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제1관문 인천공항세관장 이대복 박사
대한민국 제1관문 인천공항세관장 이대복 박사
  • 김두호
  • 승인 2009.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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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세관은 장보고의 청해진일 수 있다” / 김두호

 

 

 

 

[인터뷰365 김두호] 국제공항협의회가 세계 공항서비스 평가에서 4년 연속 1위로 선정한 인천국제공항은 항로를 통한 대한민국의 제1관문이다. 출입국자들이 공항을 이용하면서 가장 예민하게 대비하는 곳은 세관 검색대를 통과할 때이다. 방문하는 나라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마주치는 세관공무원들의 검색태도나 인상이 그 나라의 청결도와 서비스문화의 척도가 되기도 한다. 이대복 인천국제공항세관장은 자그마치 1천여명의 직원을 관리하는 공항본부세관의 수장이다.

 

우리나라는 마약에서 청정 국가로 분류되지만 최근 들어 인천국제공항 세관은 마약을 비롯해 금괴밀수 사건을 수시로 적발해 뉴스에 오르고 있다. 가짜 명품들이 무더기로 적발되기도 한다. 이대복 세관장은 30여년간 세관업무와 관련된 일을 하며 틈틈이 세관의 역사를 연구해온 공부하는 공직자로 알려져 있다. 중소기업의 판매경로에 대한 이론으로 경영학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세계화시대의 첨병, 한국 세관의 역사-세관역사 한눈에 꿰뚫어보기>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재미있는 내용으로 ‘우리 세관의 뿌리가 신라통일시대 장보고의 무대인 청해진(완도)에서 비롯된다’는 주장이 들어 있다.

 

그는 첫인상부터 부지런하고 다부지게 보인다. 자그마한 몸집이지만 골문을 막아 선 골키퍼의 팽팽한 긴장감 같은 기(氣)를 느끼게 한다. 이대복이라는 이름도 토종형이지만 그는 뛰어난 한국인의 장점을 고루 갖춘 관세청의 주력 공직자로 대한민국 제1관문을 지키고 있다. 연간 3천만명이 넘는 출입국 승객의 짐을 들여다보고 국제공항중 세계 최상위권 물량의 항공화물 통관을 관장하고 있다.

 

 

인천공항세관에서 최근에 가짜 금덩어리를 적발해 화제가 됐었다. 내막을 좀 더 듣고 싶다.

국제 금시세가 급등해 사기성 거래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월 20일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입국자가 수입 신고한 금덩어리 3kg(7천만원 상당)의 성분을 검사한 결과 구리에 아연을 섞어 만든 가짜였다. 10월에도 특송물품에서 도금된 가짜 금괴를 발견했다.

 

세관에서는 수입품의 성분까지 검사하는가?

모든 수입 또는 수출품은 신고된 내용과 일치하는지 반드시 확인하게 된다. 특히 금제품은 정밀분석이 필요하다.

 

12월초에는 인천공항 개항 이래 최대 짝퉁 명품을 적발했다고 역시 뉴스에 오른 적이 있다. 중국산인데 선적지를 한국으로 위장해 미국으로 반출한다는 것이 눈길을 끌게 했다.

마약도 마찬가지이지만 우리나라를 경유해 제3국으로 보내는 데는 도착지에서 우리 화물에 대한 통관이 수월하고 국내에서도 환적화물에 대한 단속이 어렵다는 점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중국산 로렉스 등 가짜 명품시계와 구찌 루이비똥 버버리 코우치 베르사체 등 29종 4천여점, 240억원어치를 가져와 그것을 한국업체 명의로 바꾸어 신고하고 한국을 경유해 미국으로 반출하기 직전에 적발한 것이다.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마약청정국의 평가를 받는다는 얘기가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들어 마약 밀수사건도 자주 발생하고 신종마약류를 단속했다는 소리가 빈번하게 등장한다. 신종마약은 어떤 것인가?

올해 11월까지 적발된 146건 가운데 44건이 신종 마약이었다. 작년에 2건 정도가 22배로 급격히 증가한 신종 마약은 합성대마를 비롯해 파티마약(party pill), 강간마약(rape drug)으로 일컫는 것들이다. 구체적으로 슈즈러, 졸피뎀, 수면진정제, 로라제팜 등 적발 종류가 13종에 이른다. 인터넷을 통해 식물영양제나 방향제를 가장해 유통되는 점도 문제점이다. 호기심에서 국제우편으로 주문해도 처벌대상이 된다.

 

마약이나 금괴 등을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밀수하는 방법 중에 기상천외한 경우가 많아 그게 사실인지 의구심을 가질 때가 있다. 밀수품을 입안으로 삼켜서 반입하거나 신체의 은밀한 곳에 숨겨온다는 것 등이다.

