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데뷔작 ‘두꺼비 기름’ 들고 PIFF 온 일본 배우 야쿠쇼 코지
감독 데뷔작 ‘두꺼비 기름’ 들고 PIFF 온 일본 배우 야쿠쇼 코지
  • 이승우
  • 승인 2009.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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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친 안성기가 감독 데뷔한다면? 독해져라” / 이승우




[인터뷰365 이승우] 일본의 국민배우 야쿠쇼 코지가 자신의 첫 연출작을 들고 제 14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90년대 초반 일본 영화를 쉽게 접하지 못하던 시절에도 ‘우나기’ ’실락원’ 등을 통해 국내 관객들에게 익숙한 얼굴인 그는 데뷔전 구청 토목과에서 공무원으로 4년간 일한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다.
에도 시절부터 사용했다는 가정상비약 ‘두꺼비 기름’을 타이틀로 정한 이 영화는 아름답고 완벽한 아내와 성실한 아들을 둔 타쿠로(야쿠쇼 코지)의 유쾌하지만 진중한 성장담이다.
‘죽음’이라는 어둡고 난해한 소재를 독특하게 재해석한 ‘두꺼비 기름’을 보고 있노라면 오랜 시간 거장 감독과 작업해온 배우다운 오마주가 곳곳에서 묻어나며 그가 관객과 주변사람들에게 미처 하지 못했던 감정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고마워요. 그리고 사랑해요”라고.
부산에서 기자 시사를 마친 후 야쿠쇼 쇼지와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일본의 국민 배우로 손꼽히는 만큼 감독데뷔작에 대한 기대감도 남달랐는데, 담백한 연출이 인상적이었다. 특별히 연출하고자 했던 부분이 있다면 알려달라.
글쎄. 대본 쓰는 동안 시나리오 작가와 상의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관객들의 상상력을 발동해서 볼 수 있는 영화였으면 하는 바람은 변하지 않았던 것 같다. 영화 자체가 설명이 많은 것 보다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영화를 찍고 싶었다. 되도록이면 정보를 많이 주거나, 그 안에 장면 안에 뭔가를 담는 건 배제시키고자 했다.

‘두꺼비 기름’이란 제목이 일본의 민간요법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해하기 힘들 수 있었는데 제목의 의미를 말한다면.
지금 생각해 보니 내 안에 그런 의외성을 좋아하는 마음이 있는 것 같다. 처음으로 감독을 맡게 되자 보는 사람의 기대를 좋은 의미에서 배신하고 싶었달까.(웃음) 그런 의미에서 내용과 조금 더 안 맞은 제목을 짓고 싶었다. 한국관객들은 잘 모르겠지만 일어 발음으로는 ‘이거 사극 아니야?’라는 느낌이 굉장히 나는 어감이다. 제목을 보고 혹하다가도 관객들의 상상을 배신하거나 자극하는 의미로 개성 있는 걸 짓고자 고민하게 정하게 됐다.

한국에도 그런 비슷한 연고가 있다.
혹시 호랑이 연고 말하는 건가?(웃음) 나도 한국 친구에게 그 얘기를 듣고 비슷하다는 걸 느꼈다. 만병통치라는데 안 믿으면 잘 안 낫고 믿으면 잘 낫는 것 같은 그런 연고. 일본에서는 두꺼비 기름 장수가 실제로 있다. 영화 속에서처럼 퍼포먼스를 하며 이 마을 저 마을에 팔러 다닌다.

해운대에 모래사장에 본인의 얼굴을 그린 모래성을 봤나? 오구리 코헤이 감독의 ‘잠자는 남자’에서 호흡을 맞춘 안성기와 함께 나란히 만들어져 있는데...
그렇지 않아도 내심 기대하고 있다. 안성기 씨하고 같이 보러 가려고 한다.(웃음)



오랜 시간 배우로 지내왔는데, 배우와 감독 중 딱 한 가지만 올인해야 한다면 어떤 분야를 선택할 것 같나. 이번 영화는 아들과의 교감을 다룬 영화답게 실제 아들이 있다는 사실도 연기에 도움이 됐을 것 같다.
(심각하게 고민하더니)이제 막 한 작품이 끝났으니, 지금은 배우를 선택할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아들이 있다고 해서 그걸 연기로 연결시키진 못했던 것 같다. 내 아들과 나와의 관계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고, 감독과 배우 양쪽을 하다 보니 실제 아들을 연상할 짬도 없었던 것 같다. ‘만약 내 아들이 이랬다면...’ 하고 생각하며 연출했다면 더 추측하고 심오한 생각이 들어 힘들었을 게 분명하다.

배우 출신의 감독이란 신분이 불편했었던 건가.
물론 오랫동안 배우 하면서 연기하기 좋은 촬영 현장을 만들고자 노력한 건 분명하다. 내 개인적인 취향으로 흘렀을지도 모르지만 집중이 잘되면서 연기 자체를 자유롭게 할 수 있고, 실패를 해도 그게 허용이 돼서 용기를 더 내 더 좋은 컷이 나오는 배려를 하고자 했다.

