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주권을 시민에게’ 앞세운 진보 교육감 곽노현 (상)
‘교육 주권을 시민에게’ 앞세운 진보 교육감 곽노현 (상)
  • 김두호
  • 승인 2010.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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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위주의 교육 틀 바꿔야 미래가 있다 / 김두호


【인터뷰365 김두호】 “입시위주의 교육 틀 바꿔야 미래가 있다”


곽노현(56) 제18대 서울특별시교육감은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이른바 우파 보수시대의 서울시민 다수가 등을 돌려서 선출한 진보성향의 교육감이다. 취임 초부터 그는 뉴스 메이커였다. 정부의 교육정책과 교육 발전에 대한 비전과 방법에 차이를 나타내면서 정부는 물론 학교와 학생들, 그리고 학부모들이 긴장을 풀지 못하고 있다.


무상급식문제에서 혁신학교 설립, 파격적인 인사행정에서 학생 참여형 정책, 체벌 전면금지 등 그가 추진하고 쏟아내는 정책들이 쉬지 않고 뉴스의 핵심이 되고 있다. 민선 교육감시대를 대표하는 서울시교육감의 분주하고 소신 있는 교육정책에 기대를 갖는 사람도 많지만 우려와 비판의 소리도 따른다.

그는 앞으로 어떻게 서울시 교육행정을 이끌 것이며 도대체 어떤 생각을 가진 교육감인가?


중견 언론인단체인 관훈클럽(총무 김진국)이 곽노현 교육감을 한국프레스센터 토론장으로 불러낸 자리에 기자가 클럽회원으로 참석해 이날 패널리스트 회원들과 주고받은 문답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정리했다.

앞의 글은 질문을 받기 전 곽 교육감의 기조연설 내용이다.

이 인터뷰는 상, 하로 나뉘어 게재된다.


지난 두 달은 새로운 교육에 대한 시민들의 강렬한 희망과, 한국교육의 대표 주자로서 서울교육의 위상과 규모를 새삼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꿈꿔왔고 앞으로 펼치려고 하는 새로운 교육 희망을 뿌리 내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인사작업에 고민과 고민을 거듭해온 끝에, 어제 일반직과 전문직 인사 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그간 서울교육은 인사비리로 교육가족과 시민들에게 심려를 끼쳐왔던지라 공정한 인사를 통해 조직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번 인사는 교육격차해소와 교육혁신 확산을 위해 현장중심, 성과중심의 인사로 기획했습니다.


그간 전문직 출신자를 임명하는 것이 관행화 되어온 지역교육지원청 교육장에 사상 처음으로 전문직 경험이 전혀 없이 학교 현장에서 헌신해온 교장님을 모셨으며, 전문계 고등학교의 활성화를 위해 전문계 고등학교 교장님 한 분을 지역교육지원청 교육장에 발탁하였습니다. 또한 학교 현장의 교사들 중 70% 이상이 여성임을 감안하여 초등․중등 교육정책과장과 총무과 일반행정직 인사 담당에 여성을 발탁하였습니다.

교육청에서 일정기간 이상 근무한 전문직은 학교로 발령, 현장감을 쌓도록 하되, 낙후지역의 학교나 비선호 학교에 배치하여 학교의 발전을 위해 그간 쌓아온 경험을 발휘하도록 하였습니다.

앞으로도 학교 현장의 발전을 제일 우위에 두고, 능력 있고 혁신 성과를 보여준 사람들이 우대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길을 열어갈 생각입니다. 관행에서 탈피한 과감한 인사가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교원들에게 큰 자극제가 되고 희망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서울교육을 이끌어 가는데 있어 가장 큰 배움터는 학교현장입니다. 그리고 제가 힘을 얻는 곳도 역시 학교현장 입니다. 앞으로 학생을 위해 학교현장에 활기와 열정을 불어 넣는 일에 모든 행정력을 집중할 것입니다.


사람을 사람답게 키워내는 진정한 교육이란 학생들이 우정과 환대를 경험하고 감동과 기쁨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모든 아이들이 성장 시기에 맞는 다양한 경험을 하며, 성장기의 적절한 발달과업들을 성취하는 기쁨을 맛보게 될 것입니다.

