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초 웃음이 2백만원어치 엔도르핀 된다는 웃음전도사 황병철
15초 웃음이 2백만원어치 엔도르핀 된다는 웃음전도사 황병철
  • 김두호
  • 승인 2009.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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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행복해지려면 억지로라도 웃어라 / 김두호



[인터뷰365 김두호] 웃음전도사 또는 웃음치료사로 활동하는 황병철 씨(51)는 희귀한 직종의 전문가다. 말이나 제스처로 남을 웃기는 코미디언이나 개그맨과는 웃게 하는 방법이 다르다. 웃음치료사는 별로 웃지 않고 사는 사람들을 상대로 일종의 레크리에이션을 통해 웃는 동작을 가르치며 웃음의 가치를 인지(認知) 시키고 스스로 웃음을 만들어 내게 하는 전문 사범이다.


웃음이 없는 인생은 의미가 없다.

하하하, 크게 웃어라.

조건 없이 장소와 때를 가리지 않고 웃어라.

마음이 불편해도 억지로라도 웃어라.

길가면서도 핸드폰으로 통화하는 시늉을 하며 하하하 웃어라.


웃으면 무엇이 달라질까? 웃음전도사는 적어도 수백가지 우리 몸과 생활, 운명까지 달라진다고 보고 있다. 그 중에 암 세포를 예방하거나 치료하는데 효과가 있다는 건강론부터 세상을 즐겁고 긍정적으로 살며 만사가 형통할 수 있는 행복을 안겨준다는 주장이다. 말 그대로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라는 옛말이 백번 옳은 말씀이라고 강조한다.


언제나 웃으며 살기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무서운 것은 웃음을 잃은 사람의 생활은 무미건조(無味乾燥) 하고 막다른 절망감밖에 없다는 점이다. 웃음전도사 황병철 씨는 서울 강서고교 행정실장으로 적을 두고 건국대 경원대 등의 평생교육원에서 웃음치료사 전문과정의 제자를 양성하고 있다. 공무원 연수교육장이나 각종 단체 등 모임의 초청강사로도 바쁘게 산다.

그를 인터뷰하기 위해 찾아간 날도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 강당에서 진학설명회에 참석한 3백여명 자모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웃음 강의를 하고 있었다. 강당은 한동안 요란한 웃음의 도가니에 빠졌다. 이 날 그의 웃음 강의 내용은 3단계로 진행됐다. 첫번째는 스스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의 미소를 짓게 하고 두 손으로 볼을 감싸며 “나 행복해”라는 주문을 반복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어서 앞사람의 머리 어깨 등 허리를 가볍게 두드리고 문지르며 “지혜롭게 사세요” “웃으면서 사세요” “시원하게 사세요” “화끈하게 사세요” “행복하게 사세요” “짜릿하게 사세요”의 구호를 외치며 하하하 웃는 동작을 교대로 시켰다. 두 번째는 임상의학에서 입증된 웃음을 통한 치료 사례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웃음이 인간의 삶에 얼마나 소중한지의 이론을 제시했다. 그 다음으로 손뼉과 동작을 통해 웃음을 연출하는 요령을 스트레칭 코스로 보여주고 뮤직비디오 노라조의 ‘슈퍼맨’이라는 경쾌한 유행음악을 틀어놓고 신나게 웃으며 움직이는 율동을 시범적으로 보여주었다.




웃음치료사나 웃음전도사란 말이 아직은 생경하게 들린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직종인가?

웃음치료사는 한마디로 잘 웃고 살도록 웃음 연습을 시키는 직업이다. 초기에는 전문가들이 개별적으로 사설교육으로 시작했으나 지금은 몇몇 대학의 평생교육원에 ‘임상의학 중심의 웃음치료사’ 전문과정이 있다. 웃음 치료는 웃기는 말이나 행위로 웃게 만드는 개그맨과 달리 웃음 자체에 주안을 두고 표정과 동작으로 웃게 만드는 일종의 운동요법이다. 우리들 삶의 과제가 즐겁게 사는 것인데 즐거움을 만드는 원동력이 웃음이다. 웃음은 즐겁고 긍정적으로 살게 하는 인생의 기름이다.