과거부터 꾸준히 적발된 사례들이다. 최근 사례를 보면 나이지리아 입국자가 피임용 콘돔에 헤로인을 넣어 그것을 삼켜 이를테면 소화기관으로 운반한 경우가 있다. 마약이 뱃속에서 터지면 생명을 잃을 수 있다. 마약에서 금이나 귀금속까지 신체의 은밀한 곳에 숨겨 가져오는 여성들, 가방이나 의상, 구두 등을 특수 운반용으로 제작해 엑스레이에 잡히지 않게 밀수하다가 적발되는 사례도 흔하다.

 

여행비용이나 금품을 받고 마약을 대신 운반하다가 외국세관에 적발돼 타국에서 고생하는 젊은이들도 있는 것 같다. 그런 유혹에 경계해야할 점을 알려달라.

연말연시가 되면 공항도 어수선하다. 최근 여객터미널에 있는 밀레니엄홀에서 ‘마약청정국만들기’ 계몽행사를 가졌다. 그 자리에 마약 대리운반 피해사례를 공개해 많은 젊은 여행객들의 관심을 모았다. 유혹에 빠지는 것은 선량하기 때문이다. 금품이나 공짜여행의 혜택을 준다면 반드시 함정이 있다고 보면 된다. 해외여행 때는 잘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짐을 들어달라거나 무엇을 전해달라는 선의적인 부탁도 절대 경계해야한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밀수품도 달라졌을 것 같다.

물론이다. 해방 후에는 물자부족과 인플레이션으로 생활필수품, 1950년대는 군수품, 1960년대는 나일론 의류나 의약품, 1970년대는 금괴나 비싼 전기제품, 1980년대는 보석에서 녹용 시계 기계 골프채 수산물 등으로 다양해졌다. 1990년대 이후는 수입개방에 따라 값싼 농수산물을 국산으로 위장한 밀수가 성행하고 있다. 지금까지도 합법을 가장한 다양한 밀수품이 들어오고 있다. 최근에는 우편화물이나 특급탁송화물을 이용한 위조상품, 부피가 작고 비싼 마약류, 성기능 치료제가 많이 적발된다.

 

외화반출입도 1만달러 이상은 신고해야 하는데 신고하지 않아 적발한 액수 중 최고 기록은 어느 정도이며 어떤 인물인가?

우리 돈으로 1억8천만원 정도의 일본화폐를 신고하지 않고 들여 온 일본인이 있었다.

 

적발이나 검색과정이 궁금하다.

세관의 주업무는 세관구역을 통과하는 모든 출입국자와 화물에서 신고내용에 어긋나는 점이 없는지를 파악하는 일이다. 통관구역을 지나는 출입국자의 걸음걸이까지 세관원의 관찰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지금은 국제관계가 개방사회로 가고 있고 공조사회로 가고 있다. 불법자에 대한 국제 정보교류와 공조시스템으로 밀수조직을 검거하기도 한다. 사상 최대의 짝퉁 수사도 국제공조와 배송이력 추적 등 5개월에 걸쳐 진행됐다. 마약 밀수가 의심되는 사람은 도핑테스트에서 엑스레이 검사도 하고 배설시간을 기다리기도 한다.

 

 

 

 

 

 

 

 

 

인천공항은 170개 도시로 항로를 연결하면서 여행객 이용규모나 화물 운송량에서 모두 세계적인 대형 국제공항으로 알려져 있다. 그것을 감당하는 공항세관의 연간 업무량이나 종사인원도 엄청날 것이다. 어느 정도인가?

지난 한해 국내 전체 출입국 여행자의 80%인 3천만명이 인천공항 세관에서 통관 절차를 밟았다. 항공화물도 가격으로 따진다면 국내 전체 수출입물량 가격의 22%인 1900억 달러어치가 인천공항 세관을 통관했다. 지난해 국제물동량 기록을 보면 인천공항이 홍콩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우리 직원은 통관분야에 350명, 화물에 220명, 조사감시에 240명, 우편물에 60명, 김포공항과 지원 부문까지 모두 1천여명에 이른다.

 

세관에서 다루는 일들이 모두 이해관계가 교차되는 것들이어서 유혹이나 비리사건도 수시로 발생하지 않는가?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 모든 것이 전산화 되고 정밀 탐지분석 시스템이 가동하며 사방에 감시카메라가 움직여 주먹구구로 검색하던 시대와 다르다. 2001년 인천공항의 개항을 전후해 세계 최고의 세관관리시스템을 준비할 때 실무 간부(감시과장)로 참여했다. 그때 세계 최고 수준의 싱가포르 창이공항, 홍콩 쳇랍콕 공항, 미국 LA공항과 케네디 공항, 호주 시드니 공항을 찾아가 가장 선진화된 관리 시스템을 고루 추렸다. 여기에서 설계한 모형의 기본 개념이 ‘보이지 않은 세관’(Invisible Customs)이었다.

 

세관이 보이지 않는다면?

공항 세관구역에서 세관직원이 여행객을 접촉하지 않고 자유로운 물류 흐름을 보장해주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정보와 과학기구를 활용하여 범법자를 100% 적발해 내는 감시시스템이다. 그때 정보를 사전에 확인하는 제도를 도입했는데 그것은 항공사로부터 미리 승객의 정보를 입수해 사전에 분석하는 방법이다. 인천공항 세관은 출입국자들이 신속하고 자유롭게 통관을 하지만 적발방법은 전보다 수십 배 첨단 과학화 되어 있다.

