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들> 속의 고현정, 고현정 속의 여배우
<여배우들> 속의 고현정, 고현정 속의 여배우
  • 이승우
  • 승인 2010.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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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에게 내 본모습 보여준 적 없어” / 이승우



[인터뷰365 이승우] 2009년은 고현정의 해였다.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미실 역으로 MBC 연기대상을 받았고 자신의 모습을 고스란히 옮긴 듯한 영화 <여배우들>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과연 ‘공인 고현정’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전국에 생방송 되고 있는 시상식 현장에서 ‘미친 거 아냐?’라는 말을 서슴없이 날리지만 수상 소감으로는 “아이들이 보고 있었으면 좋겠고...”라는 절절한 마음을 숨기지 않는 그녀. 꽃미남 배우이자 후배인 조인성에게 “결혼하자”라고 덤비면서도 사적인 연애에 있어서는 “오늘 저녁 일도 모르는 거 아니냐”며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모습까지. 고현정은 생각지도 못했던 속내를 먼저 드러내 상대방으로 하여금 긴장을 풀게 만들면서 정작 자신의 본심은 결코 드러내지 않는 영민함을 지녔다.

미스코리아로 연예계에 데뷔, <모래시계>로 받은 스포트라이트를 뒤로 하고 두 아이의 엄마이자 한 남자의 아내, 국내 굴지 재벌의 며느리로 살았던 고현정은 이혼과 함께 다시 연기자가 되어 베일에 가려졌던 10년간의 공백을 천천히 즐기고 있는 듯하다.

컴백작으로 화제를 모은 2005년 드라마 <봄날>을 시작으로 특유의 당당함과 거침없는 역할을 주로 맡은 이유는 자신이 가진 상처까지도 연기로 오롯이 녹여 내고 싶은 의지로 느껴진다.

고현정과의 인터뷰를 약속한 자리, 시간 맞춰 가보니 그 앞에는 샴페인 잔이 있었다.



이제는 인터뷰를 꽤 즐기는 것 같다. 들어오는데 샴페인 술잔이 널려 있어 깜짝 놀랐다.

<여배우들> 개봉을 계기로 기자들 뵙는 게 재미있다. 이제는 함께 나아가는 ‘동지’ 같은 느낌이 들어 한잔 했다. 사실 <선덕여왕> 끝나고 건강이 나빠졌는데, 몇박 며칠 관리를 받아야 할 정도로 정밀검진을 받았다.


<여배우들>에서의 모습은 ‘실제 모습이야?’라고 의문이 들 만큼 사실적이다.

시비 걸고 진상 떨고 술 마시면서 돌아다니고 주책바가지로 나온다. 한마디로 귀여운 진상이랄까.(웃음) 감독님께 뭘 해도 귀엽게 나오게 해달라고 했는데 그게 안된 것 같다.


촬영 현장에서는 어땠나. 딱 중간 위치였는데...

왔다갔다를 많이 했다. 이분(윤여정)한테 갔다가 저분(이미숙)한테 가고. 사실 막 대할 만한 배우들이 아니지 않나. 그런 후배들도 없고. 크리스마스 이브가 배경이지만 촬영은 한여름에 했다. 얼마나 힘들던지. 더위에 무척 약하다. 그런데 겨울 장면을 찍었으니 말 다했지 않나.


<여배우들>에서의 모습이 가장 고현정답다고 생각해도 되나.

나다운 게 뭔지 모르겠다. 대중들이 나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사실 내 본 모습을 보여준 적도 없다. 가장 많이 오픈한 듯 보여도 내 진심을 다 보여주진 않는다.


배우를 설명하는 단어 앞에 ‘스캔들’이 써 있어 놀랐다. 의도적인 건가.

스캔들이 나쁜 뜻인가? 그렇진 않은 것 같다. 없으면 오히려 우울할 것 같다. 적당히 관객들에게 소식을 전하는 것도 좋다. 너무 숨어서 살순 없지.(웃음) ‘스캔들의 고현정’이라고 나온 게 그다지 기분 나쁘지 않다.


제작 당시부터 시나리오가 굉장히 얇았다고 들었다. 그만큼 즉석에서 만들어낸 게 많은 건가.

