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브랜드 루이까또즈의 새 주인 전용준 사장
글로벌 브랜드 루이까또즈의 새 주인 전용준 사장
  • 김세원
  • 승인 2009.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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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왕의 영화에 한국인의 감성을 입히다 / 김세원



[인터뷰365 김세원] 독일의 MCM, 이탈리아의 휠라 등과 함께 국내 토종기업이 글로벌 패션브랜드를 인수한 성공사례로 꼽히는 루이까또즈. 태양왕 루이14세의 영화를 현대에 재현하겠다는 원대한 비전 아래 프랑스 파리 방돔광장에서 탄생한 루이까또즈는 지난 2006년 말 한국기업에 인수된 뒤 이국적인 감성에 한국의 손기술과 동양적인 문화를 접목해 국내시장은 물론 세계 시장을 향해 괄목할 만한 성장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창립 28주년을 맞은 루이까또즈의 새 아버지, 태진인터내셔널의 전용준 사장을 만나보았다.


“명품은 불황을 타지 않는다고들 합니다. 실제로 1929년 시작된 세계공황 때는 도박과 사치산업에 돈이 몰렸었습니다. 지난 10월에는 엔고(高) 덕분에 일본인 관광객들이 대폭 늘어나면서 백화점들의 명품 매출이 많이 늘어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일시적인 현상입니다. 루이뷔통처럼 직영 매장 숫자를 줄이거나 신규 매장 오픈 계획을 취소하는 글로벌 명품 브랜드 가 많습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세계적인 경기불황은 97~98년 우리가 겪었던 아시아 금융위기와도 다를 뿐 아니라 전례가 없어서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아직 뭐라고 단언하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프랑스 태생의 패션브랜드 ‘루이까또즈’를 소유하고 있는 태진인터내셔널 전용준 사장은 지금이야말로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신중한 경영을 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한다.

서울 신설동에 있는 태진인터내셔널 본사 1층 현관에 들어서면 초콜릿으로 만든 거대한 루이까또즈 핸드백이 방문객을 맞는다. 현관을 지나면 지난 5월 직원들을 위해 전 사장이 마련한 북카페가 있다. 소설류, 경제경영서에서 자기개발서, 인문학 관련 서적까지 1천 권이 넘는 책이 벽을 메운 책장에 가지런히 꽂혀 있고 한 켠에는 피아노와 에스프레소 커피 머신이 보인다. 루이까또즈의 심벌이기도 한 장미 문양이 천장과 바닥 마루에 흩어져 있는 이 카페의 오픈 파티 때 전 사장은 ‘플라잉 투 더 문’이라는 재즈명곡을 열창, 비장의 노래 실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루이까또즈는 11월 현재 강남 청담동에 있는 플래그쉽스토어를 포함해 전 세계에 75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2006년 말 본사로부터 100% 경영권을 인수한 뒤 명품 가죽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아시아 시장의 경우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일본, 홍콩, 싱가포르에서 진행 중이던 라이센스 사업을 직영체제로 전환했다.


루이까또즈는 지난 1980년 프랑스 장인 가문의 후예인 폴 바랏이 프랑스의 황금기를 구가했던 태양왕 루이14세를 기리기 위해 런칭한 종합 패션브랜드다. 파리의 패션중심지인 방돔광장에 있는 폴 바랏의 부티크에서 루이 14세 시대의 궁정 라이프 스타일에 현대적인 세련미를 가미한 가죽제품으로 탄생했다. 이후 영국의 사업가 조지 월싱턴을 영입하면서 본격적으로 세계시장에 알려지게 된다. 1984년 악어가죽에 다이아몬드를 붙여 제작된 루이까또즈 핸드백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핸드백으로 2006년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74186달러짜리 이 핸드백은 현재 일본의 한 기업인이 소장하고 있다. 루이 14세 시대의 프랑스 궁정문화와 예술을 현대적 감각에 맞게 재창출하겠다는 컨셉에 따라 로고도 루이 14세의 프랑스어 표기인 Louis Quatorze의 이니셜 L과 Q를 루이 14세때 건립된 베르사이유 궁전 정원의 장미꽃에 결합시켜 형상화했다.



연세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미 위스콘신대 MBA를 취득한 뒤 삼성물산에서 근무했던 전사장은 1990년 태진인터내셔널을 설립하고 루이까또즈 브랜드 한국 라이센스를 획득하면서 루이까또즈와 인연을 맺었다. 십여 년 동안 브랜드를 전개하면서 태진인터내셔널이 한국에서 펼친 각종 영업활동이 해외 다른 지역 지사는 물론 본사의 매출을 능가할 정도로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자 브랜드 창업주 쪽에서 먼저 브랜드를 넘기겠다는 제의를 해왔다. 마침내 2006년 말 태진인터내셔널이 프랑스 본사의 경영권을 전격 인수하면서 한국인이 루이까또즈의 새 주인이 되었다. 신의를 중시하는 전사장은 회사를 인수한 뒤 창립자 조지 월싱턴씨의 아들 필립 월싱턴씨를 직원으로 채용했다. 필립은 영국 이튼스쿨을 졸업하고 앤드류 왕세자와 에든버러대 동문인 엘리트로 현재 태진인터내셔널 해외 영업부에서 근무하고 있다.

