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스런’ 외모 덕, 뮤지컬 데뷔한 FT아일랜드 이재진
‘촌스런’ 외모 덕, 뮤지컬 데뷔한 FT아일랜드 이재진
  • 김선
  • 승인 2009.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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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도 ‘소나기’ 같은 사랑이 있었죠” / 김선



[인터뷰365 김선] “제 촌스러운 얼굴에 아련했던 첫사랑까지, <소나기> 속 동석은 딱 제 모습이던데요.”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 속 소년이 뛰쳐나온 듯 했다. 공연을 앞두고 만난 그룹 ‘FT 아일랜드’ 멤버 이재진은 머릿속에 상상했던 소설 속 소년의 모습이었다. 애티 나는 얼굴과 꾸미지 않은 수수한 옷차림, 해맑게 미소 짓는 그에게서 화려한 아이돌의 느낌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재진은 황순원의 동명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소나기>에서 주인공 동석 역을 맡아 지난 1일부터 무대에 오르고 있다. 첫 뮤지컬 출연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가창력과 연기력을 뽐내며 주목받고 있다.

<소나기>는 시골 소년 동석과 소녀의 순수하고 맑은 사랑 이야기를 담아낸 창작 뮤지컬이다. 이 작품은 2008년 초연 당시 서정적인 무대와 조명, 감미로운 음악으로 원작을 잘 살려냈다는 평을 얻으며 큰 인기를 끌었다.

촌스러운 외모 덕분에 오디션에서 발탁된 것 같다며 털어놓는 꾸밈없는 19살 소년, 이재진을 세종문화회관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시작했다.



첫 뮤지컬이다. 가수활동과 함께 뮤지컬 무대에 서는 것이 힘들었을 텐데. 연습은 어땠는가.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다. 뮤지컬에 올인 하고 있다. 개막 전 석 달간 아침부터 밤 9~10시까지 제목 그대로 소나기식 연습을 했다. 아직도 틈틈이 연습을 한다. 새벽까지 진행될 때도 많고. 또 FT 아일랜드의 노래 연습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밤샐 때도 많고 많이 자면 6시간 정도다.


하루 6시간이 가장 많이 잔다는 건가.

그렇다. 하루 수면은 6시간을 넘지 못한다. 마음 같아서는 매일 밤을 새고 연습을 하고 싶을 정도다. 성격이 내성적이고 느긋느긋 한데 일할 때는 신경이 예민해지고 날카로워진다. 확실하지 않으면 자신감이 없어지기 때문에 어떤 일을 하던 확실해질 때까지 연습한다.


작년 <소나기>초연 때는 그룹 <빅뱅>의 ‘승리’가 동석 역을 맡아 호평을 받았다. 똑같은 아이돌 그룹의 멤버로서 동일한 역을 맡으니 부담감도 있을 법한데.

승리 형은 워낙 모든 면에서 잘하고 열심히 하는 형이다. 그래서 부담감은 없다. 아니, 더 잘하겠다는 욕심보다 더 못하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아 스스로를 괴롭히는 노력에 전력을 투구하고 있다. 아무 생각이 없다고나 할까. 난 그저 열심히 할 뿐이다.

극 속 동석과 비슷한 부분이 있는가. 시골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는가.

정말 동석을 보면 딱 내 어릴 적 생각이 난다. 초등학교 때 청주에서 살았는데 시내까지는 좀 거리가 있고 주변에 논밭으로 둘러 쌓여있는 시골이었다. 당시 컴퓨터 게임이나 TV를 보는 것 보다 친구들과 밖에서 뛰어 노는 것을 더 좋아했다.

지금도 얼굴이 까무잡잡하고 촌스러운데, 그 당시도 곱슬머리에다가 시골의 못난이었다. 중학교에서 우연하게 밴드를 하며 점점 외모에 신경을 쓰게 됐지만... 소녀 앞에서 잘 보이고 싶어 하지만 툭툭 내뱉는 동석의 모습도 나와 닮아 있다.




또래 여자 친구와의 추억은 없었나.

