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젊게 사는 비결 있다” 1978 미스코리아 진 손정은
“나에게 젊게 사는 비결 있다” 1978 미스코리아 진 손정은
  • 김두호
  • 승인 2008.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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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보다 20년 젊게 사는 이유 / 김두호



[인터뷰365 김두호] 인터넷 검색창을 열어 ‘손정은’을 찾으면 최근 1인 촛불시위로 화제에 올랐던 MBC 아나운서 손정은의 인물 정보만 넘친다. ‘손정은’ 이름이 지금은 아나운서로 통하지만 1970년대 말부터 21세기로 넘어서기 전까지는 ‘손정은’ 하면 미스코리아의 대명사였다. 1978년 이화여대 대학원생으로 미스코리아 진에 뽑혔을 때 서구적인 그녀의 미색은 신세대 미인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고 아름다운 한국여자의 표본이 됐다.

54살 인생의 후반기로 접어든 그녀를 만날 때마다 신기한 것은 나이가 적어도 15살이나 20살 쯤 더 젊게 보인다는 사실이다. 듣기 좋게 보탠 과장이 아니다. 주름도 없고 피부나 몸매도 20여년 전과 차이가 없다. 여전히 아들 하나를 두고 독신으로 살며 영화사를 운영하고 미국과 서울을 오가며 자유롭고 편하게 살고 있다.

필자는 인터뷰 약속을 한 장소에 나타난 그녀를 쉽게 알아보지 못했다. 6년 전 그녀를 만났을 때도 왜 그렇게 변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했지만 더욱 선글라스를 쓴 그녀의 외모는 새파란 젊은 여성의 모습이었다.



다른 분인 줄 알았다. 도무지 나이가 들지 않게 사는 비결이 무엇인가?

첫째는 스트레스를 안 받고 살기 때문인 것 같다. 성격이 낙천적이고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인다. 무슨 일이 있어도 미지근하게 처신하고 끙끙 앓고 고민하는 것은 질색이다. 자문자답해서 마음의 정리가 되면 곧 문제를 풀고 넘어 간다. 아닌 것은 아닌 대로 받아들이고 일찍 포기하거나 버린다. 고민을 안고 사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혹시나 하고 매달려 끌려다니는 일이 없으니 언제나 다리 뻗고 편하게 산다.


혹시 성형수술을 한 적은 없는가?

없다. 요즘 너도나도 미용성형을 하고 있어서 나도 한 번 해볼까 하는 생각은 하고 있다.


화장도 별로 진하게 보이지 않는다. 마사지라든가 좋아하는 미용관리비법이나 애용하는 특수한 화장품은 없는가?

마사지는 성질이 급해서 좋아하지 않는다. 시간이 있어도 누워서 시간을 죽이는 것이 아깝고 답답하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화장법은 좀 독창적이다. 사용하는 화장품도 남들과 다르고 얼굴 부위에 활용하는 내용물이나 방법도 남들하고 다르다. 용도에 맞지 않지만 내 나름대로 달리 활용하는 화장품도 있다. 아무거나 찍어 바르지 않는다. 내 나름의 화장법을 활용해 효과를 느끼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종류의 화장품을 어떻게 활용하는 지 궁금하다.

하하하. 비밀이 없는 여자는 재미가 없다. 그건 질문에서 빼주었으면 좋겠다.



체중이나 체격도 젊을 때의 모습을 오래도록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아무래도 운동이나 식이요법에도 신경을 쓴 것같다.

운동은 내 생활의 일부이며 습관이 되어 있다. 무용(발레)을 전공해 집안에서는 스트레칭이 몸에 베여있다. 체중이 늘고 허리가 굵어지면 견디지 못한다. 헬스클럽에도 나가지만 오래전부터 걷기운동을 해왔다. 일주일에 두세 번은 하루 4시간씩 걷는다. 미국에 가서도 걷기운동을 계속한다.


서울에는 강변이나 개천 길 밖에는 걸을 곳이 별로 없는데 어디서 걷는가?

한강 둔치도 가고 양재천도 찾는다. 공기가 안 좋아 요즘은 사촌언니가 사는 분당으로 가서 그곳 공원을 낀 도보코스를 이용한다. 운동을 하고 맑은 공기가 있는 곳에서 커피 한잔 마시면 온 몸의 피로가 풀린다. 걷다가 힘들면 택시타고 집에 오기도 한다.


