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좋아하고 잘노는 남자가 싫다는 김하늘의 애정관
술 좋아하고 잘노는 남자가 싫다는 김하늘의 애정관
  • 김선
  • 승인 2010.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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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적이면서 사랑할 줄 아는 남자가 좋다 / 김선



[인터뷰365 김선] 배우 김하늘의 꿈은 훌륭한 배우자를 만나 행복한 한 가정을 이루고 사는 ‘현모양처’였다. 고교시절까지 자신이 영화배우나 탤런트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저 평범한 학생이었지만, 기대를 걸지 않았던 우연한 기회에 의상광고 모델로 덜컥 발탁되면서 ‘운명처럼’ 연예인이 되고 연기자가 됐다. 1999년 <해피투게더>를 통해 주목을 받으면서 영화와 TV드라마의 주역으로 어느덧 20편 이상의 작품을 남긴 비중 있는 여자배우의 중심에 서 있다.


보통의 수수한 얼굴이지만 따뜻한 내면의 표정과 다양한 색깔을 담아내는 눈빛이 매력적인 김하늘은 주로 로맨틱 코미디에서 밝고 명랑한 모습의 캐릭터로 사랑을 받아왔다. 그런 그녀에게 MBC 수목드라마 <로드 넘버원>의 선택은 의외로 볼 수 있다. 남자 배우에 비해 존재감이 비교적 약한 전쟁 드라마인데다가, 기존의 작품에서와는 달리 비극적인 처절한 내면 연기를 선보여야 되는 사뭇 다른 느낌의 역할 때문이다.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역사와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세 남녀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이 작품에서 김하늘은 희생정신과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여의사 수연으로 등장해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으로 인해 안색까지 수척해졌다. 맨 얼굴은 물론이고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거친 모습을 드러내며 시체더미에서 미숫가루를 찾아 먹는 극한의 연기로 김하늘은 힘든 인내와 고통의 시간을 체험했다. 그럼에도 다른 TV의 동시간대 드라마와 시청률 경쟁에 뒤쳐져 신명이 나지 않을 것도 같지만 김하늘은 애써 태연하다. 초조한 기색을 감추고 오히려 당당하게 말한다. “<로드 넘버원>은 과거에도 없었지만 앞으로도 나의 연기활동에서 만나기 어렵고 해내기 힘든 작품처럼 느껴진다. 큰 연기자로서 한 뼘 더 성숙해질 수 있는 기회를 준 작품“이라고 애틋함을 나타냈다.


데뷔 후부터 현재까지 여배우로 살아온 짧지만 길었던 10여년간의 스토리를 이야기하며 사뭇 진지한 대화가 오갔지만, 드라마 속 수연과 어릴 적부터 사랑을 키워온 장우(소지섭)와의 운명적인 러브스토리를 꺼내자 김하늘은 금방 표정이 달라졌다. 참았던 하고 싶은 말을 마구 쏟아냈다.



<로드 넘버원>에서 보여준 강렬한 장면 중 장우와의 애정신을 빼놓을 수 없다. 상반신 뒷모습을 노출한 베드신을 두고 화제가 됐지만 그것이 성숙한 여배우의 모습이라는 평도 따랐다. 본인의 생각은?

대본을 받고 그 장면을 읽다가 펑펑 울었다. 장우가 수연을 기억하기 위한 정말 중요한 장면이고, 너무 중요한 연기였다. 그러면서 극 초반 노출에 너무 비중이 쏠려 있는 것 같아 어떻게 넘겨야할 지 부담스러웠던 건 사실이다. 드라마에서 여자 연기자가 조금만 속살이 보여도 시끌벅적하게 화제가 되니 생각만하면 신경이 곤두섰다.


데뷔 이후 가장 자극적이고 강도 높은 노출 연기를 보였다는 지적도 있다. 촬영 당시 분위기는 어땠나.

