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 눈도장 받은 <찬란한 유산>의 ‘준세’ 배수빈
시청자 눈도장 받은 <찬란한 유산>의 ‘준세’ 배수빈
  • 김선
  • 승인 2009.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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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과 환의 관계 깊어질까 두근두근” / 김선



[인터뷰365 김선] ‘아 그 드라마에 나왔던 그 남자가 이 남자였어?’

작품이 끝나고 새 작품이 들어갈 때마다 배수빈이 자주 듣는 말이다. 배수빈은 선배 연기자들에게 따라 붙는 ‘천의 얼굴’이란 지칭에도 일찌감치 근접하고 있는 젊은 배우다. 2004년 <남자가 사랑할 때에>에서 비열한 재벌가의 사생아 석현으로 얼굴을 알린 그는 <해신>에서 잔혹한 무주도독 김양으로, <주몽>의 신비스럽고 중성적 매력의 사용을 거쳐 <바람의 화원>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정조까지 변신이 다채롭고 개성있는 캐릭터로 시청자들과 만났다. 캐릭터의 이미지가 강했던 탓일까. 작품마다 이슈가 됐지만 정작 드라마가 끝나면 배수빈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런 반응이 서운했을 법도 했겠지만 배수빈은 ‘배역에 따라 얼굴이 자주 변한다는 것은 그만큼 배우 체질이라는 말 아닌가’라며 털털 웃어넘긴다.

하지만 오랜만에 돌아온 현대극 SBS의 <찬란한 유산>에서 배수빈은 선우환(이승기)과 고은성(한효주)을 사이에 두고 미묘한 삼각관계를 연출하며 적극적이고 다채로운 연기 매력을 드러내는 이른바 ‘엄친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찬란한 유산>출연과 함께 영화 <비상> <애자>등 두 편의 영화 개봉을 앞두고 올 한해 정신없이 보내고 있는 배수빈을 만났다.



요즘 엄청나게 바쁘게 보인다. SBS 드라마 <찬란한 유산>출연에, 영화 <비상><애자>도 개봉을 앞두고 있고.

바빠서 즐겁다. 잘 풀리는 해인 것 같다. 드라마, 영화 등 다작도 하고, <찬란한 유산>도 시청률이 잘 나와 행복하다. 한가하면 처지는 스타일이라 일부러 바쁘게 살려고 노력한다. 몸은 피곤해도 정신적으로 편안하니 촬영장 가는 것도 너무 즐겁다.


이력이 독특하다. 드라마 데뷔를 중국에서 했다는 것부터.

2002년 연기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위해 중국 베이징으로 갔다. 베이징 영화 학교에서 위탁교육을 받으면서 공부를 시작한지 두 달만에 중국에서 드라마 주인공으로 캐스팅돼 중국 CCTV 30부작 드라마 <기억의 증명>을 찍었다. 드라마 데뷔작인 셈이다. 한국 중국 일본 3개국 배우들이 출연한 드라마였는데, 한국배우로는 내가 유일했다.

어떻게 중국에 진출하게 됐는가.

1999년 군 제대 후 한국에서 단역에 출연하기도 했고, 오디션도 수도 없이 보러 다녔다. 그러던 중 알고 지내던 디자이너 하용수 선생님의 권유로 패션쇼에 섰다가 우연히 영화 <화양연화> 프로모션 차 내한했던 왕가위 감독을 만나게 됐다. 왕가위 감독이 함께 일해보자는 제의에 왕 감독의 홍콩 영화사 ‘제트원’에 소속 배우로 들어가게 됐다. 회사 측에서는 중국 현지 공략을 위해 나를 중국에서 공부를 시키면서 활동을 하게 하려는 전략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두 달만에 주역을 차지한 건가?

중국 CCTV에서 30부작 드라마를 찍을 예정인데, 한국에서 잡혀온 포로인 역할을 뽑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비중은 크지 않지만 경험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오디션을 보러 갔다. 현장에서 카메라 테스트와 연기를 보여주고 왔는데, 3일 후에 드라마 제작사 측에서 주인공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어떤 역할이었나.

드라마 속에서 나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중공군 팔로군(일본군과 싸운 중국공산당의 주력부대 가운데 하나)대위 역할을 맡았다. 전쟁이 터진 후 팔로군 대위가 일본 요코하마 군수공장으로 끌려가게 되는데, 거기서 중공군 포로들을 데리고 함께 탈출시키는 역할이다.

캐스팅 당시 중국어도 못하는 상태였기 때문에 처음엔 말도 안 통해 고생했다. 드라마에서 통째로 대사를 외웠더니 차차 중국어도 익숙해지더라.


<기억의 증명> 방영 당시 중국 내 반응은 어땠나.

