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제도 개혁으로 공교육 혁신” 고려대 이기수 총장
“입시제도 개혁으로 공교육 혁신” 고려대 이기수 총장
  • 유성희
  • 승인 2009.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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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득점자 선발 아닌 우수 인재 양성이 궁극적 목표 / 유성희

 

 

 

 

[인터뷰365 유성희] 고려대와 함께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를 이끌어 가고 있는 이기수 총장(64)의 '대학발전을 위한 개혁 프로그램' 중 입시제도 부문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총장은 점수경쟁에서 탈피해 학교생활의 충실도를 파악하고 잠재력과 발전 가능성을 반영하는 입시제도 마련을 위해 대학 간의 대타협과 대국민선언이 필요하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이 총장은 아울러 가칭 교육이해관계자 협의체를 구성해 공교육 위주의 새 입시안을 제시하는 단계적인 개혁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고려대는 그런 맥락에서 2010년 정시입시부터 논술고사의 폐지를 발표한 바 있다.

이같은 이 총장의 행보에 관심을 가진 관훈클럽은 교육단체 관계자 및 저널리스트들이 참석한 가운데 포럼을 열었다. 다음은 포럼에서 오간 이야기들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앞머리 글은 질문을 받기 전에 발표한 이 총장의 연설내용이다.

 

 

오늘날 우리가 이 나마 살게 된 것은 누가 뭐래도 교육의 공로가 아닌가 합니다. 전 국민의 뜨거운 교육열을 바탕으로 학문을 연마하고 또한 시대의 사명을 감당하는 훌륭한 인재를 길러낸 데 따른 결과일 것입니다.

교육이 있었기에 주권을 찬탈당한 암담한 식민 상태에서 독립을 쟁취하고 해방 후에는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경제발전과 정치민주화를 달성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의 교육 현실은 어떠합니까? 초 중 고교는 대학으로 진학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습니다. 인성과 덕성 그리고 창의성을 계발하는 교육 본연의 기능은 온 데 간데없고 오로지 수능과 논술의 성적을 올리는 데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사교육이 창궐하는 가운데 공교육은 교실과 학교 붕괴로 설 땅을 잃고 있습니다. 대학 또한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한국의 많은 대학들이 글로벌 대학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 세계의 중심에서 세계의 학문과 지성을 선도하는 곳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모두가 연구 중심대학이라고 자랑하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진정한 의미에서의 연구중심대학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세계의 경쟁력을 조사하는 국제경영개발원(IMD)에 따르면 우리 대학의 경쟁력 서열은 세계 50위권 후반으로 조사대상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우리 대학의 경쟁력은 우리 기업이나 국가의 경쟁력에 비해서도 크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세상을 이끌고 가야 할 대학이 이처럼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다른 분야의 발전에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교육은 미래를 열어가는 열쇠입니다. 교육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사회나 나라의 미래는 기약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교육 혁신을 단행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지금 세계는 정보화 국제화의 새 시대를 맞아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추어 우리 민족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교육부터 혁신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교육 혁신은 대학 교육에서부터 실마리를 풀어가야 합니다.

대학교육이 제 역할을 다하면 대학 진학에 매달리고 있는 초ㆍ중ㆍ고교의 교육문제도 저절로 풀릴 것이기에 대학교육의 혁신이야 말로 참으로 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나 우리 모두의 밝은 미래를 위해 실로 중요한 과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고려대학교는 이 나라 고등교육의 선두 주자로서 이 같은 시대적 사명을 절감하고 지난해 부터 본격적으로 교육혁신을 추진해 왔습니다.

