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명산지 의성에 천년초시대 연 박영욱
마늘 명산지 의성에 천년초시대 연 박영욱
  • 김두호
  • 승인 2010.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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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부품 공장 버리고 천년초 영농조합 운영 / 김두호

 

 

 

 

[인터뷰365 김두호] 1980년대부터 일부 농촌의 약용작물로 농가 소득원이 되어 온 토종 선인장인 천년초가 경북 의성지역의 새로운 특산물로 떠올랐다. 의성이라면 그동안 마늘 사과 고추 쌀의 주산지로 이름을 떨쳐왔으나 근래 의성군 비안면 지역에 대단위 천년초 재배단지가 조성되면서 천년초가 의성의 주산물로 추가 됐다.

 

생산된 천년초는 박영욱 씨(50 경북 의성군 비안면 이두리 285)가 대표로 있는 ‘좋은먹거리 영농조합법인’에 의해 술을 비롯한 발효음료, 화장품, 건강보조 식품, 쌀국수 등 특허식품으로 개발되어 전국으로 팔려나가고 있다. 의성 천년초의 희망을 더해준 것은 농림수산식품부가 미래형 향토자원 발굴을 위해 시행한 2010년도 사업비 지원 육성사업 대상에서 전국 지자체가 신청한 90여 공모 품목 중 의성의 천년초를 선정한 데 있다. 사업지원비는 국비를 포함해 30억원에 이른다.

 

그래서 의성군 천년초 재배농가는 한층 기대감과 활기로 넘치고 있다. 농약이나 비료를 필요로 하지 않고 영하 20도의 혹한에도 성장하는 친환경 식물인 천년초는 재배면적으로 볼 때 쌀보다 소득이 4, 5배 높다. ‘좋은먹거리 영농조합법인’이 있는 의성군 비안면 지역에만 10만㎡의 재배단지가 조성되어 있고 30여 가구가 천년초 생산에 전념하고 있다. 박영욱 대표는 경작 농민들의 꿈을 두 어깨에 메고 소리 없이 구령을 외쳐가며 선두에서 뛰고 있는 사람이다. 전자부품 납품공장을 운영하다가 5년 전 공장을 버리고 귀농 사업가로 변신해 천년초에 매달려 온 의성 천년초의 대부 박영욱 씨를 찾아갔다.

 

 

농촌의 약용작물로 등장한 천년초는 어떤 식물인가?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토종 선인장이다. 생김새가 비슷해 손바닥 선인장으로 일컫기도 한다. 한번 꽃이 피면 오래간다고 해서 천년초로 부른다는 말이 있다. 제주도 지역에서 자라는 백년초도 있지만 천년초와 성분이 다르고 약성이 떨어진다. 추운 지방에서 자라는 천년초는 영하 20도의 추위에도 견디고 추워지면 겨울잠을 자는 동물같이 수분을 배출해낸 몸 안에 각종 약효성이 있는 영양소를 축적한다. 일종의 천년초의 월동기가 바로 수확기이다.

 

우리나라에 토종 야생 선인장이 있다는 것도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멕시코에서 식용이나 약용식물로 대량 재배되는 선인장이 알로에인데 우리도 80년대부터 천년초가 일부 농촌지역에서 약용작물로 재배되면서 관심을 모아왔다. 야생 천년초는 눈에 띄면 누구나 채취해 지금은 발견하기 어렵다.

 

 

 

 

입증된 천년초의 성분은 어떤 것들인가?

뿌리 줄기 열매 꽃이 모두 건강식품이나 약용재료로 활용된다. 성분 가운데 식이섬유 함량이 48.5%, 칼슘은 멸치나 홍화씨의 10배, 비타민 C가 알로에보다 3배, 아미노산과 사포닌, 소염항균 효과가 있다는 플라보노이드를 비롯해 복합과당류 등이 함유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민간요법으로 옛날부터 화상이나 피부병에 생즙을 발라주는 치료제로 활용했고 한방에서 각종 질병의 처방약재로 사용해온 기록들이 있다. 현재 임상결과에 따라 치매 당뇨 아토피성 피부 등의 치료 약재로도 쓰이고 있다.

 

의성이라면 굵고 품질이 좋은 마늘 생산지로 소문나 있다. 근래 들어 천년초 재배지로 알려진 것은 그만한 배경이나 이유가 있는가?