중국 내 시청률 1위를 차지하는 등 큰 이슈였다. 하지만 방영되기까지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일본군의 잔학성을 심하게 다뤄서 심의과정에서 문제가 있었고, 방송 후에는 중국과 일본의 외교분쟁까지 갔던 작품이다. 결국 촬영이 끝나고 2년 후에 방영이 됐다. 나도 중국에서 방송이 시작된 줄 몰랐다가 한국에서 한 시사프로그램에서 중국과 일본의 외교갈등이란 주제로 드라마 장면을 보여줬는데 내가 나오더라. 하하하. 외교 분쟁 한가운데 내가 있었던 셈이다.


반응도 좋았는데 중국 활동은 왜 접었나.

드라마를 찍은 후 바로 방송이 됐으면 좋았겠지만, 드라마를 찍는 2년 동안 아무 일을 못했다. 심의기간이 2년이 넘다보니 그 기간을 중국에서 버틸 수가 없더라. 결국 홍콩의 회사를 정리 하고 한국에 들어와 2004년부터 활동하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주역 연기자로 활동한 게 아깝지 않나.

한국에서 연기를 하는 게 좋은 것 같다. 내가 표현하고 싶은 말들을 감정에 실어서 전달하기 위해선 모국어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중국에서는 우선 더빙이 들어가기 때문에 입모양도 많이 틀려지고. 현재로서는 한국에서 잘 해보고 싶다. 나중에 기회가 되서 중국에서 다시 활동을 하게 되더라도.

그동안 <해신(2004)>, <주몽(2006)>, <바람의 화원(2008)>등 많은 사극 작품에 출연했다. 특히 <주몽>에서 긴머리에 여성스런 자태의 <사용> 역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예쁘장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을 것 같다.

하하하. 그렇진 않다. 단지 여성분들이 속눈썹이 예쁘다는 말도 잘 듣는다. 붙인 게 아니냐고 눈썹을 당겨보기도 하고. 드라마 이후 종종 여성스러운 이미지를 떠올리시는 분도 있다. 드라마 작품을 할 때마다 역할의 이미지에 맞게 내 얼굴이 자주 바뀌는 것 같다. 캐릭터에 몰입을 해서 그런지 그런 모습들이 많이 비춰졌던 것 같다. 그동안 출연했던 사극마다 화제가 되곤 했는데 작품이 끝나면 대부분 시청자 분들이 잘 못 알아보신다. 물론 사극이라 수염과 분장을 해서 그런 점도 있을테고.


역할 속의 내 모습을 좀 더 드러내고 싶다는 생각은 안드나.

전혀 그런 생각은 안했다. 오히려 오롯이 내게 주어진 역할에 녹아 그 인물이 살아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게 행복한 일 아닌가. 그리고 나를 잘 몰라보니깐 편하기도 했다.


그래도 주변에서 사람들이 못 알아보면 서운하지 않나.

워낙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해서 너무 많이 알아보시면 불편할 것 같다. 지금까지 위장을 잘 하고 다녔는데 이번에 SBS <찬란한 유산>의 준세역을 맡은 후부터는 많이들 알아보시더라.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인기를 요즘엔 많이 실감하고 있다. 지금까지 드라마를 할 때는 그 때만 알아보셔서 작품이 끝나면 좀 편해지겠구나 싶었는데, 이번 작품은 끝나도 후유증이 따를 것 같다. 근데 기분이 너무 좋다. 하하하.


미니 홈피에도 관심이 많은 것 같던데. 팬들의 반응도 느껴지던가.

하하하. 뒤늦게 맛을 들여서 너무 재미있다. 미니홈피에 1촌도 어지간하면 다 받아준다. 팬이라면 다 받아주고. 팬들과 열린 공간에서 대화하고 싶기도 했고, 팬들의 응원메시지를 읽으면 저절로 힘이 난다. 미니 홈피 꾸미는 것은 소속사 관계자가 알려주고 조언도 해준다. 시간 날 때마다 들여다본다.


오랜만에 현대극 SBS <찬란한 유산>으로 돌아왔는데 기분이 어떤가.

무거운 군복을 벗은 느낌이다. 수염이나 가발 붙이고 하는 게 없어서 편하고 좋다. 예쁜 옷들도 많이 입을 수 있고. 에너지가 넘치는 젊은 신인 배우들과 일하는 재미도 있고 촬영장분위기도 화기애애하다. 촬영장 가는 게 너무 홀가분하다.

<찬란한 유산>이 시청률 30% 넘으며 인기다. 특히 어려움에 처한 고은성(한효주)을 항상 뒤에서 도와주고 지켜주는 준세를 맡았는데.

