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계의 ‘코믹지존’ 꿈꾸는 배우 정준호
한국영화계의 ‘코믹지존’ 꿈꾸는 배우 정준호
  • 이승우
  • 승인 2009.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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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맥 넓은 건 사람 좋아하는 촌놈이라서” / 이승우




[인터뷰365 이승우] 정준호는 항상 바쁘다. 동료배우 신현준의 표현대로라면 “선천적으로 돌아다니길 좋아하는 사람”에 속한다. 그래서일까. 정준호를 정의하는 몇 가지 단어에는 항상 ‘인맥’과 ‘의리’가 공존한다.

아무리 피곤해도 아침 7시면 어김없이 헬스클럽으로 직행한다는 데뷔 14년 차 배우 정준호는 쉬는 시간을 줄여 사람을 만나고, 또 그 관계를 꾸준히 이어 나가기로 유명하다.

배우라는 축복받은 직업을 가진 만큼, 자신을 불러주는 곳이 있다면 언제나 행복할 거라는 그는 이번 개봉 영화 ‘유감스러운 도시’로 제작자로서의 성공 기로에 섰다.

코미디 연기에 이어 코미디영화 제작까지, 한국영화계 ‘코믹지존’의 꿈을 향해 나가고 있는 정준호는 영화 작업 할 때 몸이 편해 오히려 체중이 는다며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었다.



하루에 4개국을 돌아다닐 정도로 바쁜 일정을 소화한다고 들었다.

바쁠 때는 그렇다. 어떨 땐 그런 걸 즐긴다. 하지만 늘 바쁜 건 아니니까.(웃음) 주변에 아는 분들이 자제분들 결혼식 사회를 봐달라거나 참석해 달라는 부탁을 많이 한다. 또 여러 행사에 초청되기도 하고. 가깝게 친한 분들은 정말 거절할 수가 없더라.


원래 거절 하는 성격이 아닌 것 같은데.

정말 안되는 건 할 수 없지만 오래 전에 약속 한 건 지키려고 한다. 3개월이나 6개월 전에 양해를 구하고 부탁하는 건데 어떻게 안 하나. 얼마 전에는 일본에서 1시에 결혼식이 있었는데, 그날 저녁 비행기로 홍콩에서 열린 아시안 영상 펀드 모집하는 파티에 참석하기도 했다. 거기 호스트가 아는 사람인데, 각국의 배우들을 초청하는데 한국 대표 배우로 참석 해달라고 갑자기 전화가 온 거다. 마침 일본에 있었던 터라 못 간다고 했더니 전용기까지 보내준다고 사정하길래 가게 됐다.


그동안 쌓인 항공 마일리지도 장난이 아니겠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날 서울에서 정말 중요한 일이 있었다. 그래서 아침에 일본 가서 결혼식 끝나고 하네다에서 김포공항 왔다가 여의도에서 일 보고 다시 인천공항에서 홍콩 가고, 그랬다.


워커홀릭인가.

그런 거 같다. 정말 불가능한 스케줄인데 '이걸 가능하게 만들어봐?' 그런 생각을 자주하니까.(웃음)



이번 영화 ‘유감스러운 도시’를 홍보하면서 그동안 기자들한테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뭔가.

한국영화계에서 나름 성공한 코미디 영화로 불리는 ‘두사부일체’에 출연한 두사부 군단이 모두 모여서 전혀 다른 내용을 가지고 뭉친 거니까. 2년 만에, 그것도 설날이라는 특수를 겨냥해 과연 관객들에게 먹힐 것으로 보는지를 다들 물어보신다. 범죄 액션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좀 더 신선한 영화를 만들었다는 면에서 주목을 해주시는 것 같다.


영화의 제작자로도 참여했는데, 주변 반응은 어떤 것 같나.

7,80퍼센트는 이 정도 비주얼이면 블록버스터급 영화에 뒤지지 않을 거라고 좋은 말들을 많이 해줬다. 느와르면서 드라마가 탄탄하고, 거기에다 어색하지 않은 코미디를 첨가했다는 점을 많이 주목해서 봐주시더라. ‘두사부일체’나 ‘가문의 영광’에서 보여진 코미디의 단순한 웃음을 반복하지 않은 걸 높게 평가 받았다. 사실 ‘유감스러운 도시’는 2년 정도 기획을 했다. 배급사인 CJ가 빨리 제작해달라고 의뢰를 했음에도 2년 정도 심사숙고해서 만든 작품이다. 나름대로 신무기를 개발해 놓고 그동안 묵혀둔 거랄까.(웃음) 그렇게 기다린 그만큼 공을 많이 들이기도 했고.


