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으로 커버린 '간난이'의 영구, 김수용
햄릿으로 커버린 '간난이'의 영구, 김수용
  • 정중헌
  • 승인 2007.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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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배우 김수용을 만나다 / 정중헌



[인터뷰365 정중헌] 중장년 시청자들은 80년대 인기를 모았던 <간난이>란 드라마를 기억할 것이다. 간난이 동생 영구로 사랑받던 아역배우 김수용이 요즘 뮤지컬계의 파워플한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1일에 유니버설아트센트에서 1차 공연을 끝낸 (내년 2월 2차 앵콜공연이 열린다.) 뮤지컬 <햄릿>에서 타이틀을 맡았던 김수용은 열정적인 연기와 춤, 가슴으로 뿜어내는 가창력으로 개성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 그가 출연하는 날에는 평일에도 객석이 만원을 이루며 열광적인 팬들은 카리스마 넘치는 그의 매력에 아낌없는 박수가 터져 나왔었다. 공연을 본 후 무대 밖에서 그를 만났다.



김수용을 위한 뮤지컬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적역이었던데.

과찬이십니다. 열렬한 성원을 보내는 팬들이 고마울 따름이죠.


너무 말라 보이는 것이 흠이던데 다이어트하는 건 아니지요?

솔직히 살찔 틈이 없었어요. 1년 내내 연습하고 공연하는 강행군을 했거든요. <햄릿>도 <헤어화>를 공연하면서 연습했어요. 공연 끝나면 살찌도록 노력할 겁니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인 <햄릿>을 뮤지컬로 만들었다는 발상 자체가 신선했습니다. 한편으론 원작을 훼손시키는 게 아닐까 우려도 했는데 오히려 희곡이나 연극보다 햄릿을 이해하기 쉽게 잘 만들었어요. 노래도 좋았고 스피드도 있어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무겁고 느리고 우유부단한 햄릿이 아니라 달리는 햄릿, 노래하는 햄릿이라고나 할까.
희곡 <햄릿>을 뮤지컬로 바꾼 힘은 음악이라고 봅니다. 가사를 쓰고 작곡을 한 체코의 야넥 레데츠키는 인기있는 싱어송라이터인데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뮤지컬로 작곡해 보라는 친구의 권유로 뮤지컬에 첫 도전을 했다고 합니다. 고전 작품인 만큼 클래식 음악일거라는 기대를 깨고 록(rock)음악을 썼어요. 운명을 건 심각한 주제에 빠른 템포의 록은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햄릿의 성격을 더 생생하게 살려냈다는 평을 받았어요. 역발상이 성공요인이죠.



뮤지컬 <햄릿>은 체코에서 만들어져 초연된 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영어 버전으로 공연돼 성공을 거둔 작품이죠. 그 판권을 국내 기획사가 사서 한국어로 제작한 라이센스 뮤지컬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생소한 체코의 음악이 우리 관객들의 정서에 맞을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햄릿>이 씌어진지 400년이나 지나 영국이 아닌 체코에서, 록음악에 실린 노래들을 우리말로 공연한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구요.
텍스트에 구애받지 않고 중요 장면을 음악으로 풀어나가 이미지가 선명하고 방향성도 뚜렷해 관객의 이해가 한층 쉬었다고 생각해요. 가사와 노래가 원작의 이미지를 무리 없이 살려내 브로드웨이에 진출할 수 있었고 한국에서도 관객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봅니다.


일부 관객들은 음악이 좀 진부하다는 얘기도 하던데 전 그렇게 느끼지 않았어요. 오히려 외국 뮤지컬인데도 이질감이 들지 않고 매끄럽게 전달되더군요.

연출하신 왕용범 선생님이 한국인 정서에 맞게 윤색을 해주었고 음악도 이성준 감독이 열정을 다해 다듬어 주셨어요. 뮤지컬의 어려움이 가사 전달인데 이번에는 ‘들리는 뮤지컬’을 하자고 합심한 것도 큰 몫을 했다고 봐요. 음악 없는 햄릿은 상상이 안가도록 해보자는 마음으로 노래에 신경을 썼어요.


