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연기하고 열심히 사랑하는 배우 조안
열심히 연기하고 열심히 사랑하는 배우 조안
  • 유성희
  • 승인 2008.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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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박용우는 가슴이 따뜻한 사람” / 유성희



[인터뷰365 유성희] 배우 조안을 어떤 모습으로 기억하는지. 영화 <여고괴담 3>에서 뚱뚱한 여학생 모습이 먼저 생각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아니면 최근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이 잔상으로 남아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 있다. 얼마전 배우 박용우와 연인 사이임을 공개한 것으로 조안이라는 배우를 새삼 유심히 보기도 했을 것이다.

가냘프면서도 강단있게 연기생활을 해오고 있는 조안을 만났다. ‘일감’이 없어 개점휴업중인 배우가 많은 영화계 불황중에도 조안은 영화 두 편에 출연하며 자신의 갈 길을 자박자박 걸어가고 있었다.

조안은 여배우답게 한껏 차려입고 인터뷰 장소에 나타났다.


<나쁜 놈이 더 잘 잔다>와 <볼륨을 높여요> 두 편의 영화에 출연 중이라 바쁘겠다.

<나쁜 놈이 더 잘 잔다>는 촬영을 마친 상태이고, <볼륨을 높여요>는 9월 중순 촬영을 시작해 현재 촬영 중이다. 바쁘게 지내는 것이 좋다. 요즘같이 힘든 때에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더군다나 두 편 모두 내가 좋아하는 장르의 영화들이 더욱 그렇다.


출연작 중 유지태 연출의 단편영화 <나도 모르게>가 눈에 띈다. 단편작품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이전부터 유지태 선배의 연기와 작품을 보면서 함께 작업을 하고 싶었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내가 맡은 캐릭터와 작품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는데, 역시나 상상한 대로 즐거운 작업이었다.




연극 출연은 생각해보지 않았나?

관심은 진짜 많다. 예전에 연극 출연 제의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 영화 스케줄과 겹치는 바람에 아쉽게 접은 적이 있다. 가수들이 부러운 이유 중 하나는 콘서트를 하며 관객과 호흡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극은 가능하지 않은가. 대중과 호흡하는 연극무대의 참맛을 나도 언젠가는 꼭 한번 느껴보고 싶다.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했으면 무대에 서 봤을 텐데.

학교를 오래 다니는 건 정말 좋지 않은데 내가 아직 졸업을 못했다. 졸업하기까지 세 작품을 올려야 하는데 그때 기회가 되면 무대에 서 볼 생각이다.


학창시절에는 어떤 학생이었나?

나는 일찍 철이 들었다가 다시 철부지 아이가 된 어른이다.(웃음)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친척들 손에 자라서인지 외로움을 많이 탔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책과 친해지고, 생각하고 상상하는 것을 즐겼다. 중학교 때에는 헤르만 헤세와 헤밍웨이에 빠져 있었는데 그들의 작품이 인간을 허무하게 만드는 부류의 책들이 아닌가. 그래서인지 아이답지 않게 조숙한 편이었다. 하루는 서재에서 유대인 학살에 관한 책을 읽다가 부모님도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가스실에 아이와 함께 갇힌 엄마가 처음에는 밑에서 올라오는 가스로부터 아이를 살리기 위해 천장으로 들어 아이를 보호하지만, 살고자 하는 인간의 본성만이 남았을 시점에는 아이를 팽개치고 밟고 올라가 살려고 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내용이었다. 절대적이라 믿었던 부모님의 존재에 대해 충격을 받은 사건이었는데 그때가 초등학생 때였다.(웃음)



얼마 전 <기아체험 24시간>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정말 음식은 입도 대지 않았다. 기아체험을 하는 날 영화 촬영이 있어서 옷을 가지러 집에 들렀는데 엄마가 내가 기아체험 한다는 걸 모르고 사과를 권하시더라. 먹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내가 기아체험 시작할 때 세계의 기아들 앞에서 연예인 대표로 선서를 했기 때문에 더군다나 먹어선 안될 것 같더라. 먹는 걸 워낙 좋아해서 정말 괴로운 시간이었다.


혹시 다이어트를 한 경험이 있나?

학교 다닐 때 다이어트를 한다고 밥은 일체 먹지 않고, 뻥튀기와 사과만 1년 이상 먹은 적이 있다. 어느 정도만 먹어야 하는데, 나는 고추장과 케찹을 소스 삼아 무한정 먹은 것이다. 초반에 2kg 정도 빠지더니 더 이상은 빠지지 않더라.


<여고괴담3 - 여우계단>에 캐스팅되기까지 대단한 근성을 보였다는 걸로 알고 있다.