고려대학교의 교육 혁신은 공교육을 살리는 것과 깊이 연계되어 있습니다. 우선 입시 제도를 바꾸어 나가고자 합니다. 논술이나 수능 등의 점수를 기준으로 줄 세우기를 하여 학생을 선발하는 기존의 입시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학교생활과 숨어있는 재능 그리고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 위주로 선발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 대학들은 경쟁적으로 점수가 높은 학생들을 뽑는 데에 주력해왔습니다. 사회에서도 입학생들의 수능이나 논술 등 계량화할 수 있는 점수를 기준으로 대학의 서열을 매겨왔습니다. 대학들이 경쟁을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입니다. 경쟁 없는 발전은 기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그 경쟁의 기초가 되는 수능이나 논술 등의 점수가 인재를 판단하는 기준으로서 스스로의 한계를 안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입학당시의 성적 1-2점 차이가 진학후의 성적이나 사회진출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인간은 매우 복합적인 존재입니다. 사람마다 특성과 개성이 있습니다. 각자의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극대화시키는 것이 교육의 진정한 목적일 것입니다.

현행 점수 위주의 입시 제도는 모든 학생을 단일한 기준에 의해 서열화 시켜 오늘날 정보화시대의 가장 큰 자산인 독창성과 다양성 그리고 자율성을 말살하고 있습니다. 교육을 통해 인재를 키우기 보다는 거꾸로 인재를 망치는 우를 범하고 있습니다.

점수 위주의 입시는 또 단기간 성적향상에 유리한 사교육을 번성케 하여 반사적으로 학교 정상적인 교육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사교육의 현장에서 밤을 새고 난 다음 정작 학교에 와서는 피곤을 이기지 못해 책상에 쓰러져 잠을 자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오늘날 우리 교육의 참담함을 절감합니다.

 

 

 

 

현재 대학 입학전형의 핵심 요소는 내신(학생부), 논술, 그리고 수능 등 3가지로 대별해 볼 수 있습니다. 이 모두 사교육 의존도가 공교육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고려대학교는 입학사정관제도를 활성화함으로써 문제해결의 실타래를 풀어가고자 합니다. 즉, 선생님 평가를 토대로 학생들의 학교활동, 행동 발달, 학업 성적, 잠재능력 등을 과학적으로 비교하여 선발하는 방향으로 입시의 기본방향을 바꾸어 나가겠다는 뜻입니다. 학교생활을 알차게 한 학생들을 선발함으로써 공교육을 정상화 하고자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교육혁신은 한 두 대학의 노력만으로 성과를 올리기는 어려운 국가적 과제입니다. 대학은 물론 우리 사회 전체가 공감대를 형성하여 함께 추진해 가야할 것입니다.

저는 범국가적 차원에서의 입시 혁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난 2월 4단계 모델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 공교육은 교육이념적으로 보면 아직 평등성과 수월성간의 갈등이 심하다고 봅니다. 이들 간의 조화를 통해 교실붕괴, 학교 붕괴를 막는 공교육의 회복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러한 이념의 실행 즉 공교육 정상화를 실행하려면 기본적으로 공교육체제 구성원들 간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합의의 과정을 4단계로 제시한 것입니다. 입시제도의 측면에서 큰 틀에서 사회적 합의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반영한 것입니다.

 

1단계는 대교협을 중심으로 “점수경쟁에서 탈피하여 잠재력과 발전가능성을 반영”하는 입시제도 마련을 위한 대학 간의 대타협과 대국민 선언을 하는 것입니다.

2단계는 새로운 입시제도를 마련하기 위하여 가칭 ‘교육 이해관계자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입니다.

3단계는 그 협의체를 통해 공교육 위주의 새로운 입시안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4단계로는 국민과 사회의 새로운 입시제도에 대한 수용 및 정부의 공교육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입시제도 개선방안은 선진화, 연계화, 단순화등 3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단순화는 입시를 단순하게 함으로써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줄여서 학교교육으로 되돌아가도록 하는 것 입이다. 이런 맥락에서 2010년 정시입시에서 논술고사를 폐지하였습니다. 연계화는 고교교육과 대학교육간의 연계성을 높이는 것 입니다. AP 제도 등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그리고 선진화는 입학사정관제의 도입과 같은 것입니다. 입학사정관제를 통하여 학교교육의 결과들을 그대로 반영하면서 그 속에서 학생의 잠재력과 발전가능성을 찾고자 합니다.

아울러 대학 간의 선발 기준 차별화와 특성화도 시급한 과제입니다. 모든 대학들이 붕어빵과 같은 똑같은 인재를 키워내는 방식으로는 다원화된 지식기반 정보화 사회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없습니다.