태진은 영국 런던에 디자인 스튜디오를 연데 이어 올해에는 프랑스 파리 마레 지구에 고풍스런 호텔을 개조해 파리지사를 열었다. 김유진 마케팅 팀장은 “제품 디자인은 세계적인 패션 트렌드의 중심지인 런던과 파리에서 담당하고 가죽 원단은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들여와 손기술이 뛰어난 한국의 장인들이 제품을 생산하는 구조가 타 브랜드와 차별화된 루이까또즈의 강점”이라고 귀띔한다.

풍요의 상징인 와인컬러를 바탕으로 한 ‘보르도 라인’,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르와르 라인’, ‘알자스 라인’ 등 루이까또즈의 모든 제품 라인은 프랑스의 지역별 특성에서 영감을 얻어 기획된다. 이같은 노력으로 경영권을 인수한 뒤 오히려 루이까또즈가 프랑스 브랜드라고 인식하고 있는 한국 소비자의 비율이 10%에서 59%로 6배 가까이 높아졌다.


루이까또즈의 성공비결은 다양한 마케팅 활동과 철저한 고객 관리를 통한 브랜드 강화 전략에 있다. 이미 2004년 파리에서 활동 중인 오트쿠튀르(고급맞춤복) 디자이너 지해가 서울 신라호텔에서 귀국 패션쇼를 열었을 때 이를 후원해 브랜드를 알렸으며 삼성전자와 전략적 제휴를 맺어 노트북 가방을 제작하고 모토롤라 휴대폰 케이스를 개발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프랑스 푸조자동차와 전략적 제휴를 맺어 푸조 207 모델에서 영감을 얻은 푸조라인 가방을 제작한데 이어 지난 8월에는 루이까또즈가 자동차 실내 디자인을 담당한 루이까또즈 푸조 자동차를 500대 한정판으로 출시하기도 했다. 제과업체인 파리크라상과 공동으로 루이까또즈 로고가 새겨진 루이스타일 케이크를 개발하는가 하면 지난 10월에는 삼성전자의 최신형 노트북 X360의 노트북 가방을 제작했으며 루이까또즈 플라워숍을 런칭해 경쟁 명품 브랜드 매장에 플라워디자인을 납품하는 등 그야말로 전방위적 브랜드 확장전략을 펼쳐왔다.




“브랜드가 성장하려면 생명력이 있어야 합니다. 브랜드가 생명력을 가지려면 기본적으로 제품의 품질과 디자인이 좋아야 하는 것은 물론 고객들이 구매할 때 문화적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스토리가 있어야 합니다. 브랜드 스토리텔링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전 사장의 말대로 루이까또즈의 광고에는 일정한 스토리가 있다. 프랑스의 젊은 커플인 루이와 마리를 주인공으로 매 시즌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다양한 컨셉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루이가 자신의 할머니의 대저택으로 마리를 초대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배경으로 한 ‘가든’시리즈, 마리의 친구인 카트린느가 루이를 유혹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주제로 한 ‘팜므 파탈’, 마리가 꿈속에서 루이14세의 베르사이유 궁전의 방문하는 이야기를 그린 ‘백일몽(Day Dream)’ 등이 그것이다.


루이카토즈는 한 달에 한 번 지역별로 30~50명씩 고객들을 초대해 영화감상회, 와인스쿨, 프랑스 제과학교인 르코르동블루에서 초콜릿케이크 만들기, 네일아트 체험, 초상화그려주기 등 다양한 서비스 행사를 꾸준히 벌이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경기도 고양의 아람누리에서 열린 모딜리아니전을 후원할 때는 모딜리아니 스카프를, 프랑스의 성악가 엘리자베스 비달 콘서트를 후원하면서 비달에게 헌정하는 ‘비달 핸드백’ 30개를, 이번에 퐁피두특별전을 후원하면서 ‘퐁피두백’을 각각 한정제작하기도 했다.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케이트 스페이드라는 미국의 핸드백 브랜드를 들여와 내년초 런칭할 겁니다. 루이까또즈가 프랑스의 귀족풍 브랜드라면 케이트 스페이드는 현대적이고 세련된 뉴요커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용준 사장은 “브랜드의 전통적인 기본 스타일에 현대적인 미를 살려 소비자들의 변화하는 취향에 맞춰 발 빠르게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 성장의 원동력”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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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원

동아일보 기사, 파리특파원, 고려대학교 정보통신대학원 초빙교수 역임, 현 카톡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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