마음속에서 자연스럽게 울어나는 것이 웃음이다. 웃기 싫은데 억지로라도 웃으라니, 웃는 것이 오히려 괴로운 일이 아닌가?

억지로라도 웃다가 보면 뇌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혼란에 빠진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다가 보니 행복해지더라는 말이 적절한 표현이다. 우울한 일이 있어도 웃다가 보면 즐거운 쪽으로 변화한다. 마음이 웃음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웃음이 마음을 자극하고 움직여 마음을 평정시키고 NK세포(내츄럴 킬러세포/ 암세포 등 바이러스에 감염된 종양세포를 죽이는 백혈구내의 자연 살상세포)를 생성 시킨다.


무턱대고 장소와 때를 가리지 않고 웃기만 한다는 것도 문제가 있다. 웃는 요령이나 건강을 위한 웃음 치료법이라면?

웃는 방법에는 비결이 없다. 아침에 일어나 세면대 앞의 거울을 보고 신나게 한번 웃고 하루를 시작해보라. 아침 웃음은 보약 10첩보다 더 건강에 좋다. 자그마한 즐거움에도 미친 듯이 웃어보라. 웃음에도 샤워가 있다. 웃음 중에 박장대소(拍掌大笑)가 제일이다. 발을 구르고 손뼉을 치고 호탕하게 웃고 나면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 그리고 틈틈이 운동 삼아 박수를 치며 하하하 웃는 습관을 가지면 일상이 즐겁다. 길을 걷다가도 웃고 싶으면 핸드폰을 입에 대고 웃으면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다.


웃음이 몸에 좋다는 의학적인 근거나 사례라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우리 웃음치료사들은 15초의 웃음이 수명을 2일씩 연장하고 운동장을 두 바퀴 도는 운동효과와 엔도르핀을 2백만 원어치 안겨준다는 임상의학상의 주장을 믿고 있다. 웃음 치료 일로 많은 의사를 만났다. 암환자의 얼굴에서 웃음을 보고 완치를 확신하는 의사도 많았고, 불치병환자가 웃음으로 건강을 되찾았다는 사례도 얼마든지 접했다.

NK세포의 변화를 조사한 일본 의료계의 한 보고서를 보면 코미디 등 웃기는 프로를 본 환자들이 교양 등 딱딱한 내용의 프로를 본 환자들보다 NK세포의 증가가 훨씬 많았다는 내용이 있다. 또 프랑스 의사의 이야기 중에 재미있는 일화도 있다. 환자가 찾아올 때마다 표정을 보고 웃음이 없고 침통해 보이면 집으로 돌아가 하루 10분씩만 웃고 오라고 웃음요법부터 시작한다는 것이다.



웃음 치료나 웃음 운동은 언제 어디서 유례된 것인가?

세계에 알려진 웃음클럽의 창시자는 인도의 내과의사 출신 마단 카타리아 박사다. 작년 6월 방한했을 때 건국대에서 만나 그의 웃음 전도 철학이 의료 활동의 연장선에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에게 전도된 인도사람들은 공원에 모여 집단 웃음 운동을 하고 있다. 그의 웃음클럽이 세계에 600개나 된다.


웃음을 잃은 우울증 환자들에게는 웃음 치료가 꼭 필요할 것 같다.

우울증 환자뿐만 아니라 아토피로 고생하는 자녀를 둔 엄마들도 엄마의 웃음 치료가 아이들의 건강 회복에 효과적이라는 임상 결과가 있다.


웃음이 아무리 좋다 해도 하루 종일 웃고 살 수는 없는 일이다. 웃음 운동은 한번씩 웃는 시간이 어느 정도가 적당한가?

최소한 15초 이상이 되어야 한다. 혼자 웃을 때는 양손에 자극을 주는 손뼉치기와 병행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손에는 14개의 기맥과 345개의 경혈이 밀집해 있다. 박수만 잘 쳐도 절반의 건강을 누릴 수 있다.


웃음치료사인 자신의 웃음 운동은 어떻게 하는지 고백해 달라.