각 대학들이 건학이념이나 설립 취지에 맞게 다양한 기준을 세우고 다방면의 학생을 뽑는 제도를 마련해야 합니다. 고려대학교가 원하는 인재와 다른 대학교가 원하는 인재 간에 분명한 차이가 있어야만 이 시대가 요구하는 독창성과 다양성을 살려낼 수 있을 것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미국의 예를 들면 하버드 대학은 Veritas, 즉 진리를 탐구하는 데에 주력하는 반면 예일대학은 리더를 배출하는 것을 교육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특성으로 조화를 이루면서 함께 발전해 나갑니다.

미국과 유럽의 거의 모든 대학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이와 같은 교육 목적에 부합되게 신입생을 선발하여 교육하였습니다. 이렇게 특성화된 입시제도와 교육이 이들을 세계의 명문으로 끌어올리는 원천이 되었습니다.

고려대학교가 지향하는 인재의 상은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사회를 이끄는 지도자, 21세기를 선도하는 미래인 그리고 국경과 문화를 초월한 세계인이 바로 그것입니다. 여기에 맞는 인재를 선발 육성하고 그 방향으로 키워 갈 것입니다.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학생부평가를 하거나 교수 면접을 할 때 이 대목을 중요하게 살필 계획입니다.

입시제도는 대학혁신의 한 부분일 뿐입니다. 지금 고려대학교가 추진하고 있는 교육혁신은 학생 선발보다는 들어온 학생을 얼마나 잘 가르쳐 우수한 인재로 키워낼 것인가 하는 데에 더 많은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단순히 수능 성적이 높은 학생들을 선발하여 학교의 서열을 높이기보다는 이미 입학한 학생들을 훌륭한 재목으로 키우는데 모든 역량을 경주하는 것이 요즘 고려대학교가 추진하는 교육 혁신의 핵심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인재를 선발하는 경쟁에서 인재를 육성하는 경쟁으로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고려대학교의 인재 양성을 위한 4대 핵심 과제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 첫 번째는 교양교육의 혁신입니다.

교양교육원을 새로 설치하여 이를 중심으로 신입생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교양 교육을 실시할 계획입니다. 기존의 형식적이고 피상적인 교양과정을 개선하고, 고차원의 인문 교육과 실질적으로 말하고 쓸 수 있는 언어 교육 그리고 문화 교육 등이 주축을 이루게 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사회봉사를 정규교과에 포함시켜 지도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봉사 정신을 심어줄 것입니다. 또한 글로벌리더십센터를 통해 국제 인턴십 기회를 부여하고 동아리를 통한 사회실무 경험 등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입학에서부터 졸업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소질과 능력에 맞는 진로지도를 하게 될 것입니다.

인재양성을 위한 두 번째 혁신안은 새로운 대학 또는 전공의 신설입니다.

우선 미디어 스쿨과 디자인 스쿨 그리고 약학대학을 설립할 계획입니다. 미디어 스쿨은 기존의 언론학부를 확대 개편하여, 영화, 인터넷 온라인 등 뉴미디어까지 총 망라할 것입니다. 또 디자인 대학은 이미 있는 조형학부를 확대 개편하면서 산업디자인, 패션디자인, 조경학 등을 신설하여 만들 것입니다.

이 두 대학은 이번 2010학년도 입시에서부터 신입생을 선발할 계획입니다.

이어 약학대학 설립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약학대학을 신설함으로서 생명과학과 의학, 그리고 약학이 연결되는 Biomedical이라고 하는 학문 분야를 새로 출범시키고자 합니다.

혁신의 세 번째 과제는 국제화의 강화입니다.

교수나 학생들을 외국으로 내보내는 Outbound위주에서 한차원 더 높여 앞으로는 고려대학교 캠퍼스를 글로벌의 중심으로 만들 것입니다. 외국인 교수와 학생을 적극 유치하고, 커리큘럼과 교육 프로그램을 글로벌화하여, 고려대학교 캠퍼스 안에서 공부하면서 외국에 나간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또 해외 캠퍼스도 계속 늘여 나갈 것입니다. 이미 운영되고 있는 캐나다, 영국에 이어 조만간 중국 북경캠퍼스를 완공하게 됩니다.

