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엔 싱글들이 줄어야죠." 뮤지컬 싱글즈 장소영 음악감독
"새해엔 싱글들이 줄어야죠." 뮤지컬 싱글즈 장소영 음악감독
  • 김우성
  • 승인 2007.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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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주목할 젊은 뮤지컬 마에스트로 / 김우성



[인터뷰365 김우성] 뮤지컬 ‘싱글즈’의 한 장면. 서른을 앞 둔 싱글남이 무대에 서서 말한다. “그녀는 내게 말했지. 내가 좋은 남자라고. 난 행복 했어.” 천생배필이라도 만난 것일까. 하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는 관객들의 마음은 애처롭기 그지없다. 그의 목소리가 가슴 저미는 멜로디를 타고 객석으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이렇듯 뮤지컬에서의 음악은 단순히 극에 가미되는 보조적 개념을 넘어 배우와 관객간의 감정을 이어주는 다리로서의 역할을 한다. 이는 회화로 치면 물감에 해당할 것이고 그 물감을 스케치 위에 입히는 작업이 뮤지컬에서 음악감독이 차지하는 위치일 것이다. 뮤지컬계의 ‘대종상’에 해당하는 올해 ‘한국뮤지컬대상’ 시상식에서는 주목할 만한 결과가 있었다. 거대한 스케일로 무장한 라이선스 뮤지컬(해외에서 저작권을 수입하여 로열티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제작)의 강세 속에 창작 뮤지컬 ‘싱글즈’가 작곡상, 무대미술상, 남우신인상 등 3개 부문에 걸쳐 수상을 한 것이었다. 특히 주옥같은 명곡들을 제치고 당당히 작곡상을 거머쥔 [뮤지컬 싱글즈]의 장소영 음악감독을 만나봤다.



늦었지만 수상을 축하드린다. 공연 정말 재밌게 봤다.

상을 받는다는 게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저기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다들 알아봐 주시고 작품에도 더 큰 관심을 가져주시더라. 이렇게 해서라도 사람들에게 뮤지컬이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연말 공연장이 뮤지컬로 넘쳐나고 전용극장까지 속속 생기는 등 이미 뮤지컬에 대한 관심이 대단해진 것 같은데.

어린이 뮤지컬을 할 때 친한 분을 초대한 적이 있었다. 평생 공연 한 번 안 보시다가 아이와 함께 다녀가셔서는 아주 오래도록 기억을 하시게 되었다며 좋아하시더라. 뿐만 아니라 아이와 대화도 많이 하게 되었다는 거다. 아이들은 사람들이 실제로 눈앞에 나타나 이야기를 보여주는 무대를 보며 많은 상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뮤지컬은 공연 횟수도 적고 티켓가격도 만만치 않지만 오히려 그러한 ‘어렵게 찾아가는 과정’이 관객들에게 기대치로 작용하여 결과적으로 더 큰 행복감을 주게 되는 것 같다. 이렇게 좋은 문화적 경험을 많이들 하시면 좋을 텐데 그래도 아직까지는 공연이라는 문화에 대해 어려워하시는 것 같다. TV나 영화에 비하자면 특히 그렇다.



이유가 뭘까?

공연이라는 문화를 한 번도 접해보지 않아서 막연하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고, 어쩌다 한 번 공연장을 찾았는데 유난히 흥미를 못 느낀 공연이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접할 기회가 많아질수록 흥미를 느끼는 폭이 넓어지고 흥미를 느껴가면서 감성도 풍부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처음 공연장을 찾게 되기까지가 망설여져서 그렇지 뮤지컬이라는 장르 자체는 대중적 요소가 다분하다. 물론 각 분야 나름의 표현방식이 있기에 무엇이 더 낫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감정을 전달하는 데 있어 뮤지컬이 좀 더 쉽고 친근할 것이다. ‘사랑한다’는 한 마디를 해도 그냥 말하는 것과 음악을 입히는 건 느낌이 확연히 다르지 않나.


뮤지컬의 매력을 널리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 같은 게 느껴진다.

하하. 그렇다. 뮤지컬은 일방적이지가 않다. 매번 같은 내용, 같은 배우가 등장하는 무대라도 관객과의 소통이 얼마만큼 잘되느냐에 따라 공연이 천차만별인 것이다. 객석에 가족이 와있는 배우는 중요치 않던 배역이 그날만 부각되기도 하고 안무 선생님이 객석에 앉아 있을 때는 배우들이 안무에 더 열을 올리기도 한다. 또한 첫 날 공연은 다들 긴장한 탓에 풋풋한 매력이 있다. 둘째 날 공연은 그 긴장이 확 풀려서 실수를 하는 징크스가 있다. 그런가하면 공연이 완전히 끝나기 2, 3일 전에는 ‘이제 끝나는구나’ 하는 아쉬움에 온 에너지를 쏟아내기도 한다. 어떤 분은 수십 번을 관람하기도 한다. 그렇게 많이 보는데도 똑같은 공연이 한 번도 없다고 하시더라. ‘누구 나오는 공연에선 이런 애드립도 했다’며 분석까지 하시면서.



드라마, 영화, 연극 등 뮤지컬 뿐 아니라 여러 영역에서 두루 음악작업을 해왔는데.