세계는 이미 지식기반 사회로 급속하게 재구조화되고 있으며, 미래를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인 창의성과 인성을 기르기 위해 교육의 틀을 바꾸고 있습니다.

우리도 미래 경쟁력을 위해서는 창의, 인성, 진로적성 중심의 교육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꿈의 학교, 행복한 서울교육’을 실현해 가려 합니다.

그간 교육가족들과의 협의를 거쳐 우리 학생들이 소통하고 배려하는 창의적인 민주시민으로 성장해 갈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서울교육의 방향을 설정하였습니다.


첫째, 학생들의 꿈을 키우는 희망교육을 향합니다.

부모의 소득격차가 아이들에게 학력격차와 가난의 대물림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앞으로 서울교육은 모든 학생들에게 기회균등과 자기계발의 통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 한 명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함께 가는 책임교육을 향합니다.

학생들의 기초학습부진과 비행일탈을 바로 잡아 주고, 학업능력이 뛰어난 학생들은 더 잘할 수 있도록 하는 책임이 바로 우리 교육에 있습니다. 철저한 책임교육은 공교육의 기본 책무이자 개별화된 맞춤형 교육입니다.

셋째, 미래를 준비하고 인간을 존중하는 혁신교육을 향합니다.

선생님들의 열정이 살아있고, 학생들의 창의성과 인성, 적성을 함께 살릴 수 있어야 행복한 교육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협동, 토론, 프로젝트 수업 등 다양한 참여형 수업과 과정중심의 서술형평가를 통해 창의적이고 자기주도적인 교육이 이루어지고, 단위학교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을 확대하여 학생들이 즐겁고 성취감을 느끼는 경험을 많이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이상과 같은 방향으로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데 있어, 학생을 중심에 두고 교사와 학부모, 지역사회와 시민단체, 그리고 전문가가 함께 하는 참여와 소통의 장을 지속적으로 마련하려 합니다.


교육주권은 시민들에게 있으므로 시민의 참여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서울시교육청은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폭과 깊이를 대폭 확대하였습니다. 투명한 교육행정, 부패비리 척결, zero-base 예산 편성 등을 시민 참여를 통해 이뤄가고자 합니다.

시민참여 거버넌스 혁신을 통해 벽이 없이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토론을 통해 결정함으로써 안정되고, 탄탄하며, 치우침 없는 교육정책이 추진되리라 믿습니다.

지금 ‘희망교육, 책임교육, 혁신교육, 참여교육’을 위한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수립 중에 있습니다. 이와 함께 지금 제가 가장 많은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것은 꿈의 학교와 행복한 서울교육의 집을 지을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조직은 시스템에 의해 유지, 발전되어야 안정성과 효율성이 확보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시스템 구축을 위해 많이 고민하고 애썼습니다. 시스템이 튼튼하다면 수장이 바뀌어도 혼란스럽거나 흔들림이 없는 교육행정이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간 각종 위원회가 실질적인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정비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지방공무원 인사위원회와 교육공무원 징계위원회 개편입니다. 조직을 바로잡고 유지해 가는데 중요한 축이라고 할 수 있는 두 위원회에 외부 인사 및 전문가 참여를 대폭 확대하였습니다.

비리척결과 감사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감사담당관을 공모했고 외부 전문가를 선발하였습니다. 여덟 명의 전문가가 공모에 응했고 인사위원회의 공정한 심의를 통해 한 분을 선정했습니다.

또한 자체 감사의 기능을 보완하고 감사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시민감사관제를 도입하여 현재 공모가 진행중입니다.

조직의 효율성과 발전을 위해 전문성이 요구되는 직에 대해서는 외부 전문가의 영입이 요구되는 바, 공보담당관의 공모절차도 진행 중에 있습니다.

공보담당관 역시 인사위원회의 공정한 심사를 통해 적합하고 훌륭한 분을 영입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이 밖에도 주민참여예산제 등 교육주권을 서울시민들에게 돌려주는 시민참여 정책이 착착 진행되고 있습니다.