교육 혁신의 네 번째 축은 장학제도입니다. 고려대학교에 입학한 학생은 어느 누구라도 돈이 없어 공부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만들겠습니다. 현재 안암캠퍼스에만 연간 3백50억 원의 장학금이 지급되고 있는데, 경제위기를 맞아 그 규모를 4백억으로 늘렸습니다. 그 규모를 앞으로 계속 확대할 것입니다. 또한 장학제도도 기존의 성적순 대신 경제적 필요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지급하는 방향으로 바꾸어 나갈 계획입니다.

지금 우리는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금융위기로 촉발된 기업의 부도, 일자리 축소 그리고 그로 인한 실업 등 많은 어려움이 앞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승적으로 생각하면 역사에는 항상 고비가 있기 마련이고 위기는 또한 기회이기도 합니다. 특히 이번 경제위기는 전 세계적으로 밀어닥친 것으로 이 위기가 끝나면 세계 질서가 재편될 것입니다. 새로운 시대에 우리가 세계역사의 중심에 우뚝 서서 세계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교육의 경쟁력이 높아져야할 것입니다.

고려대학교는 지난 한 세기 이상의 세월동안 늘 그래왔듯이 민족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세계 인류의 번영과 역사의 발전에 기여하는 주역으로서 그 역할을 다할 것입니다.

 

 

 

 

 

고려대는 2009학년도 수시모집과 관련해 학부모와 수험생이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민족 고대’가 ‘귀족 고대’가 됐다는 비판도 있는데 그에 대한 입장은?

그와 관련해 학교의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대교협(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공식입장을 존중합니다. 현재 창원지법에 게류중인 사건이어서 언급하기가 조심스럽습니다. 다만 잘못된 입시를 시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만 말씀드립니다.

 

점수 입시를 지양하는 등 내년부터 입시 방법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이는데 그러한 입시개혁은 고대 재학생이나 학부모, 동문들의 동의가 어느 정도 따른 것입니까?

작년 5월부터 금년까지 신입생과 학부모, 교직원, 재단관계자 단과대학별 학생들이나 교우회를 통해서도 충분히 만나 소통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메일로 질문도 받고 대화도 하고 있습니다.

 

대학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의 비중이 커지고 있습니다. 대교협에서도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지만 입시제도의 새로운 해결책이 된다고 보는지요?

낙관적으로 봅니다. 입학사정관을 통해 입시를 치러봤는데 성공적으로 판단되었습니다. 한 번 더 시행해 보고 일관된 계획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사립대학은 기부입학을 반기는 반면 정부당국에서는 제동을 걸어와 오랫동안 대립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언젠가 이 총장께서는 학교발전을 위해 기부금을 낸 자손이 학교에 입학하려 한다면 배려를 해야 된다고 하셨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제가 오랫동안 가져온 제 나름대로의 철학이라고 할까요. 오늘 아침에 기획처장에게 국고에서 우리 고려대학교에 들어오는 비율이 얼마인지 물었습니다. 정부지원이 0.5%, 40억이 들어온다고 합니다. 한 대학을 이끌어 가는데 0.5%의 국고만 받고 이 정도의 대학을 키워왔다는 건 정말 국가와 국민이 다 칭찬해줘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은 이공계대학과 의과대학은 국가가 책임을 져야지 사립대학에서 맡을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이공계 의과대학 기자재가 얼마나 비쌉니까. 최소한 기자재는 정부가 지원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공동으로 기자재를 사서 공동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방법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정말 필요한 재원을 어디서 모을 수 있겠습니까.

제 생각은 부정입학이라는 의미에서의 기부금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저희 학교의 경우 '100주년 기념관'이나 '엘지 포스코관' 등 기업체에서 건립해 준 건물이 많이 있습니다. 액수는 정확히 얘기할 수는 없지만 일정 액수이상의 이와 같은 기부를 해준 집안의 자녀가 나중에 아들 세대이든 '손주 세대'가 학교에 들어올 경우에 공부할 수 있는 수학능력만 검증된다면 학교에 입학시켜주는 제도를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2012년 대학입학자율화가 실현되고 사회적인 분위기가 달라지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대학입학기부금은 대학 발전을 위해서 허용해야 되는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건물 하나 지어주면 아들을 입학시켜줘도 되지 않느냐’는 말씀으로 이해를 해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이해하셨으면 이해하십시오. 하하.