이재용 감독님이 워낙 굉장한 분이지 않나. 이 분 하고 영화를 하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해서 ‘이렇게 할까요? 이건 어떨까요?’하면서 여쭙는 형식이었다. 배우들 간에 팽팽하게 의견 교환을 이끌어낸 건 순전히 감독님의 몫이다. 조율하느라 정말 힘드셨을 거다.


5명의 배우와 단체로 호흡을 맞추는 건 힘든 일이다. 막상 만나보고 놀랐던 배우가 있나.

(잠시 침묵) 난 할 수 있는 한 되도록 모니터를 많이 한다. TV나 영화까지 다양하다. 그래서 나름의 예상치를 가지고 있는데, 다들 역시 프로들이란 걸 새삼 느꼈달까. 한가지 놀란 건 생각보다 순하고 착하다는 거다.



최종 캐스팅된 배우들을 안 상태에서 촬영을 들어가는 순간의 느낌은 어땠나.

떨렸다. ‘여기서 착하게 가야 될까?’ 아니면 ‘이 사람들이 나에 대해 듣던 대로, 앞으로도 그럴 작정이니 좀 까칠하게 갈까?’를 빨리 판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하게도 다들 순하니까 내가 조금만 뭘 해도 오버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좋았다. 순간 순간이 재미있었다.


그래도 현장에서 유독 예뻐 보였던 배우가 있을 것 같은데...

촬영장에 있었던 들러리 남자 모델들이 더 예뻤다.(웃음) 그게 아주 죽음이었지. 내 상대역으로 나온 에밀은 한국말도 못하면서 정말 좋았다. 너무 잘생겼고.


극중 윤여정 이미숙과 함께 화장실에서 나누던 대사는 설정이었나? “우리 셋이 (이혼) 공통점이 있잖아”라는 대사는 연기라도 내뱉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그 순간의 설정은 감독님이 주셨지만 대사가 누구 아이디어인지는 기억이 안 난다. 누가 생각을 내서 대사를 내놓는다기보다는 대사 하나라도 동의를 해야 이뤄지는 신들이 계속 붙었다고 봐주셨으면 한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잠시 생각하더니) 그리 주저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사실 모든 촬영들이 그랬고.


가장 어렵게 촬영했던 신이 있다면.

여배우들이 모두 모이는 거. 카메라가 동시에 돌아가는데 홍경표 촬영감독님 이하 촬영진이 그 무거운 걸 10분 정도 계속 들고 움직이면서 찍었다. 거기에 맞춰 연기를 하는데 아무리 연기라지만 정말 고됐다. 거울도 있고 한 공간에서 헤어부터 의상 메이크업까지 죄다 갖추고 해야 돼서 힘에 부치더라. 되돌아보면 그 신이 가장 짜릿하긴 했다.


앞서 스캔들에 대한 얘기를 했지만 남자 배우들에 대한 감정 표현이 참 거침없다. 일반적으로 여배우들이 숨기려 하는 거에 비해.

숨길래야 숨길 수가 없으니까.(웃음) 나에 대해선 연애도 결혼도 이혼까지 다 알지 않나. 하지만 정말 내 사생활은 모를 거다. 솔직히 내일 일도 잘 모르겠다. 지금 아니라고 했다가 오늘 저녁에 사귈 수도 있는 거고. 이 자리도 내 개인 인터뷰라기보다는 영화 속 고현정을 이야기하는 자리이고. 특히 남녀가 만나는 건 뭔가 결심해서 진행하는 게 쉽지 않으니까.


그 말은 인생의 우연성을 즐긴다는 건가.

뭐든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건 동의한다. 연애나 사랑에 대한 건 더더욱 그래야 한다고 본다.


먼저 치고 들어가는 것 때문에 ‘고 프로(pro)라 불리는 걸 알고 있나.

고 프로?(박장대소) 마음에 든다. 어렸을 때부터 고서방, 고인돌 이런 거뿐이었는데... 최대한 영화에 있어서만큼은 오픈하고 싶다. 그 정도로 받아들여달라.




2009년은 복귀하고 나서 제일 바쁜 해였을 것 같다.

굉장히 힘들지만 결단해야 할 것도 많든 한 해였다. 2010년이 기대되는 순간을 겪어왔다. 많은 걸 느끼고 보고 작업도 했기 때문에 의미있는 한 해였고. 이제 더 시작이지 않나. 그래서 경인년이 더더욱 기대된다.


