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생에는 후투티로 태어나고 싶다” '새 박사' 윤무부 교수
“다음 생에는 후투티로 태어나고 싶다” '새 박사' 윤무부 교수
  • 유성희
  • 승인 2008.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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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새박물관 만드는 것이 꿈 / 유성희

 

 

 

 

[인터뷰365 유성희] 거제도 장승포. 드넓은 바다와 새들의 노래를 벗 삼아 소년은 꿈을 키웠다. 아버지를 따라 갈치잡이에 나서며 호기심에 재잘거리던 소년에게 아버지는 자연만물의 진리를 알려주셨다.

새들은 철따라 다른 소리를 내며 소년을 자연으로 이끌었고, 새의 그림자만 봐도 새의 울음소리만 들어도 어떤 새인지 알 수 있었던 소년은 어른으로 성장해 최고의 ‘새 박사’가 되었다. 그가 대한민국의 새 박사 윤무부 교수다.

 

윤 교수는 지난해 탐조활동을 하다 과로로 쓰러져 몸이 불편한 상태였다. 예전 수준의 몸으로 회복해 가고 있었지만, 새에 관한한 그의 조바심은 마비된 오른 손 대신 왼손으로 카메라를 만져가며 꾸준한 연구를 멈추지 않고 있었다.

 

그는 어린 시절, 뽕나무 밭에서 우연히 만났던 후투티의 모습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머리 깃털이 곡괭이같이 생겨 눈에 띤 그 새와의 만남은 새 박사의 인연이 시작된 계기이기도 하다. 다음 생에 후투티로 태어나고 싶다는 그의 새에 대한 화두는 끝이 없다.

 

인터뷰 약속이 있던 날 윤 교수는 이웃사촌의 부탁으로 주례를 서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주례선생님으로 인기가 많으신가봐요.

오늘 결혼한 신랑이 어릴 때 ‘동물의 왕국’을 보면서 나를 좋아하기 시작했대요. 주례를 부탁하려고 우리 집까지 찾아왔더라고. 하하.

 

주례 서실 때도 새에 관한 말씀을 많이 하시나요?

가장 먼저 학처럼 건강하게 살라고 얘기해줘요. 부부의 건강 부모의 건강 일가친척의 건강을 학에 빗대어 빌어주는 겁니다. 두 번째는 원앙처럼 금슬이 좋은 부부가 되어라. 옛날에는 신랑신부가 함께 자는 베갯잇에 원앙을 수놓기도 했습니다. 이를 원앙금침이라고 하는데, 금슬 좋은 원앙부부처럼 해로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원앙금침의 의미죠. 원앙은 색깔이 예쁘고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새입니다. 예쁜 원앙비단이불을 덮고 사랑을 더욱 꽃피우라고 했어요. 마지막으로 기러기와 같이 질서를 지켜라. 기러기는 하늘을 날 때 '브이’자나 '시옷' 자로 날아요. 이때 앞의 새가 바람의 저항을 막아주어 뒤 따라오는 새들의 수고를 덜어주게 됩니다. 결혼은 함께하는 삶인 만큼 서로가 서로를 등대 삼아 날아가는 기러기 이야기를 해줍니다. 이렇게 하면 조류학자로서의 주례가 되는 것이죠.

 

 

 

 

건강이 회복되고 나서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주로 강연을 많이 다니고요. 최근에는 을숙도에 가서 철새에 관해 조사를 하고 왔습니다. 철새들의 이동시기에 가로등을 색깔별로 설치하는 게 어떨까 하는 문제로 조사했어요. 호주나 미국에서는 철새 이동시기에 야간에는 깜깜하니까 불을 켜줍니다. 밝은 곳에서 먹이를 먹고, 쉬었다 지나가는 거예요. 인터뷰 끝나고 바로 또 출발해야 돼요. 아주 바빠요.

 

탐조활동은 포기하지 못하시네요.

몸이 아프기 전에는 정말 몇날 며칠을 산에서 살았어요. 그래서 과로가 온 것이지요. 지금은 몸이 많이 나아져서 꾸준히 조사를 하고 있어요. 산이라고 해봐야 요즘에는 길이 좋아서 차로 오가니까 괜찮아요.

 

새를 찾아다니며 조마조마하고 위험했던 순간들도 많으셨지요?

