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샌델에게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묻다
마이클 샌델에게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묻다
  • 김다인
  • 승인 2012.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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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돈으로 팔고사는 ‘시장사회’는 삶의 질, 관계의 질을 떨어뜨린다”


【인터뷰365 김다인】지난 2010년 우리나라에 ‘정의 돌풍’을 일으켰던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크 센델(59) 교수가 한국에 왔다. 신간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의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한국에 온 센델 교수는 6월 1일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번에는 그의 시장경제 철학을 밝혔다.
마이클 센델 교수는 학자로서의 이력이 화려하다.
27세에 최연소 하바드대학교 교수가 됐고 29세에 자유주의 이론의 대가인 존 롤스의 정의론을 비판한 <자유주의와 정의의 한계>(1982)를 발표에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1980년부터 30여년간 하바드대학교에서 정치철학을 가르치고 있는 그의 강의는 유튜브로도 세계적으로 소개되는 등 명강의로 이름나있다.
이번에 국내 출간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은 2012년부터 하바드에서 강의해온‘Markets&Morals’의 내용을 묶은 것이다.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해 팔고 사는 사회, 시장의 도덕적 한계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온 그의 고민과 학문적 접근이 담겨져 있다.
여기 소개되는 센델 교수와의 일문일답은 1일 오전 11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마이클 센델 교수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기에 앞서 간단하게 자신의 시장경제 철학을 밝혔다.
그는 우선 한국 독자들이 자신의 책 <정의란 무엇인가>를 애독해준 데 대해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어서 이번 신간은 성공적인 민주주의 사회가 한번씩은 해야 하는 질문-좋은 사회에서 돈과 마켓의 역할은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주제임을 밝혔다.
그는 먼저 지난 30여년 동안 계속돼온 시장경제가 이제 시장사회로 바뀌어가고 있다고 정의했다. 시장경제는 경제활동을 조직하고 정의하는 도구로, 전세계 많은 사회에 부와 번영을 가져왔다. 반면 시장사회는 모든 것이 거래 대상이 된 사회를 말한다. 돈이나 시장가치가 모든 것을 정의하는 사회인 것이다.
돈으로, 과연 어디까지 사고 팔 수 있게 될 것인가. 부자 부모가 자식의 유명대학 입학허가서를 사는 것, 양질의 의료 혜택을 사는 것, 정치적 영향력이나 공직을 사는 것이 합당한가. 교육이나 의료, 시민의 생활 등 삶의 영역은 돈이나 시장가치보다 중요하고 보호해야 할 영역이다. 이처럼 보호받아야 할 것들이 시장사회로 들어서면서 훼손되고 있지 않은가.
세계에서 경제성과를 이룩한 나라들은 이제 이러한 질문을 던지고 함께 고민해야 할 때다. 해결책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러기 때문에 더욱 우리 사회에서 돈과 시장가치의 적절한 역할에 대해 공적인 토론이 필요한 것이다. 이번에 낸 책도, 또 한국에 온 것도 이같은 공적인 토론의 장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다음은 기자간담회에서의 일문일답.

우리나라에서는 기여입학제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진행중이고 반값 등록금도 큰 잇다. 이에 대한 당신의 의견을 듣고 싶다.
오늘 많은 젊은이들이 모인 자리에서(1일 저녁 센델 교수는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공개강연을 했다) 이 문제가 토론될 것이다. 기여입학제는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공존한다는 점이 딜레마이다. 찬성하는 측은 부모가 자신의 아이를 유수한 대학교에 입학시키는 조건으로 일정액을 학교에 투자함으로써 학교 재단, 나아가 재학생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이때 제기되는 문제는 공동선을 위해 들어오는 이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이다.
반대하는 측은 공공성을 우선 든다. 성적은 우수하지만 불우한 학생에게는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또 대학이라는 존재의 진실성이나 미션 자체가 훼손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있다. 돈의 역할로 인해 원래 대학의 목적이 손상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해법이 간단하지도 쉽지도 않다.
일각에서는 비싼 등록금에 대한 대안으로 기여입학제가 제시되기도 한다. 대학 등록금이 비싼 것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대학생들이 같은 이유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내 생각에는 비싼 대학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여입학제를 허용하기보다는 보다 좋은 제도를 찾아내야 한다.

