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행> 때문에 점 보러 갔는데...결과는 비밀” 배우 손예진
“<백야행> 때문에 점 보러 갔는데...결과는 비밀” 배우 손예진
  • 이승우
  • 승인 2009.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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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털하게 털어놓은 28세 여배우의 내면 / 이승우



[인터뷰365 이승우] 배우 손예진에 대해 세상에 떠도는 편견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시쳇말로 잘 논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싸가지 없다는 것이다. 갓 데뷔했을 시절 메이크업이 마음에 안 들자 메이크업 아티스트에게 말이 아닌 손짓으로 수정을 요구했다는 것과 데뷔 전 나이트에서 밤새 놀기로 유명했다는 것. 그러나 진실은 좀 다르다. 메이크업 아티스트에게 수정을 요구한 사건은 당장 욕은 먹더라도 완벽함을 추구한 손예진의 의도가 몇 단계를 거치면서 확대된 것이고, ‘죽순이’란 별명은 송일국과 찍은 ‘작업의 정석’에서 보여준 ‘물쇼’의 리얼함이 와전된 것이다.

하지만 만약 손예진에 대해 이같은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그가 또래 배우들에 견주어 성숙한 연기력을 지닌 여배우라는 사실에는 이견을 달지 않을 것이다.

손예진은 최근 일본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을 영화화한 <백야행-하얀 어둠속을 걷다>에서 이전과는 다른 파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 역시 안전한 것보다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려는 그의 영화 모험의 일부다. 손예진이 2년여 동안 다른 여러 작품을 고사하며 기다려온 이 작품은 ‘살인자의 딸과 피해자의 아들. 그 후 14년’ 이란 독특한 설정으로 되어 있다.

이 영화에서 ‘미호’를 연기한 손예진을 만났다. 손예진은 극중 미호가 걷고 싶어했던 한낮 태양 아래의 거리처럼 눈부시고 밝았다.



지난해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소감이 인상 깊었다. “27살 여배우로서의 방황을 청산하고 정신 차리라고 주는 상”이라고 하지 않았나. 이제 방황은 청산했나.

지금은 28살 여배우의 고민을 안고 살고 있다.(웃음) 그게 벌써 1년이다. 날짜도 안 잊어버린다. 11월 20일. 세월이 가면 고민을 더 안 할 줄 알았는데 똑같다. 그 상을 받을 때는 기대를 단 1%도 안 했다가 받은 거라 여러 감정들이 밀려와 울컥했다. 아프고 상처 받았던 기억이 가장 먼저 났다. 드라마 <스포트라이트> 끝내고 나서였는데 반응이 좀 안 좋았고,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가 흥행에 성공했을 때라 그 중간에서 딜레마에 빠져 있었다.


상을 받고 나니 그 우울함이 좀 가시던가.

내가 힘든 걸 알고 준 것 같은 느낌이었다. 배우를 하다 보면 눈물이 날 것 같은 순간이 있다. 과분한 사랑을 받는데 왠지 모두 나를 외면하고 내 맘 같지 않은 순간들. 어떻게 보면 피해의식일 수도 있지만 연예인이라는 게 항상 닫혀있고 상처 받기 쉬운 부류 아닌가. 그 때 그 상이 내 마음을 알고 내 손을 따뜻하게 잡아 준 것 같았다. 뭔가 딛고 뛰어 올라야 할 순간에 굉장히 위축되고 힘들었는데 디딤돌이 되어줬다.


하지만 좋았던 만큼 부담감도 생겼을 것 같다.

솔직히 이제는 어떤 배우가 좋은 배우인지를 잘 모르겠다. 배우라면 사람들이 원하는 연기보다 내가 행복하기 위해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요즘 들어 절감하고 있는 중이다.


<백야행>의 개봉 이후 강행군 때문인지 얼굴은 좀 더 말라 보인다.

감기가 너무 심하게 들어 신종플루를 의심했는데 아니더라. (웃음) 내가 아픈 건 상관없는데 영화에 누를 끼치긴 싫어서 내복 4개 껴입고 자면서 버티고 있다. 대구에 계신 엄마는 타미플루 복용 중이어서 걱정이다.


부모님과 따로 떨어져 사나.

언니와 함께 산다. 혼자 살았는데, 너무 외로워서 언니 식구들이 들어오게 된 거다. 원래 언니 집이 근처에 있어서 내가 해외 촬영이나 지방에 가 있을 때를 제외하곤 같이 지낸다. 요즘은 조카들 보는 낙으로 산다.


극중 미호는 남자들한테 인기가 많다. 실제 손예진과 비슷한 건가.