그럼요. 흑산도 뒷산에 흰꼬리수리가 있다는 소리를 듣고 찾아갔는데 높은 산자락에 위치한 곳이었어요. 몸을 로프에 의지해 3시간 넘게 산을 올라가는데 어느 순간 밑을 보니 바다가 보이는 낭떠러지인 거예요. 정말 위험한 곳이었던 거죠. 강원도 철원 DMZ는 지뢰가 있어서 또 위험한 곳이었고요. 탐조활동을 위해 찾았던 장소들이 대개 다 위험한 곳이었어요. 체력도 뒷받침 되어야 하고, 인내도 있어야겠지만 새에 미쳐야 할 수 있는 일이에요. 미치지 않으면 이 일을 못해요.

 

자제분도 새에 관한 연구를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놈 역시 북극에도 가고 멕시코에도 가고 참 부지런히 왔다갔다 해요. 아주 어릴 때부터 산을 데리고 다녔어요. 사실 뱃속에 있을 때부터 다녔다고 봐도 무방하죠. 집사람이 아이를 임신했을 때 백운대 산꼭대기에 올라 바위종달이를 봤습니다. 예쁜 새를 보는 게 좋은 태교가 아니고 무엇이겠어요. 그러다보니 이놈(아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새를 좋아하기 시작해서 아빠 가는 곳이라면 꼭 따라다녔어요. 온 식구가 산을 다녔죠. 재밌긴 재밌어.(웃음) 딸아이도 생물통계학을 전공했어요. 조류학에는 통계학이 무척 중요해요. 집사람도 새를 좋아해서 다행이죠. 이제는 내가 몸이 불편해서 집사람이 없으면 안돼요. 운전해줘야 되거든.(웃음)

 

 

1967년 한국일보에는 윤 교수의 사건 기사가 실려 있다. 경기지역에 쏟아진 집중폭우로 인해 급격히 물이 불어나고 있을 때 윤 교수는 새를 관찰하기 위해 개울가로 나갔다. 발을 담그는 순간 미끄러져 6시간을 떠내려갔다. 그는 교문리 왕수교에서 12구의 시체와 함께 발견됐다. 혼자만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것이다.


 

 

 

 

지구온난화 등 환경의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새들의 생태환경은 어떻게 변하고 있나요?

무분별한 개발이 늘면서 환경오염이 많이 됐어요. 30년 전과 비교해보면 철새들이 많이 없어져서 말할 수 없이 안타까워요. 새들은 지구환경에 가장 민감한 동물입니다. 새가 없으면 사람도 살 수가 없어요. 새는 도랑물이나 개천물을 먹지 않고, 항상 새로 생성되는 깨끗한 물만 먹어요. 옛날에 그 많던 밀화부리, 물레새, 솔잣새, 방울새, 크낙새, 할미새들이 지금은 다 멸종이 됐잖아요.

 

어떤 대응책이 있을까요.

그나마 남아있는 새들에 대한 보호가 가장 중요합니다.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해야 해요. 지난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우호협력 증진을 위해 중국 측으로부터 천연기념물인 따오기 한 쌍을 들여오기로 했어요. 그런데 문헌에 보면 따오기는 아주 추울 때 우리나라에 오는 새입니다. 그런 따오기를 단 한 쌍만 들여와서 복원 시킨다고 하는데 그건 말이 안돼요. 사전조사와 연구 없이 이루어진 일입니다. 동물학에서는 복원이라고 얘기를 하지 않을 뿐더러 따오기 한 쌍을 들여와서 새끼를 낳아서 복원을 시킨다는 것은 근친교배가 되는 겁니다. 생물학적으로 살 수가 없는 거예요. 급하지 않아요. 우리 후손들도 똑똑한 사람이 많아요. 환경전문가들의 조언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따오기를 번식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요?

먹이와 천적이에요. 우리나라는 매, 독수리, 살쾡이, 족제비, 너구리, 구렁이 등 따오기의 천적이 많아요. 또한 밖에 내보내면 따오기들이 먹을 게 있어야 하는데 지리산에 먹을 게 없으니 죽을 게 아니겠어요. 중국은 들판과 논에 먹이가 풍부한, 따오기 번식에 있어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어요. 이제 며칠 있으면 따오기가 들어오는데 우리나라는 따오기가 살 수 있는 환경이 되지 못해요. 호주가 태국코끼리를 들여오기까지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어요. 호주에 데려가기 전에 섬에 코끼리 7마리를 풀어놓고 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지 4년 동안 조사하고 연구한 거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충분한 의견 수렴 뒤에 일을 진행해도 늦지 않아요.