보편적인 교육복지를 구현하기 위한 첫 단계인 친환경 무상급식은 내년에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연차적으로 중학교까지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지금 서울시청 및 25개 구청들과 활발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서울교육 혁신과 자치발전을 위한 민․관 협의회 구성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2학기 시작과 함께 서울의 모든 학교에서 체벌이 실질적으로 금지됩니다.

교육현장에서는 다소 급작스럽다고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만, 체벌금지는 아주 오랜 시간동안 충분한 논쟁이 있었고, 지난번에 ‘오장풍 사건’이라 칭하는 안타까운 체벌사고를 보면서 더 이상 늦추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체벌금지는 폭력과 공포에서 학생들을 보호하고 학교생활에서 민주주의와 상호존중을 체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학교 구성원 모두의 참여와 소통을 바탕으로 학생을 자치입법의 주인이 되게 하고, 학교를 타율과 통제가 아닌 자율과 책임의 장으로 만들어갈 것입니다. 체벌금지라는 역사적인 실천을 통해 앞으로 인권교육의 뿌리를 튼실하게 내리는 기반을 마련하겠습니다.

교육혁신의 가장 강력한 동인이며 성공의 열쇠는 교사입니다. 교사의 열정과 의지와 헌신이 있다면 어떤 장애와 난관도 극복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열정적인 노력으로 교육적 성과를 거둔 유능한 선생님들이 신바람 나게 일하고 그 열정을 동료에게 후배에게 나누어줄 수 있는 풍토를 마련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사원칙에 이러한 저의 의지를 담아서 아까 말씀 드렸듯 이번 인사를 단행하였습니다.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입니까? 서울시교육청은 새 교육지표로 ‘소통하고 배려하는 창의적인 민주시민 육성’을 내세웠습니다.

그런 우리 교육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목표와 현실의 괴리가 너무도 큽니다. 우리 학생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아니 일부 어린이들의 경우에는 유치원 때부터 무한 경쟁의 입시대열에 합류할 것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 모두가 평생 벗어날 수 없는 무한경쟁의 트랙을 돌 수밖에 없는 현실인 것입니다. 이런 교육으로 과연 국제경쟁력을 갖춘 창의적이고 민주적인 인재를 길러낼 수 있겠습니까?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우리의 현행 교육제도에 대한 심각한 고민과 성찰을 할 시점입니다. 우리 교육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파행의 근본적인 원인은 모든 학생들을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으로 이끌고 있는 현행 입시제도입니다. 하루 속히 이를 바로잡지 않는 한, 사교육 문제나 교육 양극화, 학생들의 비행일탈 등 우리 사회의 우울한 그림자들을 걷어낼 수 없습니다. 우리 사회의 미래 경쟁력도 심각한 위기에 봉착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교육 관계자를 포함한 시민 여러분께 제안합니다. 입시위주의 경쟁교육 틀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진지한 논의와 토론을 시작합시다. 이번 관훈 토론이 우리 교육의 바람직한 새 방향을 모색하는 사회적 공론의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희망이 없는 미래는 미래가 아닙니다. 가능성이 없는 희망 또한 희망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서울교육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합니다. 그리고 그 희망과 확신을 위해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교육공동체 구성원과 함께 뚜벅뚜벅 걸어가겠습니다.

오늘 이 귀한 토론회 자리에 저를 초대해 주심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서울교육을 위한 활발한 토론과 대화를 통해 충고는 물론 교육의 미래를 여는 혜안을 나눠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이번 임기가 끝나면 4년 후 다시 출마할 생각도 하고 있는가?

하하하. 지금으로서는 그런 생각을 할 여유조차 없다. 교육감이라는 이 자리에 오게 된 게 떠밀려서 온 게 아닌가 생각도 든다. 경기도학생인권조례제정 자문위원장을 맡아서 동분서주할 때 학교 현장에서 여러 가지 신음소리, 아우성 소리 등 고통의 소리들을 들었다. 그런 소리들이 내 안에 쌓이면서 일종의 소명의식이 싹텄다. 지난 연말 때 여기에 응답하는 과정에서 그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 기본적으로 4년도 벅찬 일 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두 달 동안을 돌이켜봤을 때 일의 강도나 신경 써야 하는 일을 생각하면 4년도 정말 벅찬 것 같다.


