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인터뷰] 거미 고기 맛이 일품이라던 탤런트 1세대 최길호
[그때 그 인터뷰] 거미 고기 맛이 일품이라던 탤런트 1세대 최길호
  • 김두호
  • 승인 2008.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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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사일생 무용담 남기고 떠난 그의 젊은 시절 / 김두호




[인터뷰365 김두호] 근엄하고 믿음직한 남자의 위엄을 50여 년간 드라마에 남긴 1세대 탤런트 최길호가 떠난 지 1년이 지났다. 1961년 KBS 1기 공채 탤런트로 뽑혀 안방극장으로 일컫는 TV드라마 시대의 서막을 열었던 그는 풍채가 좋고 체력이 남달리 강건했지만 지금 나이로는 젊은 71세를 일기로 삶을 접었다. 영화 연기자로도 1961년 유현목 감독의 <오발탄>을 비롯해 <증언> <학사며느리> <아버지와 아들> <여로> <삼각지> 등 많은 작품을 남겼다.


드라마에서 주로 그가 차지한 조연자리는 주역보다 더 감동을 사기도 해 어느 해는 고위층이 호감의 표시로 특별히 금일봉을 전해 준 일화도 있다. 그런데 그의 이야기에는 기네스북에 오를 만한 진기하고 쇼킹한 음식체험 비화를 빼놓을 수 없다. 1981년 여름, 기자는 40대 중반을 넘어선 그와 인터뷰를 하면서 거미 개미 지렁이 류에서 온갖 산짐승의 날고기 맛을 두루 맛 본, 기상천외하고 다채로운 생육생식(生肉生食) 체험담을 흥미진진하게 들었다.


학도병으로 전쟁에 뛰어들어 죽을 고비를 수없이 넘기는 동안 파리나 모기 따위 씹을 거리가 못되는 벌레 빼고 안 먹어 본 것이 없다는 그는 그 무렵 탤런트 사회에서 가장 정력적이고 건강한 사람으로 소문나 있었다. 한국TV연기자협회 회장도 역임하고 넘치는 의욕으로 연예인봉사대를 창단하고 조기축구회를 이끌기도 했다.



방송가에서 ‘정력박스’ ‘초정력의 사나이’로 알려져 있다. 운동 스태미너가 지칠 줄 모르고 폭발하는 사람으로 소문이 났다. 좀 과장된 것은 아닌가?

하하하. 축구공을 열심히 차는 걸 보고 그렇게 짐작들 하는 모양이다. 운동이나 일에도 정력이 필요하고 부부생활에도 정력이 필요한 건데 그저 보통 사람들보다 식성이 더 왕성해 체력이나 신체 컨디션이 좋은 편이다.


식성이 어느 정도인가?

얼마 전 드라마 <포도대장> 녹화 때 김순철 김성원 백일섭 등과 어울린 점심자리에서 큰 방어 한 마리를 회로 주문해 6접시를 비우고 밥 두 그릇, 전복 한 접시에 수박 반통을 후식으로 먹었더니 다들 놀라더라. 다른 식탁의 구경꾼들까지 불러놓고 내 식성을 자랑거리로 삼아 한참 웃고 넘어갔다.


대식가라는 소문보다 식성이 보통사람과 달라 안 먹어 본 고기가 없다고 들었다. 어떤 고기를 두고 그런 말이 나온 건가?

내가 거미를 입에 넣는 것을 보고 놀란 사람들이 자꾸 소문을 낸 모양이다. 거미 뿐만 아니고 야생 벌레나 곤충, 짐승들의 날고기를 안 먹어 본 게 없다. 씹을 게 없는 파리나 모기를 빼고 기어 다니고 날아다니고 뛰어 다니는 놈은 모두 나의 먹잇감들이다.


맛을 본 동물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밝혀달라.

개미나 풀벌레는 모두 먹어보았고 뱀 개구리 두꺼비에서 지렁이까지 먹는 정도라면 일일이 이름을 열거 안 해도 짐작이 갈 것이다.


그 많은 생물 중에 어느 것이 제일 맛이 좋은가?

거미를 날것으로 먹는 맛이 일품이다. 실이 나오는 거미의 항문 부위가 쫄깃하고 맛있는 고깃덩어리다. 구워 먹어도 쫄깃한 맛이 그대로 있고 고소하다. 참새구이도 맛있지만 그것보다 더 맛이 좋다.


어쩌면 세계 처음의 거미 맛에 대한 분석일지 모른다. 이제 그런 괴이한 식성의 유래를 듣고 싶다.