분야에 관계없이 기회가 닿는 대로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이었고 음악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고자 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다른 분야들과는 다르게 뮤지컬 작업을 할 때는 좀 더 주도적으로 참여를 하는 느낌이다. 영상물에서의 음악이 슬픈 장면을 더 슬프게, 기쁜 장면을 더 기쁘게 하는 보조적 역할에 가까웠다면 뮤지컬에서는 시놉시스(줄거리)만 나왔을 때부터 이미 ‘이런 장면의 대사는 합창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등의 구상을 하며 연출자와 긴밀하게 상의를 해나가는 식이다. 어떻게 보면 더 피곤한 작업일수도 있지만 일할 때의 즐거움은 월등하다.


배우들의 연습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무척 정신없겠다.

오히려 연습이 시작되면 더 바빠진다. 배우들이 참여하는 연습은 보통 공연이 열리기 두 달여 전부터 시작 되는데 학교에서 교과목이 나눠지듯 안무, 음악, 드라마 훈련으로 이루어진다. 이때 그들의 안무를 보며 음악적으로 더 강조되어야 할 부분을 찾는 등 내가 작곡한 음악을 극에 입혀나가며 비로소 뮤지컬 음악으로 완성되어가는 시간을 갖는다. 공연 3일전 즈음부터 실제 무대에서의 연습이 시작되면 정말이지 혼이 쏙 빠진다. 연습실에서도 무대의 사이즈를 미리 재놓고 연습하긴 하는데 막상 실제 무대에서면 ‘몇 초 걸릴 것이다’하고 예상했던 동선이 틀어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러면 그에 맞게 음악을 재빨리 수정하고 보완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또한 MR(라이브 연주가 아닌 반주용 음악)이 많아지면서 편곡의 여지도 넓어졌고 오리지널사운드트랙 작업까지 해야 하는 등 작품의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한다.



이 모든 작업들을 혼자 해낸단 말인가?

악기를 잘 다루는 반주자도 있어야 하고, 노래를 지도할 수 있는 보이스코치도 따로 있어야 한다. 녹음 작업까지 하려면 컴퓨터 프로그램 쪽으로 유능한 친구도 있어야 한다. 나 역시 제자들을 어시스턴트로 기용하여 4명이서 한 팀을 이루었는데 다들 5년여 동안 호흡을 맞춰온 터라 지금은 대본만 봐도 비슷한 생각들을 한다. 든든한 동반자 들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상, 하위 개념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교류를 하며 도움을 주고받는다. 시너지 효과가 날 수 밖에 없다. 근데 뮤지컬이라는 일 자체가 그런 것 같다. 예를 들어 무대에 하이힐 모양의 커다란 침대가 등장하기도 하는데 그 하이힐 침대가 막 움직인다. 관객들은 신기해하고 즐거워 하지만 사실 그 안에 사람이 들어가서 움직이는 거다. 누구도 그 사람을 주목 하지 않는 거다. 아는 사람들만 알겠지. 그런 장면에서 감명을 받는다. 뒤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포커스가 맞춰졌으면 좋겠다.


당신은 성악가 조수미와 발레리나 강수진 등을 배출한 선화예술학교에서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어렸을 때부터 줄곧 음악인의 길을 걸어 온 셈인데 지내오면서 다른 일을 해보고 싶었던 적은 없었나.

음악을 공부하면서 배워나가는 과정이 힘들었던 것도 그랬지만 사실 교육비도 많이 들지 않나. 그렇게 해서 졸업을 하고 나면 막상 직업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지 않은 거다. 그런 것들을 생각해 보면 지금 이렇게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저 감사하다. 한 때 강의가 재미있어서 교수가 꿈일 때도 있었지만 일은 지금 안하면 못하지 않나. 그리고 같은 음악이라도 클래식에서 뮤지컬로 넘어 온 것도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다. 클래식을 공부할 당시만 해도 주위에 대중음악에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아니 분위기가 그랬다. ‘대학 가곡제’에 나가는 것조차 교수님들께서 내키지 않아 하셨으니 말이다.



앞으로 더 이루고 싶은 것들이 있다면.

하면 할수록 어려운 작업임을 알게 된다. 그렇게 부족함을 느끼면서 여기까지 왔고 아직은 음악 안에서 하고 싶은 것들이 많다. 영화든 뮤지컬이든 방송이든 구애받지 않고 음악을 필요로 하는 모든 곳에 주고 싶다.



올해 12월 한 달 동안에만 50편이 넘는 뮤지컬이 공연되었다고 하니 한 달 내내 보러 다녀도 다 관람할 수 없는 규모다. 또한 두산아트센터를 비롯하여 오는 2011년까지 서울에만 7개의 뮤지컬 전용극장이 생긴다고 한다. 이렇듯 화려한 뮤지컬이 무대에 올려 지기 위해 오늘도 대형 하이힐 침대 속으로 들어가 땀을 흘려가며 옮기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몇 달 동안 이어지는 거대한 그림 속 단 한 점의 붓 터치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한 점의 붓 터치가 없다면 그 그림은 명화로 완성되지 못할 것이다. 한 점의 붓 터치를 기억하는 그녀가 앞으로 완성해 나갈 그림들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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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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