노래 잘하는 배우들이 많던데 수용씨의 가창력이 걸출하더군요. 특히 고음 처리가 뛰어나던데?
모든 노래가 좋지만 부르기 힘든 노래도 있었어요. 아버지 죽음 앞에서 미친 듯 뛰어 다니며 노래하는 ‘와이 미’는 호흡이 가빠져서 소화해 내기가 무척 힘들었어요. 이번 뮤지컬에서 이중창이 특히 아름답다는 평을 듣고 있어요. 햄릿과 오필리어, 오필리어와 레어티스가 부르는 이중창은 두 개의 아리아를 절묘하게 조화시켜 놓았어요. 록 뮤지컬이기는 하지만 격렬한 음악만 있는 게 아니라 관객들이 흐름을 놓치지 않게, 배우도 호흡을 고를 수 있도록 장치를 해놓았어요.


방송으로 연기하던 배우가 뮤지컬에 뛰어들기가 쉽지 않을 텐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요.
군 생활 마치고 대학(동국대 연극영화과)에 들어가 뮤지컬 <더 플레이>를 보고 뮤지컬에 반했어요. 무대에서 열연하는 서지영 임충길 유준상 노현희 등 선배들의 연기가 황홀했어요. 그때 뮤지컬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뮤지컬은 춤, 노래, 연기 실력을 고루 갖춘 배우만이 도전할 수 있는 장르잖아요. 그래서 춤과 노래를 배우고 혼자서도 매일 연습했어요.



첫 도전이 <풋루스>로 기억되는데.
맞습니다. 2002년 <풋루스>로 데뷔했어요. 이후 <렌트>, <뱃보이>, <헤드윅>에 이어 치근에는 허준호 선배님과 함께 <헤어화>에 출연했어요.


<뱃보이>로 한국뮤지컬 대상에서 신인상을 받았지요. 그런데 성정체성이 불분명하거나 이색적인 캐릭터를 주로 했는데 이번에야 남자다운 역할을 처음 맡은 게 아닌가 생각되네요.
그렇습니다. <렌트>에서는 에이즈 한자, <뱃보이>에서는 박쥐소년, <헤드윅>에서는 트렌스젠더 역을 했어요. 햄릿 역은 오랜만에 맡은 남성이고 사람다운 역이에요.


드라마와 영화에도 출연했는데 요즘 방송 활동은 뜸하던데?

드라마에 출연하면 많이 알려지기는 하지요. 하지만 저의 모든 정열을 불태울 수 있는 무대가 계속 주어지다 보니 무대에서 살 수 밖에 없어요. 배우이기 때문에 연기하는 것이 좋고 보람도 느낍니다. 그렇지만 어설프게 방송이나 영화에 출연하고 싶지 않아요. 그건 무대에 대한 예의가 아닐뿐더러 연기자의 자세도 아니라고 봐요. 무대든 영화든 방송이든 똑 떨어지는 연기를 할 수 있도록 꾸준히 배우고 연습하는 자세로 나아가려고 합니다. <헤어화>에서 허준호 선배님의 연기지도가 큰 도움이 되었어요.


지금은 뮤지컬 스타이지만 아역 배우로 기억하는 분들도 있을 텐데 그럴 때는 어떻게 하나요.
간혹 어르신들이 알아보고 많이 컸구나 해요. 저를 기억해주니 고맙지요. 이제 그분들께 아역 배우 출신으로 연기 잘하는 배우의 모습을 보여 드려야죠. 잠깐의 인기보다는 50~60대까지 초심을 잃지 않는 배우다운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팬들이 많지요.

네 팬카페도 있고 제 공연을 매번 보러오는 열성팬도 많아요. 그분들이 늘 고맙지요. 감사하는 마음을 좋은 연기와 성숙한 모습으로 보여드리려고 늘 조력하고 있어요. 뮤지컬 <햄릿>같은 좋은 작품을 만나 반사이익까지 얻었으니 더욱 감사하죠.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노 기자가 본 김수용은 요즘 시대에 이런 젊은이가 있나 싶을 정도로 예의 바르고 겸손했고 또 구김살 없이 밝았다. 술 담배를 전혀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인기란 오를 때도 있지만 내릴 때도 있다는 것을 알고 처신하는 것이 여간 기특하지 않았다. 틈이 나면 피아노도 연주하고 드럼도 치고 작곡도 하고 만화도 그린다는 이 청년을 ‘바른생활 사나이’로 표현하는 것은 왠지 옹색하다. 그보다는 ‘자세를 갖춘 연기자’ ‘실력으로 승부하려는 노력파’라는 것이 어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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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헌

인터뷰 365 기획자문위원. 조선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을 지냈으며「한국방송비평회」회장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회장, 서울예술대학 부총장을 지냈다. 현재 한국생활연극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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