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도 출신 뮤지컬 <햄릿>의 스타 임태경
공학도 출신 뮤지컬 <햄릿>의 스타 임태경
  • 김선
  • 승인 2008.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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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과의 만남은 운명적이었다” / 김선



[인터뷰365 김선] 월드버전으로 선보인 뮤지컬 <햄릿>의 주인공인 크로스오버 테너이자 뮤지컬배우 임태경은 이력이 남다르다. 미국 우스터폴리테크닉대학 생산공학 석사 출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5년 <불의 검>으로 첫 뮤지컬 무대에 오른 이후 지금까지 다섯 작품에 출연한 어엿한 뮤지컬 스타다.

그는 이번 <햄릿>과의 만남을 운명적인 것으로 여긴다. 다섯번째 뮤지컬 작품이지만 처음으로 작품과 배우의 만남에도 보이지 않는 신비한 조우관계와 운명적인 시간표가 있다는 것을 믿게 됐다고 한다.

공학도에서 팝페라 가수로, 또 뮤지컬 배우로 우뚝 서기까지 임태경의 '크로스오버'적 삶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번 <햄릿> 출연은 운명적이었다는 표현을 썼는데, 어떤 운명이었는가?

뮤지컬 <햄릿>을 위해 많은 것을 포기했다. 다른 공연이나 진행하던 음반 작업을 모두 중지했다. 당시 정황으로 봐서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출연을 결심한 것은 내 스스로도 돌발적이고 예상하지 않았던 행동이었다. 아마도 어떤 일 앞에서 생각없이 일을 저지를 때 혼이 빠진다는 말을 하는데 지나고 보니 신기한 노릇이었다. 작품을 했어야할 어떤 운명이 작용한 것 같다. 배우에게는 작품과의 만남도 운명적인 데가 있다는 것을 <햄릿>으로 느꼈다.


평소 운명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가?

지금까지 35년이란 길지 않은 세월을 살면서 하고 싶은 일이 많았지만 생각대로 되는 것은 드물다는 것을 느꼈다. 대학에서 공학공부를 한 후에도 이렇게 노래와 연이 닿아있는 것을 보면 무대에 설 팔자인 것 같다. 알고 보면 이 세상에는 우연이란 것은 없다. 얼마 전 영화 <쿵푸팬더>를 보다가 'There is no Accident(우연이란 없다)'란 대사가 기억에 남아 있다.


공학도가 테너로 전공을 백팔십도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원래 예술 쪽에 관심이 많았었나?

어린 시절 해외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서울 예원학교에서 성악을 전공했지만 몸이 아파서 요양을 겸해 스위스 국제고등학교로 유학을 가게 됐다. 그곳에서 과학자가 되고 싶어 미국 우스터폴리테크닉 대학교 생산공학과로 진학해 석사를 마치고 박사과정에 들어간 후에도 음악이 너무 하고 싶었다. 결국 길을 바꿨다. 워낙 어릴 때부터 음악을 좋아해 전공이 달라진 대학 때까지도 음악은 꾸준히 접했다.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의 적성을 키워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나는 태권도와 성악레슨을 받았다. 학교에는 성악을 가르칠 선생님이 없어서 그리스 성악가를 초빙해 레슨을 받았다. 미국 학·석사 시절에도 부전공으로 성악을 전공했다.



태권도를 했다면 운동도 좋아했다는 얘기인가?

운동에 관심이 많았다. 태권도는 4단이고 검도도 배웠다. 하지만 <햄릿>에서 검술신을 연기하는 데는 오히려 도움이 안됐다. 실제 검술은 동작이 간결하고 빠르지만 무대 위에서는 동작이 크고 느린 템포의 연기를 보여야 하니 고치느라 애를 먹었다.


뮤지컬 무대에 선 것이 운명이라기보다 타고난 특기나 적성처럼 보인다.

사실 나에게 음악은 어릴 때부터 생활이며 삶이었다. 노래는 언제나 내 곁에서 가장 진실할 수 있는 순간을 마련해주고 가장 행복을 느끼게 이끌었다. 어느 해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살아날 수 있게 한 신비한 힘도 음악에서 비롯된 것 같다. 중학교 때 악성빈혈을 앓았지만 통원치료가 갑갑해 치료를 중단한 적이 있다. 이후에 자연적으로 완치가 됐다. 커서 그 당시 내가 앓던 병이 악성빈혈이 아니라 백혈병이라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됐다. 곰곰히 생각해 보니 그 완치에 치료제가 되어 준 것이 바로 음악이었고 그 음악이 삶에 대한 애착과 감동이나 희열을 안겨준 것으로 생각한다.



