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가 된 개그맨 김정식
목사가 된 개그맨 김정식
  • 조현진
  • 승인 2007.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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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가 사랑이다 사랑이 하나님이다 / 조현진



[인터뷰365 조현진 / 사진 김우성] 춥다. 확실히 겨울은 겨울이다. 이제 시원한 냉면 국물 보다는, 분명히 따듯한 오뎅 한 꼬치가 더 사랑스러워지는 계절인 것이다. 경기도 죽산의 한 시골 마을로 차를 몰았다. 좁은 2차선 도로는 살짝 얼어있었다. 조심스레 속도를 줄이며 운전한 덕분에, ‘커다란 느티나무 한그루가 자리한 삼거리 모퉁이 집’ 이란 설명만 듣고 찾아갔지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밥풀떼기’ 개그맨 김정식씨. 아니 이젠 ‘김정식 목사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옳겠다. 그를 만났다.



집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나는 교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왔는데 보이지 않아서.

그런가? 보다시피 교회가 아니라 그냥 집이다. 몇 달 전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


음. 그럼 여기서 개척교회를 시작하는 건가?

아니. 천만에. 목사 되었다고 다 교회 개척하나? 그냥 집이라니까. 글도 쓰고, 조용히 기도하고, 작업도 좀 하려고 덕소에 있던 아파트를 처분하고 이쪽으로 온 거다. 그리고 앞으로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교회를 개척하고자 하는 마음이 전혀 없다. 어느 대형교회에서도 청빙을 받았지만 거절했다. 안 그래도 교회가 많은데 나까지 해야 하는 이유도 잘 모르겠고. 목사가 되긴 했지만 그냥 내가 해야 할 사역에 충실해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당신의 사역? 그것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왜 목사가 된 것인지를 좀 알려줄 수 있겠나?

질문하는 것이 꼭 인터뷰 같다? 인터뷰 안한다니까. 하하.




사실이 그랬다. 나는 김정식 목사에게 인터뷰 요청을 했었지만 김목사는 장문의 이메일 답장을 통해 거절의 의사를 밝혀왔다. 그 이유는 그가 앞으로 말할 사역 때문이었다. 그는 오래전부터 장애인을 위해 일하고 있던 사람이었다. 처음에는 ‘인기 개그맨 김정식’ 이란 모습으로 시작된 일이었다. 그들을 돕다보니 자연스럽게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목회자의 길로 접어들게 된 것이다. 제법 긴 시간이 흘렀다. 그래서 이제 비로소 장애인들이 김목사를 연예인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친구이며 형제로써 느끼는 어떤 일치감같이 생겼는데 자신이 인터뷰 지면에 오르내리는 모습은 장애인들 에게도, 자신의 사역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그는 대답했었다. 그는 낮은 자리에 서있는 사역자로 있기를 원했다. 그래서 결국 그에게 받은 허락은 인터뷰가 아닌 ‘차 한잔 나누는 대화의 시간’ 이었던 것이다. 김 목사는 대답을 이어갔다.



개그맨으로써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시기였는데 영화감독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98년도에 영화공부를 본격적으로 해보려고 가족과 함께 미국에 갔지. 사실 그때 날라리 집사였는데, 미국의 한 기도원에서 성령의 체험이 있었다. 이게 말로는 설명하기도, 이해하기도 쉽지 않은 것이다. 그때 받은 소명은 사실 목사가 되는 것은 아니었고, 나를 통해 소외된 이웃을 돌보려는 예수님의 마음을 알게 된 거였지. 그 일을 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강하게 하나님이 나를 몰아 붙이셨다. 그래서 돌아오게 된거다.


그래서 바로 장애인들을 위한 사역을 시작한 건가?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 있던 건 아니었는데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기도를 하다 보니 내가 뭘 하는 것을 하나님이 원하시는지 분명히 알겠더라. 난 어느 정도 얼굴이 알려진 사람이다 보니 쉽게 그 ‘장애인들의 세계’에 진입할 수 있었다. 뭐 막말하면 그들의 앞잡이처럼 좌충우돌 뛰어다니던 것이 사역의 시작이었다. 장애인들의 행사를 돕기 위해 극장 빌리러 다니고...사람들 불러 모으고. 장애인들이 뭐 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외면하더라도 김정식이가 나온다면 몇 사람이라도 구경하러 오니까. 그렇게 앵벌이처럼 시작한 거다. 처음부터 원대한 비젼으로 시작한 사역이 아니었다니까. 그런데 아무래도 교회가 장애인들에게 관심이 많으니까 일하다보니 교회와 함께 할 일이 많아지고...그러다 보니 신학을 하게 되고, 그러다가 전도사, 강도사, 목사로 차례차례 되어 온 것이다.



처음부터 원대한 비젼이 없었다고 말했지만 사실 장애인을 위해 많은 일을 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사랑의 소리 방송>이나, <라디오21>이나.