있었다. 동석처럼 동갑내기 여자 친구와의 애틋한 기억도 남아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어느 날 <소나기>에 등장하는 소녀처럼 한 여자아이가 전학을 왔다. 하얀 얼굴에 안경을 쓴 귀엽고 아담한 체격의 아이였다. 나는 너무 수줍어서 말도 못 걸고, 친해질 기회만 엿봤다. 결국 용기를 내 생일 초대 편지를 썼고 그 아이 책상에 놓고 도망쳤다.


친구가 초대에 응했나.

생일날 초대한 다른 친구들은 왔는데 그 친구만 안 오더라. 방 안에서 그 친구가 오기를 노심초사 기다리다가 왔다는 소리를 듣고 부랴부랴 옷치장에 나섰다. 그런데 옷을 찾아보니 입을 만한 옷이 하나도 없는 것이 아닌가.

엄마한테 여쭤 보니 하필 그날 내 옷들을 모두 세탁했다는 청천병력 같은 말을 하시더라. 엄마한테 어떡하냐고 떼를 썼고, 결국 다리에 착 달라붙는 쫄쫄이 바지밖에 없다며 입으라고 주시는데, 어린 마음에 엄마가 얼마나 원망스럽던지.

결국 그 바지를 입고 나갔고 그 친구는 살짝 웃음을 터뜨렸다. 너무 신경이 쓰여 세탁한 바지를 급하게 말려 입고 다시 나갔더니 그 친구는 이미 집에 가고 없더라. 절망스러운 하루였다. 하하하.


그 이후 그 친구와 연락은 하는가.

생일파티 이후 그 친구를 많이 볼 기회가 없었다. 그러던 중 내가 이사를 가면서 전학을 갔고. 연락이 끊겼다.


그럼 FT아일랜드 데뷔 후 보고 연락할 수도 있겠다.

글쎄. 나를 아마도 못 알아볼 것 같다. <소나기> 연습을 하던 중 갑자기 당시 일이 생각나서 엄마한테 전화를 한 적이 있었다. 그 얘기를 꺼냈더니 엄마가 미안하다며 웃으시더라. 하하하.


어렸을 적 경험들이 연기에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연기에 몰입하기 위해 어렸을 적 내 모습을 많이 상상한다. 실제 경험과 당시 순수했던 이미지를 떠올리며 동석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베테랑 뮤지컬 배우분 들보다 많이 부족하지만 관객들 가슴까지 전해질 수 있는 진실성이 담긴 내 모습을 꼭 보여드리고 싶다.


뮤지컬 출연은 어떻게 하게 됐는가.

문득 다른 가수들에 비해 내가 너무 안이하고 편하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오디션 기회가 왔다.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다는 점이 좋았다. FT아일랜드 멤버 승현이(송승현)와 함께 오디션을 처음 보게 됐다. 연습을 하고 오디션 무대에 섰는데 머리가 텅 빈 것처럼 아무것도 생각이 안났다. 그래서 <소나기>에 나오는 소년의 모습을 꾸밈없이 보여드리자는 결심을 했다. 예전의 경험을 단장님께 솔직하게 말씀드렸고, 어렸을 적 느낌과 감정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물론 춤과 노래가 많이 부족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하는 모습 덕분에 캐스팅 된 것 같다.



스스로 순수하다고 생각하는가.

또래들에 비해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해서일까, 이것저것 생각이 많다. 순수한 10대는 아닌 것 같다. 하하하.


원래 연기에 관심이 많나. 얼마 전 KBS 시트콤 <못말리는 결혼>에 잠깐 출연하기도 했는데.

사실 연기를 떠나서 내가 가수가 될 지도 몰랐다. 자연스럽게 기회가 주어줬고 난 도전했던 것뿐이다.


FT 아일랜드에서 베이스를 담당하고 있다. 음악은 어떻게 접하게 됐는가.

중학교 1학년 때 친구들과 함께 덜컥 밴드를 결성했다. 친구들이 나에게 베이스를 하라고 하길래 그때부터 베이스를 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친구들이 기타를 치고 싶어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던 베이스를 나한테 떠넘긴 거였다. 하하하. 하지만 난 베이스가 좋았다. 학교 공연에서 베이스를 쳤는데 베이스의 소리가 너무 멋있게 들리더라. 남자답지 못했던 내 자신을 반대로 표현할 수 있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연주하는 동안만은 내 스스로가 멋지다고 생각했다.


