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인 최초의 유네스코 사무총장 고이치로 마츠우라
동양인 최초의 유네스코 사무총장 고이치로 마츠우라
  • 김세원
  • 승인 2008.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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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다양성 위해 동시대의 문화적 성과물 보호도 중요하다”/ 김세원


[인터뷰365 김세원] 1946년 창설돼 파리에 본부를 두고 있는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유네스코)는 ‘유엔체제의 양심’이라고 불린다. 전쟁이나 안보와는 거리가 먼 인류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고 유엔이 추구하는 인류평화 구현에 가장 세련되고 점잖은 접근을 시도하기 때문이다. 1999년 동양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수장 자리에 오른 이래 2005년 재임에 성공하여 9년째 유네스코를 이끌고 있는 고이치로 마츠우라(63) 사무총장이 한국국제교류재단(이사장 임성준) 초청으로 내한했다.

필자가 마츠우라 사무총장을 인터뷰한 것은 동아일보 파리특파원 시절인 2000년 8월. 그해 8월 20일 평양에서 열리는 고구려 고분벽화 사진전 개막식에 참석하고 북한 지도자들을 만나 고구려벽화고분군의 세계문화유산 지정문제를 협의할 예정인 그의 북한 방문을 앞두고 이뤄졌다.

지난 7월22일 한국국제교류재단 주최로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1세기의 문화 다양성과 유네스코’라는 제목의 초청 강연회에서 8년 만에 마츠우라 사무총장을 다시 만났다. 그의 강연 내용과 기자회견을 질의응답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유네스코가 문화다양성에 역점을 두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지난 2001년 채택된 유네스코의 문화다양성 선언은 문화를 ‘예술과 문학, 생활양식, 가치체계, 전통과 믿음을 포함하는 사회와 사회 내 그룹들의 정신적, 물질적, 지성적, 정서적 특징들의 집합’으로, 문화 다양성을 인류의 공통 유산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인류 역사는 다양한 문화간 교류를 통해 발전해 왔습니다. 국가나 사회는 문화 표현 방식을 다양화함으로써 사회를 통합할 수 있고 나아가 사회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창의성은 고유한 문화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으나 다른 문화와의 교류를 통해서만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습니다. 국가별 지역별 문화의 다양성을 보호하려면 다른 문화 사이의 활발한 교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국제화는 문화다양성 유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십니까?

국제화의 혜택은 나라마다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국제화 자체가 다른 문화에 대한 편견이나 불관용, 무지로 인한 긴장이나 갈등을 완화시키는 수단을 제공하지는 못합니다. 또 문화 전통을 강화할 수 있는 자원을 가진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 사이의 격차를 좁히는데 기여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국제화의 결과 국가간 빈부 격차나 문화간 격차가 확대된다고 해서 국제화 자체를 배격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문화적 다양성의 활성화를 위해 전천후적인 노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심각한 풍파가 닥칠 수 있고 그 결과 국가간, 지역간 맺어진 연계 고리마저 파괴될 위험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유네스코가 문화다양성을 수호하기 위해 어떤 활동들을 벌이고 있는지 소개해 주십시오.

문화다양성을 지키는 데는 과거의 유산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대의 문화적 성과물을 보호하는 것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1952년 채택된 보편적 저작권 협약과 2005년의 문화표현 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에 관한 협약은 현존하는 창의성의 산물을 지키는 협약입니다. 유네스코는 1950년대부터 7개의 국제협약에 대한 발의와 체결을 주도하여 현재 전 세계에서 모두 878건의 세계문화유산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1952년에 채택된 저작권협약, 1954년 헤이그 분쟁지역 문화유산 보호협약, 1970년 문화 자산에 대한 불법 수출입 및 이전 금지 협약, 1972년 세계문화유산 협약, 2001년의 수중 문화유산 보호 협약, 2003년 구전 및 공연과 축제 , 지식체계, 사회적 관습 등을 포괄하는 무형 문화유산 보호협약, 2005년의 문화 표현 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에 관한 협약 등이 그것입니다.



헌팅턴이 말한 이른바 문명의 충돌로 인한 국제적인 긴장과 갈등 해소에 유네스코는 어떤 역할을 했습니까?

비록 9.11테러가 같은 해에 발생하기는 했지만 유네스코는 2001년을 문화간 대화의 해로 정해 다른 문화와 문명 간의 대화와 교류 증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1556년 건설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모스타르 다리가 유고 내전 동안 파괴되었다가 유네스코와 유럽각국의 지원을 받아 2004년 복구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모스타르 다리는 다양한 종교와 민족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발칸 유럽에서 문화 교류와 상호 대화를 위한 상징적 통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유네스코의 관계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한국은 유네스코와 함께 불법 소유문화재 반환촉진 사업,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문화간 대화 및 교류 프로그램, 2010년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된 세계예술교육 콘퍼런스와 광주 아시아 문화 중심 도시 프로젝트 등 여러 가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또 여러 가지 신탁기금 프로그램을 통해 각종 문화재 보존 및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등 문화다양성 수호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은 7건의 세계유산과 3건의 인류 구전 및 무형유산을 보유중입니다.



유네스코 지정 우리나라의 세계문화 유산은 석굴암 및 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 창덕궁, 수원화성, 경주 역사지구, 고창 화순 강화 고인돌 유적 등 7건, 자연 유산으로는 지난해 새로 등재된 제주도 화산섬 및 용암동굴이 있다. 한국은 특히 1993년 유네스코에 인간문화재 제도 도입을 제안하는 등 유네스코 차원의 국제적 무형유산 보호운동 전개에 선도적 역할을 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인류 구전 및 문화유산으로는 종묘제례악, 판소리, 강릉단오제 등이, 기록유산으로는 훈민정음, 조선왕조실록, 직지심체요절, 승정원일기, 조선왕조 의궤, 해인사 대장경판 등 6건이 등재돼 있다. 한국은 문맹퇴치에 기여한 개인과 단체에게 수여하는 세종대왕 문해상과 기록유산의 보존과 접근성 향상을 위한 직지상, 무형유산 보호를 위한 아리랑상을 유네스코에 제정했다.




마츠우라 사무총장은 그러나 일본 역사교과서의 독도 기술 문제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서는 “나는 유네스코라는 유엔 산하 국제기구의 대표이지 일본 정부의 대표가 아니며 일본 정부의 대변인 역할을 할 입장도 아니다”라며 말을 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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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원

동아일보 기사, 파리특파원, 고려대학교 정보통신대학원 초빙교수 역임, 현 카톡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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