촬영하는 날이 되니 쌓인 긴장감이 한층 무겁게 느껴졌다. 스탠바이를 오전 9시에 했는데 카메라가 제대로 돌게 된 것은 오후 4시쯤이었다. 감독님이 나를 배려해주신다며 거의 촬영 막바지에 신호를 넣었다. 매도 빨리 맞는 게 낫다고 감독님께 빨리 찍자고 보챘더니 놀라시더라.


전작 드라마 <온에어>(2008)의 도도한 톱스타 오승아, 영화 <7급 공무원>(2009)에서 과감한 액션을 선보였던 정보국 요원 안수지에 이어 <로드 넘버원>에서 여성스럽지만 강인한 수연은 모두 다른 느낌이다. 연기 변신을 염두에 둔 선택이었는가.

일부러 다른 모습을 보이려고 변신을 꾀한 것은 아니다. 사실 ‘변신’이란 단어는 내 입장에서는 위험하고 무서운 말이다. 한 작품이 끝나고 다음 작품이 넘어갈 때마다 ‘파격 변신을 해봐야지’라고 생각했던 적은 없다. 어느 순간 뒤돌아보니 여기까지 와있더라.

세 작품 캐릭터는 언뜻 보면 모두 다른 캐릭터지만, ‘사랑’이란 공통된 분모가 있다. 같은 연장선상에 놓여있다고나 할까. <온에어>에서 오승아도 그렇고 <7급 공무원>의 안수지 역시 터프하고 강한 이미지였지만, 사랑을 받고 싶어 하고 갈구하던 여성이었다. 이미지가 액션, 로맨틱, 정통멜로 여서 틀릴 수는 있지만, 선택하는 배역 이미지는 같다.


그간의 작품들이 그러고 보니 모두 '사랑'이란 주제와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결국 어떤 사랑의 연기를 보여주느냐가 드라마의 기본요소라면 그 역할이 여자 연기자에게 피할 수 없는 숙명이 아닌가?

세상에 사랑만큼 소중한 얘기가 어디 있겠는가? 사랑과 무관한 배역도 있지만 언제나 강렬한 사랑을 갈등구조로 한 작품이 좋은 작품으로 화제가 되는 것 같다. 나는 캐릭터면에서도 그런 주인공을 좋아한다. 그래서 특색 있는 작품을 마주치면 가슴이 뛰고 설렌다. 앞으로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변화와 고민이 많은 드라마 속의 여자가 되고 싶다.



<로드 넘버원> 속에서 장우와 처절한 사랑을 보여주었다. 실제 그런 사랑이 벌어진다면 공감을 느낄 수 있겠는가?

수연은 장우가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이고 목표다. 극중에서 벌어지는 수연과 장우의 사랑은 전부가 너무 애절하고 안타깝다. 실제 겪는다면?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자로서 너무 부러운 사랑이다. 자기의 사랑을 한 번에 알아본다는 것 자체가 부러운 것 아닌가. 둘이 신분을 넘어서 찌릿찌릿 ‘스파크’가 터지면서 서로가 운명으로 생각하는 거다. 똑같이 서로를 바라보고 서로를 향해 사는 그런 사랑이 너무 좋았다. 어렸을 때부터 변하지 않는, 지고지순한 사랑을 하는 이들의 사랑이 요즘 세대에 맞지 않다는 의견도 있는데, 사랑은 예나 지금이나 같은 거 아닌가. 어떻게 사랑이 세대가 다르다고 바뀔 수가 있지?


흡사 운명적인 사랑을 기다리고 꿈꾸는 사람처럼 보인다.

여자들이 다 그렇지 않나. 다른 사람들이 아직도 고리타분한 그런 생각을 하냐고 나에게 핀잔을 주긴 하지만. 하하하.


그런 비슷한 사랑을 혹시 해본적은 있는가.