지금 추진하고 있는 여러 정책들이 4년 안에 마무리 짓기엔 다소 무리가 있는 것 아닌가? 어느 정도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진행할 의향인가?

나는 한 사람이 반드시 오래 해야 교육을 비롯해 다른 분야의 정책이 바뀐다고 생각지 않는다. 물론 내가 그런 토대를 만들 수 있지만 그 일 자체도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된다. 짧지 않은 4년의 임기동안 지속적으로,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변화의 토대를 만들고 올바른 방향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탄탄한 기초를 쌓는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중장기적 관점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된다는 말씀에 동의한다.


교육감께서 과거 쓴 글을 보면 좌와 우, 보수나 진보의 가치를 모두 소중하게 인정하고 공존을 역설한 바가 있다. 이번에 인사위나 징계위에 외부인사를 많이 기용했다는데 곧은 시각에서 보기에는 대부분 진보인사들이 대거 포진돼 있고, 교육적 정책 결정과정에서도 담당부서보다는 진보적인 참모진영 의견들만 지나치게 중요시 되고 있다는 얘기도 많이 들린다. 표방하는 원칙과 실제원칙이 다른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일을 하는 주체와 일을 하는 과정에서 들어야 할 목소리는 반드시 구분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징계위원회나 인사위원회 등에 나의 정책기조나 철학과 비교적 같이 하는 분들을 모시는 건 자연스런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분들이 일을 하실 때 당연히 다양한 의견을 접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정책과 관련된 사항을 결정하는데 있어서는 서로 대립되는 견해라 할지라도 반드시 고루 경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와 같은 틀은 또 다양한 의견 수렴과정과 협의 절차를 통해서 얼마든지 해나갈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우려하신 사항들도 내가 수용할 만한 부분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위원회 구성이나 협의체 구성에서 합리적 보수를 포함, 중도적 입장을 많이 가지신 분들을 좀 더 모셔야겠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다.


‘인사가 만사다’는 얘기가 있다. 첫 인사를 파격적으로 했다는 느낌이 든다. 앞서 기조연설에서도 개혁의지를 밝혔지만, 이번 인사가 상징적인 조치가 아니라 보다 개혁을 드러낸 진정성을 갖추려면 시스템으로 자리를 잡아야 된다고 본다.파격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것이어야 할 텐데 어떤 구상을 가지고 있는가?

지적한 사항에 대해서 전적으로 동의한다. 내가 원하는 건 파격인사가 아니라 원칙의 인사였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인사원칙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고, 보다 전면적으로 적용될 것이다. 그에 따라서 예측가능성 또한 100% 생길 것으로 본다. 인사를 하면서 내 교육방향으로 제시된 교육격차해소를 줄이는 희망교육, 한명도 포기하지 않는 책임교육, 선진국형 창의 교육,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참여와 협력의 교육을 위해서는 인사원칙을 통해서 촉진하는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그래서 인사권이라는 게 기관장이 가지고 있는 철학과 방침을 구현할 수 있는 가장 큰 무기이기 때문에 나는 이번 인사를 통해서 나의 교육철학과 교육정책이 현장까지 스며들 수 있기를 기대했다. 그렇기 때문에 크게 보는 두 가지 방책을 만들었는데, 하나는 교육전문직에 오래 있었던 분들이나 교육전문직 중에서 학교현장으로 복귀를 원하시는 분들은 가급적이면 이른바 비선호 학교나 상대적으로 형편이 어려운 지역, 그 중에서도 또 상대적으로 형편이 열악한 학교로 가서 전문직으로서 쌓은 실력을 발휘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학교를 일으켜 세워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것은 동전의 이면이겠지만, 어려운 낙후지역의 비선호 학교, 비선호 지역에서 남모를 열정으로 묵묵히 혁신교육, 책임교육, 희망교육, 참여교육의 성과를 낸 분들에 대해서는 반드시 본청과 지역청에서 보다 책임 있게 영향력이 큰 자리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쌍방향으로 인사가 진행됐고, 내가 말씀드리는 교육을 제대로 했는지의 바로미터는 전문계 고등학교라고 생각했다. 전문계 고등학교의 정상화와 발전에 대해서는 정책의지를 가지고 있고 그것을 가시화 하는 차원에서 전문계 고등학교 인사를 좀 비중있게 생각했다.