당신은 도덕철학적으로 어떤 입장인가. 책을 통해 봤지만 입장을 잘 모르겠다. 공익이나 공동선을 어떤 뜻으로 사용하는지 묻고 싶다.
공동선, 공익은 민주주의 사회의 최고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동선이란 일반적, 추상적인 정의라서 여기에 살을 붙이기란 어렵다. 사회마다 공동선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는 다르다. 다만 민주주의가 잘 번영하고 있는지에 대한 측정기준은 공동선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에 대한 공적인 토론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많은 경우에 정치적 논쟁은 권력 다툼, 이익단체들의 자기 이익 중심으로 흘러가는 경향이 있다. 정치에서 돈의 역할이 중요시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자기 이익 위주의 정치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요구하는 바람직한 공동선에 대한 토론은 자기 이익을 위한 정치논쟁이 아니라 참된 공동선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경제가 민주주의정치를 우리 사회에서 밀어내고 있다. 경제는 중요하다. 하지만 경제가 우리 삶의 전부는 아니다.

당신의 말을 한국 경제인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 한국에서도 당신의 책으로 말미암아 ‘공동경쟁’이 큰 화두가 됐다. 대기업이 중소기업 영역을 침범하지 못하게 하거나, 대형마트 시간을 제어하는 등. 여기엔 찬성과 반대 의견이 공존한다. 대중을 위한 포퓰리즘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미국에서도 1920, 30년대에 비슷한 논쟁이 있었다. 중소기업 및 지역의 작은 상권 보호 등 최근 한국에서 일고 있는 움직임에 대해 나도 들은 바 있다. 이런 논쟁에 있어 소형 점포 보호에 대한 반대세력의 논리는 대형마트가 있어 저가로 상품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일 소비자들에게 최저가 물건을 공급하는 것이 유일한 가치라면 이들의 주장이 맞다. 하지만 이는 유일한 가치가 아니다. 중소기업이나 소규모 점포의 번영이 저가 공급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다. 외국인으로서 한국의 정책을 제시하는 것은 어려우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동발전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예전에 시민토론에 대해 말하는 자리에서, 시민에 속하지 않는 이민자 등에 대해 질문했을 때, 시민의 영역을 확장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불법 이민자들을 모두 시민으로 포섭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포섭한다고 해도 수용에 한계가 있다. 제도의 바깥에 있는 사람들을 토론의 영역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궁금하다.
이 질문에는 두 가지 이슈가 있다. 하나는 이민정책에 관련된 것이다. 이민자들에게 어떤 조건 하에서 그 나라의 시민이 되게 할 것인가이다. 어떤 국가도 이민자들에게 쉽게 문호개방을 하지 않는다. 이민자들 스스로 시민 될 길을 찾아야 한다.
또 하나의 이슈는 국가의 기존 시민들이 이민자들을 어떻게 대우해야 공정한 대우를 한다고 간주할 것인가이다. 이민자들의 고용, 교육, 의료 혜택 등에 관한 논의는 이민자 대우에 관한 것으로 언제 이들에게 투표권, 참정권을 줄 것인가와는 별개의 문제다. 하지만 공정한 이민정책을 수립하고자 할 때 투표권이 없는 이민자들은 이를 행사하는 시민들에 비해 취약할 수밖에 없다.


평소 기자간담회와는 달리 이날 간담회에는 기자들의 질문들이 줄을 이었다.

전작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정의’의 정의가 나와있지 않다. 스스로 옳고 그름에 대해 고민하도록 유도하는 것 같다. 책을 읽고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정의는 꼭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당신의 의도이기도 했는지 궁금하다.
정의라든가 시장경제에 대한 나의 견해가 책의 곳곳에 드러나기도 하지만 나의 궁극적인 목적은 독자에게 하나의 정답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어려운 고민들에 대해 좀더 깊이 고민하게 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번 책에서 의도하는 것은 돈과 시장가치의 적절한 관계에 대해 공적 토론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고민들이 좋은 사회를 만드는 것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혼자 할 것이 아니라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적인 자리에서 같이 고민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목표이다. 나는 좀더 나은 사회를 위해 사람들이 어렵고 힘든 딜레마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것을 믿는다.