함께 출연한 배우들 입장에서는 더 편했을 것 같다.
배우 경험이 없는 신인들과의 작업이 많았기 때문에 그만큼 크랭크인 할 때부터 대본 연습을 더 철저히 했다. 무엇보다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이 네 편’이란 안심이 들게끔 그런 심리적인 면을 특히 신경 쓰긴 했다.

자신의 연기를 감독입장에서 냉정하게 평가한다면 어떤가.
무엇보다 ‘주연하고 감독 역할을 동시에 한다는 게 무모한 일이구나’란 생각을 절감했다는 사실을 먼저 밝히고 싶다.(웃음) 그런 분들은 이미 많이 있었지만 실제로 내가 해보니 스태프와 같이 출연한 배우들에게 엄청난 부담을 주는 일이란 걸 깨닫게 됐다. 또 내 연기를 내가 못 보면서 오케이를 내려야 하는 만큼 그 평가 기준은 함께 일하는 조명 감독이나 카메라 감독의 반응뿐이다. 그들을 믿지 못한다면 감독이란 불가능한 거란 걸 뼈저리게 느꼈다. ‘배우’ 야쿠쇼 코지보다 ‘감독’ 야쿠쇼 코지를 평가하려면 아직 더 수행이 필요해서 대답하기가 무척 힘들다. 하지만 가장 즐거웠던 순간을 말해 달라면 분명히 말할 수 있다. 그건 내가 나오지 않은 신을 찍을 때다. 그때는 감독으로 집중을 하면서 ‘이게 감독의 느낌이군’ 하며 즐겁게 찍었었던 것 같다.

극중 연기한 타쿠로는 어른이지만 애 같은 감성을 지닌 남자다. 후반부로 갈수록 어른이 돼간다는 느낌이 드는데 본인의 캐릭터를 설명해 달라.
내가 맡은 역할은 한마디로 미숙하고 천방지축인 아저씨다. 시나리오 단계부터 인간적으로 미숙한 어른으로 설정해야겠다란 생각을 했다. 꼬일 대로 꼬인 성격에 일그러진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아들 앞에서 고쳐 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기 때문이다. 영화 안에서는 구구절절 설명은 안 했지만 어렸을 때 부모도 없고, 고독한 유년 시절을 보냈을 거란 추측이 드는 캐릭터다. 정작 슬플 때도 웃어야지만 자신의 삶을 이어가는 그런 생존 수간을 가진 남자다. 하지만 사는 게 비극적이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아무도 이런 사람은 사귀고 깊지 않을 거야’란 생각이 들면서도 인간적인 애교를 지닌 캐릭터를 보여주려고 했다.

숲과 곰의 등장이 굉장히 인상 싶다. 아마도 ‘쉘 위 댄스’ 이후 가장 격한 몸동작이 들어간 영화가 아닐까 싶은데...
숲이라는 것이 도시의 소음과 대비되는 정적과 고요함을 가졌기 때문에 그렇게 느낀 것 같다. 영화 후반부로 가면서 죽은 아들이 부유하면서 자신을 따라다니는 걸 느껴지게 연출하고 싶어졌다. 촬영감독에게도 아들의 시선으로 아버지를 바라보는 느낌으로 찍어 달라고 지시를 했었다. 죽어서도 아버지를 보고 있고, 그를 숲으로 안내하거나 곰을 만나게 한 것도 아들이 한 걸로 보신다면 영화의 이해가 더 빠를 거다.



‘두꺼비 기름’은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2분 만에 매진됐다. 이런 사실은 그만큼 배우의 연기에 대한 믿음이 이어진 게 아닐까 싶은데. 자신의 어떤 점이 한국 관객들에게 어필하는 것 같나.
(엄청 놀라면서) 2분 만에 매진이라고? 진짜로? 처음 알았다. 얼마나 놀랐는지는 내 액션 보고 알아챘을 거라 믿는다. 내 연기에 대한 믿음은 한국의 국민배우인 안성기와 친하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닐까.(웃음) 일본 역시 지금은 TV가 대세지만 난 운이 좋게도 영화가 주류일 때 연기에 입문하게 됐다. 덕분에 훌륭한 감독님들과 만나 좋은 영화를 찍을 수 있었다. 다른 나라 관객들에게도 공감이 되는 연기나 매력은 일단 내가 그런 면에서 행운이 있고, 영화가 인생의 희망이 될 때 연기를 해서 과분한 사랑을 받는 거라 생각한다.