우선은 내가 잘 알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니까 했던 것이다. 두 방송 모두 월급 받고 일한 것이 아니라 ‘봉사’로 일을 한 것이다. 나 혼자 한 것이 아니라 여러 장애인들이 함께 참여하며 방송을 만드는 방식이었다. 사실 방송 기술진으로써 탁월한 장애인들이 많다. 다리를 못 쓰고, 몸이 불편해도 그에 비해 손과 귀의 감각은 비장애인들보다 몇 배나 개발되어 있는 친구들이다. <사랑의 소리>나 <라디오21>모두 그런 장애인들이 스탭으로 함께 봉사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함께 일을 하고, 밥을 나눠먹으니까 빨리 식구가, 동지가 될 수 있었던 거다.


요즘은 일반적으로 ‘장애우’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김목사는 ‘장애인’이라고 계속 말을 한다.

법적용어가 장애인이다. 그리고 ‘장애우’라는 말은 높임말 같지만 실질적으로는 그 분들의 동의도 없이 친구가 되어주겠다는 ‘동정론’이다. 그리고 나이와 상관도 없이 친구란 것도 말이 안되는 것 아닌가? 그래서 ‘장애인’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다. 장애인이 아닌 사람은 ‘정상인’이 아니라 ‘비장애인’이라고 말해야 하는 거고.




김 목사의 개인 홈페이지에서 스케쥴 표를 봤다. 생각보다 굉장히 바쁘게 살더라.

그건 사실이다. 어떤 면에선 연예인 때보다 사실 더 바쁘다. 라디오 방송도 있고, 주중에는 대전의 나사렛 대학에서 신학의 고양과정과, 미디어 학부를 함께 병행해서 가르친다. 그리고 주말은 각 지역교회의 집회요청에 응하고 있다. 사실 목사 안수를 받기전이나 지금이나 강연과 집회에 초대받는 일이 많은 것은 동일하다. 다른점이 있다면 예전엔 뭐가 뭔지 모르지만 요청을 받으면 안가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정도였는데 요즘은 마땅히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아무리 힘이들어도, 아무리 먼 곳이라도 간다. 시간이 있으면 절대 거절 하지 않는다. 그 분들이 단 한 가지 원칙만 어기지 않으면 말이다.


단 한 가지 원칙? 그것은 무엇인가?

아무래도 내가 얼굴이 알려진 사람이다 보니 초청에 승낙을 하고 집회 스케쥴이 잡히면 초대한 교회에서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광고도 올리고, 지역 중심가에 현수막도 걸고 그렇게 되는데 나는 절대로 ‘코미디언 김정식’이라고 쓰지 말아 줄 것을 당부한다. 내가 거길 웃기려고 가는게 아니라, 목사로써 하나님의 복음을 전하러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꼭 그렇게 쓰시는 분들이 있다. 나 원참.


그런 경우엔 집회를 취소하기도 하는가?

물론. 먼저 알게 된 경우엔 절대로 가지 않는다. 가서 그런 모습을 보면 초대한 교회의 목사님이나 단체장에게 꼭 따진다. 내가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게 건방을 떠는게 아닌데 그렇게 처음부터 따지면 나나 그 분들 마음이 다 어렵지 않은가? 그러니까 이 인터뷰를 보시는 분들 중에 김정식을 부를 일이 있는 분들은 제발 이 원칙만 좀 지켜주셨으면 좋겠다. 목사로 라면 큰 교회건, 작은 교회건 간다. 하지만 개그맨이나 코미디언으론 노 땡큐다. 이런 것이 내 공식적인 일과고... 그것 말고도 하는 일들이 있고.


그것 말고도 하는 일?

아직 준비과정이지만 영화를 만들려고 생각하고 있다. 3편의 시리즈를 생각하는데 소외된 자들과 복음에 관한 연작이다.


영화? 직접 감독을 한다는 건가? 그리고 구체적으로 어떤 영화인가?

딱히 감독을 하겠다는 생각은 아직 없지만 어떻게 될지 모르지. 3편을 제작 할 수 있도록 기도하고 있다. 영화가 내 힘 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나님이 원하신다면 만들어지겠지. 첫 작품은 장애인들이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다. 선천적 1급 장애를 앓고 있는 남자가 후천적 척추장애를 가진 여자를 만나러 가는 과정을 다룬 이야기 인데 감동적이고 작품성 높은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다. 2,3편은 아직 이야기할 단계가 아니지만 3편 모두 세상을 밝히기 위해 만들고 싶은 것이다. 나는 영화가 가진 영향력을 대단히 높게 평가한다. 다른 어떤 장르보다 진짜로 필요하고 나눌만한 ‘사람의 이야기’와 ‘복음’을 깊이 공유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영화에 관심을 두는 것이다. 그 중 한 작품은 이미 구체적인 진행을 시작했다. 조 선생도 좀 도와줄 필요가 있다.



하하.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당연히 돕겠다. 이야기를 듣다보니 김정식 목사의 사역의 바운드리가 그려지는 것 같다.

