시 부인도 의사나 법조인이 아닌가?

거리가 멀다. 아내(정희순 38)는 서울대에서 의류학을 전공했지만 전업주부로 조용히 사는 사람이다.

 

다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의과대학 졸업하고 의사되고 변호사 되어 큰 고생을 안 하고 산 것 같다. 그래도 고생했다고 생각하는 일이 있다면 언제 어떤 때였는가?

가장 힘든 때가 의사가 되어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병원 인턴시절이었다. 마주치고 보고 느끼는 사회 현상은 내가 생각했던 이상적인 사회와 너무 차이가 있었다. 합리적이지 못한 인간관계 구조와 시스템 등 모순점에 대한 불만과 갈등을 많이 겪었다. 군의관 시절에 정신적인 충전과 함께 장래에 대한 변화를 생각하게 됐다.

그래도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싫증은 없었다. 또 돌이켜 보면 내게 시련기로 느꼈던 그 시기가 흑백논리로 세상을 재단하지 않고 긍정적인 시각으로 사물을 보는 성장기가 됐다. 우리의 삶을 큰 틀에서 보면 절대 선(善)도, 절대 악(惡)도 없다는 생각이다.

 

국내에 변호사 겸 의사가 몇 명이나 되는가?

20여명쯤 되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전문의는 7명 정도 된다.

 

아직도 나이로는 중년의 문턱도 넘어서지 않았다. 앞으로 또 어떤 시도와 도전을 할 생각인가?

인간사회는 생물학적으로만 볼 수도 없고 사회학적으로만 볼 수도 없다. 또 형이하학적, 형이상학적으로 분류해서 볼 수도 없다. 인문과학이든 자연과학 분야든 궁극적인 목표는 인간을 위한 것인데 한 쪽의 시각이나 미시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고 넓고 큰 틀, 거시적인 눈으로 보면 모든 분야가 한 뿌리로 이어진다는 생각이다. 서로 다른 분야일지라도 연결 고리를 찾고 융합요소를 찾는 일을 하고 싶다. 우선 나의 목표는 내가 접한 법과 정신의학을 결부시킨 법정신의학에 대한 한국적인 연구토양을 만드는 데 두고 있다.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전공분야로 받아들이지만 우리는 아직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그럼 최종 직업은 대학교수가 될 수 있겠다.

나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아직은 아니다.

 

 

 

 

 

3시간 가까이 마주 앉아 인터뷰를 하는 동안 풍겨준 오채근 변호사 겸 의사의 인간적인 면모는 날카로운 이성의 눈동자를 번득이는 법조인 같지도 않고 근엄한 분위기의 의사 같지도 않았다. 문학이나 예술을 하는 사람이나 동심 속에서 살아가는 초등학교 선생님 같이 부드럽고 연하게 느껴지는 남자였다.

그러나 보이지 않고 나타내지 않은 내면에는 누구보다 강한 집념과 열정, 꿈과 생각의 폭이 넓고 큰 그릇을 가지고 있는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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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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