나는 아침에 일어나 세면대 앞에서부터 웃기운동을 시작한다. 일산에서 서울에 있는 직장까지 혼자 차안에서 틈틈이 박장대소를 하며 운전을 한다. 직장에서 만나는 사람은 인사와 함께 하하하 웃음을 선물한다. 간혹 나의 태도를 이상한 눈으로 보며 오해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나의 또 다른 직업을 알면 이해를 한다.


가족들도 그처럼 모두 웃음 운동을 열심히 하고 사는가?

사실 아내도 한 때 채권과 관련한 피해자로 우울증이 생긴 일이 있다. 그러나 웃음 운동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가정이 나의 웃음 치료의 실험장이다. 반응을 보고 강의에 적용하기도 한다. 웃고 사는 집에는 다툴 일이 없다. 우리 어머니 팔순잔치 때도 집안친지 모인 자리에서 축하연 대신 2시간동안 웃음 치료 강의를 했다.



언제부터 웃음 치료에 몰두하게 되었는가?

중학시절부터 씨름 달리기 넓이뛰기 등 육상을 포함해 모든 운동을 잘했다. 인천에서 학업을 마치고 1984년에 레크리에이션 전문 강사 자격을 이수했다. 이듬해 행정직 공무원으로 나서면서 무슨 모임이든 내가 낀 곳에서는 마이크를 잡았다. 그러다가 초기 웃음치료 전문가인 한강일 선생을 만나 전도를 받고 내가 지금 출강하는 건국대 교육원에서 임상의학 중심의 1급 웃음치료사 1기생의 과정을 마치게 됐다. 활동을 시작한지 15년이 된다.


그동안 웃음 치료 또는 웃음 전도를 받은 수강생이 엄청나게 많을 것 같다.

근무하는 고교의 학생들이나 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의 뿐 아니라 지자체 공무원, 병원 종사원과 단체의 연수원, 동문회 모임까지 주말과 연휴기간의 시간을 모두 할애하는 처지다.


웃는 것이 아무리 좋다해도 문제는 생각없이 혼자 웃는 습관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한층 힘든 것은 웃고 싶어도 가까운 거리에 사람이 있다면 소리를 낼 수가 없다. 주위를 의식해 함부로 웃는 것이 어렵다는 게 현실이다.

나는 그런 때를 대비해 웃음소리가 나는 소리 버튼을 가지고 다닌다. 혼자 귓가에 대고 그 녀석과 소근대듯이 소리 없이 조용히 웃는다. 웃는 소리가 나지 않지만 내 입과 표정근육은 시원하게 웃는 동작을 반복한다. 나는 화장실에서나 엘리베이터에서도 혼자 웃는다.


웃음소리도 여러 가지가 있다. 사람에 따라 특징이 있고 웃음이 나오게 하는 사정에 따라 소리도 다르게 나타난다. 어떤 웃음소리가 좋은가.

어떤 소리든지 웃음소리는 모두 몸에 좋다. 하하하는 심장과 폐를 튼튼하게 하고, 히히히는 두뇌를 활성화 하며, 후후후는 단전과 대장운동에 효과적이며, 헤헤헤는 갑상선과 목을 튼튼하게 만들고, 호호호는 내장을 자극해 마사지 효과를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형태의 웃음이든 피가 되고 살이 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따르지 않는다.


앞으로 웃음 치료 활동에 대한 어떤 포부를 가지고 있는가?

평균 수명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웃음을 잃어가기 쉬운데 노년층을 대상으로 웃음 운동을 효율적으로 펼칠 수 있는 연구를 계속하려한다.




웃음치료사와 인터뷰를 끝내고 거리로 나와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을 유심히 관찰해 본다. 간혹 손잡고 가는 젊은 남녀나 청소년들의 웃는 모습이 보일 뿐 대다수 긴장된 표정으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한국인은 웃음에 익숙해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나와 우리 주변을 둘러보아도 웃으며 사는 사람들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유럽의 선진국을 여행하며 인파가 붐비는 거리 풍경을 보면 웃는 표정들을 어디서나 쉽고 자연스럽게 마주친다. 웃음치료사를 만나면서 그동안 우리 사회가 ‘웃으며 살자’는 주제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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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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