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맛 따라 세상을 유랑하는 스타블로거 김용철
소소한 맛 따라 세상을 유랑하는 스타블로거 김용철
  • 김우성
  • 승인 2008.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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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이 담긴 음식은 무엇이든 특별합니다” / 김우성



[인터뷰365 김우성] 인터넷은 미래였다. 상상이 현실로 나타나는 공간이자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도구였다. 인터넷이 상용화되면서 모든 것이 변해갔다. 누리꾼들은 기업홈페이지나 포털사이트 등에서 제공하는 엄청난 정보를 수신하며 정보의 바다를 헤엄쳐 다녔다.

그러던 것이 최근 블로그를 중심으로 개인마다 손쉽게 정보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은 이제 일방적으로 정보를 제공받기보다 자신에게 꼭 맞는 정보를 찾아 또 다른 개인과 역동적인 교류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것이 웹2.0의 핵심이다.


웹2.0 시대의 블로그는 단순히 개인홈페이지를 넘어선다. 전국 곳곳의 맛있는 음식에 대한 평론으로 채워가는 블로그 <맛있는 인생>(http://blog.daum.net/cartoonist)이 그렇다. 방문자가 많을 때는 1주일에 30여만 페이지뷰를 기록했다하니 어지간한 매체 이상이다. 블로그 <맛있는 인생>이 특별한 이유는 음식보다 더 맛깔스런 글의 표현력에 있다. 한 대목을 들여다보자.


“기대하던 단고기뒷다리찜이 나왔다. 단고기가 절반 정도 국물에 잠겨있어 찜이라기 보단 전골에 가깝다. 뒷다리 형태 그대로 썰어져 있어 다른 부위를 뒷다리라고 속이는 일은 없을 듯하다. 빨간 국물이 제법 먹음직스럽다. 보기엔 매콤해 보여도 자극적이지 않다. 단고기 특유의 담백함을 고스란히 살린 맛이랄까. 한나절 푹 고운 탓인지 육질도 참 보드랍다. 위장 약한 사람이 먹어도 금세 소화시킬 정도로 부담 없는 음식이다. 평양단고기, 역시 명불허전이로다.”


블로그 운영자인 김용철 씨가 북한음식점 <해당화> 북경분점에서 맛본 평양단고기에 대한 표현이다. 개고기 식용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최소한 글쓴이가 얼마나 맛있게 먹었을 지를 절절히 체감케 한다. 꼭 특별한 재료가 아니어도 된다. 단순한 김치도 그의 글과 만나면 세상 어느 요리 부럽지 않은 성찬이 된다.



“이집 맛의 화룡점정은 김치이다. 젓갈과 고춧가루 마늘, 생강 깨 파 외에 별다른 채소가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김치의 참맛을 품고 있다. 깔끔한 맛에 아삭거리는 식감은 어느 한 지방의 음식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선호할 수 있는 보편타당한 맛이다. 그렇다고 니맛도 내맛도 아니라는 얘기가 아니라 한치의 치우침도 없는 절제미가 있다는 뜻이다. 딱 김치만큼의 그 맛!”


스타블로거 ‘맛객’ 김용철 씨를 만나기 위해 그가 살고 있는 부천을 찾았다. 그의 본업은 스토리 작가 겸 만화가이다. 만화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부천에 정착한 것도 그러한 연유에서다. 블로그 <맛있는 인생> 역시 화실에피소드 등 만화 관련 내용으로 시작했다가 워낙 나물을 좋아했던 탓에 음식 관련 글을 하나둘 올리다보니 지금에 이르렀다고.



평소 가장 궁금했던 것이 맛객의 미각과 글솜씨는 근거가 있지 않을까 하는 거다.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았다든지 말이다.

글은 주변에서 잘 쓴다고 칭찬해주시는 것뿐이다. 나 스스로는 그저 진솔하게, 아는 만큼만 쓰려고 했다. 모르는 걸 억지로 쓰면 잘 안 써지지 않나. 미각의 경우 부단히 훈련해야 한다고 본다. 주방에서 조리사가 최선을 다해 음식을 내놓았으면 먹는 사람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생선회 하나를 맛보더라도 단단한 부분이 있는가하면 연하고 부드러운 부분이 있다. 연한 부분을 어금니로 성의없이 우적우적 씹으면 그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없다.


음식에 대한 공부도 많이 하겠다.

글을 쓰면서 자료조사를 하기 때문에 저절로 공부가 된다. 한식 쪽은 내가 워낙 토속적이니만큼(웃음) 어렸을 때부터 경험했던 그대로 글에 녹아나는 것 같고.


맛을 찾아 돌아다니며 에피소드야 말할 것도 없겠다.

일본에 가서 새벽 3시 넘어서까지 술을 마시고는 초밥을 먹기 위해 1시간 후 바로 일어나서 비몽사몽 새벽시장에 찾아갔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언론매체의 의뢰로 나주에 있는 곰탕집들 맛을 비교하기 위해 하루 동안 네 군데 돌며 맛을 본 적도 있다. 고역이었다. 결국 처음 먹었던 집이 가장 맛있었다. 네 집을 돌며 물렸던 거다. 하하.



