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인터뷰] 불변의 ‘아줌마’ 연기인 강부자의 젊은날
[그때 그 인터뷰] 불변의 ‘아줌마’ 연기인 강부자의 젊은날
  • 김두호
  • 승인 2009.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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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살 때 브래지어를 처음 샀어요” / 김두호



[인터뷰365 김두호] 정혜선 김용림 반효정 나문희 김영옥 여운계 박원숙 윤여정·· TV 드라마를 드라마답게 이끌어 가는 명실상부(名實相符)한 여자 연기파 중진들이다. 그들 중에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강부자다. 2009년 2월로 만 68세가 넘었다. 나이로는 할머니가 됐지만 젊은 시절부터 지금까지 ‘후덕한 아줌마’ ‘수다꾼 아줌마’ ‘뚝배기 아줌마’ ‘스트롱 아줌마’ 등 다양한 캐릭터의 아줌마 전문 연기인으로 변함없이 살고 있다. 달처럼 둥싱둥실한 얼굴 분위기와 꾸밈없는 수더분한 말씨가 서민적인 정감을 느끼게 하는 탤런트다.


1980년, 지금부터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그녀는 38살이 된다. 그 때 그녀는 인생과 연기에서 다같이 젊은 아줌마로서의 황금기였다. 3살 연상인 동료 탤런트 이묵원과 사이에 1남1녀를 두고 알뜰하게 살아가던 그는 <한양낭군> <로맨스가족> <연화> <외아들> <결혼행진곡> <야 곰례야> <의녀 미사> 등 인기 드라마의 인기 연기인으로 기세등등 했다. 한때는 국회의원으로 활동했으니 남부러울 것 없이 살아온 셈이다. 그러나 알고보면 그는 자신에게 가혹할 정도로 생활자세가 철저하고 꼼꼼한 것으로 소문나 있다. 한 가정의 주부로서도 빈틈없이 살아가지만 연기생활도 흠 잡히지 않게 활동하는 연기자로 알려져 있다.

38살의 강부자가 터놓고 고백한 인생 이야기를 추억해보자.



데뷔 작품은?

1962년 3월 KBS-TV 탤런트 2기로 시작해 이듬해 <구두창과 트위스트>라는 작품에서 과부의 중매를 서는 45살 중매쟁이 역을 맡았다. 21살 때였다. 1980년까지 18년간 1천5백여 편에 출연했지만 처녀 역은 19살 북한 여군 역을 맡았던 반공드라마 <수치>와 홈드라마 <로맨스 가족> 등 두세 편뿐일 거고 나머지 대부분 작품의 배역이 아줌마였다.


후덕한 이웃집 아줌마처럼 느껴져 누구에게나 편한 성격 같기도 하고 반대로 속이 무서운 까다로운 성격 같기도 하다. 실제 본인의 성격은?

내가 무섭게 한 적이 없는데 조카아이들은 얼굴만 보고 호랑이고모로 부른다. 외유내강이라는 말이 있는데 나는 그 반대다. 겉으로는 강하게 보이지만 속은 눈물 많고 정에 약하다.


NG를 모르는 연기자로 알려져 있다. 스스로 대사 암기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는가?

그렇지 않다. 철저히 준비를 하기 때문이다. 녹화 전날에 대본이 나오므로 미리 준비할 시간이 주어진다. 매번 녹화에 임하면서 절대로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스스로 한다. 그래도 18년간 10번 정도는 NG를 낸 것 같다.



대단한 기록이다. 언제부터 어떻게 연기자가 되겠다는 꿈을 가졌는가?

7살 때 연극공연을 했다. 동네 아이들을 모아 어머니 치마를 막으로 쳐놓고 대청마루에서 배우 흉내를 냈는데 동네사람들의 칭찬을 받았다. 그러다가 강경여중에 다닐 때는 내가 쓴 각본으로 1인3역의 연극공연을 해 전교생들의 박수를 받았다. 학교 방송실에서 내 멋대로 진행도 하고 제법 끼를 발휘했다. 충남대 국문과에 진학했다가 처음에는 라디오 연속극 <청실홍실>에 반해 성우가 되려는 꿈을 가지고 있다가 탤런트가 됐다.


