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인터뷰] 평범한 샐러리맨과의 결혼 꿈꾸던 24세의 가수 혜은이
[그때 그 인터뷰] 평범한 샐러리맨과의 결혼 꿈꾸던 24세의 가수 혜은이
  • 김두호
  • 승인 2008.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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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무대 무명가수 설움 딛고 전성기 누리던 시절 / 김두호



[인터뷰365 김두호] 스무 살로 접어들 때인 1975년 <당신은 모르실거야>를 히트 시키며 가요무대의 별이 됐던 혜은이가 쉰 두 살을 넘어서고 있다.

“주님여 / 이 손을 꼭 잡고 가소서 / 약하고 피곤한 이 몸을…인생이 힘들고 고난이 겹칠 때 / 주님여 날 도와주소서 / 외치는 이 소리 귀기울이시사 / 손잡고 날 인도하소서”

지난해 <강해야 돼>를 타이틀곡으로 한 22집 앨범도 냈지만 별도로 신앙생활에 깊이 들어 선 그녀는 가요음반과 다른 성격의 복음송 1집 <주님여 이 손을>도 발표했었다. 느낌이 있고 여운이 긴 감성의 목소리로 <당신만을 사랑해> <제3한강교> <진짜진짜 좋아해> <감수광> <이별의 종점> <열정> 등 숱한 노래를 히트시킨 그녀에게 왠지 낯선 복음송이지만 그 노래가 초로의 따뜻하고 편안한 가수 혜은이의 체취를 새롭게 느끼도록 이끈다.


선이 굵고 사내다운 기질의 배우 김동현과 결혼해 다복하게 살고 있는 혜은이는 2008년을 마무리하며 오는 12월 말 가요계 활동 35주년 기념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 그녀와 세월을 함께한 음악팬들의 추억 속에서나 느껴지는 젊고 매력 있던 인기 가수 혜은이의 모습을 현재로 옮겨왔다. 1980년 24살 혜은이와 인터뷰는 금방 지나간 사춘기 경험담으로 채워졌다. 이미 <당신만을 사랑해> <제3한강교> <새벽비> 등의 음반이 히트했고 영화와 TV 출연, 국내와 국제가요제 수상 기록이 화려할 때였다.



몇 살 때 사춘기를 경험했나?

여고 2학년 시절이다. 친구들은 중학교 때라는데 나는 여성이 경험하는 변화가 17살 때부터였으니 늦게 찾아왔다.


성장 템포가 전반적으로 친구들보다 늦은 편인가?

반드시 그렇지 않다. 나도 앞가슴에 변화가 나타난 것은 중학생 때였다. 1학년 때 부끄러워 앞가슴을 꽁꽁 묶고 다녔다. 그렇지만 생각은 좀 조숙했던 것 같다. 초등학교 졸업 때 한창 유행하던 핫팬츠를 입고 거리에 나돌아 다니다가 경찰아저씨에게 붙잡혀 꾸중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그 때부터 키가 더 이상 자라지 않아 불만이 따랐다.


자랄 때 신체적인 고민이 생기면 누구와 상담을 하나?

아버지에게 말하는 것이 편해 엄마보다 아버지에게 매달렸다. 어느 날 하교길에 ‘변화’가 찾아와 깜짝 놀라 아버지에게 말씀드렸더니 자상하게 알려주셨다.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아 결국 가수가 된 것인가?( 혜은이의 본명은 김승주. 아버지 김성택(작고)은 1950년대 인기 연예인의 산실인 ‘낙랑쇼’의 단장 겸 유명한 변사였다)

그렇게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아버지가 사업실패로 10대 중반부터 가정환경이 어려웠다. 여고를 졸업하고 생업을 위해 가족이 살던 대전에서 상경해 밤무대 무명가수로 활동을 시작했다.


성장기에 겪은 아름다운 경험이나 힘들었던 일로 기억에 남는 이야기라면?

대전으로 이사 오기 전 고향인 제주도에 살 때가 아름다웠다. 기름 묻은 솜방망이로 횃불을 만들어 어린 친구들과 어울려 바닷가로 나가 낙지 잡고 조개 주워 재미있게 놀던 시절이 있었다. 어린 시절을 내 고향 제주도에서 보낸 것이 너무 좋았다. 나쁜 기억은 별로 생각나는 것이 없고 신체적인 콤플렉스로 고민하는 경우가 많았다. 키가 158cm밖에 안 되어 불만이 많았다. 남들은 내 다리가 예쁘고 코와 귀도 잘생겼다고 하지만 작은 키 때문에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자랐다.



외로움을 느낄 때가 있는가? 있다면 언제 어느 때인가?