오디션 때 경쟁이 치열했다. 내가 오디션에 참여 했을 때는 모든 배역이 캐스팅을 마친 상태였고, 혜주 역할만 남은 상황이었다. 일단은 영화 제작사 대표님을 찾아가 나를 뽑지 않으면 후회할 거라고 무대포 정신으로 들이밀었다. 캐릭터에 맞게 쌩얼로 머리도 헝클어뜨린 채로 일명 똘똘이 안경이라 불리는 뿔테 안경을 쓰고, 4번을 더 찾아갔다. 뚱뚱한 왕따 역할이었기 때문에 다들 의아해 하셨는데 나는 그때 연기가 너무 하고 싶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연기를 하지 못하는 신인의 상황이 너무 고달팠던 시기라 그런지 조급한 마음에 오기가 발동됐던 것 같다.

요즘은 예능프로그램에도 자주 등장하고 있는데.

재밌다. 하하하. 너무 재밌다. 연기가 아닌 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즐겁게 느껴지더라. 물론 방송 프로그램의 정해진 틀 안에서 100프로 순수한 내 모습을 보여주기는 어렵다. 또 내가 예능 프로그램을 오래 출연하기에는 재밌는 성격도 못되고. 나는 쉽게 진지해지고 쉽게 화내고 흥분하는 편이다.




당신을 화나게 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나도 완벽한 사람이 아니어서 누군가를 지탄할 만한 입장은 못된다. 나를 포함해 얘기를 하자면, 때로 사람들은 타인에 대해 너무 무신경한 것 같다. 나 외에 다른사람의 입장을 완벽히 이해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잃어버린 어머니의 시’라는 시가 있다.(그녀는 막힘없이 시를 읊어 나갔다) ‘내 아이가 편한 곳으로 갔다고 말하지 말아 주세요. 나는 그 아이가 한번도 내 옆에서 고통 받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으니까요...(중략) 단지 날 이해한다고 말하지 말아주세요. 당신이 정말 자신의 아이를 잃어 본 적이 있다면 모를까요. 단지 나의 아이를 기억하고 있다고만 말해주세요. 그리고 내 아이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걸 들어주세요.’ 이 시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고 말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다. 말은 무서운 상처가 될 수 있는 큰 에너지를 가진 무기이다. 나도 사람인지라 말실수를 하고, 때론 타인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욱 노력한다. 하지만 타인의 감정에 대해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고 무신경해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 화가 난다.


시를 막힘없이 외우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외우고 있는 시가 더 있나?

이시카와 다쿠보쿠의 ‘나를 사랑한 노래’라는 짧은 시가 있다. ‘동해바다의 자그마한 갯바위 하얀 백사장 나 눈물에 젖어 게와 놀았다네’ 인생이 너무 힘들어 자살을 하려고 찾아간 동해에서 게들이 노는 모습을 보고 같이 신나게 노닐던 작가가 살려고 의지를 바꾼 순간을 노래한 시다. 그리고 너무나도 유명한 알프레도 디 수자의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은 몇 번을 되뇌어도 감동하는 시 중 하나다. 윤동주의 ‘서시’와 천상병의 ‘귀천’은 엄마와 함께 좋아하는 시인데 읊으면서 같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웃음)


얼마 전 박용우와 열애사실을 공개했다. 남자친구로서 박용우는 어떤 사람인가?

따뜻한 가슴을 가진 좋은 사람이다. 그래서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웃음) 내가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인데 추운 사람이 따뜻한 쪽으로 끌릴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오빠는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연민을 지닌 가슴 따뜻한 사람이다. 오빠를 존경한다. 오빠와의 나이 차이에 대해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오빠는 성숙한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소년 같은 순수함을 가진 사람이다. 너무 닭살인가? (웃음)


배우로서의 목표지점은 어디까지인가?

지난해 오랫동안 영화 촬영을 한 후 집에 돌아와 짐정리를 하면서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 적었던 노트를 발견했다. 커다란 글씨로 ‘나는 연기를 미치도록 사랑한다’라고 적혀있더라. 말할 수 없는 전율과 함께 가슴이 뭉클했다. 어느 순간부터 일이 일로서만 느껴질 때 있는데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는 계기가 되었다. 내가 연기를 얼마나 사랑하는 사람인지 매순간 깨달으면서 초심을 잃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쌀쌀한 가을 밤바람에 조안은 연신 코를 훌쩍거렸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그녀는 순간순간 볼륨을 높이기도 했고, 여러 시를 인용하며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기도 했다. 인터뷰를 끝내고 헤어지는 길에 조안은 자신의 이야기를 재밌게 들어줘서 고맙다는 듯 포옹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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