탤런트가 되려면 연기력 실기 테스트를 받는 과정이 따르는데 지방 출신으로 합격이 된 것은 그만큼 연기재능이 뛰어났던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그렇게 평가를 받은 것같다. 나는 옷차림부터 세련된 복장이 아니었다. 합격 후 탤런트교육을 받으러 나갈 때까지 몇 달간 나는 하얀 모시적삼과 검정 통치마를 입었다. 주변사람들이 ‘강경통치마’로 불렀다. 나에게는 몸의 볼륨을 드러내는 양장이 어색했다. 브래지어를 하지 않고 치맛자락으로 앞가슴을 동여매 가슴을 감추는 옛날식 의상이 몸에 베여 있던 때였다.

탤런트가 된 뒤 21살 때 브래지어를 처음 구입했으니 지금 후배들은 이해 못하고 웃을 일이었다. 4남4녀 중 내가 여섯째인데 8남매를 키운 어머니가 워낙 보수적이고 엄격하셔서 처녀가 브래지어를 하는 것을 이해 못하셨다.


부군과는 어떻게 만나 결혼했나?

탤런트 동기생이다. 간혹 내 곁에 다가와서 툭 치고 지나가곤 해서 이상한 사람이라는 생각도 했지만 싫지가 않았다. 나는 수유동에 살았고 총각 시절 남편은 미아동이 집이라 같은 버스에 탈 때도 있었다. 그런 어느 날 내가 왜 결혼 안하느냐고 묻자, “강부자 씨가 해야 나도 한다”고 말해 그것이 청혼이란 걸 알았다.


신혼생활 초기 얘기를 듣고 싶다.

연애를 4년간 하고 결혼해 10만원짜리 전셋집에서 살림을 시작했다. 탤런트도 1만5천원씩 월급을 받을 때인데 우리는 5개년 계획을 세워 1년 안에 전화 가설, 3년 안에 집 장만, 5년 안에 자가용 사자고 약속했는데 열심히 활동해 계획을 모두 앞당겼다.


두 자녀를 두기까지 가정을 다복하고 화목하게 이끌어왔다고 주변사람들은 말하고 있다. 실제 고민한 일도 없었는지?

부부란 남남이 만나서 사는 건데 모든 일이 한마음이 될 수는 없다. 우리도 이따금 의견이 대립한다. 아이들이 있으면 단둘이 방문을 걸어 잠그고 다투거나 의견을 조율한다. 우리 부부는 연애 때부터 덤덤한 느낌을 주고받았던 때문인지 결혼생활도 덤덤하게 지속해 오히려 크게 동요하거나 시끄러운 일을 겪지 않았다. 아직까지 남편으로부터 사랑한다는 달콤한 말을 듣지 못했다.


아내의 활동이 더 많고 인기나 수입도 비중이 더 큰 것으로 인해 남편의 콤플렉스 같은 것은 없는가?

그런 우려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지만 우린 사정이 다르다. 남편은 성질이 불같은 데가 있어서 내가 오히려 고양이 앞의 쥐처럼 눈치를 살피고 지낸다. 내가 버는 것은 별로 크게 눈에 보이지 않는데 남편이 벌어 오는 돈은 참 소중해 보일 때가 많다.



돈은 얼마쯤을 벌고 싶은지?

많을수록 좋은 것이지만 지금 생각은 먹고 쓰고 약간의 좋은 일을 할 수 있으면 만족하겠다. 너무 많으면 관리하느라 거추장스럽고 신경이 쓰일 것이니까.


연기생활은 언제까지 생각하고 있는지?

욕심 같아서는 환갑줄까지 하고 싶지만 나를 필요로 하는 방송국에서 결정할 문제다. 희망사항이지만 대사를 암기할 능력이 있는 날까지 드라마 출연을 계속했으면 좋겠다.



강부자는 회갑을 저만치 넘어 선 지금도 정정한 연기자로 남아 있다. 그녀의 희망대로 대사를 암기할 수 있는 날까지 연기활동이 중단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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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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