현재의 신체 사이즈와 미스코리아 때 사이즈를 비교한다면?

미스코리아 때 35­23­35였다. 지금은 그때 보다 1.5인치 크거나 적은 정도 차이가 있지만 신체 전반으로 볼 때 별로 차이가 나는 곳이 없다.


미스코리아 진으로 선발되었을 때 화제가 만발했다. 대학(이화여대 무용과 졸업 후 대학원 교육학과에 재학중)에서도 수영복 입고 미인대회에 출전한 것은 학칙에 어긋난 행위로 문제를 삼았고 집안 가족들도 몰래 나갔다고 혼을 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다시 그때를 떠올려 보자.

이화여대는 전통적으로 보수적이면서 기독교의 엄격한 학칙이 있었다. 재학중 결혼도 못하게 했으니까. 그런데 수영복은 입었지만 옷 벗고 미인대회 출전한 거나 마찬가지로 보던 시대였으니 학생이 품위를 잃은 행위였다. 결국 제적이나 자퇴 중 선택을 해야 하는데 쫓겨나는 것보다 자퇴를 택했다. 집에서도 아버지가 불호령을 치셨다. 그런데 1등(미스코리아 진)을 한 뒤에 아버지는 마음을 돌려 격려를 하시며 멕시코 미스 유니버스대회 출전 때 모든 것을 1등 미인답게 처신하라시며 돈다발을 듬뿍 주셨다.


그런 보수사회에서 학생으로 출전을 한 것은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어떻게 용기를 냈는가?

단골 미용실에서 머리를 만지던 주인이 미스 서울 선발대회에 나가볼 것을 적극 권유해 호기심에서 관심을 가졌다. 그래서 아무도 모르게 예선대회에 출전한 건데 미스 서울로 뽑혀 본선으로 이어진 것이다.


한 번 미스코리아는 영원한 미스코리아라고 부를 수 있다. 평생 그 호칭을 받으며 산 것을 어떻게 생각하나?

재미없다. 정말 지긋지긋하게 따라다니는 그 호칭에 내 인생이 잡혀 질리게 살았다. 영화도 만들고 시나리오도 쓰고 소설도 쓰고 무슨 일을 해도 포커스는 언제나 미스코리아를 넘어서지 못했다. 그 이상의 변신은 상상할 수 없었다. 우연히 찾아온 행운이긴 했지만 평생 벗어나지 못한 멍에였다. 뭔가 다른 모습으로 성공을 하고 싶었지만 결국 돌아오는 이름은 미스코리아다. 지금도 내가 다른 일을 하고 사는데 나를 만나 먼저 묻는 말이 미스코리아가 아닌가? 이젠 잊혀져 대접해주는 곳도 없지만 미국에서는 아직도 미스코리아출신이라면 어딜가도 귀빈대우를 해준다. 그렇다고 지금 그런 대접을 못받아 서운하다는 것은 아니다.


최근 활동 근황을 알고 싶다. 2002년에 안재욱 이은주 주연의 영화 <하늘 정원>을 제작한 뒤부터 소식이 알려져 있지 않다.

지금도 영화 제작을 준비중이다. 한국전쟁 때 참전한 프랑스 군인을 주인공으로 한 휴머니즘 터치의 전쟁영화인데 시나리오 작업 중이다. 그 동안 미국에서도 두 편을 기획해 저예산 영화로 제작하는 사업을 진행해 왔다.



많은 시간을 미국에서 보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 누구와 어디에 사는가?

1년 중 절반은 로스엔젤리스 베벌리힐스에 있는 집에서 비즈니스를 전공하는 대학생 아들과 산다. 그곳에서도 영화와 관련된 일을 주로 한다. 산타모니카에 있는 스튜디오나 녹음실을 오갈 때도 많다. 우리나라는 영화를 제작해도 끝나고 난 뒤 정산이 복잡한데 미국은 제작이나 행정, 재정시스템이 단순 명료하고 투명하며 제작여건도 우리보다 효율적이다. 또 작품을 만들면 제작자는 망해도 배우는 살아나는 것이 우리 영화시장의 불합리한 점인 것 같다.


왜 오래도록 독신을 고수하는지? 재혼할 기회가 많았을 것 같다.