하루 일을 끝내고 불 꺼진 내 빈 방으로 들어설 때, 더욱 몸이 피곤하고 지쳐 있을 때 곁에 누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또 고민거리가 생기면 누구에겐가 위로를 받고 싶어진다. 누구나 혼자 살면 겪는 것 아닌가?


결혼 연령기로 접어들었다. 언제쯤 생각하고 있나?

내 사주팔자가 서른 살 이전에는 시집 안가는 게 좋다고 하더라. 지금 생각으로는 혼자 편하게 살고 싶다. 간섭 받는 게 싫다. 결혼한다면 아주 평범한 샐러리맨과 살고 싶다. 결혼생활은 조용히 사는 게 행복하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좋은 사람 만나면 가요계를 떠날 생각도 하고 있다.


공연으로 집을 떠날 때가 많다. 여자 가수들은 특히 국제 가요제 참가 등으로 장기간 해외에서 작곡가 등 남자와 동행해 오해를 사는 경우도 있다. 지금 인기 가수들이 그런 오해를 받거나 화제에 오르는 사례가 많다. 본인은 어떻게 보는가?

그렇다. 엉뚱한 소문이 만들어져 입방아에 오르는 일들이 많다. 그건 사정을 몰라서 나온 소리다. 현지에 도착하면 주최국에서 참가자들의 숙소를 미리 배정해 두고 가이드가 스케줄에 따라 동반한다. 따로 동행한 사람들이 시간을 함께 나눌 기회가 없다.


인기 때문에 겪는 일화도 많을 것이다. 황당한 경험은 없었는가?

숱하게 많다. 무대 뒤에서 옷을 갈아입을 때 곤경에 처한 적이 많다. 의상에 따라 속옷까지 갈아입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남자들이 들어오거나 잔일을 돕는 행사 스태프들이 자리를 비켜주지 않아 애를 태울 때가 있다. 시간은 없고 싸울 틈도 없으니 눈치 안보고 몸을 돌려서라도 갈아입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그런 정도는 애교거리다. 좀 극성스러운 팬들은 집으로 찾아와 만나줄 것을 요구하며 진땀을 빼게 만든다. 언젠가는 젊은 대학생 남자가 집으로 찾아와 칼을 뽑아들고 만나주지 않으면 자해를 하겠다고 덤벼 혼이 났다. 나에게 사랑을 받아달라는 요구였다. 또 술에 잔뜩 취한 취객 팬이 문을 두드려 잠을 설치게 하는 일도 있다. 결국 신고를 해서 해결이 되지만 그런 후에는 미안하고 후회가 된다. 선의의 호감을 배척할 수밖에 없으니 한편은 미안하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


지금 입고 있는 의상이 검정색 일색이다. 좋아하는 색인가?

가장 좋아하는 색은 보라색이다. 검은 색도 좋아해 즐겨 입는다. 그러나 속옷은 흰색을 좋아하고 검은 색은 안 좋아 한다.


의상은 모두 몇 벌쯤 되나?

3백 벌쯤 된다. 그중 가장 아끼는 옷은 미국에서 3백50달러 주고 산 까만 빌로드 드레스다.


지금 가수 가운데 가장 수입이 많은 가수로 꼽힌다. 월수입과 그동안 모은 재력이 궁금하다.

야간 무대의 출연료까지 한 달에 6백만 원쯤 된다. 재산은 4천5백만 원 정도 하는 집하고 피아트 승용차가 가장 큰 재산이다. 수입의 절반 이상을 매월 지출해 겉보다 실속이 없어 큰 재산을 모으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꼭 하고 싶은 일보다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대전에서 올라와 고생할 때 알게 된 언니가 있다. 내가 밤무대의 무명가수로 고생할 때인데 그 언니가 몸이 아파 병원에 입원했을 때 내가 생업을 전폐하고 2주 동안 곁에서 간병도 해주며 마음으로 의지하고 깊이 정을 나누며 지냈다. 그 언니의 소식을 모른다. 꼭 만나고 싶어도 나에게 연락이 오지 않아 보고 싶을 때가 많다.



스물네 살짜리 혜은이에게는 질문거리도, 대답할 거리도 별로 없었다. 기껏 성장기 기억나는 일화 몇 개와 활동주변의 해프닝 같은 경험담이 고작이었지만 내숭이나 가식이 느껴지지 않는 응답 표정이 기억에 남아 있다. 취미는? “미니 술병과 미니 자동차 수집”, 좋아하는 음식은? “낙지볶음 등 맵고 얼큰한 요리” 따위의 일상적이고 잡다한 그때의 문답들은 생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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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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