 

 

 

 

새의 여러 습성 가운데 우리가 모르는, 사람을 능가하는 습성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제비의 경우 가을에 무리를 떠나서 겨울에 태국으로 이동하는데 그곳에서 꼬박 6개월 동안 연애도 안하고, 길과 지형을 파악해둬요. 어미들은 새끼에게 먹이 낚는 법을 알려주기도 하고요. 또 제비는 매, 독수리, 족제비, 살쾡이, 너구리 등 천적을 물리치기 위해 저녁이 되면 일제히 모여서 무리의 힘을 보여줘요. 그렇게 힘을 길러 와서는 이듬해 봄에 번식을 하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제비들의 종식(種殖)이 건강하게 되는 거예요. 손잡고 연애만 한다고 번식이 되겠어요? (웃음) 천적을 상대로 고된 훈련을 거쳐야만 발전이 있는 것입니다. 그게 생태계예요. 얼마 전에 초등학교에 강의를 나가서 아이들한테 새들의 천적을 이야기 해주고는 "너희들의 천적은 뭐냐"고 물었더니 "우리 엄마요" 이러는 거야. 하도 재밌어서 "그럼 그 다음 천적은 누구냐"고 물었더니 학원선생님이래. 하하.

 

머리 나쁜 사람을 가리켜 ‘새대가리’라고 낮잡아 부르기도 하는데 교수님 말씀을 듣다보니 사람이 새에게서 배울 점이 많은 것 같아요.

요즘 우리 아파트에 직박구리라는 새가 찾아오는 데 한참을 시끄럽게 울어대요. 그냥 짹짹 지저귀는 게 아니라 새끼들에게 학습을 하고 있는 거예요. 요즘 아이들처럼 영재교육, 영어마을에는 못가지만 새들은 알 속에 있을 때부터 언어를 배우고, 부화하는 순간 처음 맞닥뜨리는 자기 부모를 각인하게 돼요. 그렇게 평생 부모의 얼굴을 기억하는 거예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많이 먹는다’ 라는 속담도 있잖아요. 나는 공부 일등은 못해 봤어도 새로부터 부지런함을 배워 박사가 된 거예요.

 

미국에서는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아인슈타인은 벌이 사라지면 4년 내에 인류가 망한다고 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벌도 새처럼 환경에 가장 민감한 동물이에요. 나무에 꿀이 없으면 (나무가) 병이 날 수 있어요. 그래서 꿀벌은 여러 가지 병이 많아요. 때문에 벌이 사라질 경우 인류가 망한다는 얘기가 나온 것 같아요. 새가 먹을 수 있는 물은 사람도 먹을 수 있어요. 새가 없어진다는 말은 곧 사람도 살 수 없는 환경을 의미해요.

 

조류독감의 공포가 여전합니다. 행여 조류독감에 대해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이 있을까요?

많이 오해하고 있어요. 세계적으로 많은 철새들 중에 조류독감에 걸려 죽은 경우가 없어요. 겨울 철새는 보통 2천, 3천 km를 날아와요. 나는 것 자체가 운동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면역이 굉장히 강해요. 철새들은 절대 조류독감을 가져오지 않는다고 봐요. 우리에서 기르던 닭이나 오리의 경우 겨울이 되면 24시간 불을 켜서 알을 뽑고 가둬 기르며 임의적으로 환경에 변화를 주니까 면역력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병에 걸리는 겁니다.

 

이제 가을인데 한국으로 날아오는 철새들은 어떤 게 있나요?

가을에는 도요 물떼새가 북극권 시베리아로부터 찾아와서는 한 달에서 두 달 정도 머물다가 호주로 떠나요. 딱 지금이 굉장히 많이 오는 시기이기 때문에 도요 물떼새를 만나려면 어서 나가야 돼요. 막 도착했거든. 그렇다고 아무 갯벌에만 있는 게 아니라 게, 갯지렁이, 망둥어 등 생물이 많은 곳에만 찾아와요. 을숙도나 안산 갯벌에 많이 오죠. 그리고 조금 더 추워지면 시베리아에서 오리 종류가 약 40여종 날아오고, 그 다음에는 두루미류 독수리류가 옵니다. 추운 겨울 지나고 내년 봄이 되면 이 새들이 하나 둘 올라가요. 대신에 강남 갔던 제비가 5월 초가 되면 찾아와요. 다 만나려면 1년이 바빠요. 지나가 버리면 고스란히 1년을 기다려야 하잖아.

 

새에 관한 앞으로 꿈이 있으시다면?

인터넷을 통해 새에 관한 박물관을 만들 계획입니다. 새에 관한 사진, 영상, 사운드 등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인터넷 새 박물관’을 만드는 거예요. 내가 죽어도 새들과 함께한 자료는 영원히 남게 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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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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