한국에서는 교육이 가장 실패한 영역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특히 사교육이 문제다. 양질의 교육과 돈의 관계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당신이 유튜브에 여러 강의를 올려놓은 것으로 봤을 때 그런 화두에 의견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우리 모두가 노력하고 바라는 것은 오늘보다 내일이 교육접근권이 저렴하게 이뤄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는 정부와 대학의 공동 책임이다. 불우한 학생들을 위해 재정지원 확보와 더불어 중요한 것이 신기술이다. 하바드대학교에서는 정의에 대한 강좌를 무료로 개방해서 누구나 온라인을 통해 들을 수 있게 했다. 이것은 첫 걸음이다. 작은 시도지만 다른 대학교들도 공조하기를 바란다. 무료 강의는 내 신념의 표현이다. 고등교육은 사유재산이 아닌 공공재가 되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시간은 좋은 예다. 나는 여기에 두 가지를 추가하고 싶다. 가족과의 관계와 사랑, 그리고 우정이다. 이 두 가지는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다.

당신의 책은 항상 토론을 하자, 고민을 하자라는 전제 하에 진행되는데, 토론 자체가 실질적으로 어떤 효용을 가져올 수 있다고 보는가.
토론이나 논의가 합의에 이르지 않는다 해도 민주주의를 더욱 건강하게 만든다. 어려운 질문들을 공적 토론을 통해 함으로써 다른 의견을 경청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다른 의견을 듣고 내 의견을 펼치는 자체가 우리에게 중요한 것을 가르친다. 이견을 받아들이고 수용함으로써 민주주의가 건강하게 되고 이는 이익추구 위주의 정치보다 훨씬 좋은 것이다.

책에서 시장경제를 수단으로 여기는 사회와 그것을 내면화하는 사회에 대해 말했는데, 개인이 시장주의적 방식에서 벗어날 수 있는 노력도 매우 중요한 것 같다. 당신의 의견을 듣고 싶다.
우리 사회는 시장중심적 사고를 일상생활에서도 흡수하고 있다. 시장가치를 내면화하는 경향은 삶의 질, 맺어온 관계들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을 존중의 대상이 아닌 사물로 인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경향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우선 시장중심의 사고들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만연돼 있는지를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이번 책의 목적 중 하나는 시장가치를 내면화하는 경향에 주목하는 것이 문제 인식의 첫단계라는 것을 일깨우는 것이다.


마이클 센델 교수는 이날 기자간담회에 이어 연세대에서 1만4000명이 모인 가운데 공개강연을 했다.
센델 교수는 이날 저녁 연세대학교 노천강당에서 많은 젊은이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간담회에서 미처 다하지 못한 자신의 정치 경제철학을 펼쳤다. 이날 1만4000석 규모의 노천극장에는 강연 시작 한 시간 전부터 사람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지난달 선착순으로 배포된 무료 강연티켓(1만2000장)은 3일 만에 동이 났다. 두 시간가량 진행된 이날 강연의 주제는 책 제목과 같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었다.
샌델 교수는 먼저 이번 무료강연 티켓이 인터넷상에서 암표로 거래됐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참석자들에게 레이디 가가의 콘서트 티켓을 암거래로 사는 게 적절한지를 물었다. 이에 한 사람이 “표를 자유롭게 팔 결정권이 있다”고 하자 그는 “중국 베이징 외곽에서는 환자들 사이에 의료예약권이 암거래 된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되물었다. 이 질문에 대해 참석자들은 논쟁을 벌였다.
이어서 취약계층 학생들에게 학습 동기 부여를 위해 현금을 주는 제도에 대해 토론이 벌어졌고 센델 교수는 “현금적 보상이나 인센티브를로 인해 재화의 가치가 변질되기도 한다”며 “돈이 어떠한 영역에서 공공재에 도움이 되고, 어떠한 영역에서 중요한 가치를 밀어내는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징병제 논의에서는 센델 교수는 가수 비가 자기가 버는 연봉의 절반을 정부에 헌납하고 그 대신 군복무를 면제받을 수 있다고 하면 어떨까 하는 질문을 던졌다. 참석자들의 논쟁이 이어졌고, 센델 교수는 두 가지로 논쟁의 핵심을 정리했다. 하나는 공공의 이익은 금전적인 기준으로만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시민으로서의 정체성, 의무는 시장논리에 의해 좌우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사회가 돈으로 인한 혜택을 받는다 해도 비가 군대에 가는 것보다 국가에 득이 되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군복무는 비시장적 가치”라며 “비시장적인 가치인 의무를 잃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샌델 교수는 이날 강연을 “모든 것을 돈으로 사고팔면 함께 사는 법을 잊어버릴 수 있다”고 경고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김다인

영화평론가. 인쇄매체의 전성기이던 8,90년대에 영화전문지 스크린과 프리미어 편집장을 지냈으며, 굿데이신문 엔터테인먼트부장, 사회부장, LA특파원을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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