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강국의 빗장을 연 IOC부의장 변상경 박사
해양강국의 빗장을 연 IOC부의장 변상경 박사
  • 김두호
  • 승인 2009.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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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디빌딩으로 몸매 가꾸는 별난 해양과학자 / 김두호



[인터뷰365 김두호] 지난 6월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본부에서 개최된 IOC (Intergovernmentel Oceanographic Commission 정부간해양학위원회) 제25차 총회에서 아시아 태평양지역을 대표하는 IOC부의장에 선출된 변상경 박사(59)는 평생을 바다와 더불어 살아가는 연구실의 해양인이다.
136개국의 회원국이 활동하는 유엔의 유일한 해양과학 전담기구의 의장단에 참여한 것은 해양국가인 우리나라의 국제적인 위상이 새롭게 부각된 계기이면서 한편은 ‘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을 슬로건으로 한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를 앞둔 국내 해양학 연구분야의 경사로 평가된다.

한반도는 3면이 국경 대신 바다가 둘러싼 해양국가다. 21세기 해양과학자들에게도 바다는 여전히 생명의 요람이면서 자원의 보고로 개척해야할 미지의 영역이다. 인류가 고민하는 지구환경 변화의 대응과 이른바 ‘저탄소 녹색성장’도 해양과학 기술이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되고 있다. 한국해양학회 회장과 한국해양연구원 원장을 역임하기도 한 변상경 박사는 다시 일선 연구실로 돌아가 기후 연안재해연구부문 책임연구원으로 활동하는 물리해양학 전공의 국제적인 해양학 과학자다.

해양학을 과학으로 생각하지 않고 막연히 배를 타고 세계를 돌아다니고 싶은 꿈에서 1968년 신설된 서울대 해양학과 1기 신입생이 됐다는 그에게 다가온 바다는 유람지가 아니라 국가와 인간의 미래가 연계된 광활한 연구대상이었다. 변 박사의 연구실이 있는 한국해양연구원은 경기 안산시 상록구에 있다. 이곳에서 수시로 화제에 오른 이어도 해양기지, 남극의 세종기지, 북극의 다산기지 등이 운영되고 연구선 온누리호와 이어도호 등을 띄어 해저 광물자원 탐사, 조력발전을 포함한 해양에너지 등이 개발되고 있다.


정부간해양학위원회의 영문약칭 IOC가 국제올림픽위원회와 같아서 혼란이 생길 수도 있겠습니다.
착각할 수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산하 단체인 한국해양학위원회도 한국올리픽위원회와 똑같이 KOC를 약칭으로 사용합니다. 워낙 서로 성격이 다른 단체라 문제점은 없어요.

IOC는 구체적으로 어떤 기구입니까?
유네스코에 본부를 둔 유엔 산하의 유일한 해양과학 전담기구입니다. 개별국으로 해결할 수 없는 해양문제를 다루기 위해 창설되어 전 지구 규모의 해양연구를 지원하고 회원국의 해양환경 관리체계 개선, 정책 개선문제나 연구활동 관련 프로그램으로 국제협력을 증진한다는데 목적을 두고 있어요. 초기에는 순수 해양연구에 집중했으나 지금은 연안해역 통합관리, 전 지구 규모의 관측 및 네트워크 구축, 유엔해양법에 따른 기준 마련, 해양자료 활용을 위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부의장에 선출된 것은 회원국의 투표를 통해서입니까?
회원국 136개국을 아시아 태평양지역, 유럽, 중남미, 아프리카, 동구권까지 5개권역으로 나누어 각지역 대표자로 부의장을 한명씩 뽑게 되는데 아시아 태평양지역에서는 나와 이란의 대표가 출마를 했어요. 나는 호주와 일본의 재청을 받아 후보에 올랐고 이란은 아프가니스탄과 북한의 재청을 받아 출마를 했어요. 나와 함께 득표경쟁에 들어간 이란의 대표가 예상 득표수에서 자신감을 잃고 투표를 앞둔 막판에 신상발언을 통해 화합을 위해 출마를 포기한다고 밝혀 무투표로 뽑혔습니다.

선거를 앞두면 득표를 위한 로비활동도 따르겠군요.
선거라는 것이 원래 복잡하고 변수가 많은 것인데 국제기구의 임원선거는 소속국가의 국제관계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요. 이란보다 우리에게 우호적인 회원국도 많지만 특히 4년전 호주 대표 네빌 스미스 박사에게 부의장직을 양보할 때 2009년에는 우리가 부의장국에 진출할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는 구두약속이 있었어요.
우리나라는 1961년 IOC 1차 총회 때 정식 회원국으로 가입했고 1993년부터 9차례 집행이사국(40개국)으로 선출되어 활동해 왔습니다.

임기가 몇 년입니까?
2년이지만 연임이 가능합니다.