<여배우들>은 대중에게 보여지는 여배우들에 대한 선입견을 완전히 깨부순 영화다. 이 영화를 찍으면서 유독 와 닿았던 여배우들만의 선입견이 있었나.

내가 배우 생활을 안할 때 너무 많이 깨져보고 선입견에 대해 단련을 받아봐서인지 이 영화가 다큐인지 극인지 잘 모르겠더라. 다큐는 분명 아닌데 시나리오는 있고, 내가 ‘고 프로’라고 불렸다지만 거기 나온 배우들이 진정 프로였다. 일단 약속 시간을 너무 잘 지켰고. 연기도 정말 잘 했다. 출연 배우들 거의 ‘나의 못난 점도 드러내 보자’는 의도가 다분해서인지 마음껏 더 망가지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그래서인지 별다른 선입견을 느끼진 못했다.


극중 최지우와의 대립은 실제 그럴 것 같은 사실감이 와 닿은 신이었다. 진짜 둘이 만나만 저랬을 것 같은. 이것도 선입견인가.

<여배우들>의 좋은 점은 불필요한 기 싸움이 없었다는 점이다. 윤여정, 이미숙 선생님은 민망해하실까봐 표현을 못할 정도로 존경스럽고 아름다웠다. 최지우를 처음 보고서는 왜 복이 그녀한테 가는지를 절감했다. 내 결혼 생활의 반을 최지우 작품들을 보면서 지냈는데, 한류스타인데다 하는 짓도 얼마나 예쁜지. 촬영하면서도 최지우의 배우 본성을 논하는 장면이 정말 기대됐다.


영화에 있어서만큼은 노개런티여도 거장들과의 작업에 중점을 두는 것처럼 보인다.

이제는 좀 받아야 될 것 같다. 안 받고 하는 것 치고는 몸이 좀 힘들다.(웃음) 내가 잘나서라기보다는 운이 좋아서 훌륭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것 같다. 특히 이재용 감독님 같은 경우에는 <여배우들>을 하면서 순간이 얼마나 중요한 건가를 깨닫게 해주셨다. 촬영 중 너무 예민하고 첨예하게 대립할 상황이 많았는데 개봉 후 뭔가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주신 분이다. 개봉을 기다리면서도 극장문을 박차고 나가지만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만했다. 그 정도로 괴팍하게 나온다는 말을 들어서. 감독님이 <여배우들> 때문에 많이 늙었다고 하소연했지만 나도 지난해 좀 늙었다. 흰머리도 많이 생기고.


여러 명이 아이디어를 냈다지만 스스로 이것만큼은 나오지 말았으면 하는 장면이 있었나. 연기를 하고 나서도 좀 후회됐던 적나라함이랄까?

그런 생각을 했다면 <여배우들>은 출연하면 안 되는 영화다.(웃음) 또 이 영화로 해외 영화제(베를린 영화제)까지 간다니 마음이 복잡하다. 그냥 많은 분들이 보시고 “저것들 참 웃기네. 하하”그랬으면 좋겠다.


데뷔 직후 분장실을 독점하던 탤런트들을 보고 ‘꼭 배우가 돼야지’라고 결심했다던데. 정말인가.

생각하면 참 아름답고 순수했을 때다. 나중에서야 안 사실인데 거기가 바로 ‘전원일기’팀이 쓰던 곳이었다.(웃음) 미스코리아 당선 직후 어깨에 띠 두르고 로비에 죽 세워 놓았는데, 그때 분장실 안에 있던 분들이 너무 부러웠던 거지.



지난해 <선덕여왕> 때는 인터뷰를 안 하기로 악명이 높아서 드라마 속 악녀가 현실에 존재하는 줄 알았다는 소문도 들린다. 알고 있나.

사실 바빠도 할 수는 있었다. 그런데 자꾸 그런 판을 만들면 힘있게 끝까지 감정을 가지고 가야 할 배우의 태도가 아니라고 봤다. 그 에너지를 응집해서 연기로 보여주는 게 더 낫다, 빈수레 요란한 것보다. 어차피 악역인데 뭐 어쩌랴 싶은 것도 있고. 가채가 너무 무거워서 누가 인터뷰 하자고 하면 제대로 쳐다볼 수도 없어서 “뭐라고?”라고 눈을 치켜뜬 게 더욱 나쁘게 보인 모양이다.(웃음) 미실에 관해선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표정 연기가 다양해서 50가지인가? 그게 화제가 됐었는데. 가채가 너무 내려오니까 그걸 끌어올리려다 표정이 다양하게 나온 거다. 장님이 문고리 잡은 격이랄까. 아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너무 예의없는 거고. 솔직히 그 당시엔 내가 선배 축에 드는 연기자라 악역인 걸 잊지 말자고, 그 주어진 임무에 충실하자고 했었다.