이제 본격적인 제작자로 나서는 건가.

주머니 엔터테인먼트가 아무래도 내 회사다 보니까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 초창기부터 공동제작시스템으로 운영 됐다. 제작은 이번이 세 번째지만 나뿐만 아니라 많은 배우들이 참여를 할 때 단순한 배우가 아닌 일종의 인센티브제로 계약했다. 제작비 단가를 낮추고, 잘되면 모두 나눠 갖자고 의기투합했다. 회사 입장에서는 한국영화의 전성기를 이끌어온 코미디라는 장르를 통해서 “코미디 영화도 평점이 높을 수 있다”를 다시 한번 실험을 해본 셈이다. 2009년 첫 작품인 만큼 ‘유감스러운 도시’가 한국영화의 부활을 이끌었으면 한다.


‘유감스러운 도시’ 제작 보고회 전날 특별한 꿈을 꿨다고 들었다.

‘투사부일체’때는 산에 불이 나서 온통 빨간 불밭인데 도망가다 똥통에 빠지는 꿈을 꾸고 대박 났었다. 불 꿈이 좋다잖나.(웃음) ‘유감스러운 도시’는 자려고 누웠는데, 자세히 보니 거기가 똥밭인 거다. 꿈속에서 잠을 깼는데, 어머님이 화장실에서 큰일을 보고 계시고.(웃음) 그러다 밖으로 나와서 하늘을 봤는데 별이 일곱 개가 떠있었다. 좋은 징조였으면 좋겠다.


평소 인맥이 넓어 정계 진출을 목적으로 두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많이 받는다.

오죽하면 동료 배우들이 나를 ‘정의원’이라고 부르겠나.(웃음) 하지만 단 한번도 정치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행동한 적은 없다. 여기저기 많은 인맥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내가 촌놈이다 보니 사람들을 워낙 좋아하기 때문이다. 무슨 목적이 있다기보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다. 그런 관계를 통해 내 주변에 누군가 도움을 요청했을 때 힘이 된다면 더 바랄 게 없다. 워낙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항상 남한테 잘해야 한다고 가르친 영향이 컸다. 큰아들에 장손이라 하다못해 밥 먹을 때도 주변에 사람이 많았다. 학교 다닐 때도 반장이나 회장을 많이 해봐서 사람들을 이끄는 역할에 익숙하기도 하고.


나중에라도 생각이 전혀 없는 건가.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볼 일이지만 지금은 할 일이 너무 많다. 일반 배우들하고 사는 방식이 틀린 거라고 봐주셨으면 좋겠다. 연기만 하는 배우들이 있지만 나는 연기도 하고, 사업도 하고 자선활동을 하는 걸 좋아하는 거다. 바쁘게 사는 만큼 하루를 길게 쓰려면 일찍 일어나서 그만큼 부지런해야 하는데 그걸 이해 못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 바쁜 활동을 이어나가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그 일이 바로 나의 행복이기 때문이다. 때론 몸이 힘들어도 나를 불러주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것보다 좋은 게 없다. 내가 조금 덜 쉬면 되는 거 아닌가. 그럴 때 배우로 사는 보람을 느낀다. 정치인은 어딜 가나 손가락질 받지만 배우나 연예인들은 하다못해 반찬이라도 하나 더 주시고 좋아하지 않나. 얼마나 축복받은 직업인지 모른다.




그렇게 사는 게 보람일지는 몰라도 본인의 삶은 고달플 것 같다.

한번도 마음 놓고 술을 먹어 본 적이 없다. 혹시나 실수할까봐. 항상 긴장하고 사는 편이다. 어떨 땐 그렇게 사는 게 불행하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남을 위해 사는데 익숙하다. 장남이다 보니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고 싶어도 나를 지켜보는 가족들이 있는데 이러면 안되지, 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또 그동안 정준호로 살아오면서 쌓아온 게 있으니까 함부로 행동하지 않으려고 하고. 하지만 누구나 한때 놀아 본적이 있지 않나. 운전하다 욕 나오는 상황에는 정말 계두식(영화 ‘두사부일체’에서 정준호가 맡은 극중 인물)처럼 막 달려가 패고 싶을 때도 있다.(웃음) 살아가면서 그런 경우는 비일비재하지만 참는 편이다. 대중의 인기로 부귀와 영광을 누리는 입장에서 그 정도 불편은 감수할 수 있다고 본다.