선인장은 황토와 모래가 적당히 섞인 토양에서 잘 자란다. 인삼 생산지가 정해 있듯이 천년초도 지역의 토양이나 기후 습도 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관련 학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병충해에도 강해 농약이 필요 없고 화학비료를 쓰지 않아도 잘 자라는 야생성으로 인해 아직은 특별히 어떤 지역이 잘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또한 한 번 심으면 보통 6년 이상의 수명을 가진 식물이라는 점도 천년초 영농의 매력이다.

 

박 대표가 천년초와 관계를 가진 것은 언제부터인가?

나는 대구에서 살며 그곳에서 사업을 했다. 의성은 내 친구의 고향이다. 사업을 하면서 간혹 지나가는 길에 친구가 사는 이곳 의성을 찾다가 귀농을 결심하게 된 것은 천년초 때문이다. 웰빙시대의 건강보조식품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고 활용도가 무궁무진한 식물이라는 점을 알고 5년전 재배 농지를 마련해 직접 삽자루를 들었다.

 

농촌생활은 그때가 처음인가?

그렇다. 대구에서 자라 대학도 영남이공대에서 금속공학을 전공했다. 처음에는 철공업 분야에서도 일하고 오토바이 부품제조와 전자산업 등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다가 작은 건물의 지하실을 이용해 전자부품 납품공장으로 독립 사업을 시작했다. 그게 성공을 해서 한 때 연매출 40억 규모를 유지했으나 중국산 저가 제품의 수입홍수에 밀려 주문량이 줄고 생산물량도 갈수록 줄어들었다. 힘들 때 새로운 길로 나에게 희망을 던져 준 것이 천년초였다.

 

재배만 하지 않고 자체 생산한 천년초로 영농조합법인을 운영하며 가공사업을 하게 된 것은 농촌에서 시도하기 어려운 사업으로 보인다.

이곳 좋은먹거리 영농조합법인은 2004년에 설립됐고 내가 대표로 일을 시작한 것은 2008년부터였다. 가공공장을 세워 부분적으로 자체 생산품을 내놓기도 하지만 한편은 식품이나 화장품 생산기업에 원료를 제공해 주문자 생산방식으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나가고 있다. 천년초가 식용재료이기 때문에 식품 개발과정에서 내가 직접 먹어서 맛을 보며 연구진과 함께 의견을 나눌 수 있다는 것도 보람이 있다. 천년초와 마늘을 융합시킨 천연 조미료도 상용화 단계에 있다.

 

주요 생산품은 어떤 것들인가?

천년초를 원료로 한 건강보조 식품과 약주(막걸리) 차 치약 비누 화장품 쌀국수 등이다. 대학 등 연구기관의 참여로 개발 예정인 제품까지 포함하면 20종이 넘는다. 그 중 특허를 받았거나 출원중인 것이 5종이고 상표등록을 끝낸 것이 7건이다. 천년초 쌀국수는 뜨거운 물만 있으면 즉석에서 먹을 수 있는 식품인데 지난해 뉴욕 시장에 5천개를 들고 갔는데 순식간에 동이 났다. 수출에도 자신감을 얻었다. 천년초 술도 있지만 이곳 특산물인 흑마늘로 담은 약주는 일본에서 특허를 출원중이다. 의성은 마늘계란에서 마늘 먹인 마늘소, 마늘돼지까지 특산물로 생산해 이것만 연 19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흑마늘은 또 어떤 것인가?

일반 마늘을 보름 이상 90도로 가열해 가며 45일간 발효시킨 마늘이다. 집에서도 꼭지를 제거한 마늘을 수분이 없는 밥솥에 넣고 가열시키면 흑마늘이 된다. 의성지역에서는 흑마늘을 이용한 각종 건강식품이 나오고 있다.

 

영농조합법인의 연간 매출 규모는?