 

공교육에 대해서 자꾸 창의성이 없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초ㆍ중ㆍ고교 교사와 대학입시를 앞둔 부모들의 고민과 현실이 반영되었다고 생각하고 대학 측에서 이 같은 발표를 하신 건지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초ㆍ중ㆍ고교 교사들을 만나 충분히 이야기를 나눴다고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얼마 전 언론에서 ‘엄마학교’의 서형숙 교장선생님과 덕성여중의 김영숙 교장선생님을 보니 이런 분들이 우리 공교육을 정상화 시킬 수 있는 분이지 않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버락 오바마 담대한 희망’을 가져왔습니다만 이 책에서는 미국의 교육현실을 진단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했는데, 미국의 교육을 정상화 시킬 수 있는 방안은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학교장과 유능한 교사라고 말합니다. 우리나라와 너무도 똑같아서 감탄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리더십을 가진 학교장과 실력 있는 교사가 있다면 공교육이 왜 무너지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갈망합니다. 우리 선생님들이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에 대한 애정이 본인의 자녀보다 더한 사랑으로 키운다면 우리 공교육이 살아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고등학교 선생님들 만나서 충분히 의견 듣지 못한 점은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제가 못하더라도 입학전형 기획팀 교수님들이 선생님을 찾아뵙고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대학입학사정관제도에 대해서 너무 조급한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데, 정부가 요구하고 예산을 증대하니 너도나도 서둘러서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고려대학교에서 금년에 입학사정관제도에 의해서 학생을 뽑았더니 성공적이었다고 말씀하셨는데, 입학한지 두 달도 채 안된 학생들을 두고 그런 말씀을 하신 건 의아하게 생각됩니다. 자식을 두 달 교육하고 성공적이라고 이야기 할 부모가 있을지, 어떤 부분이 성공적이었다고 보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김연아 선수가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1위를 하고, 동아일보에 실린 ‘민족의 인재를 키워온 고려대학교 세계의 리더를 낳았습니다’ 학교 광고 때문에 아우성이 났지요. ‘학교 들어간 지 한 달 밖에 되지 않았는데 고려대가 무슨 김연아를 낳았느냐’고 오히려 ‘김연가가 고려대를 낳았다’는 소리까지 들었습니다. 기자 몇 분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이에 대한 질문을 받고 말씀드렸지만, 김연아가 우리 고려대학교에 정식으로 들어온 것은 금년 3월 1일이지만 지난해 3월 4일 밴쿠버에서 훈련 중인 김연아 모친과 김연아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가고 싶어 하는 대학에서 오라고 해서 정말 기쁘다고 하더군요. 저하고 직접 통화를 하고 이후에 세 번 다녀갔습니다. 그때 제가 교육을 시켰습니다. "앞으로 21세기를 살아가는 지도자는 단순히 어느 한 부분에서만 멈추어서는 안되고, 민족혼과 개척정신을 담은 승리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하고, 너는 한명의 선수로서의 김연아가 아니라 세계 스포츠계의 지도자로서의 김연아가 되어야 한다"라고 고대정신을 집어넣었습니다. 고등학생 때의 김연아와 대학생이 된 뒤 김연아의 경기 모습을 비교해 보십시오. 전혀 다릅니다. 이것은 본인이 세계 1위이고 세계를 이끌어 가는 지도자라는 확신을 가지고 운동을 했기 때문입니다.