회원국이 모두 해안을 가진 나라들입니까?
바다가 없는 나라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바다 대신 호수가 많은 스위스도 회원국입니다.

IOC부의장이 되기 위해서는 국가 배경도 작용을 하지만 오랫동안 회원국 대표로 활동해온 성과로도 볼 수 있습니다. 해양과학을 택한 유래부터 듣고 싶습니다.
나는 고창의 농촌에서 태어났지만 외가가 바닷가에 있었어요. 아름다운 해안을 끼고 있는 외가를 찾아갈 때마다 바다가 좋았어요. 그래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서울대에 해양학과라는 새로운 학과가 눈에 들어왔는데 그게 세계 여러 곳을 다닐 수 있는 항해관련 학과로 생각하고 지원을 했어요. 담임교사도 그렇게 생각했고. 그 무렵은 아무나 해외에 나갈 수 없었던 때였지요.

처음 희망했던 것과 내용이 다른 학과를 선택한 셈이군요.
항해가 아니라 해양과학을 공부하게 된 것인데 그게 오히려 내 적성에 맞는 분야였습니다.
단순한 항해술과는 관련이 없지만 현장학습을 위해 배도 탔어요. 대학에 해양조사를 하는 실습선이 없어서 수산대의 배를 대여해 해양과학을 접하게 됐어요. 졸업 후 곧장 프랑스로 유학을 갔습니다.

공부도 잘하고 가정환경도 좋은 편이었군요.
장학금을 받고 갔어요. 1976년 단 돈 500달러만 들고 유럽 최대 해양연구소가 있는 브레따니오 옥시당딸대학에 가서 훌륭한 교수와 각국에서 온 좋은 학우도 많이 만났습니다. 이학박사 학위를 받을 때 나를 지도한 르폴록 교수는 평생 잊을 수 없는 말을 내 머리와 마음 안에 주입시켜주신 분입니다.



어떤 말입니까?
“바다에는 철학이 있다. 어떤 연구를 하든지 바다의 철학을 가져라”는 교훈이었어요. 강의중일 때나 사석에서도 뜬금없이 ‘바다철학’을 끄집어내셨지만 구체적으로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알게 된 것은 한참 후였어요. 어떤 부문의 연구를 하든지 학자는 바다 전체를 생각하고 볼 줄 알아야한다는 가르침이었지요. 큰 것을 보고 작은 것에 접근하라는 철학을 항상 떠올리며 삽니다.

해양과학의 원류는 유럽 쪽으로 볼 수 있습니까?
유럽에서도 북구 쪽입니다. 바다를 탐험하고 기상을 관측 실험하는 해양학은 노르웨이 스웨덴 쪽이 원조격입니다. 내가 배운 르폴록 교수도 프랑스 사람이지만 북구쪽에서 공부한 사람이었습니다.

연구와 관련해서 바다로 가는 경우가 많겠군요.
그래서 참 재미있고 언제나 나를 행복하게 하는 세계에서 삽니다. 유학시절에는 적도 관측선을 타고 논문을 준비했어요. 해양연구원에 들어온 후 한 때는 1년에 두 달쯤 연구선이나 관측선을 타고 바다에서 살았죠. 해양연구원의 부설 연구소와 기지들도 모두 경관이 수려한 곳에 위치해 있어요. 태풍에 발이 묶여 10일쯤 대피항에서 움직이지 못한 경우도 있었지만 자연의 변화를 들여다보면 시간개념을 잊을 때가 많습니다. 지금은 위성자료를 통해 정보를 종합하고 판독하면서 해수 해류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시간이 많아 바다로 갈 기회가 줄었습니다.

주로 어떤 분야를 연구하세요?
공해 연구, 해수유동, 해류물리학, 해양순환문제 등이 전문 연구분야인데 책임연구원으로서의 소속은 기후와 연안재해연구부입니다.