아직은 반자동 생산기계 설비에만 18억원을 투자하는 등 준비단계에 있으나 금년부터 연간 5억 규모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아직도 넘어야할 산이 많다. 천년초가 많이 알려져 있지않아 향토특산물 관련 축제나 농산물 전시행사가 있으면 가리지 않고 찾아다니며 천년초 전도하는 일이 내가 하는 사업 가운데 가장 힘든 일이다. 서울 코엑스까지 뛰어 다닌다. 손으로 농사짓고 공장 돌리고 남는 시간은 발로 뛰며 생산품을 팔아야 한다. 어느 시기에 이르면 천년초 바람이 일어날 것으로 확신한다.

 

천년초가 다른 농작물과 재배방법에서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역시 친환경(유기농) 작물이라는 점을 꼽을 수 있는가?

어떻게 보면 스스로 유기농 발육성을 갖춘 식물로 볼 수 있어서 그처럼 재배가 편리한 점이 특징이다. 농사철이 되면 날아오는 농약 오염을 막기 위해 논밭과 가까운 거리의 천년초 밭은 비닐로 덮어서 키운다. 물론 재배지는 대개 산골 땅이 많다.

요즘 우리는 친환경이다, 유기농이다 하며 내세우길 좋아하는데 유럽 선진국을 돌아보면서 그곳에는 그런 말이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고 느낀 점이 많다.

 

우리의 자랑거리인가?

아니다. 부끄러운 얘기다. 그곳은 친환경 농법이 생활화 되어 굳이 그걸 자랑으로 내세우지도 않았다. 그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박 대표가 운영하는 영농조합법인은 자체 생산한 농작물을 가공하고 상품화해서 사업을 한다는 점에서 농촌의 이상적인 발전모델로 주목을 받을만하다. 천년초 바람이 불어 크게 성공을 했을 때 이곳 농촌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를 상상해 본적이 있는가?

수없이 그런 생각을 하며 살고 있다. 이곳은 저기 아름다운 강(위천)이 흐르고 적당히 넓은 들과 산이 조화를 이룬 농촌이다. 특히 영남지방에서 3.1운동의 발상지가 된 유적지이기도 해서 강 건너편에 있는 교회 앞에 3.1운동 기념탑이 세워져 있다. 곧 울진보다 두 배 큰 토종어류박물관도 유치해 조금씩 관광지로 바뀌고 있다. 나는 이곳 우리 주민들과 천년초 체험관을 만들자는 꿈을 간직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농촌에 반듯한 실버타운을 세워 노인들을 뒷바라지하고 싶다. 건강이 여의치 않은 노인들이 외롭게 사는 경우가 많다.

 

농촌에 고령인구가 늘어나는 이유는 결국 산업화로 인한 젊은이들의 이동과 농업소득의 위축 때문인가?

그것도 이유지만 자녀를 둔 가정이라면 교육문제로 떠날 수밖에 없게 돼 있다. 나도 자녀교육 문제로 이곳에 온 후부터 가족과 별거 아닌 별거를 하고 있다.

 

천년초를 재배하는 농가도 대부분 노인층인가?

요즘 어디나 농촌에서 60대라면 아이취급 받는 청춘이다. 주로 70대 어른들이 농사를 짓기 때문에 놀고 있는 땅도 늘어간다. 그런 점에서도 벼농사나 밭농사 보다 농사짓기 쉽고 소득이 높은 천년초 재배는 이상적이다. 또 묵혀 있는 땅을 이용하면 재배면적을 얼마든지 넓힐 수 있다.

 

 

 

 

‘좋은먹거리’라는 영농조합의 우리 말 이름이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 전자 부품 제조업을 하던 분이 농촌으로 뛰어들어 천년초 영농과 가공업으로 터를 잡아가는 모습도 호감을 느끼게 한다. 앞으로 더 큰 발전이 기대된다.

사람은 대개 지식과 경험에 집착해서 산다. 그러나 땅에서 결실을 거두는 농촌은 인간 본연의 진심과 정성만 있으면 누구든지 받아주는 곳이다. 무엇이든지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일과 몸으로 체험하고 있다. 농촌생활은 땀을 흘린 만큼 보상을 받고 거둘 수 있지만 도시에서 사업을 하면 바닥으로 떨어질 때도 많다. 살면서 가장 힘들 때가 있었다. 돌아가신 아버님 제수(祭需) 준비할 돈이 없어서 아이를 위해 들어 둔 교육보험을 깨뜨릴 때 정말 처량했다. 농촌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나는 생각했다.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쓰는 농민이 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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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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