가장 감동을 줬던 음식은 뭔가.

가슴 속에 여운이 오래 남았던 음식이 있다. 새만금 갯벌 물막이 공사가 끝나고 한 달 정도가 지났을 때 인근의 한 음식점에 찾아간 적이 있다. 그때 날 것으로 맛본 생합은 모래 하나 들어가지 않은 깨끗한 맛이었다. 앞으로 새만금 생합을 맛볼 수 없을 거라 생각하니 애틋했다.


그렇다면 가장 귀했던 음식은 뭐였나.

자연에서 나오는 먹을거리는 다 귀했다. 실제로 산에서 나물을 채취해 오면 조금도 버리지 않고 다 먹는다. 그러고 보니 이제 곧 버섯이 나올 시기다.


속빈강정, 소문만 못했던 음식도 많았을 것 같다.

유명세를 치르고 있으면 소문에 걸맞게 서비스마인드도 있어야 하는데 서비스가 형편없는 곳들이 있다. 그런 집들은 돈을 벌기 위함이지 음식을 맛보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 같아서 무척 아쉬웠다.


‘맛’이란 음식뿐 아니라 서비스를 비롯한 여러 가지 요인이 종합적으로 고려된 것이라는 말인가.

그렇다. 아무리 맛이 좋아도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한다던가하면 맛집으로 소개하기가 꺼려진다. 플라스틱 용기에 뜨거운 음식이 담기고 또 그 음식이 몸속으로 들어갈 걸 생각하면... 물론 우리 몸에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식자재로 플라스틱이 사용된 게 불과 30년 쯤 됐을까. 이미 면역력을 갖춘 어른들이야 영향이 덜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면역력을 갖추기 이전인 지금의 아이들은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다.


반드시 다시 찾아야겠다 싶었던 음식을 꼽자면?

한 겨울에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 인근 막국수 집에 간 적이 있다. 음식의 맛도 맛이었지만, 음식점으로 가는 길에 차 한 대, 사람 한 명이 지나다니지 않았고 주변으로 백두대간이 웅장하게 펼쳐졌다. 혼자 동떨어진 아득한 느낌이랄까. 기회가 되면 다시 한 번 가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했다. 전라남도 여수의 주막도 비슷한 맥락이다. 맛을 떠나서 그 집의 주모는 인정이 넘친다. 막걸리가 한 통에 1천5백원에 안주는 공짜다. 뜨거운 석쇠 위에서 안주를 구워줄 때도 장갑을 끼는 법이 없다. 손님에게 음식을 내놓기 위해 거칠어진 주모의 손에서 정성이 듬뿍 느껴진다. 그 집에서 음식을 먹으면 마음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가장 최근에 발견한 음식 있으면 하나 소개해 달라.

나라쯔케라는 음식이다. 일본 사람들이 전라북도 군산에 많이 살았다. 그 때 그들이 거주하면서 만들어먹던 음식이다. 어떻게 보면 아픔이 배어있는 음식이지. 우리의 장아찌는 짠맛이 많은데 나라쯔케는 달달한 맛이 있다.


맛객도 못 먹는 음식이 있나.

음식은 어렸을 때의 환경이 지배를 하는 것 같다. 나의 경우 비위가 약해 육회와 양념꽃게장 같은 음식은 스무살 넘어서까지 입에 대지도 못했다. 나중에 먹어보고는 금방 적응했지. 하하.


당신이 생각하는 맛있는 음식은 뭔가.

뒷맛이 좋은 음식이다. 맛을 음미하면서 씹으면 씹을수록 뒷맛이 살아나는 음식 말이다. 평양랭면이나 일본초밥 같은 경우가 그렇다. 향수를 마구 뿌린 사람에게는 역한 냄새가 나지만 은은하게 뿌린 사람이 지나가고 나면 두고두고 향이 기억되지 않나. 음식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입안에 들어갔을 때 ‘아 어떤 맛이네’하고 바로 알 수 있다면 매력이 없을 것이다. 입에서 씹고 음미해서 퀴즈풀이 하는 것처럼 맛을 찾아볼 수 있을 때 비로소 음식의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떤 음식들이 있을까.

열거하려니 번뜩 생각나지는 않고 확실히 요즘 음식보다는 예전 음식들이 담백하게 만들어졌다. 요즘 외식하러 다녀보면 입에 넣는 순간 ‘맵고 짜고 시고 달고’의 맛이 바로 느껴진다. 그건 맛있는 게 아니다. 자극적인 거지.



인터뷰365에서 만났던 사찰음식 전문가 선재스님은 음식으로 환경을, 궁중음식 기능보유자 한복려 원장은 음식으로 정을 이야기 했다. 당신에게 있어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 이상이 있다면 무엇일까.

음식에는 각자 사연이 있다. 남들은 아무렇지도 않을 김밥 한 줄에서 누군가는 소풍갈 때의 기억, 엄마, 고향, 친구를 떠올릴 수 있는 것이다. 입이 만족하는 것보다 정신이 만족하는 것. 그것이 바로 김밥 맛 이상의 그 무엇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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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성
김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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