처음 준세를 맡고 부담감이 컸다. 준세는 부족한 게 없고 못하는 게 없는 남자다. 능력있고 잘 생겼고, 배려심도 많은 데다 싸움까지 잘하는 외유내강형 스타일이다. 처음 역할을 맡았을 때 나의 숙제는 준세를 있을 법한 인물로 만들어보자는 것이었다. 지금은 너무 완벽한 모습보다는 어느 정도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배려심이 많은 남자라 해도 좋아하는 여자를 뺏기면서까지 초연할 수 없지 않는가. 그런 모습들을 앞으로 드라마상에서 더 부각시킬 생각이다.




고은성과 선우환, 박준세의 삼각관계가 깊어가고 있다. 과연 준세의 사랑이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글쎄. 나도 모르겠다. 요즘 고은성을 두고 선우환(이승기)과의 멜로가 본격화 되고 있어서 대본을 받는데 두근거린다. 극 초반 준세가 은성과 데이트하는 장면만 있다가 환이 은성을 좋아하게 되고 은성도 환이에게 끌리는 모습을 보니 은근히 불안하다. 나는 옆에서 은성을 지켜주는 키다리 아저씨 같은 남자고, 환이는 불현듯 찾아온 떨린 사랑이랄까. 준세는 나이가 있고 사랑 경험이 있는 분들이 좋아하고, 환이 역할은 젊고 어린 분들이 좋아하시는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상대방에게 헌신적인 스타일인가.

이 여자다 싶으면 막 달려가는 스타일이다. 때문에 준세라는 인물에 공감이 가기도 한다. 내·외적인 모습을 떠나 준세는 많은 남자분들이 한번쯤은 경험해 봤음직한 인물이다. 사랑하는 여자에게 다 쏟아주고 퍼주는 스타일이지만 정작 상대방은 매력을 못 느끼고 딴 남자를 선택하는 경우가 있지 않는가. 마음이 아파도 끝까지 여자에게 잘해주고. 물론 나도 이런 경험이 있다. 잘해줬는데 정작 편한 오빠라고만 하더라. 그러면 정말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이런 사랑도 한번쯤 경험해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배수빈은 데뷔 전 2살 연상의 평범한 회사원 여자 친구와 사귀고 있다. 그는 얼마전 한 연예프로에서 여자친구가 있다고 당당하게 말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실제로 준세와 비슷한 부분이 있는가.

남을 먼저 생각하는 배려심은 비슷하다. 상대가 남자든 여자든 똑같다. 분쟁나는 것을 싫어해 별명이 ‘반기문’(UN사무총장)이다. 하하하. A입장과 B입장의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하면 원만한 관계를 만들 수 있을까 중재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생각도 많아지는 것 같고. 사실 나는 나쁜 남자스타일은 아니지만, 나쁜 남자이고 싶을 때가 종종 있다.


나쁜 남자이고 싶다니?

매력 있으니깐. 내가 생각하는 나쁜 남자는 심성은 좋지만 표현이 무뚝뚝함과 투박함에서 나오는 행동이 매력적인 남자를 의미한다. TV나 영화에서 나쁜 남자 캐릭터가 인기가 있는 건 그것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드라마 속 환이란 역할도 그렇고.


최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비상>에서 나쁜 남자가 됐는데.

(영화 <비상>에서 배수빈은 서울에서 제일 잘나가는 호스트였다가 지금은 후배들에게 길을 내주고 호스트계의 형님으로 활동하는 호수 역을 맡았다)

이번 역할을 통해 나쁜 남자의 매력을 제대로 분출했다. 하하하. 악역은 아니나 나쁜 남자의 전형이다. 거칠고 고독하지만 심성은 착하고 의리가 있는 남자로, 준세와는 상반된 캐릭터다.


취미가 드럼과 트럼펫이던데 음악적으로 소질이 많은가.

노래를 잘하지는 못하지만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한다. 드럼의 경우 학창시절 밴드부원이어서 배웠다. 9월~10월에 촬영할 한일합작드라마 <텔레시네마>에서는 드럼치는 밴드의 드러머로 등장해 그때 실력을 뽐내보고 싶다. 시간을 놀리는 것을 싫어해 여유가 생기면 뭐든 배우는 스타일이다. 이것저것 배워 깊이가 깊지는 않지만 연기자이다 보니 장면에 써먹을 수도 있고 좋은 것 같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

이전에는 내가 이 역할을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부담감이 있었다. 그래서 치열하게 달려왔다. 어느 정도 다져지기까지 다 해보자는 취지로 이역할 저역할 다 해봤다. 이젠 어떤 역할이던 좀 더 그 인물에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고 친해질 수 있을 것 같다. 이는 연기를 잘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 역할과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을 깨달은 것 같다.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나는 어떤 작품에든 다 열려 있다. 멜로든, 액션이든 코미디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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