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극복하고 밝은 희망 그리는 정문규 화백
암 극복하고 밝은 희망 그리는 정문규 화백
  • 배한성
  • 승인 2012.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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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화해하니 화사한 꽃들이 화폭에 안기더라”

【인터뷰365 배한성】한국을 대표하는 원로화가 정문규 화백.
그를 만나기 위해 경기도 안산의 대부도에 위치한 ‘정문규 미술관’을 찾아갔다.
정문규 화백은 일제강점시대 때인 1934년 경남 진주 출생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교내 사상대회에서 그린 그림이 당시 일본인 교장의 눈에 띄어 일본 유학을 권유 받았을 정도로 어린 나이에 화가로서의 재능을 인정받는다.

“(정 화백) 굉장히 어렵게 산 세대예요. 경제적으로도 굉장히 어려웠고, 정신적으로도 굉장히 어려운 시대에 살면서. 우리의 마음속에는 늘 무거운 어둠이 깔려있는 생활을 했어요.”

정문규 화백의 작품은 크게 3기로 나뉜다.
1기는 청년시절인 50~60년대로서 이때의 경향은 추상미술이었다. 당시는 엥포르멜적(informel, 비형식, 비정형이라는 뜻. 제2차 세계대전 후에 일어난 서정적 추상회화의 한 경향. 미국의 추상표현주의에 대응하는 프랑스의 예술 경향을 말한다.), 반아카데미즘적 경향이 무조건 밀고 들어오던 시기였다.
이때 정문규 화백은 이같은 미술 사조를 무조건 받아들였던 것이 아니라 이를 한국적 토속성과 결합시키면서 '입체파 추상' 작품에 몰입하게 되었다.

“추상을 하더라도 외국의 흉내내는 추상을 하는게 아니라 한국인으로서 한국이 가지고 있는 민속성이나 토속성을 통해서 추상작업을 하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정문규 화백의 이브시리즈

동경예대 대학원에서 유학을 하던 시절 정 화백은 '구상'을 다시 공부하기 시작했고 더 깊은 한국적 구상, 표현주의에 심취하여 인간 내면의 인간을 탐구하고자 했다.
그리하여 탄생된 것이 이브시리즈다.
이브시리즈는 관능적 색깔이 아니고 대부분 흰색과 갈색만을 사용하는 모노크롬에 칼 등으로 스크래치 작업을 해서 작품을 완성하는 기법을 사용하는데, 불란서 미술을 흡수해 정문규 화백의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만들게 된다.

1992년. 정문규 화백에 큰 변화가 찾아온다. 위암 말기 판정.
당시 수술을 한 의사들은 길어야 2년 더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하지만 5년여 기나긴 투병 끝에 건강을 회복하고 다시 붓을 잡게 된다.

“일체 내 마음속에 있는 어두운 색을 전부 배격하고 새롭게 생생하고 밝고 활기찬 색감을 가지고 오로지 자연을 추구하는 작업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겨났어요.”
이때 정문규 화백의 삶에 희망과 감사로 가득 차게 되고 그때 보게 된 것이 자연이었다.
이때부터 밝은 색체를 통해 꽃과 나무 등을 형상화하여 희망과 경이로움을 표현하게 된 것 이 자연시리즈가 된 것이다.

위암 수술 후 그린 자연시리즈의 꽃 그림. 삶에 대한 희망과 경이로움을 밝은 색채로 표현하고 있다.


죽음은 어쩌면 자연에 가까워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가 죽음의 문턱에서 건져 올린 수확이랄까?
자연이 가지고 있는 오묘함!
몸속에서 우러나온 자연스러움에 깊은 메시지!
붓 터치가 자연스러운 세한도에서 탈속의 경지가 느껴지는 이유다.

“백합을 그리면서 그 백합 자체가 내 생명의 선물 같은 생각을 하면서 백합 작업을 많이 했어요. 7~8송이 장미가 큰 화면에 그려지면서 장미자체가 코러스를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들었죠.”

서양화가의 붓질에서 서예의 필획이 꿈틀거린다.
정문규 화백은 항상 클래식 음악과 함께 아침을 맞이한다.
언제든 음악을 듣고 또 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선보이면서 살 수 있는 공간. 바로 정문규 미술관에서 그는 대부도의 자연과 함께 관람객들과 향기 나는 대화를 나눈다.

“내가 죽을 때까지 여기서 보다 더 정문규적인 작품을 해서 결실을 맺고 싶습니다.”


정문규 화백 작품 ‘인간’
반백 년을 화가로 살면서 그동안 그린 작품들이 수백 점이 넘고, 미술계의 원로로 인정받고 있는 정문규 화백.
자연을 화폭에 담아내려 캔버스 앞에 선 그의 붓끝엔 미술을 사랑하는 노(老)화백의 열정과 향수가 짙게 어려 있다.


정문규 화백
1934년 경남 출생/홍익대학교 회화과 졸업/동경예술대학 대학원 수료/제2회 영남 예술제(현 개천예술제)문교부 장관상, 제3회 영남 예술제 개천예술상 수상/제3회 최영림 미술상 수상/제33회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수상/국립현대 미술관 기획 서양화대전, 2000년 파리 '살롱 2000 그랑 존느' 초대전l 다수/인천교육대학 교수 역임/한국미술협회 고문/정문규 미술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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