또 학교 현장의 교사들 중 여성이 70%임을 감안해 그 실정을 반영하는 차원에서라도 여성교원들을 중용하는 정책을 택했다. 이와 같은 인사원칙을 두고 어떤 분들은 전문직에서 본청과 지역청 요직에 있던 분들을 한직으로 넣었다고 하는데 대해 나는 동의하기 어렵다. 과연 열악한 지역의 학교가 한직일까? 한가할 틈 없이 지혜와 헌신을 요구하는 최고의 교육적인 자리라고 생각한다. 교육전문직으로서 자원하는 것이 누가 봐도 순리고 아름다운 일인데 한직이라고 불평하는 것은 정말 교육자의 양식과는 거리가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다만, 내가 설정한 인사원칙에 따라서 일부 기대가 어긋난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른바, 선호지역의 선호학교를 가지 못한 것도 있겠지만 서울 지역의 주요 간부들과 고위장학관들은 내 인사철학에 대해 100% 이해하고 수용했다고 말씀드리겠다.


그렇다면 공정성이 핵심이지 않겠는가? 공정한 평가에 대한 제대로 된 준비를 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 나는 이번 전문직과 일반직 인사를 하면서 정말 인사체계가 매우 허술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예를 들어서 나처럼 현장중심 인사를 하려면 현장에서 내가 지향하는, 목표에 부합하는 성과를 기록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누구한테든지 그분들의 성과에 대해서 상시적으로 기록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야 하는데 그와 같은 성과관리 시스템이라는 게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앞으로 다음 인사 때까지 일단 교육장 성과지표, 학무국장 성과지표. 관리국장 성과지표, 초ㆍ중등과장 성과지표, 학교행정실장 성과지표 등 상당히 많은 사람들과 대화와 토론을 통해서 그와 같은 지표를 만들어 내도록 할 생각이다. 이미 학교장에 대해서 학교경영성과 평가가 있다. 특히 몇 가지 차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측면이 있는데 예를 들어 비정규직 보호라든가 학교의 사회적 책임, 주요한 사회기관으로서의 학교가 갖고 있고, 학교가 이행해야 될 사회적 책임의 주요 항목에 대해서도 교장경영능력 평가의 한 항목으로 삼아야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 새롭게 각 직책들에 대해서 성과지표를 마련할 계획이다.


교육감께서는 법과 정의 인권신장을 위해서 학자로서의 양심적 삶을 살아오셨고, 많은 분들이 이를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감의 지위는 초ㆍ중등교육을 총체적으로 책임지는 자리이기 때문에 교육감께서 초ㆍ중등교육 현장경험이 없는 부분에 대해서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한편으로는 교육감의 진보적 성향이 화합이 절실한 교육계에서 갈등의 요소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현장의 초ㆍ중등교육 경험이 없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이에 대해 현장경험이 없다고 얘기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나는 스스로 생각하기를 그나마 대학교 수준의 지식인 중에서 현장으로부터 많이 배우고, 현장을 가까이 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학교 현장을 자주 찾고 학교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현장중심 교육감이 되겠다는 것이 나의 확고한 생각이다. 지난 두 달간은 방학기간이었고, 인사가 워낙 중요할 뿐더러 시간이 많이 소비하는 일이라 현장 방문을 많이 하지 못했으나 앞으로는 거의 매주 현장을 찾아가서 현장의 고충을 듣는 생생한 현장 행정을 펼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

진보적 성향이라 갈등이 걱정된다고 하신 점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내가 가지고 있는 진정성과 진지성으로 풀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굉장히 실사구시적이고, 실증적인 데이터에 기반해서 모든 문제를 접근하는 훈련을 실천해왔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 스스로 갈등을 가장 합리적으로 풀고자 하는 의욕은 많지만 의혹을 그대로 방치한다던가, 갈등으로부터 덕을 본다는 생각은 갖고 있지 않다. 갈등은 발전을 위한 밑거름이라고 생각하고, 갈등을 두려워하지는 않지만 갈등은 반드시 해소되어야지만 다음단계의 발전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실증적인 데이터와 실사구시적인 자세로 또 이해관계자들과의 폭넓은 협의과정을 반드시 거치게 될 경우에 갈등해소가 가능하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실사구시적으로 수용하겠다고 하였고, 보수와 진보의 가치가 모두 중요하다고 여러 군데서 역설한 것으로 알고 있다. 서울시 교육의 수장으로서 보수의 가치를 어떤 형태로 수용할 것인지 가능한 구체적으로 밝혀달라.