미호는 겉으로 보기에 완벽한 여자다. 예쁜데다 착하고, 뭐 하나 티끌 없는 캐릭터다. 나랑은 반대다.(웃음) 겉으로 보기에 아무 걱정 없는 여자다. 주위친구들이 “쟤는 완벽하죠” 라고 말할 정도니까. 하지만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겠나. 그런 면에서 미호는 매우 영화적인 캐릭터다. 그렇게 보이기까지 많은 아픔을 겪는 사람인데, 포장만 그렇게 한 거지.


인기도만 보자면 극중 미호와 거의 같은 것 같은데...

약혼자의 딸이자 자신의 제자인 영은이가 미호에게 “항상 그렇게 웃는 거 피곤하지 않아요?”라고 하는 장면이 있다. 그게 미호가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모습인 거다. 해맑게 웃고 있지만 눈물이 나는 느낌. 그런 맥락으로는 내 직업이 미호와 흡사하다. 처음 제작사와 미팅할 때 “예진씨는 미소에 뭔지 모를 슬픔이 느껴진다”고 하던데 가끔은 내가 나를 봐도 그럴 때가 있다.(웃음) 그런 부분만 보자면 비슷한 것 같다.

대중들이 보는 레드 카펫 위에서의 손예진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완벽히 세팅된 상태지만 실제 나는 머리 질끈 묶고 추리닝 입은 모습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엄마 친구의 어린 아들이 집에 자주 놀러 오는데 평소 하던 대로 퍼질러 있는 모습 보면 항상 그런다. “청순미의 대명사가 왜 그러냐”고.(웃음)


미호는 어떤 여자인가.

미호는 여자들이 봐도 인기 있고 똑똑하고 착한데 껍데기를 벗길수록 알 수 없는 여백이 나오는 여자다. 그 과정을 보여주는 과정이 녹록하지 않았다. 속에서는 감정이 막 요동치지만 표정은 절제된 채 연기해야 했다. 촬영 중간에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육체적인 피곤이 쌓여 촬영이 중단될 정도로 심하게 아팠다. 여태껏 일하면서 병원 신세를 진 적이 없었기에 충격도 컸다. 촬영을 하면서 연기자로 보여져야 하는 욕심이 큰 편인데, <백야행>을 하고 난 뒤에는 그걸 좀 털어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감독님이 독서실을 같이 다녔을 만큼 친했던 오빠였다고 들었다.

연락이 끊겼던 동네 오빠였는데, 영화사 미팅 때 10년 만에 만났다. 그만큼 ‘이 영화가 내겐 인연인가보다’ 싶었다.(웃음)


원작의 열혈 팬으로 알고 있다. 마니아층이 있어 힘들 걸 각오하고 시작했겠다.

돌이켜보면 <백야행>이 잘됐으면 하는 느낌이 더 컸던 것 같다. 제작사 대표님과 PD 두 분이 모두 여자인데, 판권을 사서 시작하는 걸 2년간 봐왔다. <백야행>이 영화화되기까지를 지켜보면서 다른 영화 출연 기회를 미루면서 기다렸다. 나에겐 운명적인 작품이다. <백야행>은 이미 본 관객들도 있겠지만 사실 그냥 보는 것보다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 영화다.


개런티를 줄여서라도 꼭 하고 싶은 영화였던 건가. 다른 작품을 고사할 정도로?

개런티를 덜 받고 시작하진 않았다. 영화를 만들고 싶어하는 이들의 마음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와 닿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 영화는 탄생과정을 모두 봐와서인지 애착이 큰 것 같다.


원작 팬들이 손예진의 미호 캐스팅을 엄청 환영했다고 들었다.

그래서 더 부담이 간다. 드라마는 아예 안 봤고, 솔직히 있는지도 몰랐다. 나 역시 원작의 팬이었기에 마니아들의 지지가 대단한 작품이란 것만 알고 있었다. 드디어 영화화 된다고 했을 때 누굴까 궁금해 한다는 소식은 들었다. 원작에 대한 부담보다는 그런 성원에 대한 부담이 크다.


첫 장면부터 파격이다. 또래 여배우들보다 농밀한 노출이 있어도 과감하게 하는 스타일이다.

(오랜 시간 생각하더니)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란 궁금증이 드는 작품이 있다면 거의 해왔다. 내가 70% 정도는 어떻게든 해보겠는데 나머지 30%가 어떻게 될지 모를 때 그 결과가 너무 궁금하다. 예전부터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연기는 안하고 싶은 것도 있었고. 그러고 보면 내가 어떻게 보여지는 것보다 내가 하고 싶은 거에 몰두해 왔던 것 같다. 그래도 이 영화처럼 힘든 걸 겪어 보니, 이제는 편하고 예쁘면서도 발랄한 걸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웃음)




연기적인 면에서는 파격을 넘나드는데 사생활은 거의 닫혀 있는 편이다. 텔레비전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출연도 거의 안하고.