그런 사랑을 했으면 벌써 결혼하지 않았을까. 물론 (운명이라고) 생각했던 사랑도 있었다. 정말 사랑할 때는 운명인가 싶다가도 헤어지게 되면 인연이 아니구나 생각하게 되는 것은 누구나 다 같지 않나.


결혼은 언제쯤 할 생각인가?

20대에는 빨리 결혼을 하고 싶었는데 오히려 결혼할 나이가 드니 더 여유로워진 것 같다. 주변에 결혼한 친구들을 보면 사는 모습이 비슷비슷하다. 똑같아서 싫은 게 아니라 언젠가 나도 할 텐데 굳이 빨리 결혼을 해야 될까 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연기자로서 행복하니 조금은 천천히 하고 싶다. 언젠가 내가 옆에서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산다.


결혼하고 싶은 남자 스타일은?

이상형이 너무 많아 말 할 때마다 조금씩 달라진다. 하하. 어렵다. 사랑이 많고, 사랑을 할 줄 아는 그런 사람이 좋다. 진정한 사랑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고. 내가 워낙 보수적이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큰 일탈을 해본적도 없다. 남자 역시 보수적이었으면 좋겠다. 술 좋아하고 잘 노는 그런 남자는 별로다.


어렸을 적엔 무엇을 꿈꿨나. 학창시절에는 어떤 학생이었는가?

연기자가 돼 보겠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어렸을 적 꿈은 현모양처였다. 하하하. 학창시절에는 그렇게 공부를 잘 하는 모범생은 아니었지만, 말썽을 부리는 학생도 아니었다. 있는 듯 없는 듯 얌전하게 지냈던 것 같다. ‘과연 내가 잘하는 게 뭘까. 커서 뭐가 되고 싶은 걸까. 다른 친구들은 저런 목표가 있는데 왜 나는 없을까’그런 고민을 하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연기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

고교시절 좋아하던 가수 때문이었다. 한창 인기였던 그룹 ‘듀스’의 김성재씨가 ‘스톰’ 의류광고 모델이었는데, 한 잡지사에서 그 의류광고의 모델을 뽑는다고 하더라. 주변에서 친구들이 부추겼다. 나도 워낙 김성재씨의 팬이어서 만나고 싶은 욕심에 지원하게 됐고 운 좋게도 합격했다. 비록 김성재씨는 보지는 못했지만. 이후 영화 <바이준>에 발탁되면서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됐다.


연기자가 된 후 줄곧 주연만 맡지 않았나.

정말 신기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자리에 온 것이 운명이었던 것 같다. ‘스톰’모델로 뽑힌 것도 이해가 안 된다. 그 당시 내가 보냈던 사진을 보면 민망할 정도로 이상하다. 나중에 관계자 분에게 물어보니 그러시더라. 내 지원 사진이 신선했다고. 스튜디오에서 전문 프로필 사진을 응모했던 다른 지원자들과 달리 나는 친구들과 함께 있는 웃고 있는 사진을 보냈다. 응모사진이 프로필 사진이어야 한다는 사실도 몰랐을 만큼 이쪽 계통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던 거다. 스톰모델에서 잘 봐주신 덕분에 <바이준>(1998)으로 데뷔했고, 여기서 또 잘 봐주셔서 드라마 <해피투게더>(1999)에 출연하는 등 캐스팅이 이어졌다.


우연히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 셈인데, 그렇다면 연기자가 돼야 한다고 마음을 굳혔을 때는 언제인가?

영화 <동감>(2000)을 만나면서다. 연기를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는 주변에서 하라는 대로 하고 이끌려 다녔다면, <동감>을 찍으면서 점점 연기자로서 주체성이 생겨났다고나 할까. 카메라 앵글 등 연기에 대한 지식과 기술적인 시스템도 활용하고 차츰 친숙해지면서 시야도 넓어졌다.