감독으로 데뷔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한 40대 중반부터 감독이라는 일에 대한 동경이 생겼었다. 평생 한 번이라도 하고픈 마음. 하지만 속으로만 생각했지 아무한테도 말을 한 적도, 내색을 한 적도 없었다. 그러다 ‘두꺼비 기름’을 같이 진행하게 된 프로듀서와 제작자들과 배우로만 참여하기로 하고 얘기를 하고 있는데 연출 제안이 들어왔다. 처음에는 ‘에이, 설마 내가?’ 그랬었다. 한 작품을 끝낸 지금까지도 또 앞으로도 내 생각은 배우를 잘 하고 나서 감독을 ‘해도 된다’라는 거였으니까. 하지만 결국 하게 됐고 엄밀히 말하면 “감독도 해야 되지만 배우도 해”니까 엄밀히 말하면 반쪽짜리 감독인 셈이다.(웃음) 하지만 만들고 나서의 느낌은 얼마나 재미있는 일인가와 한편으로는 얼마나 대단하고 힘든 일인가를 절실하게 느꼈단 거다. 비유를 하자면 내가 혼자 만든 아이가 아닌 공동으로 출산한 개성강한 아이를 가능하면 좋은 친구도 많이 사귀고 여행도 많이 다니는 아이로 자라났으면 부모의 마음이 생겼다. ‘두꺼비 기름’을 보고 있으면 자식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차기작을 기대해도 되나?
이 일에 재미를 느껴버렸으니까.(웃음) 하지만 앞에서도 밝혔지만 배우의 일이 먼저인 건 확실하다. 지금까지 연기를 하면서 ‘설마 내가 감독을 하겠어?;라는 생각만 하고 동경만 해왔었다. 하지만 한 번 도전해 봤으니 두 번째는 좀 더 용기가 생길 것 같다. 앞으로도 좋은 이야기와 요건, 기회가 주어진다면 하고 싶다.

한국배우로만 구성된 영화를 찍는다면 어느 배우와 함께 해 보고 싶나.
한국 배우 분들은 실력 좋은 감독과 아름다운 여배우가 많기 때문에 한국이 무대거나 한국인이 등장하는 시나리오라면 당연히 한국배우를 쓸 거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 생각이 안 난다.(웃음) 다른 에피소드긴 하지만 몇 년 전에 부산 왔을 때 안성기씨와 이야기 하다가 ‘우리 나중에 일하게 되면 배다른 형제나 할까’ 그랬는데. 그 정도는 염두 해 두고 있다.

절친인 안성기가 영화감독을 한다면 먼저 경험해 본 선배로서 어떤 조언을 하고 싶나.
(한참 생각한 뒤)제일 처음으로는 스태프와 동료 배우들을 적극적으로 신뢰해야 한다는 것. 두번째는 한편으로는 모순되는 얘기인데, 거꾸로 독해져야 한다는 걸 말해주고 싶다.

극중 헌신적인 아내가 나오는 거나 영상미가 흡사 영화 ‘우나기’의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느낌이 많이 나기도 한다.
막상 감독을 하기로 했을 때 들었던 막막한 느낌을 그동안 여러 감독님들과 만나왔으니, 그분들의 기억만 떠올려도 욕은 먹지 않겠구나 했었다. 하지만 막상 연출을 해보니 연기하랴 영화 찍으랴 그런 생각을 할 여우가 없었다. ‘우나기’의 느낌이 들었다면 연기자로서 만나온 그분의 영향을 무의식 중에 많이 받아서가 아닐까. 또 그 분들을 거쳐간 수많은 스태프들이 모두 내 영화에서 함께 하기도 했다. 엔딩 크fp딧에 엄청난 긴 줄이 있었데, 그건 그들 모두가 각자 고마워하는 분들을 빠짐없이 적었기 때문이다. 한국 관객들도 잊지 말고 챙겨 봐주셨으면 한다. 쓸데없이 긴 엔딩 크레딧이라고 생각하지 말고.(웃음)



결국엔 제목에서 의미하듯이 인간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인데, 한국 관객들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 한다면.
영화 속 대사중 “사람은 두 번 죽는다”라는 말은 내 친구와의 잡담에서 따온 말이다. 죽음이란 게 아픈 헤어짐이긴 하지만 누구나 경험하게 되는 일이니까. 첫번째는 육체적 죽음이지만 두번째는 아무도 그를 떠올리거나 기억하지 못했을 때 두번 죽게 되는 것 같다. 일본에서는 그런 죽음을 ‘고독사’라는 말로 시사용어로까지 나와있다.
역으로 ‘어떤 사람이 나를 잊지 않고 기억해 주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 ‘가는 나도 마음이 편하고 살면서 얼마나 위안이 될까’에서 출발한 게 바로 ‘두꺼비 기름’이다. 몸은 죽었지만 언젠가는 재회할 수 있고, 영혼이 연결돼서 마음의 치유를 받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으니 무겁지 않게 접근해 주셨으면 한다. 사실 가장 소중하고 가까운 사람이 누구냐고 물어봤을 때 대답하는 사람들이 가족이나 친구지만 도리어 그들을 제때 못 챙기고 잊어버리고 살지 않나. 늘 소중한 사람을 기억하고 표현하라는 진리를 담은 영화다. ‘두꺼비 기름’을 보지 않더라도 한국 팬들이 그런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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