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드리 헵번 닮은 신데렐라, 뮤지컬 배우 김소현
오드리 헵번 닮은 신데렐라, 뮤지컬 배우 김소현
  • 김우성
  • 승인 2008.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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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와 자동차 튜닝이 취미인 건 모르셨죠?” / 김우성



[인터뷰365 김우성] 가냘픈 그녀가 걸어온 발자국은 큼직큼직하다. 데뷔작부터가 <오페라의 유령> 크리스틴이다. 이후 <지킬앤하이드>의 엠마 <대장금>의 장금을 거쳐 현재 공연 중인 <마이 페어 레이디>의 일라이자까지. 공연계에서 김소현이라는 이름은 곧 신데렐라로 통한다.

공연 자체가 워낙 대단했기 때문일까. 정작 그녀에 대해 알려진 바는 그리 많지 않다. 해맑은 미소 속에 눈물을 머금은 듯 신비한 매력의 그녀를 알아보기 위해 여기저기 찾아봤지만 공연이슈에 대한 문답이 대부분이었다. 의사인 아버지를 비롯하여 가족 모두가 서울대 출신이라든가 선배 권유로 데뷔하게 됐다는 등의 화젯거리는 세간에 익히 오르내렸다.

세종문화회관 야외공원에서 김소현을 만났다. 말을 걸까 말까 고민하는 숙맥에게 웃으며 먼저 손을 내미는 소녀. 딱 그런 모습이었다.



뮤지컬 <마이 페어 레이디>의 첫 한국어 공연입니다. 기대만큼 부담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영화 속 오드리 헵번과의 비교도 많았지요?

이 공연을 하기 전부터 이미 오드리 헵번을 굉장히 좋아했었어요.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를 봐도 여배우로서 욕심 낼 만한 좋은 역할이잖아요. 우리나라에서도 뮤지컬이 공연되면 좋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공연을 한다고 해서 모든 걸 다 팽개치고 오디션을 준비했죠.(웃음) 처음에는 오디션만 되어도 그게 어디냐 싶더니 막상 공연을 하게 된다고 하니까 부담감이 컸어요. 그런데 연습과정을 거치면서 생각보다는 부담이 덜해지더라고요. 예전 뮤지컬 <대장금> 당시에는 공연 중간에도 이영애씨가 구축해놓은 이미지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거든요. 그런 경험이 한 번 지나가서인지 내가 진실로 이 사람을 연기하면 그만큼 관객들도 진심을 알아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일라이자’의 특히 어떤 점이 끌렸나요?

일라이자 역할은 순수하긴 한데 청순청초 보다는 어떻게 보면 자아가 세고 독립심이 무척 강해요. 고전이지만 지금의 여성상, 남자에게 기대려하지 않고 스스로 당당히 일어설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여자들이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는 역할이죠.


기존에 맡았던 배역들과도 거리가 있습니다.

맞아요. 중학교 때 친구들이 이번 공연을 보러 왔는데 1막 시작하자마자 제가 등장하니까 한 친구가 “소현이 아니냐?”라고 했대요. 그 얘길 듣고는 옆에 있던 친구가 “아니야. 쟤 딴 애야. 주인공은 원래 늦게 나와”라고 했다는 거예요. 하하. 그 정도로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는 게 정말 좋았어요.



그녀를 또 한 번 신데렐라로 이끈 <마이페어레이디>는 영국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원작을 1956년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화한 작품으로 오드리 헵번 주연의 영화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오드리 헵번 역시 영화 <로마의 휴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이후, 1964년 영화 <마이페어레이디>의 일라이자 역을 맡으며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다.



배우 김소현이 매번 무대에 오를 때 마다 되뇌는 말은 뭔가요. 공연에 임하는 다짐이랄지.

무대 올라가기 전에 막 뒤에서 대기하는데 그때마다 항상 “욕심내지 말자. 욕심내지 말고 이 순간 이 사람이 되어서 무대에서 즐겁고 행복하자” 그 말을 정말 매번 해요. 욕심을 내기 시작하면 그게 무대에서 보이는 것 같아요. 배우로서 열심히 하는 것과 욕심을 내는 것 사이에서 갈등을 많이 했었어요. 선배님들이 ‘그냥 그 사람이 되면 쉽다. 만들려고 하면 그때부터 손 까딱하기도 힘들 것’이라는 조언을 많이 해주세요. 그 말에 대해 사실 잘 몰랐어요. 겹겹이 쌓인 제 자신을 깨는 게 힘들었는데 요즘은 그 의미에 대해 좀 알게 된 것 같아요.


이번 공연 끝나면 바로 또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에 출연한다죠?

저로서는 세 번 공연이에요. 초연과 첫 앵콜공연을 했었고 이번 세 번째 앵콜공연에 다시 들어가게 됐죠.


김소현씨에 대해 개인적으로 알려진 부분은 많지가 않습니다. 집안 이야기나 성악, 뮤지컬을 하게 된 계기는 익히 알려졌지만요. 일단 쉬는 기간에 여행 계획을 잡고 있다면서요?

계획은 하고 있었는데 내일모레부터 <지킬앤하이드> 연습이더라고요. 몰랐어요. 하하. 계획만 세우고 집에 가이드북만 몇 개가 있는데 뮤지컬 하면서 다 못 갔어요. 홍콩여행을 너무 하고 싶어서 이번에는 마음먹고 가려고 했는데 연습에서 빼주실 지 모르겠네요. 다행히 같은 제작사에 같은 감독님이라서 혹시나 하고 기대하고 있지요.(웃음)



공연 없을 때도 개인적인 시간은 거의 없나보죠.