연예인이기 이전에 한 집안의 장남이면 나이도 있고 하니 결혼 압박도 심하겠다.

올해 안에 하려고 한다.(웃음)


사귀는 사람이 있는 건가.

진짜 2009년 안에 할 거다. 예전에 사귀던 여자 다시 만날까 생각 중이다. 이제 누군가를 만나서 새로 길들이려면 힘들다.(웃음) 연애하면서 새로 알아가는 재미도 있지만 익숙한 관계에서 오는 편안함도 무시 못하는 것 같다.


그렇게 바쁘게 살면서도 연애할 틈이 있었나.

물론이다. 3년 정도 사귄 사람이 있었다. 새로 사귀려면 다소 위험한 게, 언론에서 터져 버리면 순조롭게 진행이 안 된다. 작년에 결혼하려고 했던 게 그런 케이스다. 만난 지 3개월도 안됐을 때였고 만난 게 총 다섯 번이었다. 그러나 결혼 발표가 나니까 양쪽 집안에서 서두르게 된 거다. 여자 쪽에서는 외동딸에 애지중지 키워 유학까지 다녀온 재원인데 결혼 기사가 나니까 빨리 시켜야 되는 입장이고, 난 연예인이니까 알아서 결정하라고 하고. 어차피 할 거 빨리 하자고 했지만 정작 두 사람은 서로를 잘 모르는 상태 아닌가. 결혼을 하려고 마음을 먹고 만나니까 단점이 보이고, 그러다 티격태격한 거다.


그래도 결혼 기사까지 났는데, 접은 걸 보면 아니라고 판단되면 과감히 쳐 내는 스타일인가 보다.

다른 건 몰라도 결혼의 경우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본다. 난 결혼하면 죽어도 같이 살아야 된다. 우리 집안에 그런 케이스도 없거니와 절대 이혼이란 없다. 같이 살던 사람이 남남이 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잖나. 그런 악연을 피하기 위해 설득을 했다. 그렇게 결혼해서 연예인이라고 행복한 척 사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싫었다.


정말 옛 여자친구한테 연락할 마음이 있는 것 같다.

그러려고 마음만 갖고 있다는 거지.(웃음) 구관이 명관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하다못해 데이트를 하더라도 서로를 잘 아니까 군더더기가 필요 없는 그런 관계. 이 나이가 되니까 만날 때 막 신경 쓰이고 하는 게 싫어지더라. 예전 여자친구는 스물두살 때 만났다.


작년에는 파혼 말고도 최진실의 죽음으로 큰 충격을 받았는데...

최진실씨는 천년만년 살 것 같은 대스타였다. 나도 책받침 속에 있는 최진실씨 사진을 보며 동경했던 사람이다. 그랬기에 함께 연기했다는 것 자체가 큰 행복이었다. 꿈에 그리던 배우와 연기를 했으니까. (이 부분에서 정준호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 결국 눈물이 고였다) 최진실 씨의 죽음은 인간이 결코 인기와 부와 명예로 만 살 수 없다는 걸 보여줬다. 물론 행복한 기억도 많았지만 한 품고 간 만큼 우리가 그 숙제를 풀어줘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녀의 갑작스런 죽음을 겪고선 내 인생에 변화가 온 것을 느낀다. 어떻게 보면 마음에 큰 상처라면 상처지만 또 다른 삶을 살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삶이란 것은 책이나 영화 속에서 보여지듯이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구나를 절감하기도 했고. 내가 타인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주저 없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더 확실하게 했다. 나에게 급작스런 죽음이 닥치더라도 나중에 웃을 수 있도록 준비하면서 살아야겠다고. 최고의 배우나 최고의 사업가 아니라 최고로 멋진 인생을 살기 위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자, 어디서든 나를 찾아주는 사람이 많아지도록 더 노력하자고 결심했다.




현재 정준호를 정의하는 세 가지 단어를 꼽는다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단어는 희망. 꿈이 없는 사람은 죽은 사람이나 다름없으니까. 2009년 새해가 됐으니까 모두들 희망을 품고 잘 됐으면 좋겠다. 두 번째는 좀 생뚱맞지만 디자인. 사업을 하다 보니까 뭔가 새로운 걸 찾으러 다니게 된다. 포괄적으로 항상 뭔가 새로운 걸 생각해 내야지 성공할 수 있고, 미래를 디자인해야 된다고 본다. 마지막은 행복이다.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세상이 불행하니까. 내가 행복해야 남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으니까. 아침에 일어나서 희망을 가지고 돌아가면서 새로운 생각을 디자인하면 누구나 행복하게 될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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