바운드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내가 꼭 할 일과 내가 굳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나눌 뿐이다. 장애인들을 위한 참여나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은 내가 꼭 해야 할 일이라고 믿는다. 장애인들과는 이제 이놈, 저놈하면서 서로를 오픈 할 수 있을 만큼 되었다. 이걸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1급 장애인이 말하는 소리가 이제서 내 귀에 또박또박 들린다는 거다. 이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내가 학교에서 가르치는 <기독교와 문화>같은 교양과목들은 사실 굉장히 졸리고 따분한 내용들인데 내 수업시간에는 학생들이 졸지 않는다. 그럼 이것도 내가 해야만 하는 일 일테고.


그럼 김 목사가 굳이 할 필요가 없는 일은 무엇인가?

아까 말한 대로 나까지 목회를 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이 개척교회건 아니면 청빙을 받는 것이건 간에 말이다. 사실 한국에 교회가 부족한 건 아니지 않은가? 지난 4월에 목사안수를 받는 날, 감사하게도 250여명 앞에서 대표로 간증을 할 기회가 내게 주어졌다. 그 날 내가 나눈 간증은 ‘우리는 목사이지 목자가 아니다.’라는 말이었다. 목자는 예수님이시고, 목사는 그저 목자가 양떼들을 잘 돌보도록 돕는 ‘양치기 개’여야 한다는 간증이었다. 즉, 목사는 개일 뿐이다. 개에게 자존심이나 철학 같은 것이 뭐 필요하나? 그냥 주인이 시키는 대로, 예수님이 시키는 대로 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양이나 개나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거다. 어떻게 하면 목자 되신 하나님의 계획이 이 땅 위에 잘 실현될지, 어떻게 하면 예수님의 향기가, 복음이 세상에 영향력을 끼치게 될지를 돕는 것이 목사로써의 임무라고 나는 생각하다.



‘목사는 목자가 아닌 양치기 개다.’ 그 말 참 좋다. 모든 목사님들과 크리스천들이 당신 같은 생각을 가진다면 참 좋을텐데.

그러니까 목사라고 반드시 매주일 아침에 가운입고 교회 강대상에 서서 설교를 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예수님을 돕는 행위라고 한다면 그것이 영화를 만드는 일이건, 장애인과 함께하는 일이건, 휴지를 줍는 일이건 다 되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믿음이다. 내 경우엔 목사가 되어 나아진 것은 장애인 사역을 좀 더 수월하고 부담 없이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목사가 되고 나니 사람들이 더 이상 김정식이가 무슨 개인적인 욕심과 목적으로 이런 일을 한다고 생각하고 말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내 입장에서도 늘 이야기 해왔던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기 위해 하는 일이라는 것을 좀 더 쉽게 사람들에게 설명할 수 있게 된 것이고. 그게 감사한 거지.


나는 김목사의 견해에 동의한다. 그렇다면 조금 더 나가서 김 목사가 바라보는 한국교회의 문제와 현 주소는 어떤가?

글쎄. 그런 질문에 대한 대답은 사실 안수 받은 지 겨우 몇 달 밖에 안 되는 초보목사로써 여간 조심스러운 것이 아니다. 나는 원칙만을 말할 수 밖에 없다. 사람이 아니라 예수님이 보이는 교회가 진정한 교회라고 나는 생각한다.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 그 자체여야 하니까 말이다. 사람들이 교회를 보며 예수님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어떤 식으로든 문제겠지. 한마디 더 보태면 교회는 벽돌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만들어진다. 배려가 사랑이다. 그리고 사랑이 하나님이신 거다. 나는 이 진리를 나누고 싶을 뿐이다.



몇일에 걸쳐 김정식 목사를 만났다. 그의 집에서, 집회장소에서, 장애인들을 위한 사역지에서. 무언가가 심어지고, 자라다가 결국은 익어서 떨어지는 시간이 온다. 어쩌면 김정식 목사의 모습과 이 계절은 닮아있다. 개그맨으로써, 장애인 사역자로써, 신학생으로써 그는 긴긴 봄과 여름을 지나왔다. 그리고 가을은 그를 목회자로 만들었고 겨울의 복판에서 나는 그를 만났다. 그는 오늘의 인터뷰가 자신을 낮추지 못하고 세상과 사람에게 교만으로 읽히게 되는 것을 염려했다. 나는 그에게 우리가 나눈 이야기를 정리한 원고를 먼저 보여주고 허락 할 경우에만 세상에 이 기사를 송고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러기에 당신이 이 글을 읽는 다는 것은 감사하게도 김정식 목사가 기사화를 허락했다는 의미이다)


당신이 크리스천이어도 좋고 아니어도 좋다. 하지만 이 인터뷰를 통해 당신이 마음의 한 조각을 꺼내서 살펴보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에게 있는 그 사랑과 배려라는 마음의 조각이 아직 건강하게 뛰고 있는지, 김정식 목사처럼 흔쾌히 그 조각을 타인에게 나누어 줄 수 있는지를 그 마음의 조각에게 물어보면 좋겠다. 좋은 생각과 좋은 실천을 나누는 목사님. 김정식 목사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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