내 고향은 공주다. 가문이 있는 사업가 집안의 5남매 중 외아들로 곱게 자라 아주 어릴 때부터 아버지와 보양식으로 몸에 좋다는 노루 멧돼지 등 산짐승의 생피를 맛보면서 날고기에 대한 거부반응이 적었다.


그럼 그때부터 아무 고기나 날 것을 먹는 습관이 생긴 건가?

아니다. 벌레도 음식으로 생각한 것은 군대 있을 때 굶어죽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다가 맛들인 식성이다. 공주중 5학년 때(현재의 공주고) 전쟁(6.25)이 일어나 학도병으로 입대했다. 전황이 바뀌어 북진을 계속할 때 나는 함경남도 원산 앞바다의 란도에 주둔한 8240특공대(캘로부대)의 일선 정보대원으로 활동했다. 그 섬은 무인도였다. 태풍이 불면 식량 보급선이 오지를 못해 굶어야했다. 눈이 튀어나올 만큼 배가 고프면 움직이는 벌레가 모두 먹이로 보인다. 거미든 개미든 닥치는 대로 씹어 먹고 즙을 짜서 목을 축였다. 역시 그때도 가장 맛있는 고기가 거미였다.


학도병 시절 무용담을 더 듣고 싶다.

1.4 후퇴가 시작되기 직전 원산 부근의 통천에서 중공군 부대의 정보 수집을 하고 위장한 북한군 복장으로 귀대하다가 미군 정보대원에게 붙잡혀 중공군 포로들과 함께 전방의 수용소를 전전하며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겼다. 군번도 계급도 없는 어린 학도병에게는 아는 사람이 없으면 신분을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북한군으로 오해를 받고 끌려 다니다가 간신히 국군기지사령부로 넘어가면서 재판과정에 사실이 밝혀졌다. 산전수전 겪고 군번 없는 용사로 명예 제대를 한 것이 1952년 말이다.


아무나 겪을 수 없는 놀라운 전쟁 체험담이다.

그런 경력을 인정받아 경찰로 특채되어 지리산 공비 토벌작전에도 참가했으나 직업에 만족하지 못해 떠났다. 서라벌예대(현재의 중앙대)를 졸업하고 1956년에 라디오방송의 성우로 출발했다가 61년 TV개국과 함께 연기자로 길을 돌린 것이다.


지금도 란도에서 먹던 벌레의 날고기를 먹을 때가 있는가?

굳이 찾아서 먹지는 않는다. 어쩌다 자연스럽게 맛을 볼 때가 있다. 낚시를 하다가 지렁이 미끼가 입안에 들어가기도 한다. 그러나 이젠 지렁이보다 잡은 물고기를 배만 따서 즉석 회로 즐긴다.


민물고기를 날 것으로 먹으면 간디스토마 감염 우려가 있다는데도?

내 체질은 특수하다고 느낀다. 진찰을 해보면 그 많은 물고기를 먹었지만 디스토마 같은 것과는 거리가 멀다.


요즘 조기축구회 양성에 정력을 쏟고 있다는데 평소 운동을 좋아하는가?

아직은 힘이 넘친다. 내가 사는 금호동에도 조기축구회를 만들어 회장을 맡고 있다. 출연 스케줄이 비는 날은 회원들과 축구연습을 한다. 우리 팀은 전국의 소문난 조기축구회팀과 순회 게임을 하는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말이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말이다. 무엇이든 꾸준히 쌓아 올리면 꿈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나는 믿는다.


가족 이야기를 듣고 싶다.

교직에 있는 아내와 1남 2녀를 두고 있다. 나는 아내를 지극히 사랑한다. 젊을 때는 아내가 출근해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교단에서 졸다시피 고생을 할 만큼 아내와 함께 있는 시간이 좋아서 일찍 귀가해 오래도록 곁에 있게 했다. 오래 살다보니 성격도 닮아가는 것을 느낀다.



언제나 언행에 무게가 있고 점잖은 신사였던 최길호는 그토록 자신의 건강에 자신감을 가졌지만 2003년 암으로 수술을 받았고 그로부터 5년을 넘기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작년 6월 SBS-TV <옛날 TV>라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휠체어에 의지해 마지막 모습을 보인 뒤 3개월 만에 브라운관에서 영원히 모습을 볼 수 없는 곳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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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88서울올림픽 공식영화제작전문위원, 97아시아태평양영화제 집행위원,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대종상 및 한국방송대상 심사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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