한국해양연구원은 별로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연구선인 이어도호나 온누리호의 활동과 남극의 세종기지, 북극의 다산기지를 비롯해 해저 광물자원의 개발과 관련된 뉴스들이 수시로 화제에 오릅니다. 해양연구원의 연구사업은 그밖에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그것들은 모두 연구원사업의 일부입니다. 분야별로 크게 나누어 해양환경 및 방제, 기후 및 연안재해, 심해 해저자원, 해양생물자원, 연안개발 및 에너지, 해양위성 관측기술, 해양바이오, 해양관측기기 검교정 및 분석, 해양운송, 해양안전 및 방제기술, 해양시스템, 남해특성, 동해특성, 해양정책 등을 연구하는 분야로 나누어져 있고 한ㆍ중해양과학공동연구센터, 한ㆍ남태평양해양연구센터, 해양시스템연구소, 남해연구소, 동해연구소, 그리고 부설 극지연구소 등이 별도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바다목장이나 조력발전소도 해양연구원 사업입니까?
그렇습니다. 통영 울진 여수 태안 제주 지역에 그물을 치지 않고 물고기를 기를 수 있는 시범 바다목장시스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해양에너지로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하는 시화호 조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연구와 흐르는 물의 유속을 이용한 울돌목 조류발전소 건설을 위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와 자연재해 문제가 갈수록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해수면이 상승한다는 우려나 바다 생태계의 변화가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그렇습니다. 지구표면의 70% 이상을 덮고 있는 바다가 지구 기후변화의 목줄을 잡고 있습니다. 해양표면이 조금만 더워져도 대기가 춤을 춥니다. 미래에는 해양예보가 기상예보보다 더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습니다. 바닷물이 온난화로 1% 부피만 팽창해도 해수면이 38m 쯤 상승합니다. 황해의 평균 수심이 44m라는 것을 감안하면 끔직한 결과입니다. 해양과학의 목적은 인간의 생활과 조화를 이루도록 바다를 슬기롭게 이용하자는데 두고 있습니다. 그동안 자연에 대해 인간이 너무 자만심을 가지고 스스로 제 무덤을 파는 결과를 보여준 것이 지구 온난화 문제입니다. 해수온도가 달라지면서 우리나라 해안에서도 열대 물고기가 출현한다거나 명태의 서식지가 이동했다는 따위의 이야기가 흔히 등장하고 있어요. 온실가스도 문제지만 바다를 오염시키는 어떠한 행위도 막아야 인류의 미래가 있습니다. 대양은 머물러 있지 않고 순환을 합니다. 지구 생물종의 80% 이상이 바다에 서식하고 생명과 자연이 함께 호홉하는 물이 바다입니다.

과거 핵 국가 중에는 핵폐기물을 심해에 투기했다는 뉴스도 있었습니다.
몰상식한 바다 파괴행위지요. 1960년대 일부 국가에서 그렇게 드럼통에 넣어 버렸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IOC부의장국 진출은 앞으로 독도 영유권 등 민감한 해양문제에서도 지지기반을 확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습니다. 또 해양을 주제로 한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를 앞두고 있어서 활동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독도는 우리가 영토로 확보하고 있고 역사적으로 우리 땅인데 해양기구에서도 논의나 토론의 대상이 아닙니다. 한국해양연구원은 독도전문연구센터를 두고 다양한 보존 및 개발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여수해양엑스포와 관련해서는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하는 등 국제사회의 참여와 관심을 증진시키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체격이 균형미를 느끼게 합니다. 혹시 운동을 좋아하는지요?
하하하. 학생시절부터 보디빌딩을 해왔습니다. 지금도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계속합니다.

보디빌딩이라니요?
대전중학교에 다닐 때 선배 고교생이 보디빌딩으로 미스터대전고가 되는 것을 보고 동경심에서 몸매를 가꾸는 근육운동을 시작했어요. 그 후 나는 전주고등학교를 다녔지만 그때 시민회관의 무대에서 윤기나는 멋진 남성미를 보고 반했지요. 대학에 가서 미스터서울대로 선발되기도 했고 미스터코리아선발전에도 나가고 아시아선수권선발전 대표로 뽑히기도 했습니다. 또 해군사관학교 교관으로 강의를 하며 군복무중 보디빌딩을 학생들과 함께 했고 조정경기의 선수로도 참여했습니다. 지금 해군참모총장도 그 시절 나에게 수업을 받은 분입니다.

한국해양연구원장을 역임한 분이 다시 일선 연구원으로 복귀해 불편한 점은 없습니까?
없습니다. 원장실로 가면서 내 연구실은 그대로 남아 있었어요. 과학을 하는 곳이므로 원장자리가 책임을 동반해도 삶에 큰 변화를 주지 않습니다. 원장도 연구직의 연장선에서 일하는 곳입니다.

바다와 더불어 사는 동안 가장 잊을 수 없는 시기는 언제였습니까?
편온했습니다. 심리적으로 큰 변화를 맞이했던 시기는 유학시절입니다. 다보탑 석굴암이 있는 우리나라가 가장 위대한 문화유산을 가진 나라로 알다가 유럽에 가면서 다양하고 화려하고 거대한 역사문물을 접하며 충격을 받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살면서 다시 바라 본 우리 문화는 우리 나름의 곱고 아름다운 정서가 스며있다는 자부심과 애정을 느끼게 합니다.



가족을 소개해주시지요.
가난한 유학시절에 고생을 함께 해준 아내와 초등학교 교사인 딸, 법대생으로 고시를 준비하는 아들 하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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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88서울올림픽 공식영화제작전문위원, 97아시아태평양영화제 집행위원,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대종상 및 한국방송대상 심사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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