배우가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서 보여지는 건 한계가 있다고 본다. 데뷔 때부터 버라이어티는 곧 예능이라고 생각했다. 요즘엔 모두 버라이어티쇼에서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지 않나. 배우라면 그것조차 만들어야 하지만 내가 내 자신을 설명하고 웃기는 게 싫다. 내가 버라이어티적인 면을 많이 보이면 관객들이 내가 출연하는 작품에 몰입을 못할 것 같다. 실제 모습이 많이 보여 연기에 방해되는 건 배우가 롱런 할 수 있는 길이 아니라고 본다.


데뷔 때부터 그런 확고한 생각이 있었나.

2001년에 데뷔해서 2002년부터 영화를 시작했다. 물론 초반에는 선택의 폭이 작았지만 예쁘고 트랜디한 작품을 선택하기보다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긴 했었다. 그때만 하더라도 오락 프로그램에 나가는 게 활성화되지 않은 면도 있었지만 나를 드러내는 건 일회성이란 생각을 했었다.


언제부터 배우를 꿈꿨나.

배우가 되고 싶었던 건 아주 어렸을 때부터였다. 동시에 배우라는 타이틀을 쉽게 가질 수 없다는 것도 일찍 알았던 것 같다.


영화 속에서 자신의 유일한 사랑인 요한(고수)에게는 잔인하리만큼 감정을 리드하고, 결혼을 앞둔 이혼남이자 재벌인 사람에게는 순종적으로 나온다. 실제 손예진의 연애는 어떤가.

사람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카리스마 있는 사람이면 내가 따라갈 수도 있고 그 반대인 경우는 내가 리드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카리스마가 강한 사람은 싫다. 과거 경험으로는 기가 세고 자신이 다 하려고 하면 더 안 맞았다. 서로 존중하는 사이에서 리드 하려는 남자가 좋다. 그런데 그런 남자가 거의 없더라.(웃음)


요한과 미호가 서로 다른 공간에서 마주 보고 있는 신들이 인상 깊었다.

그렇게 맴돌 수밖에 없는 사랑이라 더 슬픈 거다. 공소시효가 지난 후 함께 태양 아래를 걷는 것이 이 둘의 소원이지만 이뤄지지 않는다. 14년 전 사건 이후 두 사람은 몸만 성숙했지 영혼은 그때 이후 아이에서 자라지 않았다고 본다. 사실 요즘 사회적으로 그런 사건들이 많고, 그게 수면 위로 드러날 때 영화가 개봉된 터라 관객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누군가 ‘관객 얼마 든다’ 이렇게 말해 줬으면 좋겠다. 그런데 이건 점쟁이도 못 맞추더라.


점도 보러 다니나.

가끔씩 간다. 작품 선택할 때.(웃음) 말도 안 된다고? 정말 답답할 땐 가게 된다. 난 점집 보다는 사주카페에 자주 가는데, 다들 날 알아본다. 연예인들도 많이 본다.


<백야행>은 뭐라고 나왔나.

비밀이다.(웃음) 이런 장르에 있어서는 대박이라고 할 정도로, 나쁘진 않다고 하더라.


원래 하려고 했었기 때문에 점 보러 간 건가, 아니면 가보니 좋다고 나와서 하게 된 건가.

사실 이 작품은 다른 작품과 달리 고민을 많이 했다. 앞서 말했다시피 70% 마음이 가긴 했다. 하지만 어떤 마음속에 뭔가가 있어야 움직이는 거다. 진담 반 농담 반으로, 점 보러 가서 “이걸 하면 가족에 무슨 문제가 생기거나, 인생 망친다”라고 나오면 절대 못한다. 하지만 여태껏 작품 들고 갔을 때 그런 말들은 거의 안 나왔고 다들 좋게 나왔다.


평소에는 어떻게 지내나.

집에서 DVD 보면서 지낸다. 고등학교 친구들 만나서 밥 먹고, 요즘은 서로 바빠서 많이 못 보지만 만나면 절대 일 얘기 안 한다. 원래 사람들 만나는 걸 별로 즐기지 않는다. 요즘엔 조카들 보는 재미에 거의 집안에만 있다.




손예진은 가방 하나 달랑 들고 상경한 자신을 발굴해 데뷔시킨 소속사와 여전히 한솥 밥을 먹고 있는 의리파이기도 하고 연기 외적인 일 외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연기파이기도 하다. 손예진은 요즘 들어 부쩍 영화 선배들로부터 “영화 외적인 곁가지 일에 관심을 가지라”는 조언을 많이 받고 있단다.



선배들의 조언대로 영화 외적인 곁가지 일을 할 생각은 없나.

난 하나밖에 모르는 성격이다. 연기면 딱 연기만 하고 그 외에 관심을 가지면 거기에만 빠진다. 요즘엔 워낙 팔방미인들이 많아서 내가 뭘 관심 갖는다 해도 별 도움은 안 될 것 같다. 또 좀 아날로그적인 성격이 있어서 그게 그리 쉽지도 않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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