가수 데뷔는 어떻게 하게 됐는가.

누나가 소속사에서 밴드를 뽑는다고 오디션을 한 번 보라고 알려줬다.(그의 누나는 탤런트 이채원으로 SBS 드라마 <온에어>, 영화 <고사: 피의 중간고사>등에 출연한 바 있다)

오디션 자리에 가서 자신 있게 노래를 했다. 심사를 담당하시던 분이 내 얼굴을 보자마자 “왜 그렇게 촌스럽게 생겼냐”고 농을 건네시더라. 하하하. 그런데 결국 내가 뽑혔다. 소위 ‘카메라 발’이 좋았기 때문이란다. 카메라 테스팅을 했는데 자리에 참석했던 지원자들 중 내가 가장 잘 생겨 보인다나.


스스로 촌스럽다고 말한다. 촌스럽게 생겼다는 것에 대한 콤플렉스는 없나.

멤버들 사이에 나만 얼굴색이 틀리다. 조명 아래 있으면 밝게 보일만도 한데 멤버들과 함께 서있으면 유독 나만 검게 나온다. 2007년 데뷔 초기엔 거울 속에 비친 나의 모습을 보고 신세 한탄(?)도 많이 했다. 멤버들이 다 잘 생겼으니 나도 멋지게 보이고 싶은 욕심 때문이랄까.

요즘엔 자연스러운 내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한다. 예전 사진 속 하얀 내 얼굴을 보면 딴 사람처럼 낯설게 느껴진다. 그런데 <소나기>에 출연한 이후엔 주변에서 더 촌스러워 보인다고 해 고민이다.

하지만 이런 외모 덕분에 <소나기>도 뽑혔으니 고마워해야 할 것 같다. 단장님이 나를 보고 ‘시골스러운 이미지가 마음에 든다’고 하셨으니까. 하하하. 오디션에 떨어진 승현이에게는 ‘도시적인 미남’이라고 하시던데.. 좋은 말인지 나쁜 말인지 잘 모르겠다.


뮤지컬 출연에 대해 멤버들의 반응은 어떻던가.

좋아해주고 축하해줬다. 오디션 시작 때부터 출연까지 모든 과정을 지켜봐준 멤버들이다. 승현이는 오디션에 탈락된 걸 아쉬워하며 작은 역할이나 하나 주면 안되겠냐고 힘없는(?)나에게 부탁까지 하더라. 하하하.


멤버들과 함께 하다가 홀로 무대에 서니 기분이 남다를 것 같은데.

지금은 편하지만 연습 초기에는 혼자 꼭 구석에 있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같이 단원들과 호흡을 맞춰도 혼자 노래하고 춤추는 것 같고 멤버들이 많이 그리웠다.



FT 아일랜드에서 어떤 형이고 어떤 동생인가.

내가 가장 까칠한 것 같다. 보컬을 담당하는 홍기 형(이홍기)은 예능 쪽에 많이 몸을 담고 있고, 종훈이 형(최종훈)은 혼자 연습하는 것을 즐기는 아티스트 스타일이다. 때문에 형들이 내부 밴드 문제에 대해서 신경을 안 쓰도록 하려고 한다. 그룹 내 행동대장이랄까. 하하하. 동생인 승현이(송승현)와 민환이(최민환)를 이끌고 가는 것은 내 몫이다. 국내의 큰 공연이나 해외 공연을 앞두고 있을 경우 동생들에게 일부러 날카롭게 대하려고 한다. 온 힘을 다 써서 연습해야 무대 위에서는 긴장도 안하고 당당하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우선 함께 열심히 한 동료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뮤지컬을 성공리에 끝내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뮤지컬이 끝나면 FT 아일랜드의 새 앨범이 나올 것 같고 해외 활동도 준비 하는 등 가수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할 것 같다. 앨범과 동시에 콘서트도 개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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