모든 대학이 다 그러하겠지만 저희는 세계 리더를 키워야 하는 사명감을 가진 대학이기 때문에 대학입학사정관제도의 학생들에 대한 평가는 철저하게 하고 있습니다. 어느 학교에서 몇 명이 어떤 패턴에 의해서 들어왔는지 면밀하게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경영대학 1번부터 5번까지 A교수가 지도교수이면 저희는 그 교수가 정년퇴임 할 때까지 1번부터 5번까지는 학생들을 끝까지 담당하게 됩니다. A교수가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실질적인 교육과 평가를 내릴 수 있도록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공교육이 정상화되고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입시고통에서 헤어 나오려면 대학입학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늘 생각해 왔습니다. 그렇지만 입학제도를 바꾸기 전에 더 큰 문제를 학부모 입장에서 제시하고 싶습니다. 과연 현재 우리나라 대학이 공정한 경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입니다. 우리나라는 오로지 서울대학을 위해서 입시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에는 하버드대학 이외에 예일대학, 스탠포드대학 등 이름도 다 댈 수 없을 만큼 많은 대학들이 좋은 대학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왜 서울대학에만 목을 매야 합니까. 진정한 대학들이 경쟁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해주시고, 국립대학과 사립대학이 등록금만이라도 최소한 똑같아서 비싼 사립대학에 들어가 허리가 휘는 고통을 받지 않게 이 문제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우선 저희 고대와 연대가 서울대학교에 비해 떨어진다는 측면이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현재는 외국대학과의 복수학위만 인정이 되지, 국내 대학 간의 복수학위는 인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국내 대학 간의 복수학위제가 인정이 된다면 연세대학과의 복수학위제를 할 수 있도록 이미 합의가 되어있고, 이 법률이 통과되는 그날 제가 사인을 해서 두 대학의 학위를 동시에 받도록 하겠습니다. 저희는 서로 경쟁하면서 크는 대학이고 싶습니다. 등록금과 관련해서는 사립대지원육성법안을 국회에 곧 내려고 하는 중이고, 이 안건이 통과가 되면 사립대학의 인건비 반을 국고지원을 통해 받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저희 학교의 경우 교직원에 대한 인건비 24% 혜택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학생 1인당 등록금 130만원 정도 감안해 줄 수 있습니다.

 

고려대가 공시한 자료를 보면 교수 1인당 학생수가 26.3명이고 하버드의 경우 교수 1인당 학생수가 10명 안팎입니다. 연세대가 23.1명으로 큰 차이는 없지만 고려대보다는 조금 낮습니다. 이것은 전임교원 확보율이 그만큼 적다는 이야기인데 강의 비율로 보면 전임교원이 57.5%로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입니다. 고려대 학생들이 전임교원이 아닌 교수로부터 강의를 듣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대학의 경쟁률은 교수에게서 나올 수 있는데 학생 수가 너무 많은 것은 아닌지,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자율경쟁만을 공허하게 외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됩니다.

제 아픈 곳을 찔러주셨는데요. 저도 그 점에 대해서는 무척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지난번에 140-150명의 교수 공고를 냈는데 반 정도의 교수를 뽑을 수 있었고, 제가 총장으로 취임하고 난 뒤에 260명 정도를 더 뽑았습니다. 교수비율도 고려대학부출신과 비고려대학부출신 50대 50을 유지하려 많이 노력했는데 그동안 의과대학 때문에 많이 깨졌습니다만, 이번 3월에는 의과대학에서 16명의 타 대학 출신 교수를 뽑았고, 연세대 출신 17명의 교수를 모셨습니다. 재단이사장님께 보고를 했더니 ‘우리는 연세대를 뽑는데 연세대는 우리 학교출신 교수를 뽑아주느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희가 먼저 하면 연세대에서도 뽑아주겠죠’ 말씀을 드렸습니다. 각 학과마다 좋은 교수를 뽑으려고 재촉하고 있고, 저희 자체 내에서도 학부 학생이 너무 많다는 자체 평가를 했습니다. 이 점은 뼈저리게 느끼고 개선해야 할 제 1차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학의 학생 선출과정을 보면 지나치게 우수한 학생만을 뽑으려는 경쟁에 매몰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합니다. 모든 학부모들이 서울대학을 지향하는 현실적인 상황도 있겠지만 앞으로는 대학들이 가르치는 교육에 더욱 경쟁을 해야 된다고 봅니다. 기조연설에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가르치는 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말씀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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