나는 첫 결혼 후 지금까지 만나는 대다수 사람들이 독신으로 알고 있지 않다. 기혼녀 취급을 받아 결혼 상대가 접근을 해오지 않았다. 우리 아들이 언젠가 엄마는 보이플랜드가 없느냐고 물어왔다. 그래 내가 좋은 사람 있으면 네가 구해줄거냐고 물었지만 남자를 절실하게 찾지 않고 산 것도 원인일 것이다. 그러면서 아주 좋은 사람 만나면 가야지 하다가 나이가 들었다.


아름다운 사랑의 추억이 있었다면?

없다. 떠오르지 않는다. 성격이 지난 것을 추억하며 그걸 그리워하며 사는 타입도 아니다.


어린 시절의 추억도 잊고 사는가?

나는 비를 좋아한다. 비가 오면 간 혹 어릴 때 공주처럼 살던 시절의 향수에 빠진다. 초등학교 시절, 학교 가는 길에 지렁이를 보고 놀란 일, 아침을 먹지 않고 가면 어머니가 집안일을 하는 아주머니 편에 푸짐한 아침상을 차려 학교로 보낸 일, 양변기가 없는 학교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해 고생한 일, 텅 빈 운동장을 가로질러 가는 것이 이상해 운동장을 빙빙 돌아 교실로 가던 일 모두가 재미있게 떠오른다.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것같다.

사업을 하는 아버지는 아들이 없어서 딸 둘에게 정을 많이 쏟았다. 아버지는 별세하셨지만 어머니는 지금도 정정하신데 내가 어머니의 체질을 많이 닮았다.


평소 좋아하는 남자나 싫어하는 남자는 어떤 형인가?

남을 배려할 줄 모르고 이기적인 남자가 싫은 형이고 좋아하는 남자는 그 반대 형일 것이다.


어느 때가 즐겁고 행복한가?

곁에 누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그럴 때 주로 혼자 여행을 떠난다. 파리나 베니스 등지를 혼자서 즐겁게 여행하는데 현지에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외롭지 않다. 그러다가 좋은 사람들 만나면 행복하다. 예를 들면 파리에서 액터스쿨 학장을 하시는 품격있는 인사나 중동의 로열패밀리들이 초청한 회합에서 이야기를 즐기며 시간을 보낼 때 같은 때가 행복하다. 해외로 돌아 다녀보면 우리나라의 변화에 따라 사람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것을 실감할 때가 많다. 예를 들면 월드컵 때는 한국어를 몰라도 세계 어디를 가나 ‘오 필승 코리아’를 외치며 환대를 한다. 그러나 나라 안에 시끄러운 일이 생기면 외국인들이 한국인을 대하는 태도도 다르다는 느낌을 받는다.


술을 좋아하는 것을 안다. 주량은?

주로 와인을 마신다. 재미있는 시간이면 밤새도록 마신다.


꿈은?

미스코리아는 나를 위한 단 하루의 축제였다. 그 하루 축제에 다녀온 사람을 평생 축제에 묻혀 사는 사람으로 취급받으며 살았는데 이제 홀가분하게 그 짐을 벗고 작가가 되고 싶다. 내가 살면서 만난 각 분야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글로 쓰고 싶다.그리고 영화 제작에 대한 계획은 꾸준히 추진할 생각이다.



생음악이 흐르는 커피숍 창밖으로 검은 먹구름을 밀어내고 잠시 붉은 노을이 붉게 스며들어왔다. 그녀의 자세는 두 시간이 넘도록 한 번도 흐트러짐이 없이 단정했다.

1978년 미스코리아 진이 되고 이듬해 영화 <광염소나타>에 출연해 연예활동을 시작했던 그녀의 이력에는 인기 TV프로 <쇼쇼쇼> <화요일에 만난사람들>의 MC , 연극 <오늘 같은 날>의 배우, 영화 <미리마리우리두리> <창밖에 잠수교가 보인다>의 제작자로도 이름이 올라 있다. 현재의 직함은 영화사 두손드림픽처스 대표이사 사장이다.

“욕심이 있다면 지금보다 어떻게 더 행복해 질 수 있는 가겠지요. 영화는 일에 대한 욕심 때문인데 언젠가는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요. 어떻게 무슨 봉사를 해야 할 지 아직 정한 것은 없지만 그게 나에게 가장 큰 행복을 가져다 줄 것 같아요.”

2008년에 만난 미스코리아 손정은 여사의 행복을 찾는 진솔한 꿈은 딴 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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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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