제가 심하게 워크홀릭이에요. 일이 너무 힘들 때는 딱 일주일만 쉬면 여한이 없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일주일이 주어지면 3일만 지나도 약간 불안해지고... 점점 그런 게 심해지는 것 같아요. 혼자 있고 혼자 밥 먹고 그런 것에 대해 외로움을 많이 타요. 예전에는 소극적이고 내성적이었거든요. 뮤지컬을 하면서 사람들 사이에 있는 걸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아 맞다. 제가 요즘 스타에 다시 빠졌어요.


스타라면... 게임요?

네. 제가 약간 자동차도 좋아하고 컴퓨터에 관련된 프로그램 쪽을 좋아하거든요. 한동안 좀 잊고 살았는데 갑자기 여기(공연팀에) 스타 바람이 불었어요. 공연 없는 날은 공연장 뒤에 PC방 가서 프로토스 드라군과 캐리어 뽑는데 열중하고 있어요. 공연시간 말고는 스타와 야식에 빠져있죠.


야식?

네. 공연 끝나고 먹으러 가는.


술도 잘 하세요?

조금요. 달콤한 술을 좋아해요. 술을 처음 마신 게 뮤지컬 시작하면서부터예요. 되게 늦게 배웠죠. 한 잔씩 마시면서 속 깊은 얘기도 하고 연기 얘기 삶 얘기하는. 술 자체보다는 분위기를 좋아해요.


운동도 하시겠네요.

시간 있으면 운동도 하고 싶은데 사실 하는 것보다 보는 걸 좋아해요.


보는 걸 좋아한다고요?

완전 좋아해요. 특히 축구. 제가 공연 전 금지해야 할 게 축구보기예요. 목이 쉴 정도로 보거든요. 정말 좋아해요. 이번 베이징올림픽 때 야구도 너무 재밌게 봤고 틈틈이 다른 종목 재방송 다보고 기사도 찾아보고 했어요. 주변에서 생각했던 것과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고들 하세요.(웃음)


네 정말요. 아까 자동차도 좋아한다면서요.

운전하는 걸 너무 좋아해요. 스피드를 즐기죠. 한동안 소형차 튜닝하는 재미에 푹 빠졌었어요. 하하. 남자같죠?


의외의 모습들인데요. 거의 처음 공개하는 것 아닌가요?

평상시 별로 감추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이미지 관리도 중요하지만, 무대 위에서 항상 연기를 하기 때문에 평상시에도 연기하면서 살고 싶지는 않더라고요.



지금까지 출연한 뮤지컬만 15편이 넘습니다. 다시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오페라의 유령>이요. 처음 했던 뮤지컬이고 제게 뮤지컬 알게 해준 계기였던,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 작품이었어요. 저의 장점을 제일 잘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했고요.


동서양과 시대를 막론하고 저 역할 정말 해보고 싶다. 저 역할 저 배우 샘난다 싶은 작품이 있었나요? (그녀는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 주저 없이 대답했다)

<미스사이공>. 사랑할 수 없는 미군병사를 만나서 어린 나이에 아이까지 낳고 또 탈출을 하고, 결국 남자가 배신을 해서 비극을 맞는. 물론 아시아 여성을 너무 불쌍하게 그리긴 했지만 여배우로서 표현하고픈 감정선도 풍부하고. 노래도 좋고요. 제가 지금까지 해왔던 역할과는 다른 느낌의 역할이에요. 이미 초연됐고 아쉽게도 오디션에서 떨어졌죠. 하하. 제 이미지가 좀 안 맞다고 하더라고요.


뮤지컬 욕심과 연기자로서의 욕심 중 어느 쪽이 더 크세요? 먼 계획이 듣고 싶습니다. TV나 스크린에서도 볼 수 있는 건지.

성악을 전공했고 성악이 장점이 되는 뮤지컬로 데뷔를 했어요. 제일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건 무대에서 노래하는 건데, 하면 할수록 연기에 대한 욕심이 생겨요. 모든 사람이 한 가지 인생밖에 못사는데 무대에서는 다양한 인생을 살아볼 수 있다는 점이 좋거든요. 기회가 된다면 뭐든지 도전해보고 싶어요. TV드라마는 SBS <왕과 나>에 출연했었는데 첫 드라마에 첫 사극, 악역에 나이 많은 역할을 하다 보니 못 알아보시는 분들도 많았어요. 친한 친구도 방송이 나가고 나서 “야 너랑 비슷한 사람 나오더라”고 하더라고요. 뭐든지 경험하는 게 배우에게는 소중한 것 같아요. 드라마 출연을 계기로 많이 배웠고 그 경험이 있기에 다시 <지킬앤하이드>를 하더라도 뭔가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아요. 한 발자국 더 내딛은 느낌이랄까요.



<마이 페어 레이디>가 막바지로 접어들었습니다. 아쉬운 점은 없나요?

많이 아쉽죠. 공연이 정말 재밌게 잘 나왔는데 공연기간이 너무 짧았어요. 팀워크도 너무 좋고 멤버들과 정도 많이 들었는데... 연습과정도 길고 힘들었거든요. 이번에 조금이라도 아쉬움을 남기고 다음에 더 많이 보완해서 내년쯤 꼭 한 번 더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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