임태경은 한국에 돌아와 2004년 첫 앨범 '센티멘털 저니'를 시작으로 MBC 드라마 <주몽>, SBS <로비스트> OST에 참여하며 본격적인 음악활동을 시작했다. 성악가 조수미, 신영옥과 공연하며 자신의 음악팬들을 불러 모으며 크로스 오버 테너의 신선한 스타덤을 구축해왔다. 2005년에는 뮤지컬 '불의 검'으로 데뷔한 후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겨울연가>등에 출연해 뮤지컬 무대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뮤지컬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

첫 뮤지컬 공연을 시작하면서 뮤지컬 무대에서 신인이 겪어야하는 여러 가지 경험부족과 인간관계의 고통이 따랐다. 하지만 나의 힘든 모습을 관객들이 먼저 알아보고 오히려 애정과 성원을 해주며 용기를 베풀어 주었다. 한동안 팝페라(팝과 오페라의 합성어) 가수로 활동해온 내가 갑자기 뮤지컬 배우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 어색하고 안쓰러워 보였던 것 같다. <햄릿>은 내게 안정된 배우로서의 길을 열어 준 것 같다.


앞으로도 뮤지컬 활동을 계속 할 계획인가?

뮤지컬이 공연문화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평소 뮤지컬 장르에 관심이 많아 공부를 했었지만 실제로 배우가 될지 꿈에도 생각 못했다. 지금은 뮤지컬에 빠져버렸다. 뮤지컬 관객과의 만남은 행복하고 흥분된다. 뮤지컬 배우의 노래에도 스토리가 있고 철학이 담겨 있어야한다. 내가 부르는 노래들도 영화음악처럼 회화적으로 관객의 눈앞에 아름다운 이미지를 안겨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무겁게 느끼고 있다.



연기력이 초기 공연보다 몰라보게 성숙했다는 반응에 대해 본인의 생각은?

연기는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처음부터 힘들었다. 첫 공연이었던 <불의 검> 연습 때 ' 감성을 최대한 증폭시켜가며 필요한 동작을 몸으로 표현하면 된다'는 식으로 쉽게 생각했다. 하하하, 그러다 큰 코 다쳤다. 배우의 감정과 극중 상황을 적절하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무대 위에서 지켜야할 문법에 따라야 하는데 그걸 무시했다. 지금은 인물이 가지고 있는 성향이나 캐릭터 중에서 나와 흡사하거나 공감가는 부분을 소화시켜서 표출하려고 노력한다. 연기를 하면 할수록 뮤지컬 배우 임태경으로서의 자부심을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있다.


당신이 만나고 생각하는 '햄릿'은 어떤 인물인가?

나는 결코 햄릿이 우유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주변 상황이 우유부단하게끔 만든거다. 왕자로서 고뇌할 수밖에 없는 처지일 뿐이다. 내가 스위스에서 다니던 학교에서 실제 왕자, 공주들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단아하고 기품은 있지만 항상 얼굴이 어두워 보였다. 그들처럼 햄릿은 항상 행동이 조심스럽고 자유롭지 못한 유년기를 가졌을 것 같다. 이런 것들이 햄릿을 자제력과 인내력을 갖게 만들었다. 햄릿은 사색하고 시 쓰는 것을 좋아하는 예술가적 기질이 풍부한 사람이다. 아마 왕자가 아니었다면 자유인으로 떠도는 집시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자신의 삶과 극중 인물의 삶을 비교할 때는 없는가?

많이 있다. 햄릿과도 비슷한 모습이 많다. 정의와 선함을 중요시 하는 일, 예체능을 좋아하고 무술도 잘하고 사색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 등. 햄릿이 겪고 있는 고뇌는 선택의 기로에 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인간의 모습이다. 햄릿이 괴로워하는 장면이나 기로에 서서 고뇌하는 장면을 연습할 때 스스로 동화되어 울먹거릴 때도 있다.


공연하는 배우 박건형, 윤형렬, 가수 이지훈에게서 라이벌 의식을 갖는가?

원래 우리들은 라이벌 의식이 없는 사이다. 네 명이 모두 체형과 생김새도 다르고 이미지도 모두 틀리고 음악성이나 연기 색채도 다르다. 형렬이는 가장 어려서 그런지 생각보다 귀여운 모습이 담겨있고 건형씨는 강렬하고 멋스럽다. 지훈씨는 부드럽고. 나는 나만의 햄릿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나의 햄릿은 관객들에 따라 느낌이 다르고 이미지가 다양하게 나타나는 모습이길 염두에 두고 연기를 한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나 꿈이 있다면?

유토피아를 찾고 싶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이의 행복이 있는 곳을 찾고 싶다. 나만의 행복을 넘어서서 모든 이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싶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온 극한 상황의 체험에서 나보다 남을 생각하는 배려를 깊이 생각하는 여유를 얻었다. 앞으로 면역체계가 약한 친구들을 위한 무균실 간이 공연장이나 그들의 복지 시스템 등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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