<동감>을 찍은 후 연기적으로도 인정받고 자신감도 많이 얻었다. 영화 상영 후 평단과 일반 관객들로부터 생각지도 못했던 박수를 받았는데, 아직도 그때 느낌이 좋았다. ‘아 이게 뭐지? 이게 무슨 느낌이지? 내가 뭘 한거지?’ 자문자답하며 스스로 뿌듯함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정말 기분이 묘했다.

학창시절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던 그런 학생이 ‘너 할줄 아는 게 이거야’라고 인정받으니 그걸 놓치고 싶지 않은 거와 같았다. 연기자 생활이 힘들어도 버티게 됐던 원동력이었다.


연기에 대한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매 작품이 나에게 많은 것을 배우게 한다. 짧게나마 다른 누군가의 인생을 살고,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하면서 점점 성숙해지고 시야 또한 넓어지는 것 같다. 지금은 연기를 떠나서 살 수 없을 것 같다. 지금의 내가 너무 행복하다. 하고 싶은 작품을 하고, 카메라 안에서 연기를 하는 내가 너무 행복하고 일이 행복하다.


그런 욕심에 비해서도 지금 <로드 넘버원>의 선택은 의외로 보인다. 남자들의 이야기가 주가 되는 전쟁물이어서 여배우가 돋보이지 않는 데다 분량 또한 적지 않나?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들이 실제 겪은 일이란 생각에 그들의 삶을 연기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큰 영광이고 감동적이었다.

처음부터 내 분량은 알고 들어갔다. 중간에 내 출연량이 많이 빈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사실 처음 받았던 대본에는 신이 더 적었다.


무명 치마저고리 차림에 화장기 없는 얼굴, 눈물과 콧물이 얼룩진 모습도 서슴치 않아 애처롭게 보였다. 스스로 기존의 예쁜 모습의 이미지를 망가지게 하는 것에 걱정이나 불안감은 없었나?

단 한 번도 걱정하지 않았다. 배우라는 직업은 캐릭터를 통해 자신을 보여줘야 한다. 물론 어렸을 때는 여배우니 작품에서 예쁘게 보이고 싶었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연기자이고 연기 안에서 나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로드 넘버원>속에서 나는 김하늘이 아니라 수연이다. 시청자분들이 만약 수연을 보고 연예인 김하늘이 생각났다면 내 연기가 부족하다는 의미다.


촬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무엇이었는가.

드라마 <피아노>(2001)처럼 그동안 멜로 주인공으로서 애절한 감정표현이나 격정적 감정에 휩싸여 절규하는 연기도 많이 해봤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와 느낌이 많이 틀리다. 수연을 표현하기 너무 힘들었다. 수연은 멜로드라마의 멜로 주인공이 아니다. 고향 같고 어머니 같은 사람이다. 가족, 사랑하는 사람, 환자까지 모든 사람을 다 감싸 안을 수 있는 인물이다. 내가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손바닥만 하다면, 모든 것을 폭넓게 아우를 수 있는 수연을 담기엔 부족하더라.


<로드 넘버원>의 시청률은 저조한데 속상하지 않나.

체감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시청률이라는 수치의 값어치보다 많은 사람들이 인정해주는 연기자의 가치가 더 중요한 것 아닌가. 개인적으로는 시청률에 별 관심이 없다. 이번 작품을 통해 후에 더 변화되고 발전된 모습의 연기자가 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생각만 한다.



배역에 대한 긍지와 애정이 각별하게 보인다.

내 필모그래피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작품이다. 배우로서 수연이란 인물을 생각하고 느끼고, 그 안에 살면서 끊임없이 수연이 되고 싶은 욕구를 느꼈다. 가슴 안에서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 역할이다. 촬영을 다 끝낸 지금, 다음 작품을 하게 되면 연기자로서의 느낌이 많이 틀려질 것 같다.


어떤 배우로 남고 싶은가.

신뢰를 드릴 수 있는 배우였으면 좋겠다. 그 캐릭터는 반드시 김하늘이어야만 했다는 소리를 듣는 배우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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