교육에 있어서 보수의 가치가 어떤 것인지 명확치가 않지만, 흔히들 학력신장을 보수의 가치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나는 학력신장이 왜 보수만의 가치인지는 이해를 못하겠다. 학력신장이 필요하다고 하는 분들과 말씀을 나눠보면 어려운 집안의 아이들이 가장 빨리 또는 용이하게 계층이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학력신장이 매우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안에는 보수와 진보의 접점이 틀림없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학력신장을 위해서도 계층이동이 용이해지게 하기위한 목적으로서의 학력신장, 또 전체적으로 모든 사람의 고른 학력신장으로 한 나라와 사회의 경쟁력이 또 번영이, 확대될 수 있다는 차원의 학력신장이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른바 낙후지역에서의 비선호 학교에서 아무리 공부를 잘하더라도 이른바 명문대학에 명함도 못 내민다는 건 교육의 실패라고 생각한다. 과연 학력신장을 예로 들더라도 보수와 진보의 차이가 어떤 것인지 명확치 않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교육감께서는 선거과정에서 교육희망네트워크라던지, 전교조 등 이른바 진보단체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그들 단체와 협약식도 가졌다. 그런데 막상 취임하고 나서 이들 단체의 회원들이 교육감을 찾아와서 협약한대로 하라고 압박한 사례가 있었던 걸로 알고 있다. 이에 교육감이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는데, 지금 현재 인사가 이루어진 걸 보면 진보적인 색채의 인사들이 튀어나오고 있다. 이는 상당히 모순 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교육감이 진보와 보수가 없는 교육에서 오히려 여러 인사를 하는데 결과적으로 주변인사에 있어서 진보세력에 의해서 포위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본인의 뜻과 다르게 난관에 빠져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

나의 교육철학이라고 할까... 기본적으로 공교육의 기본 총 책무는 균등한 성장기회를 제공하는데 있고, 사회정의와 사회통합에 토대라고 할 수 있는 교육의 기회균등이 실질화 되는데 있다는 관점에서 교육간 지역격차 또는 학교간 교육격차는 바람직하지 않고 이것을 실질적으로 해소하는데 교육행정력을 우선적으로 투입해야 된다는 생각에 동의하시는 분들이 내가 함께 하는 분들이다. 또 공부 잘하는 소수 아이들만을 위해 학교를 운영하지 않고 학습부진이 누적 되어 교실에 엎드려 잠만 자는 아이들, 장애를 가진 아이들, 다문화가정의 아이들 등 여러 가지 차이를 가진 아이들을 돌보지 못하는 학교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 지금의 이러한 공교육의 무한책임을 강조하는 입장을 같이 하시는 분들은 입시교육과 그것의 전제라 할 수 있는 서열화된 대학사회를 근본적으로 고쳐야 한다. 그리고 그 뒤에 있는 학벌사회의 문제, 결국은 거기에 따르는 노동사회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봐서 바로잡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분들이 나의 입장을 이해하고 지지해주시는 분들일텐데 이런 분들을 일컬어서 진보라고 한다면 나는 진보이다. 그분들과 함께 일을 해나갈 것이고 그 방향으로 나갈 것이다. 근데 내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그 과정에서 누구든 교육 걱정하고 아이 사랑하는 마음은 같다는 것이다. 설령 지금의 현실적 여건에서 판단에 차이가 있고, 현실적 우선순위에 대한 생각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할지라도 이분들의 의견 또한 매우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의견수렴과 사전협의에 대해서는 소홀함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함께 힘을 모아서 일을 해나가는 초동주체들은 어쩔 수 없이 나와 일차적으로 철학과 생각을 함께 해나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내가 그렇게 수동적으로 방어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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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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