<선덕여왕>의 인기는 당시 장안의 화제였던 <모래시계>와 많이 비교되기도 했는데 직접 체감하기엔 어땠나.

지금이 훨씬 느껴진다. <모래시계> 할 때는 한창 연애중이어서 정신이 없었다. 지난해 11,12월이 내 데뷔 이후 최고로 바쁘고 그만큼 그 사랑이 느껴진 시간이었다.


<여배우들>이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됐다. 참석할 건가.

자비로 가야 된다던데. 드레스만 안 입는다면 갈 수도 있다. 이혼 후에는 드레스 협찬도 잘 안 된다던데.(웃음) 이래서 남자 배우들을 좀 넣었어야 돼. 남자 두어 명만 꼈으면 가지.


<여배우들>에도 나오는 내용이지만 왜 여배우들은 잘 안 뭉치는 건가.

평소 아무리 성격 좋고 편하다가도 모이면 꼭 여배우 티 내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건 어느 인간이든 다 비슷한 거지만. 그렇다고 또 서로가 그 티냄을 받아주지도 않고. 자기도 여배우인데 굳이 그런 대접 받고 모임을 가지진 않는다. 그래서 더 힘들어지는 것 같다. 남자 배우들에게는 여배우라 먹힐진 몰라도 같은 여배우들한테는 절대 안 먹히는 것과 같다.


그럼에도 고현정은 남자 배우들한테 여배우로 다가가지 않지 않나.

내가 그렇게 하면 그들이 날 만나주겠나.(웃음) 일부로라도 털털하게 대한다. 그래야 더 폭이 넓고 언제든 다시 만날 수 있다. 남자든 여자든 얘가 좋아, 얘가 싫어 그러면 늘 내 손해가 되더라. 중성적인 걸 가지고 있으려고 노력한다. 그게 더 배우로서 자유롭지 않을까 싶다. 만약 내가 여자처럼 군다면 날 만나줄 사람은 몇 안 될 거다.


“결혼하자”고까지 말했던 공군 조인성에게도 연락이 없는 건가.

그걸 왜 나한테 물어보나.(웃음) 난 <여배우들>의 여배우로 이 자리에 왔다.


그렇다면 차기작 계획은 어떤가.

지금 가채 때문에 두피치료를 받고 있을 정도로 후유증이 크다. 하지만 현대극을 할 때와 사뭇 다른 매력을 느낀다. 현장에서 대기할 때나 대사를 칠 때 묘한 여운이 남는다. 지금 당장은 할 마음이나 여유가 없지만... 또 모르지, 하게 될지도. 차기작은 장르에 관계없이 여유 있게 고르려 하고 있다. <여배우들>은 <선덕여왕> 때 산속에 있으면서 받았던 기를 다 거기에 풀어놨기 때문에 유난히 애착이 많이 간다.



요즘 들어 고현정을 도발시키는 게 있다면?

그림 보는 거 좋은데 내가 움직이는 거 알리면 여러 사람이 움직여야 되니까. 혼자 슥~갔다 오고 그런다. 혼자 고상떨기 시작하면 한도 없다. 분야를 굳이 나누자면 설치미술 쪽을 좋아한다. 클래식 공연과 발라드 가수의 공연에도 가보고 싶다. 주의가 산만한 편인데도 혼자 가면 잘 안 들킨다.


꼭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배우가 있나.

앞에서도 밝혔지만 녹화를 해서라도 모든 채널과 장르를 모니터 하는 이유는 언제라도 그 작품에 나오는 사람과 함께 연기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신인일 수도 혹은 연기 선배일 수도 있는 상대 배우의 출연작을 봤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함께 연기하는 느낌이 다르다. 그들이 나의 작품을 언제든지 찾아 볼 수 있듯이 선후배 동료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건 언제 만날지 모를 상대 배우에 대한 내 예의다. 정말로 열심히 본다. 나 역시 그런 관심을 받고 싶어서일 수도 있지만.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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