 

이제 이대복 세관장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공직생활을 시작한 것은 언제인가?

대학을 졸업하고 1979년 행정고시를 통해서 시작했다. 공무원이 되었던 초기에는 고민을 많이 했다. 계속 공부를 해 다른 전문직을 택하는 것이 더 장래성이 있는 것 아닌가 하고.

 

경영학박사 학위를 받은 것은 공직에 있을 때가 아닌가?

다행히 공부하는 시간이 주어졌다. 미국의 관세국경청에서 1년, 미국 국제무역전문 로펌에서 1년6개월, 조지 워싱턴대 초빙연구원 등 연수기회가 자주 주어졌고, 국내에서는 퇴근해서 야간 학위과정이 가능했다.

 

<세계화시대의 첨병, 한국 세관의 역사- 세관역사 한눈에 꿰뚫어보기> 저서는 우리나라 세관의 뿌리를 접하게 해서 재미있게 읽었다. 내용 중에 청해진의 장보고가 이를테면 우리나라 원조 세관장일 수 있다는 분석이 흥미를 느끼게 했다.

관세청에서 세관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하면서 역사적인 기록을 찾게 됐다. 서양은 고대 지중해 해상무역을 장악했던 페니키아 상인들이 무역활동을 하던 지역의 통치자들에게 통과세를 지불한 것을 관세의 기원으로 본다. 동양은 춘추전국시대인 기원전 626년에 관세가 존재했다는 기록이 있지만 관세가 본격적으로 부과된 것은 당나라 시대 이후로 알려져 있다. 당나라는 무역을 전담하는 기관으로 시박사(市舶司)란 것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부족국가 시대에 중국이나 일본과 물물교환의 무역을 했고 삼국시대에도 물물교환이나 조공형식의 무역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세관의 기능을 가진 기관이 있었다는 기록이 없으나 통일신라 흥덕왕 3년(828) 장보고가 세운 청해진이 당나라의 시박사와 같은 세관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곳에서 관세의 전신인 예물 및 조공, 통행료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세관업무를 보면서 직접 적발한 사건 중에 별난 사건이 있다면?

관세청 조사감시국장 때 필리핀 관세청의 도움을 받아 도난 차량의 밀수출 조직을 검거하고 밀반출 차량을 반환받은 일이 있다. 국내에서 도난 당한 차량이 밀수출 된다는 정보를 입수해 전문직원을 파견시켜 필리핀 몽골 중국 등지로 도난차량을 밀반출하는 범법자들을 부산에서 적발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해외로 나간 밀수출품도 끝까지 추적해 반환시킬 수 있다는 국제관례를 만들었다.

 

갈수록 여행자와 수출입 화물이 늘어나 세관의 기능이나 책임도 그만큼 무겁게 보인다.

세관은 어느 나라든 전통적으로 국가의 힘을 실어주는 대표적인 공직기관이다. 미국이 세관의 기능과 파워를 인정해 주는 본보기의 국가라는 점을 직접 현지에서 관찰했다. 내국세는 저항이 있을 수 있지만 관세는 저항이 없다. 세관의 힘이 국가의 힘이 되고 국가 경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우선 공직자들의 투명성과 청렴성을 필요로 하고 더불어 국가 간에 상호 공존하려는 개방정신을 필요로 한다. 21세기의 인류 사회는 물질적인 이해관계로 보면 국경이 분명히 있지만 정신적이거나 문화적으로는 국경이 없는 시대로 가고 있다.

 

 

 

 

자신의 인생관이나 삶의 철학을 얘기한다면?

어릴 때 손자의 손목을 잡고 귀여워 해주신 할아버님께서 내가 8대 장손임을 늘 강조하셨다. 그것은 가정적 사회적으로 큰 시야를 가지면서 동시에 책임감을 갖도록 일깨워 주신 것으로 생각한다. 살면서 힘들 때는 힘든 모습을 감추고 자식을 돌봐 주신 어머님을 생각하고 또 책을 통해 만난 터키의 국부 게말파샤를 생각한다. 그로부터 얻은 신념은 이루고 싶은 일은 하면 된다는 것, 항상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는 뉴 프론티어 정신이다.

 

 

[인터뷰이 나우] 인천공항세관 창설 작업에 참여해 혁신적인 선진형 세관 업무시스템의 성공 사례를 만들었고 뒤에 인천공항세관장으로 취임해 국제공항협회로부터 세관부문 평가 세계 1위의 성과를 남겼던 이대복 전 관세청 차장이 지금은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경영학 박사이기도 한 이대복 전 차장은 최근 인천상공회의소가 개최한 ‘CEO를 위한 FTA 활용 세미나’에 초청되어 ‘한미 FTA의 원산지 사후검증’이란 주제의 강연을 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인천지역 기계 및 자동차 부품업체 CEO 5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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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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